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2구간[외고개 -지리산- 성삼재] :: 제천 감초당

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구간[외고개 -지리산- 성삼재]
    우리의 아름다운 강산/백두대간 [완료] 2008. 1. 11. 09:52

     

     

     

    백두대간 종주기 2구간[외고개-중봉-천왕봉-세석산장-벽소령 -노고단-성삼재]

     

       2003. 

         8. : 14  22 : 30 집에서 출발

         8 : 15   06 : 10 외고개 도착

                        06 : 30 새재 도착

                            아침식사

                        12 : 00 하봉

                               점심식사

                        14 : 20 천왕봉

                        15 : 40 장터목산장

                        17 : 40 세석 산장

                        20 : 00 취침

         8 : 16   02 : 00 기상

                        03 : 30 출발

                        05 : 40 벽소령 휴게소

                        11 : 00 연하천 산장

                        12 : 30 뱀사골

                        14 : 00 노고단

                        15 : 00 성삼재 주차장

     

     

     1구간을 마치고 4일 밖에 지나지 않아 피로가 채 가시기 전에 또 다시 장시간의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텐트, 침낭, 2박 3일 먹을 것 챙겨 배낭에 넣으니 짐을 지고 일어서지 못하겠다.

    어디서 들었는지 아내가 옆에서 근심어린 투로 “ 등산을 오래하면 허리가 약해진대, 디스크도 많이 걸리고" 말 한다.

    정말 이 무거운 것 지고 2박 3일 20 시간 이상 산에 돌아다니면 병이 안 나는 게 이상하겠다.

    허리가 으스러질 것 같다. 어깨는 집을 나서기 전부터 내려 누르기 시작한다.

    택시를 타니 기사가 어디로 등산가세요. 이렇게 비가 오는데..

    “지리산 가요”

    “그래요, 날씨도 안 좋은데 힘들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생으로 고생하는 것 같네요”

    잘 다녀오라고 기사가 신신 당부를 하는 게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과일 한 보따리, 쌀 씻은 것 1Kg . 부식, 커피 봉지 등등 해서 또 챙겨 넣었다.

    대원사 주차장에 도착하고 외고개에 도착한 것은 6시 10분

    지난번에 외고개에서 대원사 주차장까지 너무 힘들게 내려 온터라 이번에는 조그만 봉고트럭을 예약하여 새재 밑의 마을까지는 트

    럭으로 이동하였다.

    이 마을에서 30분 정도 산행하면 새재에 도착하고 새재에서 오늘의 종주를 시작한다.

     

     

    새재

    ! 여기서부터 2구간 시작이다.

    백두대간 코스 중에서 가장 힘이 든다는 구간이다.

    630분 새 재에 도착하여 아침 식사를 하다.

    아래쪽으로 집이 몇 채 보인다.

     

    윗새재

     

    올라오기 전에 밤이 새도록 술을 퍼 마시고 음주가무를 즐기던 중년 남녀 들이 시끄럽게 놀던 마을이다.

    나뭇잎에 굴러다니는 이슬과 공중에 떠다니는 안개가 온 몸을 더 무겁게 만들고 있다.

    밤새도록 달려온 버스에서 불편하게 밤을 지세서인지 더욱 더 피곤하다.

    몸을 조금 움직여서 땀을 흘려야 나을 것 같다.

    쪼그리고 앉아 아침 식사를 하니 밥맛이 있을 리 없다.

    아침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하고 짐을 짊어지고 한발을 떼었다.

    벌목을 한지 얼마 안 되었는지 주변에 금방 심어 놓은 듯한 나무들 만 보인다.

     

    쑥밭재

     

    쑥밭재에서 바라 본 중봉


    1258봉 올라가는 길이 엄청 가파르다.

    어깨에 짊어진 배낭 무게에 짓눌려 몸은 점점 쪼그라든다.

    이 봉우리를 죽으라고 올라가서 또 다시 밑으로 쳐 박히면 어쩌나 했더니 다행히 그냥 빠지는데 대신 아주 길이 나쁘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길이 아니라서 그런지 숲을 헤치고 나가야 한다.

