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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호남정맥 종주를 마치고우리의 아름다운 강산/금남호남정맥[완료] 2008. 11. 20. 11:43
금남호남정맥 종주를 마치고
2006년 8월 20일. 그 날은 아주 무더운 여름 날 이었습니다.
이슬비까지 내리는 아주 습한 날씨 속에 첫 구간을 시작했는데 그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호남정맥 구간 종주를 하면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한 구간으로 생각됩니다.
사타구니에 생체기가 나서 걸을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어느덧 2년이 더 지나 초겨울이 다가오는 오늘 종주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제천 팀 강기영, 이정복, 장권수, 표순철, 김태영, 권명호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7명이 시작하여 그 중 아쉽게도 장권
수는 중간에 포기하고 권명호는 호남정맥까지만 완주를 하였지요.
그 이후 이영천, 정옥형, 최석현, 그리고 장석면, 서태석 형님이 합세하고 관운장 대장과 권오봉 단장 내외분 등 원주 팀들과 합하여
마지막까지 종주를 한 것은 18명이 완주를 하였는데 이 정도면 대단한 성적이지요.
대부분 백두대간이나 다른 정맥 한 두개 정도는 종주를 마친 대원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호남정맥은 백두대간 능선 상 함양군과 장수군 사이에 있는 영취산이 시발점입니다.
여기부터 시작을 해야 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먼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진행하면 할수록 힘이
나고, 또 먼 곳부터 시작을 해야 먼 곳까지 다니면서 산행한 것이 아까워 포기하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먼 곳에서 시
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화산에서 마이산을 지나 영취산에 이르는 구간은 금남호남정맥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구간을 포함하여 호남정맥이라 부
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구간을 포함한다면 약 460km 이며, 27 구간에 나누어 종주를 하였는데 한 달에 한번 종주를 하다 보니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
습니다.
2년 전 종주 시작할 때 사진을 보고, 종주 끝나는 오늘 찍은 사진을 보니 2 년 사이에 왜 이렇게 나이가 더 들어 보일까요.
주화산은 금남정맥의 분기점이 되기도 합니다.
금남정맥은 참으로 아름다운 정맥입니다.
주화산에서 시작하여 운장산, 대둔산, 계룡산, 부소산을 지나면서 구간은 비록 짧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산줄기가 있을까 하고 감탄도
했었습니다.
호남정맥은 내가 학교 다닐 때 지리교과서에는 노령산맥으로 표기되고 있으나 교과서상의 노령산맥은 내장산 근처에서 끝나는 것으
로 되어 있습니다[70년대 초 고등학교를 다녔음].
우리가 배운 지리 책에 있는 산맥들은 일제시대 일본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 합니다.
그러니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와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요.
그 당시 배웠던 소백산맥이나 노령산맥과 같은 개념으로는 이 호남정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너무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호남정맥은 그 이름처럼 호남 땅의 16개 시군을 지나는 산줄기입니다.
그 중에서 화순 땅을 가장 많이 지나가는 데 산길 정리가 하나도 안 되어 있는 곳이 화순 땅이라 이곳을 5구간 이상 지나가면서 그것
도 여름에 지나가 엄청난 고생을 하였지요.
그야말로 잡목 숲을 헤치고 나가는 것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호남정맥은 섬진강을 감싸고 있으며, 반대편으로는 금강,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탐진강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영취산에서 출발해 어디에서든지 왼쪽으로 하산해서 만나는 개울을 따라 가면 섬진강과 만나며, 오른쪽으로 하산하면 경우에 따라
금강,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그리고 탐진강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처럼 이 강들은 절대 서로 합쳐지지 않습니다.
호남정맥에 속해 있는 산들을 알아보면, 영취산(1076m)에서 출발해 장안산, 진안 마이산(686m), 경각산, 왕자산, 정읍 내장산(76
3m), 담양 추월산, 산성산, 그리고 남해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과치재, 연산, 무등산(1187m), 천운산, 계담산, 봉황산, 삼계봉, 용두산,
제암산(807m), 사자산, 봉화산, 승주 조계산(884m), 문유산, 그리고 마지막 광양 백운산(1218m)이 있습니다.
