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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천둥과 번개가 치고 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길가 가로수의 노란 은행잎은 우수수 바람에 날리어 힘없이 날아갔습니다. 이제 또 다시 한해가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새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지 6개월 많은 나무들이 6개월만 사는 모양입니다. 나머지 6개월은 다음해를 기약하는 준..
세월 서늘한 바람이 불어 올 한해도 저무는가보다. 벌써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것을 보니 세월은 왜 이리도 빨리 가는지 내가 처음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한없이 울었다. 나는 늙지 않는 줄 알았다. 아주 철저하게 내 몸 관리를 했으니까 그러나 머리는 세기 시작했고 눈은 돋보기에 의..
단풍 색깔은 알록달록. 푸른색, 노란색, 갈색, 붉은색 총천연색이다. 지는 단풍에도 여러 가지 색이 있는 것을..... 이 나무를 누가 심었을까. 깊은 산 속은 아니지만 고즈넉한 기분을 마음 껏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산 길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은 없지만 이곳을 지..
홍시 많은 단감 속에 붉게 물들어 있는 홍시 얼굴 빨개진 새악시처럼 남에게 보일라 나뭇잎 속에 숨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고 너무 빨간 탓에 인간에 들키면 먼저 채여 갈까봐 나뭇잎 뒤에 숨었나 요놈! 하며 따서 한 입 베어 무니 아! 이처럼 황홀할 수가 이처럼 달콤할 수가 너무나 달..
주월산 따스한 남쪽 남도의 벌교 앞바다 벌교 뻘에는 꼬막이 숨어 있고 기운이 넘치는 짱뚱어는 하늘을 날을듯이 솟아 오르네 주월산에서 솟아 오른 행글라이더는 짱뚱어와 입맞추려는 듯 벌교의 들판 위로 나비처럼 날아 유유 자적하게 춤을 추고 있네 배가 산을 넘어 갔다고 하여 주월..
포도향 추석 선물로 포도 한 박스 한쪽 구석에 놓아두었더니 향기를 얼마 강하게 내뿜던지 포도가 나무에 매달려 있지 않을 때 마지막 몸을 불사르는 듯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면서 포도주 잔에서 향을 취할 때 과연 무슨 향이 날까 포도주에서 지금처럼 향이 진하지 않은 것은 향이 물로 ..
섬진강 줄기 따라 섬진강 줄기 따라 오르는 산길 아래를 내려다보면 섬진강의 맑은 물이 안개 속에서 흐르고 강 속에 쪽빛처럼 비추인 산 섬진강 건너는 기차는 빗속을 가는 것이 힘이 부치는지 기적소리조차 희미하네 깊은 산 속을 넘나드는 천황재 천황의 은덕은 어디까지인지 배가 고..
청량사 연꽃에 둘러싸이고 금탑에 둘러싸인 청량사의 고즈넉함에 마음은 편안해지고 아! 저런 곳에 이 세상 모든 시름을 다 잊고 살아 보았으면 절에서 들리는 목탁소리 청아하게 들리는 불경소리가 하나의 음악처럼 들리고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북소리처럼 울리면 모든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