    산죽 사이로 헤치는데 밑은 보이지 않지 3미터 만 앞 사람과 차이가 나도 앞사람이 어디에 가는 지 전혀 종을 잡을 수 없다.

    길은 미끄럽고 길가의 작은 나무는 배낭을 잡고 놓지를 않는다.

    1시간 30분 정도 가니 길옆에 덩치 큰 바위가 나오는데 앞산이 가려 전망이 좋지는 않다.

     

    독바위에서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갔는지 바위가 반들반들하다.

    그 바위를 돌아 왼쪽으로 돌아서면 바로 독 바위라는 안내판이 종이에 씌어 있고 비닐로 싸 싸서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도 않고 지리산 등산로와는 거리가 멀어 공원 공단에서 해 놓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 지나가다가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이 독 바위는 머리가 홀랑 벗어져서 독 바위라 불린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독 바위를 지나면서 산죽 숲을 지나는데 정말 미칠 지경이다..

    발밑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 뱀을 밟는지 진흙 구덩이인지 모르고 대충 밟아야지.

    위로는 산죽 잎이 눈과 얼굴을 때리지 앞에 가는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지, 따라가자니 숨이 턱에 닿지 죽을 맛이다..

    내 속도에 맞추어 걷다보니 길이 두 갈래가 된다. 소리를 질렀다.

    다행히 바로 앞에서 소리가 난다.

    바로 앞에 가는데도 워낙 숲이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을 벗어나 조금 가면 약간의 언덕이 나오고 그 자리 누웠다.

    배낭은 무거워 나의 모든 기운을 빼앗아 갔는데 길옆의 모든 잡것들은 왜 나를 가지 못하게 잡아 당기는 지 너무 힘이 들었다.

    슈퍼에서 사 온 잣죽을 한개 떠서 먹으니 수분도 보충하고 곡기가 들어가니 조금 살 것 같다.

    지도를 보니 지금 내가 지나 온 이 곳이 쑥밭재인가.

    역시 이름답구먼

    지나는 길에 더덕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것을 보니 어딘가 더덕이 있는가보다.

    주변에 둥글레와 취나물이 많이 보인다.

    여기서 계속 오르다 보면 4거리가 나오는데 직진하면 함양 가는 길이라 씌어 있고 오른쪽 길은 입산금지 이며 들어가면 벌금 50

    원에 처한다고 씌어 있다.

    그러니 여기서 죄측으로 90도 꺾어서 진행하라.

    길 햇 갈리기 꼭 알맞은 자리이다.

     

     

    두류봉

     

     

     

    두류봉

     

     

    두류봉에서 바라 본 천왕봉

     

    12: 00 하봉

    앞으로 계속 올라가다 보면 봉우리가 하나 나오는데 여기가 하봉인가 싶어 아래쪽 마을을 구경하고 위쪽으로 구름이 떠가는 것을

    보니 이 곳이 신선이 놀다 간 자리가 아닌가 싶다.

    산이 워낙 크다보니 산만 보이고 들과 마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봉에서

     

    하봉에서

     

    저 건너 편 작은 산은 어딘지 모르나 사태가 나서 서너군데 쓸려 나가 벌겋게 남아 있는데 아주 보기 싫다.

    그 밑에 작은 동네가 보이는데 그 동네는 피해가 없는 가보다.

    빨리 자연 복원이 안 된다면 인력으로라도 복원을 했으면 좋겠다.

    이곳이 하봉인 줄 알았더니 안개가 걷히자 위쪽 봉우리에 한패가 또 있는 것을 보니 저 곳이 더 높고 저 곳이 하봉이렸다.

    이 봉우리에서 하봉으로 갈려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내려가는 길이 다치기 꼭 알맞을 정도로 험하다.

    줄이 어깨 넓이 정도로 두 줄이 매여져 있는데 이 길을 지나보면 왜 두 줄이 매여져 있는지 이해 할 것이다.

