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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농사 그만 지어야지 !가족이야기/어머니와 아버지 2011. 11. 30. 11:33
며칠 전 밭에 있는 파를 뽑는 것을 마지막으로 올해 농사를 전부 마쳤다.
" 내년에는 이 밭도 남 주어야겠다. 밭 옆에 있는 오서방한테 이 밭을 주어야 겠다. 그리고 오씨네 집 앞에 가로등 불을 밤이 새도록 켜 놓는 바람에 농사도 되지도 않고..... 불 좀 끄라고 하면 말도 어째 그렇게 안 듣는지 "
농사가 잘 안되는 것도 불을 밤이 새도록 켜 놓은 탓이다.
식물도 밤에는 자야 하는데 자지를 못해서 곡식이 여물지 못한단다.
어머니는 그동안 아픈 다리를 끌면서 유모차에 매달려 이 밭을 왕래했었다.
2 ~ 3 년 전부터 다리가 아프다고 하셨는데...
대부분 진통제가 거의 다 그렇지만 약을 먹으면 몸 전체가 붓는다.
그래서 사실 약을 드리기도 겁이 난다.
얼마전에는 경로당 할머니한테 샀다고 하면서 스테로이드 호르몬 주사약을 만원을 주고 샀다면서 이 것 주사 맞아도 되느냐고 묻는다.
될 수 있으면 맞지 말라고 했더니 그래도 혹시나 했던지 어느 전직 간호사한테 부탁하여 주사를 맞았단다.
주사를 맞고 난 후에 그래도 걸을 수 있다고 좋아한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살아 있는 동안 아프지나 않으면 되지....
젊은 사람도 아니고 노인네가 일년에 한두번 정도 맞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나,,,,,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산다구
그런데 10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얼굴이 또 부어 있다.
" 약 드셨냐 " 고 물으니 다리가 아파서 먹었다고 한다.
체질상 어떤 진통제를 먹어도 붓는 체질인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스테로이드를 몇 년씩 먹는데도 전혀 차이를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알만 먹어도 그 다음 팅팅 붓는 사람이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이 귀찮은 듯 농사는 올해가 끝이라면서 조그만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비닐까지 전부 정리하여 차에 싣는다.
그 밭은 내가 중학교 2 학년 때 산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농협 정미소가 있던 자리에 우리 밭이 있었는데 그 밭 1200 평을 팔아 밭은 600 평 정도로 줄이고 논을 1200 평 되는 천수답을 돈을 더 보태서 산 것이다.
이후 천수답 논은 삼촌 논하고 바꾸었다.
평수는 삼촌 논이 300 평 정도 더 많은데 삼촌 논은 2,500 만원 치고 우리 논은 1,250 만원 치고 나머지 1,250만원은 현금으로 삼촌에게 건네기로 하고 바꾸었다.
그런데 삼촌이 등기 이전을 해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이전을 해 달라고 해도 묵묵 무답이다.
그래서 500 만원을 더 주고 등기 이전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정도 금액으로 바꾸었으면 충분히 가격을 맞추어 준 것 같은데 삼촌은 그래도 무척 아까웠던 모양이다.
아버지가 이 논을 계속 부치다가 옆 논을 부치는 젊은 놈이 논에 물 대는 것 가지고 악다구니를 퍼 붓자 그 다음해 부터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었다.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것을 유난히 싫어 하시는 아버지는 논에 올적마다 그 녀석 보는 것이 무척 싫었을 것이다.
목소리 크고 우기는 놈이 이기게 되어 있다.
지금 이 논도 5 ~ 6 년 전에 모래 채취한다고 업자에게 빌려 준 적이 있다.
나중에 다시 측량을 해서 경계를 만드는데 우리 논을 부치는 사람이 빡빡 우겨서 남의 땅을 우리 땅으로 만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분명 우리 땅은 아닌데. 목소리 큰 놈이 측량도 해 보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빼앗은 것이다.
나중에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빼앗길일인데...
그러니까 아버지와 어머니가 마련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은 이 밭이다.
이 밭도 600 평 가까이 되었었는데 도시계획에 의해 길로 나가는 바람에 현재는 190 평 정도 남아 있다.
혼자서 몇 식구 먹는 찬 거리 정도는 마련할 수 있는 정도의 땅이다.
나중에 내가 조금 더 나이들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이 밭에서 소일 삼아 시간을 보낼 수 있지는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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