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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구간[아랫바람재 -웅석봉- 새재]우리의 아름다운 강산/백두대간 [완료] 2008. 1. 11. 09:27
백두대간 종주기[1구간, 아랫바람재-웅석봉-밤머리재-새재-대원사주차장]
2003, 8월 9일 22 : 30 제천 출발
8월 10일 03 : 45 산청도착
04 : 30 야밤에 등반 시작
05 : 30 시산제 지냄
아침 식사
06: 25 출발
09 : 00 웅석봉
11 : 45 밤머리재
12 : 30 잡목봉
점심식사
13 : 05 출발
15 : 00 동왕등재
16 : 40 왕등재 도착
17 : 10 외산리{외딴집 }
17 : 45 삼거리 도착
18 : 25 대원사도착
18 : 50 대원사 주차장 도착
21 시 30 분 약국 문을 닫고 오늘 밤부터 시작하는 백두대간 종주를 하기 위해서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 했다.
우선 잠부터 자야 하겠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처음 시작이라 그런지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아무런 준비 없이 대드는 것이 너무 무모한 것은 아닌가 싶고, 앞으로 종주를 하는 동안
시간을 어떻게 쪼개야 할지, 내가 과연 해 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 조차 하다.
어떤 순간에는 중간에 그만 두느니 아예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이 좋지 않을 까하는 생각도 끊임없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 시간 아무런 감정도 없이 짐을 챙기고 있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내가 꼭 해야만 한다는 희망과 목표가 교차 한다.
새벽 4시쯤 도착할 것이니 헤드랜턴도 챙겨야 할 것 같고, 내일은 비가 오지 않는다니 우의는 빼고 잣죽 2개, 캔 장조림 2개. 한 되들이
얼음물 2개, 2끼 분 식사. 카메라, 깔판, 구급약을 챙겼다.
얼음물은 1주일 전부터 냉동실에 넣어 둔 것 이었다.
배낭을 짊어지니 묵직하다. 배낭은 작은데 무거운 것을 보니 물이 많이 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배낭을 맨 채 잠간 서 있는데도 벌써 목이 뻣뻣해진다.
깜깜한 야밤에 등산 배낭을 메고 나서는 것이 이상한지 지나는 사람마다 힐끗힐끗 쳐다본다.
나 자신이 느끼는 쑥스러움도 있을 것이다.
모두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오른다. 지난 한 달 연습산행 하느라 조금씩 안면이 있고 대부분이 설레임 속에 오늘 하루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이제 장도에 올랐으니 무슨 수를 쓰든지 끝까지 가는 일만 남았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어가니 인삼 랜드라는 간판이 보인다.
인삼이면 금산인데 이 차는 서해안 쪽으로 왔다는 말인가.
새벽이라서 그런지 휴게소는 전부 문을 닫고 화장실만 열어 놓고 통행객들을 배려하고 있는 모양이다.
백두대간 출정식
아직은 어두운 밤인가 봐
산청에 도착하니 버스안의 시계는 3시 45분을 가르키고 있다.
어두운 밤이라 인적은 드물고 여기가 어딘지 누구에게 물어 볼 수도 없다.
콘크리트 포장길은 아직 공사 중이고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게 길을 막아 놓았다.
어두운 길을 따라 보니 성당 비슷한 것도 보이고 양계장이 있는지 닭똥 냄새도 진동을 한다.
바로 옆은 시냇물이 흐르는 것 같고 조금 먼 곳은 이 시간에도 차들이 요란스럽게 소리를 내며 신나게 제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길을 찾지만 어둠 속에서 산속 길의 시작점을 찾는 것은 항상 어렵다. .
요즈음 숲 속은 큰 나무들이 많아서 밑에 잡목은 별로 없는데 워낙 인적이 드문 탓인지 나무 .밑에 가시가 많은 딸기나무나. 고양이 풀
같은 잡풀이 많아 진행을 막는다.
반 소매를 입었더니 사방을 찌른다.
온 몸의 감각을 총 동원하여 산을 오르면서 길을 찾는다.
기가 찰 노릇이다.