    여기를 지나 하봉 바로 밑에 가면 길이 양 갈래로 갈라지는데 왼쪽 길로 가라.

    잘못하면 왼쪽길을 못보고 그냥 지나쳐 내리막길로 가는 수가 있다.

    하 봉을 지나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길을 재미없게 걷다 보면 헬기장이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50M 쯤 내려가면 샘터가 있다,

    샘터 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치밭목 산장이 나오고 계속 내려가면 대원사 계곡이 나온다.

    무제치기 폭포도 이 쪽 길로 가면 된다.

     

    13 :20 중봉

    여기서 점심을 먹으면서 중봉을 바라보니 암릉을 스쳐 가는 구름이 평화로워 보인다.

    중봉이 저렇게 바위 산 인데 저 위로 올라가려면 힘들 것 같다,

    점심 식사 후 중봉을 향해 가니 다행히도 바위 뒤로 올라간다.

    그런데 바위 뒤쪽으로 길이 나 있는데 이 길도 만만한 길은 아니다.

    급한 경사와 무거운 짐에 코는 땅에 닿을 것 같고 숨은 헐떡거려야 하니 전부 집어 던지고 몸만 가면 편하련만 잘 때 고생 할 생각을 하니 잠시 힘들더라도 가지고 가야 하겠지

    중봉에 올라 섰을 때는 있는 기운 전부 다 빠져 버렸다.

     

    중봉에서 본 천왕봉

     

    거기다 밧줄 울타리가 앞을 가로 막는다.

    무거운 짐을 지고 엎드려 간신히 빠져 나오니 :등산로 아님이라는 표지판을 크게 걸어 놓았다.

    그럼 우리가 등산로가 아닌데로 왔단 말인가.

    그러니 이렇게 힘들지, 아주 죽는 줄 알았다.

    바로 앞에 천왕봉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서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바위 꼭대기 올라가서 소리 지르는 어느 광고의 모습 같다.

    여기서 보는 천왕봉이 아주 웅장해 보인다.

    햇빛을 뒤로 하고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어찌 보면 인간의 모습이 대자연 앞에 너무 나약해 보이기도 한다.

     

    15 :40 천왕봉

    중봉에서 천왕봉을 가려면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쉬운 길이 아니다.

    기운이 쭈욱 빠진 상태에서 내려가는 길이 얼마나 힘이 들던지 다른 사람이 쉬어가자고 해도 너무 처 질 것 같아서 천천히 가자 는 심정

    으로 한발 한발 내려 섰다.

    다리가 천근이나 무겁고 내일도 또 걸어야 할 생각을 하니 어쩌나 싶다.

    중봉을 내려 오니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천왕봉을 오르면서 저 멀리 올라 왔던 하봉이 보인다. 꽤나 멀리 보인다.

    산이 험해서 인가 왠 철사다리는 자주 보이는지 한발씩 뗄 때마다 쇳소리가 묵직하게 울린다.

    정상에서 외치는 야 호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그래도 올라가는 게 내려가는 것보다 힘이 덜 드는 것 같다.

    천왕봉 정상에 올라서니 온통 바위뿐이다

     

     

     

     

     

     

     

     

     

     

     

    천왕봉에서 본 노고단 방향

     

     천왕봉에서 본 노고단 방향

     

     

     

     

     

    중산리, 대원사, 노고단 가는 표지판에 보이길래 정상인 줄 알았더니 정상은 저 위란다.

    여기서 중산리 쪽은 4시간이면 간단다,

    백두대간만 아니라면 이 코스를 택하면 딱 좋겠다.

    정상 표지판에서 사진 한 장을 찍으려니 너도 나도 찍어 달라고 난리다.

    필름도 몇 판 없는데 요구하는 사람은 많고 카메라는 무겁고 정상이 좋기는 좋은 모양인데 무슨 사람들이 어디에서 올라 왔기에 이

    렇게 많단 말인가.

