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오라 나에게 평화가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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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라 나에게 평화가
    글/글쓰기 2011. 8. 6. 12:31

     

    1. 비가 내린다.

    비에 젖은 마음 속에서도

    차분히 가라 앉은 숨결의 밑바닥에도

    골고루 적시며 비가 내린다.

    이럴땐 어디론가 가고 싶다.

    잘 익은 술병을 안고 벗을 찾고 싶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술에 타 마시고 싶다.

    취하여 남의 욕도 해보고 싶다.

     

    2, 물 구슬의 봄  새벽 아득한 길

    하늘이며 들 사이에 넓은 숲

    젖은 향기 붉은 잎 위의 길

    실 그물의 바람 비추어 젖은 숲

    우린 걸어 가노라. 이러한 길을

    밤 저녁의 그늘진 우리의 꿈

    흔들리는 다리 위의 무지개 길

     

    3, 얼음 위를 겁내지 말고 가라

    앞 뒤 가리지 않는 용감한 자라도

    아직 시도하지 않는 길이 있거든

    스스로 그것을 해 보라.

    사랑하는 이여 당황하지 말라

    오직 소리가 나도 얼음은 깨지지 않는다.

    비록 깨어진다 해도 그대는 빠지지 않는다.

     

    4. 하늘에서 왔는가.

    많은 고통을 참고

    갑절이나 가련한 것을

    갑절로 소생시키는 평화여

    이 세상사에 시달리는 이 몸

    괴로움도 즐거움도 있는

    달콤한 평화여

    오라  오라 나의 가슴에

     

    5. 여명이 밝아오며 밤은 가리니

    오랫동안 나는 피로에 지쳤다.

    그후 내 소원들어

    희망이 다시

    나 있는 곳으로 날아오리니

    이 커다란 행복이

    내것이기를 바라며

    불길한 상념은

    이제부터는 아주 그치리라

    악몽은 자취를 감추리라.

     

    1979년 12 월 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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