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꼬마와 기차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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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마와 기차
    글/주변의 일상이야기 2007. 12. 28. 15:53
     

    지저분하게 더운 여름 날씨에 집에 트어 박혀 있기도 그렇고 해서 가벼운 짐 보따리를 하나 메고 집을 나섰다.

    어디라고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가까운 역으로 달려갔다.

    연휴라 그런지 역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옷차림이 물결치고 있었고 매표 창구 앞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다란 줄이 이어져 있었다.

    가만히 보니 특급열차 줄 이었다.

    완행 열차 매표 창구는 어디인가고 한참을 찾아 헤매다 저쪽 한쪽 구석에 보인다.

    왠지 모르게 그쪽은 한가했다. 

    요즈음 사람들은 여행도 특급으로 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 급한 세상이니까.

    여행은 느긋하게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급하게 갔다가 오는 것이 당연지사일 게다.

    여행의 느긋함보다 단 한 시간이 아까운 사람들이니까.

    산꼭대기 올라가 무엇하겠는가. 밑에서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발 담그고 바위 위에 잠시 앉아 놀다 오면 되지 고생은 무슨 얼어죽을 고생을 하냐 하는 것이 요즈음 사람들의 심성인 모양이다.

    차표를 사서 플랫 홈으로 나가 차를 기다렸다.

    잠시 후 서서히 밀려 들어오는 차는 그 안에서 푹푹 쩔은 냄새가 날 것만 같은 다 낡아빠진 차 같았다.

    하지만 이런 완행 열차가 나에게는 무척이나 좋은 곳이다.

    빈자리가 하도 많아 나도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차창 밖을 내다 보았다.

    옆 철길에 특급열차가 하나 와 닿는다. 입추의 여지가 없이 꽉꽉 들어 차 있다.

    세상이란 희한한 세상이다.

    편안한 것보다는 빠른 것을 추구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앞에는 조그만 꼬마 녀석이 연신 바깥을 신기한 듯이 내다보면서 앉아 있다.

    초등학교 1~ 2 학년 쯤 되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그 꼬마녀석은 동행하고 있는 어른도 없는데 낯선 어른 들 틈에 끼어 근심이란 것은 단 한곳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혼

    자서 가는 길이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창밖으로 눈을 던지며 싱글벙글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까지는 좋았는데 이 녀석은 차만 역에 멈추어 서면 바깥으로 뛰어 나갔다.

    차가 떠날 때 쯤 돌아 와서 앞에 앉는 것이었다.

    신기한 것이었다.

    그 녀석이 자리에 앉자마자 차는 떠나는 것이었다. 하도 기이하여 그 꼬마에게 물어 보았다.

    “ 너 어디 갔다 오니”

     “ 아빠한테요”

    “ 아빠가 어디 계신데”

    “ 우리 아빠요. 기관사예요” 의기양양해서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아빠가 이 세상에서 최고인 듯이 어떤 두려움도 없이 이야기 하였다.

    기차가 역에 멈출 때마다 기관실로 달려가 아빠를 바라보는 꼬마의 마음, 또 아들이 자리에 앉을 때 서야 기차를 출발시키는 아빠의 마음..

    그 꼬마에게 아빠가 얼마나 든든했을까.

    나는 계속 말을 건넸다.

    “ 너 커서 뭐가 될래”

    “ 저요, 기관사요” 꼬마의 꿈은 기관사다.

    그럼 나의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던가.

    나는 대통령이었다.

    내가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 어머니는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 너 학교에 가서 공부 잘 해서 나중에 대통령 되는 학교 보내 줄게” 라고

    나는 이 말을 스스럼없이 받아 들였다.

    그 후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똑같은 또래의 치누드란테는 거치없이 우리 엄마가 대통령 되는 학교 보내 준댔다고 떠들어댔다.

    그 당시 대통령이 되는 학교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막연하게 어머니꼐서 그러니까 있는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때만 해도 요즈음 아이들처럼 되바라지지 않아서 대통령, 별 4개 하면 무사 통과 되던 시대였으니까.

    지금 애들한테는 통하지 않을 이야기지만 그 당시는 내가 그렇게 떠벌이면 같은 또래의 아이들은 그것을 곧이 듣고 그대로 받아 들였다.

    동네 아저씨들도 “ 그 자식 참 똘똘하다.  나중에 대통령이 꼭 되거라” 고 부추켜 주었으니 말이다.

    그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은 상당기간 계속 되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쯤 어머니는 또 다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네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국회의원이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이 에미로서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 보다도 우선 사람은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지 말아야 한다.

    그저 평범하게 산다는 것, 남한테 싫은 소리 안 듣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나만테 보다 더 떳떳하게 살면서 사람 구실을 한다면 그 이상 바랄 게 뭐가 있냐.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어느 모로 보나 좋은 것이다” 라고 말씀 하셨다.

    이 소리에 그만 나는 며칠동안 혼란 속에 보내게 되었다.

    이후 보다 더 피부적으로 사람을 대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기로 하였다.

    그렇다고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 이와같은 전공을 한 것은 아니다.

    그저 가다보니까 이 길로 접어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이 길이 나의 최고의 길이라 생각한다.

    나중에 기관사가 되겠다는 꼬마 녀석의 꿈과 나는 너무나 상반적인 길이다.

    그 꼬마가 나중에 기관사가 되어 차 안에 수많은 사람, 장관에서 농부에 이르기까지 잔뜩 태우고 여기저기 실어 날라 주는 그 보람과 내가 지금 사람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약을 만드는 것에 대한 보람과 어느 것이 더 큰지는 나도 모른다.

    나름대로 보람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사람은 하나의 그릇을 차고 다닌다.

    그 그릇에는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채워야 한다.

    그 그릇이 넘치면 그 사람은 제 분수를 모르고 뛰어 오른다 하고 모자라면 저 사람은 어딘가 덜 새인 사람이라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한다.

    모든 인간은 다 똑같다.

    어릴 적 꿈은 다를지라도 성장하여 어른이 되었을 때 세상사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대동소이한 것이 아닐까.

    누구든 자기 분수에 맞게 산다면 그 사람은 제 갈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바퀴 구르는 소리가 세차게 들린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기차 바퀴와 같은 사회다.

     바퀴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그 차는 어떤 곳도 갈 수가 없다.

    만약 우리가 지금 전부 옷을 입지 않고 지낸다면 옷을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이 필요 없어질 것이고, 신발을 신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신을 만들고, 파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병들지 않는다면 약을 만들고 파는 사람도 없어질 것이다.

    결굴 우리는 남에 의해서 또 남을 위해서 살고 잇는 것이 된다.

    단지 보람은 어떤 직업이 더 느끼고 다른 사람이 볼 때 이 직업은 어떤가 하는 선입관 때문에 위는 직업에 대한 의식이 바뀌었는지 모른다,

    꼬마는 창밖을 내다보고 손을 흔

    들고 차창 밖 논두렁에 앉아 놀던 꼬마가 손을 흔들어 답하고 있다.

    꼬마들끼리의 대화인 모양이다.

    아무리 어리다 하더라도 허황된 꿈보다는 실현 가능한 꿈을 가진 꼬마가 귀엽기만 하다.

    요즈음 애들은 전부 저럴까 싶다.

    나와는 달리 아주 소박한 꿈을 가진 꼬마를 안아 주고 싶다.

    온톤 파랗게 물든 들판을 기차는 가로질러 가고 있다. 마치 거친 파도를 헤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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