    대원사 쪽에서 올라 올 때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산 정상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조그만 꼬마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많

    아 정상 표지판에서 사진 찍는 것은 힘없는 사람은 얼굴도 못 내밀겠다.

    하긴 저 사람들은 정상적인 등상로로 올라 온 사람들이고 나는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올라 왔으니 내가 비정상이지.....

    노인 한분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보고 누가 되게 나무란다.

    벌금 50만원입니다. 벌금 50만원하고 얼마나 핀잔을 주는지 내가 미안 할 정도이다.

    밑쪽을 보니 편편한 공터가 있어 내려가 누우니 하늘의 구름이 잡힐듯하고 그 속도는 비행기 속도 보다 더 빠르지 싶다.

    마냥 이렇게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싶다.

    그러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선탠을 한 셈이 되겠지.

    바위에는 어떤 작자들이 자기 이름을 새겨 놓았는데 서가란 놈들 이름이 9개나 보이고 조가란 놈이 1, 김가란 놈도 1개 보인다.

    특히 서가란 놈들 여기까지 와서 저렇게 떼거리로 이름을 많이 새겨 놓을 필요까지 있었을까

    육지에서 가장 높은 산 [ 1915 M] 까지 와서 저런 짓거리를 하다니.

     

    14 : 50 제석봉

    천왕봉을 출발하여 조금 내려오니 통천문이 나온다

     하늘을 오르는 마지막 문이라는데 이것은 거꾸로 내려오니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가는 첫 문이 되어 버렸다.

    문이 없는데 통천문이라 하여 문 찾다가 발을 잘못 디뎌 뻑 소리가 났다.

    왼쪽 종아리를 못 움직이겠다.

    근육이 파열 된 것 같다.

    제석봉에 도착하니 고사목 군락이 아주 풍광이 뛰어 나다.

    들어가지 말라고 울타리를 처 놓았건 만 다른 사람들이 아주 멋진 장소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길래 나도 들어가 찍었다.

    그 고사목은 아예 사진 찍으라고 나무를 포개 놓은 것 같았다.

    어떤 도벌꾼이 불을 싸 질러서 이렇게 되었다는 데 오히려 고산지대 정취를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면 억측일까.

     

     

     

     제석봉

     

    15 : 40 장터목산장

    장터목산장에 도착하니 4시도 안 되었는데 벌써 잠자리 펴는 놈도 있고, 햇볕은 따갑고 야외 식탁에는 컵라면 먹느라고 바쁘다.

    맥주 한잔 했으면 좋을 것 같아 맥주 주세요 했더니 떨어지고 없단다.

    실밍에 실망을 하고 물 한 컵 마시고 일어서 연하봉을 향했다.

    진짜 걷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다리는 떨어지지 않지, 짐은 무겁지 한발 짝 옮기기 힘들다.

    아픈 다리를 끌고 걷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옮겨 놓는 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장터목에서 바라 본 천왕봉

     

    17 : 10 촛대봉

     

    촛대봉에 올라 보니 온통 바위로 치장을 해 놓았다.

    모든 것을 바위로 깔라 놓았다.

    아래쪽을 보니 세석 산장이 보인다.

    반갑다. 지독히도 반갑다. 이제 저기만 내려가면 오늘은 쉴 수 있겠구나.

    내려가는 길이 무척 멀다.

    바위를 중간에 깔고 나무로 틀을 짜고 해서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걷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진짜 힘들다. 왼쪽 종아리가 너무 아프다.

    여기도 주변은 통나무로 목장처럼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자연 학습 체험장이라고 해 놓았다.

    자연 학습 체험장이면 아이들이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관찰도 하고 해야지, 학습장이 지나가면서 보라면, 보이는 것만 보라면 무슨

    자세한 관찰을 할 수 있을 까.

    세석평전은 남쪽 사면에 위치하여 아주 경치가 좋고 따스하다는 기분이 든다.

     

    17 : 40 세석산장

    산장에 도착하니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않을 자리도 없다.