광양의 백운산 정상에서는 지리산이 가까이 보이는데도 영취산까지 가는 길은 많은 시간과 고통을 요구하더군요.
전라도 땅을 한 바퀴 빙 돈 탓이겠지요..
종주를 하면서 어느 곳은 길을 잘못 찾지 않았나 하고 헤맨 적이 있었지요.
활성산을 내려 와 일림산으로 향하는 중간에 있는 마을 지나는 곳입니다.
먼저 지나간 종주군들의 산행기를 읽어보고 갔어도 이건 진짜 아니다 싶어 마루금을 찾느라고 남의 집 뒤안으로, 농장으로, 밭 사이로,
마당으로 헤매고 다녔지요.
분명히 지도는 면계를 따라가는 한재까지 연결되는 마루금이었습니다.
그 다음 구간 일림산으로 향하면서 능선마루에 올라 뒤돌아보며 확인을 해 보았습니다.
주위는 논과 밭, 집들이 들어서 있어도 그 능선은 분명 물을 가르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구릉에 있는 마을의 이름이 三水洞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보성강, 영천, 화강천 세 개의 강물을 가른다는 뜻일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관찰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또 존재산을 지날 때 정상은 군부대가 지키고 있어 길도 없는 길을 우회하느라고 정신이 빠질 정도로 고생을 많이 하였지요.
그래서 대부분 종주자들이 존재산을 많이 생략하는 것 같았습니다.
호남정맥의 마루금을 걸으면서 전라도 땅의 산세를 살펴 본 바로는 산세가 상당히 부드럽다는 것입니다.
거친 산이 보이지 않습니다.
초반에 올랐던 백운산이 거칠었다고 기억에 남는 것은 태풍이 오는 시간에 정상에 올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산 정상에 섰을 때 불어 제친 세찬 바람에 바위 아래로 날아 갈 뻔하였고, 기겁을 하고 내려오는데 태풍의 거센 바람에 못이겨 커다란
나무가 앞에서 넘어가면서 길을 막는데 얼마나 놀랐던지요.
이 태풍이 올 때 우리 제천 팀들은 산행을 하였고, 원주 팀들은 산행을 하지 않는 바람에 한 달 먼저 출발한 원주 팀과 맞추어 그 다음
구간부터 같이 종주를 할 수 있었지요.
종주를 마치고 회식 자리에서 전부 한마디씩 하는 것이 백이산에서의 일을 이야기합니다.
백이산을 지날 때 눈이 앞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오고 게다가 세찬 바람까지 불어 앞을 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산에 나무라도 있으면 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으련만 무슨 산이 나무라고는 하나 보이지 않고 수많은 억새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
니다.
억새 위에 눈이 내리니 보기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산 정상에서 엄청난 눈보라 때문에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을 부리나케 찍고 앞뒤 보지 않고 먼저 내려간 대원들을 따라 아래로 뛰어 내려갔습니다.
그 상황에서 누구도 어느 길로 가야하는지 살펴야 볼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앞에 보이는 길로 달려 갈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20분 이상 내려가다 정신을 차려보니 다른 길로 내려선 것입니다.
다시 재차 낑낑 대면서 정상까지 다시 오른 후 길을 찾아내려 간 것을 추억으로 이야기합니다.
모두들 그 당시가 가장 기억에 나는 모양입니다.
날씨가 안 좋았던 것이 크게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호남정맥 종주를 시작할 때 유명하지도 않은 산맥을 가는데 길을 찾기 위해서 고생을 무척 많이 할 것이라 예상을 하였는데 의외로 먼
저 지나간 수많은 종주자들이 남겨 놓은 흔적들 덕분에 아주 수월하게 종주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한 선구자들에 비하면 1/100 도 고생을 안 하고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선구자들의 덕분이고 그 분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지난 2년 넘도록 같이 고생한 종주 대원들과 22구간 동안 쉬지 않고 버스를 운전해 준 김병선 기사님께도 감사드리고 그동안
밤 12시, 새벽 3시에 산을 가겠다고 나서는 나를 뒷바라지한 아내에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2008.11.16 감초당 김 찬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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