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껌 한 통 살 돈도 없어서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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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껌 한 통 살 돈도 없어서
    가족이야기/어머니와 아버지 2011. 8. 24. 14:50


    오늘도 어김없이 애들은 껌 한 통에 아이스크림 2 개를 해치웠다.

    껌은 씹어서 없앤 것이 아니라 포장지째로 사그리 구겨서 쓰레기통에 집어 넣었다.

    왜 그렇게 물건 쓰는 것이 헤픈지 모르겠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외할아버지 회갑 때 회갑연을 치르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외갓집은 소백산 도솔봉 아래 깊은 산골짜기 숲 속에 그것도 하늘 아래 첫 동네에 살고 있었다.

    단양군 대강명 미노리 홍골  ..   단양팔경 중에 하나인 사인암을 지나 2 시간을 걸어가야 한다.

    지금은 버스가 다니지만 그때는 버스도 없어 걸어 다녀야만 했다.

    할아버지 댁은 단양군 적성면 금수산 꼭대기에 살고 있는지라 할아버지 댁에서 외할아버지 댁까지 가려면 6 시간 이상을 걸어 가야만 했다.

    가는 도중에 나에게 신나는 일이 있었다면 단양읍 하진에서 배를 타는 일이었다.

    배 타는 요금을 달라고 하면 " 우리 할아버지가 드린데요 " 하고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운 듯 소리를 지르고는 배에서 뽈짝거리며 내리고는 했다.

    외할아비지 회갑을 마치고 나는 어머님의 손을 잡고 3 시간을 걸어서 단양역에 도착을 했다.

    어머님은 지금은 시집을 간 동생을 업고 대합실에 도착하여 제천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합실 안에 있는 조그만 구멍가게에 많은 과자들이 놓여 있었다.

    어머니 등에 업혀 있던 동생은 그 껌을 달라고 악을 쓰고 울기 시작했다.

    대합실이 떠나가라고 우는 동생을 달래느라 어머니는 정신이 없으셨다.

    어머님은 외갓집에서 외할아버지한테 ' 차비를 좀 달래서 올 걸 "  하고 중얼거렸다.

    막무가내로 울어대는 동생을 보다 못한 젊은 아저씨가 껌 한개를 동생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동생은 울음을 그쳤고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때 동생은 2 살 나는 14 살이었으니 그때 나도 동생의 껌 소동에 많이 놀라고 당황했다.

    우리 조상들은 참으로 못 살았다.

    할아버지는 내가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손을 잡고 다니셨다.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아예 할아버지 집에서 지냈고 국민학교 다닐 때는 방학 때만 되면 할아버지는 나를 데리러 오셨다.

    그때 할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들은 이야기로는 증조 할아버지가 경상도 청도 땅에서 하도 먹을 것이 없고 ,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찾아 만주로 이사를

    가려고 올라 올라 가다가 아주 경치 좋고 산세가 좋은 산이 있기에 그 산아래 화전을 일궈서 지금 이 곳 금수산 아래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증조 할아버지 때 그 삶이 어떠 했겠는가.

    할아버지때는 사는 것이 그저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지금 우리의 삶이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나 동생의 껌 때문에 역 대합실이 떠나가도록 울어제친 것도 돈이 원수가 아니겠는가.

    그 원하는 껌 한 통 살 돈이 없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머니를 보고 그 당시 나는 커서 잘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지금 내 자식들은 어찌된 판인지 헤퍼도 너무 헤프다.

    너무 헤프다고 뭐라 할라치면 여편네는 옆에서 당신 클때하고 지금 크는 애들라고 똑같으냐고 따진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은데..... 

     

                     1989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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