    아직도 촛대봉으로 올라가는 사람 들이 많은 것을 보니 저들은 이 시간에 어디로 가는 걸까

    6시가 다 되어 간다.

    그냥 잤으면 좋겠다. 저녁이고 뭐고 다 귀찮다.

    저녁 하늘에 별이 총총하고 그 앞을 구름이 지나가는 유유히 흐르고 있다.

     

     

     

    어떤 새 색시가 소주사세요, 소주 사세요.” 하길래 저 아가씨 그 무거운 소주를 어떻게 가져 왔길래 여기서 팔려고 하나. 대체 얼마에

    팔려나 했더니. 가까이 다가와서 외치는 소리를 들어 보니

    소주 파세요, 소주 파세요 한다.

    우리가 소주를 안 가져 와서 저기 남자들이 구해 오래요. 한다.

    빌어 먹을 자식! 없으면 안 먹고 말일이지 꼭 지 마누라 시켜 저 짓을 해야 하나 싶다.

    저 여편네도 평생 고생하며 살 것이고, 소주 사오라고 시킨 놈도 처자식 평생 고생시킬게 뻔하다.

    저녁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돼지고기 찌개를 끓이는 솜씨가 아주 좋다.

    나증에 물을 더 붓고 거기에 라면을 끓이니 아주 만점이다.

    저녁을 먹자마자 1인용 텐트를 치고 그 안에 4계절용 침낭을 깔고 누우니 엄청 따뜻하다.

    그 밑에 깔판까지 얻어 깔았으니 축축한 것 없고, 단지 산바람이 아주 거세다.

    바람이 텐트를 흔드는 소리가 얼마나 시끄럽든지 그 바람소리에 자주 잠이 깼다.

    불이 없으니 8시부터 잠을 자기 시작하여 11시에 눈을 한번 뜨고는 2시에 깨울 때까지 아주 깊이 잤다.

    2시에 기상하는데도 몸이 아주 개운했다.

    6시간을 잤으니까 집에서와 같이 똑 같은 시간을 잤다.

    정신없이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북어 국이라고 인스턴트 식품으로 국을 끓이고 여기에 라면을 넣으니 아주 제 맛이다.

    다리를 움직여 보니 그래도 움직일 만 하다.

     

    8 . 16 03 : 30 출발

    새벽에 간단히 요기를 하고 3 : 30분에 출발하다.

    어디 쯤 갔는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헤드랜턴에 의지해서 밑만 보고 걸으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 도 없고 이 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지 길을 비껴가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야만 안심이 된다.

    깜깜한 밤에 상대방의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이 방법만이 나를 보호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 같다.

    지리산은 낮이나 밤이나 깨어 있었다.

    밤에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저 멀리 도시인 듯한데 불빛이 아주 밝게 빛나고 있다.

    군데 군데 보이는 불빛을 보면 각자의 마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도무지 어느 도시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겠다.

    여기 물이 기가 막히게 맛이 있습니다. 저기 가서 마시고 가세요

    하는 소리에 주위를 휘둘러 보니 상당히 많은 사람이 누워 자고 있다. 공터가 상당히 넓다.

    여기가 선비샘이란다.

    누가 세우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이후 벽소령까지 가는 길은 길이 아주 좋다.

    길이 내려 앉았는지 시멘트 콘크리트 옹벽도 보이는 것을 보면 걷기는 편하나 돌이 없어 길을 관리하기는 힘이 많이 드나보다.

     

    5 : 40 벽소령산장

    5 : 40 분에 벽소령휴게소에 도착하다.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른다.

    공기가 차다

     몸이 선뜻선뜻하여 잠바를 꺼내 입다.

    대피소 앞에 빨간 우체통이 이채롭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일주일에 한번 배달한다고 씌어 있다.

    지금 우편엽서를 사서 부치면 집에 가서도 일주일 뒤에나 받아 보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화장실 내려가는 길목에 빨치산 토벌도가 그려져 있다.