길도 없는 숲 속을 길을 만들면서 가다니 이럴 때 뒤에서 따라가자니 미아 될까봐 겁이 나고, 앞을 가자니 온 몸이 따끔거린다.
한마디로 계륵이다.
어둠이 약간 가시면서 산판길이 나오고 가시덤불을 벗어나면서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쉰다.조금 걸어 올라가니 산판 길은 끝나고 10평
정도 되는 공터가 나타나고 그 위에는 다시 오솔길이다.
공터에서 아직 아침 해가 뜨지도 않은 어두컴컴한 시간에 백두대간 완주를 위한 시산제를 지내다.
무사히 백두대간을 완수하게 해 달라고,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백두대간을 완주하게 해 달라고 두 손 모아 간절히 엎드려 비오니 산신
령님께서 이 몸을 어여삐 보살펴 주시옵소서.
시산제 후 아침 식사가 식욕이 없지만 오늘의 종주를 위해서 억지로 우겨 넣는다.
6시 25분 아직 숲속은 어둑어둑한데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힘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백두개간 종주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몇 발자국 올라가지 않아서 길이 또 없어졌다.
빌어먹을 길을 만들면서 어디까지 가야 하나. 일부 몇 사람이 벌써 쳐지는 듯한 기색이 보인다.
어두운 밤에 시산제를..
여기는 누구의 성지일까
갑자기 넓은 산길이 나타나자 예수 누구의 발을 씻겨 주다. 라는 비석이 나타나면서 . 길이 나타나니 이것이야말로 구세주가 아닐까.
조금 올라가니 예수에 관련된 비석이 또 나타났다.
올라가는 중간 중간에 상당히 많은 수의 비석이 보인다.
아마 이조시대 말에 천주교의 박해가 심할 때 이 산에 와서 신자들이 숨어서 포교활동을 한 모양인데 그를 기념하여 여기에 교회에서
비석과 십자가를 세웠는 모양이다.
지도책에는 무명봉이라 씌어 있는데 여기 사람들은 십자봉이라 부른단다.
헬기장에서 보기에는 십자가상이 있는 곳이 정상인 것처럼 보인다.
십자봉 정산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십자가상을 아주 크게 만들어 놓았다.
저 밑에서도 아주 또렷이 보이도록 크다..
그 앞에는 제단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 많은 비석과 십자가상을 옮기려면 엄청나게 무겁고 힘이 들텐데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신앙의 힘이 크기는 큰 모양이다..
방울 토마토를 꺼내니 벌써 쉰내가 난다. 분명 토마토는 덜 익어서 더운 기운에 더 익어야 할 텐데도 온도와 더 익는 것은 관계가 없는가
보다.
아니면 농약을 치지 않아서 빨리 쉬었는지도 모르지.... 비닐봉지 속에서 숨을 못 쉬었는가.
이 십자봉에서 왼쪽으로 가는 길과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왼쪽으로 가는 길이 훨씬 너르고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이 길로 들어서면 큰일 난다.
아마 교회 사람들이 주로 다는 길이 아닌가 싶다.
십자가를 뒤로 하고 돌아 올라서면 바로 산청읍이 구름사이로 언뜻언뜻 너무 아름답고 고요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십자가를 지나고 나면 예수에 관련된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여름의 더위에 시작부터 지치고
매미 우는 소리가 자지러진다. 아침 해가 뜨기 전부터 매미가 울면 그날은 무지하게 덥다는데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우려나.
지난달 예비산행 네번을 하면서 비가 오지 않는 날은 없었는데 오늘은 비가 오지 않으려나 보다.
웅석봉 올라가는 길옆에 박새풀이 보인다.
보통 한방에서는 여로라고 하는데 꽃이 쇠로 만든 수세미처럼 못생겼다.
뿌리를 약재로 사용하며 설사가 나는데 많이 사용되어 왔다. [야생화마을 8번 여로 사진]
백두대간 첫 봉우리인 웅석봉에 서다.
웅석봉에 오르니 웅석봉 표지판이 작고 그것도 삐딱하게 가로로 만들어 놓아서 두 명이 서서 사진 찍다가는 밑으로 떨어져 죽기 꼭 알
맞을 정도의 작품이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 쪽으로 표지판이 보이면 사진 찍기 좋을 것 같은데 미쳐 사진 찍는 것 까지는 생각을 안 한 모양이다.
