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별이 내리는 이 밤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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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내리는 이 밤
    글/글쓰기 2011. 6. 20. 15:43

     

    고요한 이 밤에 별들은 반짝입니다.

    잠에서 깨어나 초롱초롱 빛을 품고 있읍니다.

    땅 위에는 이제 조용히 하루가 다하는 잠자리가 마련되는데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바시시 광채를 품기 시작했읍니다.

    가을밤의 별빛은 그리운 사람의 눈처럼,  가을하늘의 별을 보고 싶은 사람의 눈처럼 보드랍고 생기있고 아름답고 조용합니다.

    별이 내리는 이 밤

    별빛이 초롱초롱 빛을 뿜는 이 고요한 밤에 꿇어 앉아 조용히 기도하렵니다.

    하루가 다시 우리 곁에서 떠나가고 있읍니다.

    그렇게도 소란스럽던 거리가 조용해지기 시작했읍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봅니다.

    골목 안이 조용해졌읍니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도 안들리고 장사꾼의 외치는 소리도 안들립니다.

    모두가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서 첫잠이 들었을 시간입니다.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담장 아래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뿐입니다.

    멀리서 멀리서 가끔씩 들려오는 기차소리 뿐입니다.

    하루가  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룻동안의 활동이 차츰 멎어가고 있읍니다.

    그것은 밤이 되었다는 표시입니다.

    우리는 이 조용함 속에서 십분이고 이십분이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 조용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왜 인간은 생각하며 살아야 할까요.

    그것은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입니다.

    나 자신의 정체를 좀 더 분석해 보기도 하고 장점과 단점을 헤아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만큼 세상을 살아가는데 잘못을 범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렇게나 살지 않고 똑바로 살아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조용히 생각해야할 아주 고요한 시간입니다.

    십분이어도 좋고, 이십분이어도 좋고 명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하루의 막이 조용히 내리는 지금 명상하기에는 아마 가장 좋은 시간이 될것입니다.

    잘났다고 우쭐대는 사람,

    즐겁다고 웃음을 터트리던 사람.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의리를 버리는 사람,

    재물에 욕심이 나 애정을 짓밟는 사람,

    그러나 그 사람들의 창문에도 밤은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을 것입니다.

    이 한없이 조용하기만 한 밤의 고요로움 앞에 사람은 차별없이 공평한 휴식과 사색의 시간을 내리고 있을 뿐입니다.

    이 깊어가는 밤 앞에는 잘난 사람도 없고,재산의 많고 적음도 없읍니다.

    있다면 오직 하루가 다해가는 어쩔 수 없는 하루의 아쉬움과 인생에 주어진 한없는 시간이 또 한발자국 줄어 들었다는 엄연한 사실 뿐입니다.

    이 밤이 새고나면 내일이 오겠지만 그만큼 하루라는 소중한 시간이 우리들 인생에서 줄어 들었다는 계산도 넣어서  생각해야 할 것 입니다.

    그렇다면 이 밤은 얼마나 설움에 가득차 있는 밤이 되어야 할 것이며  밤이 주는 이 서럽고 아쉬운 시간 앞에 고개 숙여 스스로 눈물 지을 수 없다면 참말로 인생의 살아가는 맛을 모를 것입니다.

    하루에도 단 한번만이라도 조용히 인생에 대해서 눈 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사람은 그만큼 인간미가 풍부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 사람은 반드시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눈물겹도록 서러운 일이며 영원에 걸친 우주 속에서 한낱 60년, 70년도 못사는 애처로운 존재임을 알게 될 것이고 그러기 때문에 이토록 이 순간을 지나가는 생명체의 고귀성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새 나는 생각합니다.

    하루에 단 십분만이라도 눈을 감고 조용히 인생을 사색해 보는 생활을 할 때 사람의 마음과 사람과 사람을 사랑하는 애정의 힘은 우주의 힘을 능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랑을 준다는 것이 짧은 인생을 얼마나 값지게 해 줄것인가.

    조용히 깊어가는 가을 밤

    지금은 온 누리가 조용히 숨을 죽이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입니다.

    이 밤이 새면 또 다시 지축을 흔드는 땅위의 활동이 시작될 것입니다.

    당신과 나도 일어나서 또 하루를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고요하기만 한 깊은 밤 끝없이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밤입니다.

    앞으로도 하루에 단 몇분만이라도 사색하는 시간을 마련해 보아야겠읍니다.

    망망대해 바다처럼 험준한 세상을 헤치고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항로이고 보면 우리는 좀 더 스스로의 올바른 자세를  가누기 위해서도 그리고 길지 않은 인생을 좀 더 값있게 보내기 위해서도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1977 년 가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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