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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숲을 울창하게 하지만 숲은 병든 나무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1, 깊은 고요에 싸인 넓은 바다의 휴식이더라 잠에서 깬 뱃사공은 잔잔한 바다를 바라본다. 아무데서도 바람은 불지 않고 아마 무서운 죽음의 고요 끝도 모르는 큰 바다에 물결마져 하나도 꿈적을 않네. 2. 향기로운 아침 빛이 내리 비치도록 나를 둘러싸고 그대는 혼자 빛나네 봄이여 ! 사..
이웃집 처녀 방의 휘장이 흔들리네 아마 이쪽을 보고 있으리라. 내가 있는가 하고 낮에 질투한 나의 관심이 지금도 가슴 어딘가. 남아 있는 줄 알고 그러나 분하게도 어여뿐 그 처녀는 그런건 생각지도 않았네 자세히 보니 휘장의 흔들림은 저녁 바람의 장난이었네. 1976년 11 월 30일
포도꽃이 다시 피면 포도주는 술통에서 출렁대고 장미꽃이 또 다시 피었건만 왠일인지 마음이 슬퍼진다. 나의 행동 그 하나하나에 눈물이 흘러 볼을 적시네 가슴 속 퍼져 가는 끝도 없는 동경 뿐임을 나는 아노라. 조용히 생각을 돌려 나는 이야기하네 이토록 즐거운 날이여 아 그대를 사..
쓸데없는 근심이여! 되풀이하는 밑도 끝도 없는 것은 그만두어라. 날 가게 해 주오, 내가 가는 길을 배풀어 주어라 나의 행복을 달아날까. 잡아볼까. 망설여도 볼 수 없네 나의 자유대로 지켜주지 않을바엔 근심이여 나를 영리케 해 주오 1976년 11 월 30일
한해의 마지막 날 모퉁이에 서면 세월의 흐름을 아쉬워 하듯 매달린 나뭇잎 어둠이 내리면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 끊임없이 방황하던 나그네의 가슴 속은 여러가지 상념 속에 젖어든다. 아득이 보이는 등불에는 바람기가 없건만 등불에는 지난 날의 애증이 교차된다. 낮은 곳으로 좀 더..
도봉산 산은 조용한데 구름이 앞에서 춤을 춘다. 사패, 포대, 오봉, 도봉주능선 사이에서 그림을 그리듯 춤을 춘다. 이 아름다운 산을 딸을 시집보내면서 사위에게 주었다 하여 사패산이라 하지만 이름만 가졌을 뿐 모든 것은 제 자리에 있네. 소처럼 힘이 센 우이암이 병풍처럼 서울을 안..
금방 눈이라도 퍼 부을 듯 잔뜩 흐린 날 건너편에는 지난번에 지나 왔던 산줄기를 그리다 만듯하다. 뒤로 광덕산이 버티고 앞에는 시루봉, 연대봉, 운대봉이 한 줄기를 이루고, 옆에는 뾰족한 강천산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저 줄기를 지나 용추봉까지 기나긴 시간을 올라 간 것 같은데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