장소도 좁고, 날씨는 구름이 많고, 얼음물과 같이 카메라를 넣었더니 카메라 렌즈에 김이 서려 앞이 보이질 않지만 그래도 기념사진 한
장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득히 보이는 지리산
멀리 지리산이 보이는데 천왕봉은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다.
오늘 설마 저 밑에 까지 가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하니 저 아득하게 보이는데 까지 가려구.
저기까지 갔다가는 사람 잡지 잡아.
아마 중간 쯤 가다가 지리산 밑으로 가는 길이 따로 있을거야
웅석봉에서 5분 쯤 내려오면 헬기장이 있고 왼쪽으로 90도 꺾으면 여천가는 길이니 곧바로 직진하시라.
무슨 산에 헬기장은 그렇게 많은지 곳곳에 헬기장이다.
헬기장을 지나면 계속하여 재미없는 능선 길을 가는데 크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길도 아니고 그저 평지를 걷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하도
오르락내리락. 하는 길에 익숙해져 있어서 일까
여기가 왕재인가
왕재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없다.
표지판도 없고 단지 지도를 보고 여기가 왕재려니 하고 생각하면서 웅석봉을 바로 보니 한참을 내려 왔다.
봉우리가 엄청나게 높이 보인다.
하긴 웅석봉이 1099M 니까 연습산행 포함해서 가장 높은 곳을 올라갔다 온 것만은 틀림없다.
아무리 쳐다보아도 곰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웅석산이라 붙여 놓은 것은 보면 다른 어떤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다.
왕재를 지나자 등산객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타났다. 좁은 길에 교통정리라도 해야 될 모양이다.
통영서 왔다고 하기도 하고, 부산서 왔다고 하기도 하고 몇 개 팀 들이 남녀 뒤섞여 바삐 가느라 길을 비껴 주지도 않는다.
밤머리재의 급경사
밤머리재 가까이 오자 밑으로 신작로 길이 보이는데 반은 왔다는 안도감이 드는 것도 잠시 밤머리재까지 내려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엄청나게 급경사다.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이 놓았는데 무릎에 주는 충격이 엄청나 설설 기다시피 했다.
급경사에 도착하기 전에 무슨 잡풀이 앞길을 그리도 못 가게 가로 막는지 여기서 살 사람도 아닌데 징 하게도 앞을 가로 막는다.
이 급경사에 스틱마저 없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 했다.
신작로에 내려오니 웅석산 안내 지도가 아주 멋지고 크게 그려 놓았다.
거기 적힌 지도로 온 거리를 계산해 보니 꼭 12KM를 걸었다.
6시간 정도 걸렸으니 시간 당 2KM를 걸은 꼴이니 빠른 것은 아니다.
밤머리재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고 간이 화장실이 있는데 휴게소를 지으려는지 터를 넓게 닦아 놓았다.
산청군 삼정면 홍계리에서 금서면 평촌리를 이어 주고 지리산 천왕봉을 연결하고 대원사로 가는 지름길인 도로다.
각지에서 온 차 들이 몇 대 보인다.
이 도로가 2차선 6번 도로다.
배는 고파 기력이 빠지는데 잡목봉 정상에 올라 점심 식사를 하잔다.
웅석봉에서 밤머리재로 내려오는 길이 급경사이듯이 잡목봉 올라가는 길도 엄청나게 급경사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지금 이 자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올라가면서 건녀편 내려온 산과 높이를 측정해 본다. 저 높이까지만 올라가면 되겠지
올라가면서 산청 쪽으로 보이는 산이 광산인 것 같은데 아주 보기 싫게 파 먹었다.
두 곳은 파 먹은 것 같고 한 곳은 사태가 난 것 같은데 조림사업을 빨리 했으면 좋겠다.
멀리 보이는 웅석봉을 카메라 담는데 너무 멀어서 잘 보일라는지........
잡목봉에서
잡목봉 정상에도 역시 헬기장이 있다.
