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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대화의 상대야 !글/약국정담 2009. 4. 15. 16:58
시골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약을 타러 오셨습니다.
약은 통풍에 먹는 약입니다.
약을 받았지만 아직 버스 올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기다리는 동안 집안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나는 아버지에게, 그리고 어머니에게, 아내에게 과연 무엇을 했는가고 말입니다.
할아버지 이야기인 즉
할머니가 허리 이하 반신불수가 된지 오해로 꼭 23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 나이가 70이니까 47살 때 일이네요.
어떤 연유로 하반신이 마비 되었는지는 물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병 수발을 했다고 합니다.
대 소변 다 받아내고, 침대에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일까지 전부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행복하답니다.
무척 힘들텐데 뭐가 그렇게 행복하냐고 물었죠,
내가 보기에는 행복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 왈 " 집에 가면 이야기 할 사람이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 하는 것도 둘이서 같이 움직이고, 같이 먹고 , 같이 떠들 때 이야기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하는데도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또 내가 해야 할일을 시간까지 빼앗기고, 내가 돈을 벌 시간까지 빼앗기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것을 어찌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할아버지의 표정이 삶에 찌들은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내가 아프던가. 남편이 아프던가 하면 신세타령하기 일쑤인데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세상은 참 묘하고, 사람들의 각자의 생각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그사이에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아파서 병 수발을 6년을 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한 것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 다 하셨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아내의 병 수발을 전부 하려면 무척 힘들었을텐데 말입니다.
아버지의 병수발이 아내의 병 수발보다 힘들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아내는 가벼워서 이리저리 돌리고 하면 되는데 아버지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그것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토록 고생을 시킨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시원했으리라 내 생각과는 달리 무척 서운했다고 합니다.
살아 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안되었지만 큰 대들보가 없어지고, 기댈데가 없어진 기분이더랍니다.
이제 나이가 들면 몸무게를 줄여한다는 것을 이 이야기를 듣고 느꼈습니다.
만약 내가 먼저 아파서 누우면 육중한 몸을 들어야 하는 아내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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