    이 현상이 진을 치고 있었다는 자리도 표시 되어 있는 게 특이하다.

    지리산 토벌대가 빨치산을 이 계곡에 몰아넣고 모조리 죽였다는 곳이란 말인가.

    이 대성리 골짜기에는 아직도 그 당시 사람들의 뼈 조각이 발견 된다고 한다.

    이데올로기 싸움에 희생 된 사람들

    빨치산이 될 자격도 순진하기도 하지

    첫째 , 총에 맞아 죽을 각오

    둘째, 굶어 죽을 각오

    셋째 얼어 죽을 각오

    세 가지 다 죽을 각오 만 되어 있는 것을 보니 답답하기만 하다.

    나 같으면 어떻게 하면 살아 나갈 수 있을 까 연구를 했을텐데

    내가 즐겨 읽었던 태백산맥의 장면들이 떠 오른다.

     

     

     

    벽소령

     

    지금부터 30 년전 대학 초년 시절에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같이 하숙하던 친구 녀석과 누워서 빈둥거리다 산에나 가자 의기투

    합해서 이 계곡을 올라 온 적이 있다.

    하동 쌍계사에서 출발해서 올라 왔다가 천왕봉까지 뛰어 갔다 온 기억이 난다.

    그 때 하도 고생을 해서 지리산에는 다시 안 온다고 맹세를 했었는데 지금 그 자리에 또 다시 서 있다.

    그 당시 부부 동반인지 몇 쌍이 와서 아침에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데 먹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곳곳에 널브러져 자고 있는 젊은 학생들이 부럽다. 아무 곳에나 비닐 한 장 깔고 그냥 잠 들 수 있다는 게 젊지 않으면 불가능 할게다.

    예전에 내가 대학시절에 왔을 때는 산장은 텅텅 비어 있었는데 지금은 틈이 없다.

    하루 종일 달려 온 차는 하동 쌍계사까지 와서 거기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어느 산 밑 논두렁에 텐트를 치고 자고 일어나니 건

    편 논두렁에 벌을 키우는 아저씨가 있었다.

    일단 아침은 해 먹고 그 아저씨한테 짐을 싸 들고 가서

    아저씨 이 짐 좀 잠깐 봐 주세요.” 하고 짐을 맡기도 빈 몸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이다. 아침 이슬 맞으면 시작한 길이 해가 질 무렵에 산장에 도착했다.

    금방 올라 갔다가 내려 올 줄 알았더니만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산장에 도착했을때는 굶주림에 지쳐 있었다.

    지금처럼 예쁜 산장은 아니고 돌로 지은 산장이고 군대 식으로 이층으로 나무로 잠자리를 만들어 놓았었다.

    배가 고파 살 수 있어야지. 라면 두개를 얻어 버너까지 빌려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허기는 간신히 면 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몇 쌍의 내외가 고기를 구워 먹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

    또 다시 라면을 얻어먹고 천왕봉까지 뛰어 갔다 왔다.

    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낭은 놔 두고 빈 털털이로 올라와서 라면 구걸 해 먹고 지리산을 구경했다.

    그 때 진짜 고생 엄청 많이 했다.

    그래도 그 당시 어린 시절이 그립다. 지금 산장에 비닐을 깔고 누워 있는 젊은 애들이 부럽다.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아침 식사 준비하는 팀에, 아직 자고 있는 팀에. 화장실 줄은 엄청나게 길고, 빵 한 조각에 잼을 발라 먹고 있는

    어린애가 앙증 맞다.

    1시간여를 지체하다 650분에 다시 노고단 쪽으로 출발하다

     

    07 : 00 형제봉.

    형제봉 밑에 도착하니 전망이 좋은 5명 정도 앉아 식사하기 좋을 만한 장소가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하고 몇 발자국 옮기니 경사진 바위

    가 넓게 퍼져 있어 50명은 충분히 쉴만하다.