깔딱을 깔딱거리며 올라 왔더니 옷이 흠뻑 젛었다.
생각같아서는 웃옷을 훌떡 벗어 나뭇가지에 널어 말리고 싶지만 주변의 여자들 덕분에 그러지도 못하고 오호 애닮어라.
점심 식사를 하고 나니 누구나가 다 어디까지 가야 되느냐고 다그쳐 묻는다.
앞에 보이는 능선 끝까지 가야 한다는 말에 한편에서는 중간 쯤 잘라 내려가는 길이 있다고 떠든다.
중간 쯤 잘라 내려간다는 말을 믿기로 했다. 만약 사실이 아니라도 그렇게 믿는 것이 즐거울테니까.
아마 저 중간 쯤 바위산을 지나면 바로 내려 갈 거야.
그러나 다음 구간이 천왕봉 바로 밑에서 시작한다면 그 밑에까지 가야 하는 것을 왜 자꾸 부정하려는 걸까.
그 바위산이 등왕등재라 한다.
왕들의 모임
여기 있는 산들은 “왕” 자가 들어가는 산이 많다..
왕등재, 왕재, 등왕등재 등등 ‘’‘’‘’‘
예전에 가락국시대에 산을 좋아하는 왕이 있어 한번 왔다 가면 “왕” 자가 앞에 붙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상한 것은 하나
같이 봉우리 같지 않은 봉우리에다 “왕 ” 자라는 붙여 놓았다는데 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라 그런지 그래도 조금 기운이 난다.
저기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기어 올라갈 생각을 하면 끔찍하지만 갈 때까지 가 보자.
등왕등재 부근에는 산죽이 장관을 이룬다.
이 산죽 속을 헤메고 다니자니 얼굴을 때리고, 온 몸을 찌르고, 난리도 아니다.
앞에 가는 사람은 아예 두 팔을 들고 벌을 서고 헤쳐 나가고 있는데 춤을 추는 것 같다.
멀리 웅석봉이 보이는데 꼭대기 얹혀 있는 구름이 지나가다가 멍청하게 잡혔는지. 다리가 아파 봉우리를 의자 삼아 걸터앉았는지 당그라
니 올라 앉아 있다.
이제 바로 코앞에 지리산이 다가 와 있다.
여전히 천왕봉은 구름에 얼굴을 가리고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뽈짝 뛰면 천왕봉으로 건널 수 있을 것 같은데
며칠 후 여기와도 천왕봉은 구름에 갇혀 우리까지 같이 갇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폴짝 건너뛰면 건너 갈 수 있을 것 같다.
저 아래 멀리 보이는 등이 푸른 지붕 집까지 내려가야 한단다.
대원사 계곡에서 외고개로 향하면서 마지막 집이란다.
바로 내려가면 가까울 텐데 빙빙 돌아가야 하니 고통이 배가 된다.
왕등재에 도착하니 이제 거의 다 왔는 것 같고 먹을 것은 전부 해 치워야 될 것 같다.
이 자리를 놓치면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이 자리도 봉우리 같지 않다. “왕” 자가 붙었으면 좀 왕 같아야지 이건 졸개 중에도 졸개다.
이 자리를 일어서 조금 내려가니 아주 거창한 나무 울타리가 나타난다. 목장인 줄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의 습지
그런데 이 자리가 고산지대의 최고의 습지이며. 자연 휴식년제 지역이니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판까지 붙여 놓았는데 습지를 밟지 말라
고 그랬는지, 등산 온 사람들 발 빠질까봐 그랬는지 모르지만 아주 멋진 나무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나무다리 위에서 습지를 바로 보니 동네 마당만한데 최대의 습지라고 써 놓은 게 이해가 안 된다.
여기를 지나 50미터 정도 수풀 속을 헤집고 빠져 나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좌측으로 90도 직각으로 진행하라 .
거기서 외 고개를 넘어 내려가는 길이 아주 경사가 급하다.
