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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햇살을 봅니다. 구름 사이로 아주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퍼붓던 비가 오늘 하루는 쉬는 가 봅니다. 구름에 가린 석양이 붉게 타오릅니다. 불이 난 것 같습니다. 나의 인생이 저 태양이라면 지금 저 위치만큼 와 있겠지요. 어느 순간에 저 산 넘어 흔적도 없이 ..
내가 어릴 때 매일같이 바라던 소원이 있었다. 그 소원은 학교 갔다가 집에 오면 어머니가 집에 계시다가 나를 맞아 주는 것이었다. 학교에 갔다가 집에 오면 항상 나는 혼자였다. 식사도 부엌에 가서 뒤져서 혼자 찾아 먹고는 했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광주리를 이고 여기저기 떡이나 엿,..
결혼기념일이 일요일이어서 여행이나 갈까 하고 한달 전부터 소란을 피웠는데 무슨 날벼락인지 눈이 억수로 퍼붓는 바람에 꼼짝도 못하고 집에 갇혀 버렸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누워 빈둥거리는데 둘째 딸이 영화 표를 우리 앞에 내민다. 지난주에 우리 내외는 새로 생긴 극장이 어떻게..
이른 아침에 걸려 온 전화에 하루 종일 긴장이 속에서 보낸다. 여동생 시아버지가 돌아 가셨다는데 그 상가가 서울이라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서울을 어떻게 가나” 부터 차를 끌고 가야 하는지 아니면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
모두 다 취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잊고 그냥 마냥 취했다. 산에서 마지막 내려 올 때는 비가 폭우로 퍼 붓더니 이제 그것조차도 힘에 겨운가 넓고 넓은 물을 바라보며 마시는 술에도 취하는가 발을 물에 담그고 마시면 덜 취하려나 그러나 모두가 취했다. 노래방의 술잔이 깨지고 무대는..
섣달 그믐날의 잡념 이제부터는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기로 하자. 이제부터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열심히 되씹으며 의식적으로라도 행복하다고 외치자. 행복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막연히 알고 있는 그저 그런 행복의 의미만이라도 의식하며 살자. 류마치스 관절염, 지오..
산사에서 하루 ----청도 운문사에서--- 고요하게 들려오는 목탁소리에 마음이 어우러진다. 어디를 가더라도 마음 하나 편히 앉아 쉴곳 없는 도시생활과는 달리 온갖 벌레들이 여기저기 윙윙거리며 날고 매미 우는 소리, 새들의 노래 소리가 서로간의 마음이 맞아 합창이라도 하는 양 교향..
존경받는 약사 현 싯점에서 약사의 위치는? 매년 한두번씩 지방신문들이 약사와 약국에 대해서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다루고 있다. 그 내용의 대부분은 약사들에게 긍정적이라기 보다는 비판적이기 짝이 없다. 약사가 자리를 비우고 약사가 아닌 종업원이나 가족들이 약을 조제한다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