    조금 전에 쉬던 장소에서 바위를 쳐다 볼 때도 바위 두개가 나란히 마주 보고 있더니. 이 자리에서 보니 올라가도록 밧줄까지 매어 놓

    았다.

    올라가는 길이나 내려가는 길 어디에서 보아도 둘이 마주 보고 있는 형태의 바위다.

    올라서 보니 바로 밑에 구름사이로 벽소령 산장이 언뜻언뜻 보인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한다. 조금 오고 말아야 하는데 걱정이 슬슬 된다.

    걸음을 조금 빨리 했다. 빗방울이 제법 많이 떨어진다.

    각시 원추리 꽃이 여기서도 많이 보인다. 동자 꽃도 보인다.

     

     

     

     

     

    11 :: 00 연하천산장

    연하천 산장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뱀사골까지 2시간이면 가니까 거기 가서 점심을 먹자는데 거기까지는 허기져서 못 갈 것 같아 라면을 사 먹기로 했다.

    산장 매점 창문을 삐끔 들여다보니 젊은 놈 하나가 무지 바쁘다.

    컵라면 물 부어 주죠”, 물었더니 해 줄 수 있단다.

    그때부터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진작부터 물을 끓여 놓고 기다릴 일이지 이제 물을 끓여서 언제 먹으라구.

    비 오는데 비를 맞아가며 컵라면을 먹고 가려던 애들한테 물을 끓이던 사람이 소리를 지른다.

    ! 이것 안 치워, 어질러 놓고 가면 누가 치우라구 그냥 가 응하고 쥐어 박을 듯 소리를 지르니 애들이 주섬주섬 봉지에 담아 가지

    고 간다.

    아마 컵라면을 가지고 왔는가보다.

    여기서 사먹지 .... 돈이 궁했겠지

    비에 흠뻑 젖은 옷을 입고 산장 숙소를 들어가니 아래 위 층 다 합해서 10여 명은 잘 수 있을 것 같다.

    숙소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난리다.

    그러나 컵라면을 어디서 샀는가.

    여기서 샀으니 여기서 좀 편하게 먹읍시다.

    비 맞으며 먹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소.

    일하는 젊은이는 아무 소리 않는다.

    아마 먹을 때 음식 흘리면 청소하기 나쁘고 냄새가 나니까 그런 모양이다.

    라면에 소주 한잔,

    컵라면 12500원이고 소주는 100mm짜리가 3000원이다. 꼭 양주병처럼 생겼다.

    술 잘 먹는 사람은 한 입에 톡 털어 넣어도 양이 안 찬다.

    아까 그 젊은 놈 한테 구급약 있냐고 누가 물어 본다.

    머리를 나무에 부대서 깨어 졌다나.

    피가 상당히 많이 난다.

    비는 오는데 치료를 잘 해야 할 텐데 객지 나와서 고생이다.

    라면을 먹은 후 명신봉 올라가는 계단이 경사는 별로 없어도 엄청 길다.

    앞에 가는 젊은 남녀가 좌측으로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내려오는 사람과 내가 매번 정면으로 마주치는 것이다.

    슬그머니 부화가 치밀었다.

    한두 번 비켜 주다가 결국 애기를 데리고 내려오는 새댁에게 우측 통행하세요, 했더니 여기서는 그러는 겁니까 하면서 웃으며 비껴

    준다.

    이 소리를 들었는지 앞에 가는 젊은 남녀가 먼저 가시라고 길을 비껴 준다.

    토끼봉을 올라 보니 별것도 없고 조금 내려가니 울타리를 쳐 놓고 쉴 곳을 만들어 놓았다.

    길 양 옆으로도 목장 울타리를 해 놓았다.

    그 안에서 식사를 하는 한 쌍의 남녀가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한쌍의 새가 비를 흠뻑 맞고 서로 먹이를 쪼아 먹는 모습이다.

    화개재에 도착했다..

    나무로 아주 멋지게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뱀사골계곡과 화개면으로 가는 고개란다.

