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말아톤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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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아톤
    글/주변의 일상이야기 2007. 12. 27. 15:39
     

    결혼기념일이 일요일이어서 여행이나 갈까 하고 한달 전부터 소란을 피웠는데 무슨 날벼락인지 눈이 억수로 퍼붓는 바람에 꼼짝도 못하고 집에 갇혀 버렸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누워 빈둥거리는데 둘째 딸이 영화 표를 우리 앞에 내민다.

    지난주에 우리 내외는 새로 생긴 극장이 어떻게 생겼나 구경이나 가자고 갔더니 토요일 오후 9시인데도 표는 매진되어 버리고 생각지도 않은 코미디 같은 중국 영화 “쿵후허슬”을 보고 찬바람을 맞아가며 집으로 온 적이 있는데 일주일 사이에 생각지도 않은 영화를 두 편이나 보게 생겼다.

    둘째가 저녁까지 사 준다.

    탕수육에 짜장면까지 곁들이니 이제 내가 벌써 대접 받을 나이가 되었구나 생각하면 서운하기도 하고 아무 탈 없이 커 준 애들이 고맙기도 하고......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일주일 만에 둘이 손잡고 추운 바람을 헤치고 영화를 보러 갔다.

    “말아톤”

    초등학생이 이름을 지었다는 “말아톤‘

    주인공 초원[조승우]이가 계속 중얼거리는 말

    “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초원은 얼마 남지 않은 야생동물의 천국입니다.

         이곳에서 초식동물이 살아남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요. ”

    아프리카의 얼룩말을 좋아하는 초원이는 그 얼룩말 무늬에 집착하여 지나가는 얼룩무늬 가방을 맨 아가씨의 가방을 만지다가 도둑으로 몰리고, 얼룩무늬 바지를 입은 아가씨의 엉덩이를 만지다 치한으로 몰려 얻어터진다.

    그러나 그 얼룩말이 달리는 것처럼 초원이는 마라톤으로 내달음치기도 한다.

    일기를 쓰면서 내일 할 일은 “말아톤” 이라고 초등학교 1학년 일기장에 써 놓은 초원이는 자폐아이다.

    자폐증을 극복하기 위한 어머니의 노력이 지극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초원이의 생활방식에 비하면 짜증스럽기만 하다.

    하긴 내 아이가 자폐증이라면 그보다 더 할거라 생각해 보지만...

    초원이가 중얼거리는 말은 우리 모두가 한번 정도는 생각해 볼 문제인 것만은 사실이다.

    초원이가 이 사회에서 살아 남기위한 삶은 정상적인 사람보다 더 힘겨웁겠지만 말이다.

    아프리카 초원은 초식동물만이 위험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초원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가 위험하다.

    얼룩말을 잡아먹고 사는 사자는 안전할까.

    아니다 결코 그렇지는 않다.

    사자는 저희들끼리 싸운다.

    서열을 가려야 하고 암컷을 차지 하기 위한 치열한 생존 싸움이 시작된다. 

    동물들이 세렝게티 초원에서 살아남기가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우리 인간들도 이 세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초원이는 달린다.

    세렝게티 자연에서 몸이 성치 않다면 벌써 없어졌을진데도 우리 인간세계에서 초원이는 아주 열심히 달린다.

    그저 달린다.

    초원이는 홀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참가비를 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같이 뛰던 사람들이 타고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마라톤에 참가한다.

    이때는 자폐아가 아니다.

    혼자 일을 처리한다.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줄달음 친다.

    터질 것 같은 호흡과 흘러내리는 비와 바람 그리고 즐겨 먹는 초코파이 하나를 쥐고 달린다.

    결국 완주한다.

    초원이가 마라톤을 완주 했다고 해서 정상인과 똑같은 인생으로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 한다는 삶은 바람직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무슨 일을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며 지레 겁 먹고 해 보지도 않고 시작도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 인생은 가능성에 도전하는 인생이다.

    안된다. 안된다 하거나 불평불만이 많으면 어떤 일 이든지 할 수가 없다.

    우리 모두 가능성에 도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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