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사돈 어른 문상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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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돈 어른 문상
    글/주변의 일상이야기 2007. 12. 27. 15:36
     

    이른 아침에 걸려 온 전화에 하루 종일 긴장이 속에서 보낸다.

    여동생 시아버지가 돌아 가셨다는데 그 상가가 서울이라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서울을 어떻게 가나” 부터 차를 끌고 가야 하는지 아니면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서울만 갔다가 오면 이틀은 앓아서 누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녁 5시가 넘어서면서 퍼붓기 시작하는 눈이 앞이 안보일 정도로 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를 몰고 갈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아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한다..

    기차가 제천을 출발하여 탁사정을 지나면서부터는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작은 땅덩어리에서 이런 차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조차 하다.

     기차가 덕소를 지나면서 서울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건물이 즐비한 것을 보면 서울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예전에는 이름도 몰랐던 구리시가 여기인 모양이다.

    옆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전철역에 “구리” 간판이 이 곳이 경기도 구리시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2시간 20분 걸려 청량리 역에 도착한다.

    청량리 역에 내려서 보니 예전의 역 광장에는 무슨 공사를 하는지 크게 담장을 처 놓았다.

     임시로 만들어 놓은 역사를 한참을 올라 갔다가 다시 내려 와서 지하철 역으로 또 다시 한참을 내려간다.

    계단이 많고 가파라서 등산하는 것 보다 더 힘들다.

    자동 매표소 앞에 섰지만 사용 방법도 방법이지만 요금이 얼마인지 모르겠기에 표 파는 창구를 찾아 나섰더니 창구 문이 한 곳이 열려 있어 “동대문” 하고 눈치를 보니 “900원” 하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양복 입고 있는 놈이 무식하게 그것도 모르냐는 눈치다.

    1000원을 내미니 표 한 장과 100원을 집어 던지듯이 던진다.

    표를 들고 통과대 앞에 섰다. 

    7 ~ 8 년전에 서울에 와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표를 들고 앞에 가는 사람이 표를 구멍에 넣고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 사람 하는 대로 표를 넣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표는 빠져 나왔건만 나가려고 하니 문이 움직이지 않는다.

    상당히 당황스런 모습을 수많은 사람 앞에서 연출하게 되었다.

    뒤에 따라 오던 사람이 “내가 나갈테니까 뒤에 바로 따라 나오세요” 한다.

    그 사람이 표를 넣고 나갈 때 나도 바로 뒤에 붙어서 나간 적이 있다.

    지금도 예전의 그 생각이 나서 표를 넣자마자 앞을 막고 있는 쇠막대를 밀어 제치고 빠져 나오면서 안도의 한 숨을 쉰다.

    서울에서 산다는 자체가 조마조마함의 연속이다.

    저녁 퇴근 시간이 지나서인지 차 안은 텅텅 비어 있다.

     의자에 앉았더니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고 있어서 무엇을 하고 있나 하였더니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고 있는 모양이다.

    귀에는 리시버를 꽂고 있어 옆 사람 떠드는 것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화면이 너무 깨끗하여 놀랐다.

    저 정도니 애들이 노트북 사 달라고 조르는 것이 이해가 된다.

    동대문 역에 내려서 국림의료원을 찾아 나선다.

    동대문 운동장을 지나 을지로에 와서 우측으로 조금 가다보면 있다기에 걸어서 찾아 나선다.

    그 말로 듣던 두산타워가 보인다.

    저 건물이 처음 생겼을 때는 연말연시에 꼭 나오더니만 요즈음은 뜸한 것을 보면 인기가 없어진 모양이다.

    그 건물을 지나니 건물 앞에  젊은 아이들이 길에 많이 모여서 무엇을 쳐다보며 박수치고 웃고 난리를 치고 있다.

    그 곳을 지나려니 길을 막고 구경하느라고 도저히 빠져 나갈 수 없다.

    아예 서서 무엇을 하는가 보았더니 빨간 옷을 입은 세 녀석이 요즈음 유행하는 머리 땅에 박고 춤추는 비보이간 무엇인가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건물 벽을 보니 밀레오레라고 쓰여진 것을 보니 이 건물이 밀레오레 인 모양이다.

    길가의 수많은 포장마차 가게에는 나이 든 노인부터 아주머니가 지나는 손님들을 유혹하는데 그 많은 가게들이 먹고 사는 것이 놀랍다.

    지하차도에는 프로스펙스 추리닝 몇 벌을 널어놓고 팔고 있는데 사는 모습이 “꼭 저렇게 살아야 하나 싶다”


    상가에 들려 조문을 하고 잠시 쉬었다가 둘째를 만나 청량리 역으로 같이 간다.

    딸이 자하철 표 대신에 카드를 한 장 쥐어 준다.

    카드를 찍고 나가란다.

    생전 처음 보는 지하철 카드를 주머니에 넣고 꼼지락 거린다. 이

    제는 표가 먼저 나가 빠져 나가지 못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통과대 앞에 서서 카드 놓는 곳을 보니까.

    카드에도 붉은 ㄱ 자가 있고 카드 올려 놓는 곳에도  ㄱ 가 있다.

     그 모양을 맞추어야 되는 것 같아서 카드를 들고 그 위에 똑같이 맞추려고 진땀을 흘리고 있는데 “아빠 그냥 올려놓기만 하면 돼” 한다.

    동대문 운동장에 있는  ㄱ 자 모양의 위치와 동대문역에 있는 ㄱ   자가 위치와 모양이 틀려 더 골탕을 먹었다.

    청량리역에서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표를 끊고 나가면 바로 지하철을 타는 줄 알았더니 다시 위로 올라간다.

    동대문역에서 청량리 가는 차를 갈아타는데 오르락내리락 하니 진이 빠진다.

    이런 지경이니 서울 사람들이 살이 찐다면 그 사람은 진짜 문제 있는 사람일 것이다.


    어제 저녁 서울서 역 두 곳을 오르내렸는데도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피곤하다.

    나는 서울이라는 곳에 대해서 공포증이 있다.

    서울에서 한나절만 돌아 다녀도 집에 오면 이틀 정도는 앓아 누워야 한다.

    몇 시간 동안 머물렀는데도 목이 칼칼하다. 

    서울에서 머물렀던 2시간이 시골에서 한 달간 머물렀던 기분이다.


                      2007.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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