    자연 회복지역이라 조금이라도 훼손이 될까봐 쉼터도 인간의 발자국이 땅에 닿지 않도록 나무 다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돈이 많이 들

    어 갔을 것 같다.

    여기가 뱀사골계곡이구먼 , 그 유명한 뱀사골 계곡 ,, 그리워라,

     

    13 : 00 삼도봉

    여기서 삼도봉 오르는 길은 아주 끝이 없는 나무계단이다.

    진짜 숨이 턱에 닿는다.

    전북, 경남, 전남 3개군의 만나는 지점을 삼각뿔 모양의 동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끝 봉우리는 누가 앉아서 인지, 만져서인지 반들반들

    윤이 난다.

    일명 랄라리봉이라 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여기서 지리산의 제 2봉인 반야봉 가는 길이 나오는데 왕복 2시간이 걸린다기에 갔다 오는 것을 포기하고 바라보면 보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빗속 운무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바라보면 두 봉우리가 펑퍼짐한 여자 엉덩이 같다는데 보이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 반야봉은 백두대간에서 약간 비껴 있기 때문에 따로 가야 한다.

    지리산에서 가장 물맛이 좋다는 임걸령에 도착했으나 비는 억수로 퍼붓지 샘이 어디 있는지 찾기도 귀찮아 그냥 통과했다.

    여기서 친구 동생[지동일이 동생 지동학}을 만났는데 보니 꼭 물에 빠진 생쥐다.

    저 자식이 나를 쳐다 봐도 그렇겠지 하면서 피식 웃었다.

    산장에 가면 잘 수 있어요하는데 배낭 보따리를 보니 조그맣다.

    잠자리 준비를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고생 좀 하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돼지 평전에 도착했다.

    조그만 팻말이 길가 나무에 붙어 있다.

    멧돼지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나.

    말 그대로 평전이다.

    어디로 가는 길인지 휴식년제라 못 간다고 팻말을 박아 놓았다.

    이제는 노고단까지만 가면 된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니 조급증이 난다.

    걸음이 빨라진다.

    삼도봉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편한 것 같더니 노고단 가까이 오니까 또 돌들이 길에 깔려 있다

     119 구조대 팻말을 세며 걸어 본다.

    팻말 사이의 거리는 1km마다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

     

    14 : 40 노고단

    노고단에 도착하니 왼쪽 진짜 노고단은 쇠 철문으로 닫아 놓고 예약자만 받음이라고 팻말을 붙여 놓고 막아 놓았다

      가짜 노고단만 오른 쪽으로 보이는데 거기라도 올라서 사진 찍느라 몇 사람이 보인다.

    노고단 정상은 올라 가지도 못하지만 구름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이 노고단에서 성삼재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완전히 돌을 깨서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얼마나 지루하던지

    비는 폭우로 쏟아지지 길은 걷기 편하지 않지 죽을 것 같다..

    차라리 옛길을 그냥 놔두지, 왜 걷기 힘들게 돌로 만들어 놓았는지 진짜 질리겠다.

    그리고 주차장서 노고단 매표소까지 걸어서 1시간씩이나 걸으면 시작도 하기 전에 기운 다 빠지겠다.

     

     

     

    15 : 00 성삼재주차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억수로 쏟아지는 빗속을 걸어서 휴게소에 들어서니 오들오들 떨리는 게 몸을 어디 둘 곳이 없다.

    우리 뒤에 온 사람들이 나 보다 먼저 와 있는 게 보였다.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니 내려오는 오솔길이 따로 있단다.

    이런 환장할 노릇이 있는가

    다음에 가실 분 들 오솔길을 찾으시라

    정각 3시에 주차장에 도착 했다.

    장장 23시간 30분동안의 걸음걸이였다.

    버스가 성삼재를 출발하여 뱀사골 빠지는데 버스로 꼭 40분 걸린다.

    정말 지독하게 긴 계곡이다.

    계곡이 그리 크다던가, 깊지는 않은 것 같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1030분 이다.

    48시간의 이틀간의 긴 여행이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