미끄럽고 경사도 급한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앞에 간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나이도 많은데 뭐가 그리 급한지 쉬엄쉬엄 가지 젊은이들보다 훨씬 빠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무슨 잡목은 그렇게 많고 수풀은 왜 그렇게도 우거져 있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고등학교 책에 가지 않는 길을 가겠다는 국어 책의 한 구절에 위로를 받으며 내려오다 보니 앞에 간 사람 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뒤따라 가 보니 무슨 UFO가 내려 왔다가 갔는지 동그랗게 숲을 밟아 놓았다.
여기가 다음 구간의 시작점인 외고개다.
다음 번에 여기가 시작이건만
이 자리가 다음번에 다시 시작하는 시작점이란다.
여기서 90도 직각으로 좌측으로 꺾어라.
꺾고 지나면 바로 억새밭 속을 헤매는데 바닥은 보이지도 않고 손은 숲을 헤쳐야지 세상에 이런 길은 난생 처음 가 본다.
바닥은 왜 그리 질척거리는지 잘 쳐다보지 않으면 신발이 진흙 구렁 속에 빠지기 꼭 알맞다.
억새는 눈을 찌르지, 물이 흐르는 소리가 여기 늪이다. 하고 협박하는 것 같지
공원관리자라는 작자들도 그렇지. 습지면 여기가 습지지 어디 저 위에 조그만 한 곳을 보존 지역이라고 다리 놓고 했는지 모르겠다.
진흙탕이 끝나니 바닥은 조금 딱딱해지고 밑의 계곡에서는 물 흐르는 소리가 아주 부드럽게 들린다.
이 구간을 10분 정도 내려가면 외딴집이 나타나는데 수도꼭지가 달려 있는 것을 보니 문화 혜택은 받는가보다.
물맛이 꿀맛
이 집에서 물을 한 모금 얻어먹고 돌아서 내려오니 그 집 문 앞에 이렇게 씌어 있다.
“ 차 돌릴 곳 없음, 마지막 집임” 이게 이 집 대문이다.
어떤 정신 나간 놈들이 엄청나게 찾아와서 괴롭혔던 모양이다.
지 편하자고 남들 괴롭혀서 잘도 살겠다.
외딴집에서 내려오는 시멘트 포장길이 걷기가 무척 힘이 든다.
이런 길에는 운동화가 제격인데 등산화를 신고 걸으니 한발 짝도 걷기 힘들다.
삼거리까지 오니 차도 보이고, 사람도 많이 보이고 고기 굽는 냄새가 계곡을 진동한다.
사람이 없던 산속에서 나와 사람이 많은 계곡에 나오니 고기 굽는 냄새가 아주 역하다.
그 말로만 듣던 대원사계곡
내가 이 계곡을 지날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나가다니 꿈만 같다.
대원사 절까지는 시멘트 길이고 대원사를 지나서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빨간 블록으로 바닥을 깔아 놓았다.
외딴집에서 주차장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앞으로 누구든지 이 길을 등산화 신고 걸을 일이 있으면 반드시 지나가는 차를
세워서 얻어 타고 가라고 권하고 싶다.
그나저나 지금 내려가는 것은 내려간다지만 5일 후 다시 짐을 잔뜩 짊어진 상태에서 또다시 이 길을 걸어올라 갈 생각을 하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초장부터 완전 그로기 상태에 빠질 것 같다.
일찌감치 포기 하고 나중에 노고단서 천왕봉 쪽으로 오는 게 편하지 생으로 고생 할 필요가 있을까
대원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둑어둑해진다.
대원사 계곡물의 시원함이란
주차장 밑에 계곡에 훌렁 벗고 들어앉으니 이것보다 신선놀음은 없구나
누구든지 한번 해 보시라.
저녁 식사를 하고 차에 오르니 피곤이 몰려오고 간단한 마지막 인사와 다음 일정 소개를 하고 대원사계곡을 떠나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 30분
집사람이 난리가 났다. 여태까지 뭐하다가 인제 오냐구
거기다 샤워도 안하고 그냥 누우니 꼭 어디 가서 바람피우다 왔는 줄 생각한다.
피곤해 죽겠는데 옆에서 계속 못 살게 구니 잠자는 것 조차 힘들다
그러나 워낙 피곤하니 옆에서 쫑알거리는 소리도 자장가로 들릴 뿐이다.
백두대간 1구간 종주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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