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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구간 [뒷이야기]우리의 아름다운 강산/백두대간 [완료] 2008. 1. 11. 11:11
제 22 구간종주기[고치령 - 도래기재]
2004. 5.23
1. 버스가 좌석리에 도착하다. 비가 억수로 퍼붓는다.
고치령까지 대원들을 실어 나르는 1톤 화물트럭이 버스 앞에 와서 선다.
오늘 저 트럭으로 두 번에 나누어서 고치령까지 대원들을 실어 나른단다.
대장이 빨리 나오라고 소리 소리 지르지만 전부 다 무엇을 하는지 꿈지럭 꿈지럭 한다.
일찍 올라가 보아야 껌껌한 산 속에서 비는 오지, 더군다나 고개 마루에는 산신각이 있어 으스스 할 것이 뻔하고 추위 속에 떨 것이
뻔한데 어느 누가 먼저 올라 가려고 하겠는가.
버스에서 일찍 내려 온 대원도 쓸데없이 화장실 앞에서 줄만 죽 서고 대체 트럭에 올라 타려고 하지 않는다.
이럴 때는 모두 다 무슨 계산이 그렇게 빠른지 대장이 한번 더 소리 지른다.
“빨리 타 , 빨리”
그러나 대부분은 꼼짝 하지 않는다.
“몇명이야.” 대장이 사람 수는 세고 있다.
“ 8명” “ 출발 총무는 뒤에 남아 있는 사람 전부 태워서 오도록”
총무가 “ 예 알겠습니다” 와 동시에 트럭은 쏜살같이 빗속을 향해 달려 가는데
이 빌어먹을 기사는 새벽 잠 깨운 것 분풀이라도 하는 지 왜 그리 차를 험하게 모는지 앉아 있지도 서 있지도 못할 지경이다.
쏟아지는 비는 얼굴을 때려 고개도 못 들겠지. 쪼그리고 앉은 다리는 저려 오지 그야말로 진퇴양난인데
기록부장 왈 “일찍 가 봐야 비만 맞고 추위에 떨게 분명하니까 늦게 올라가자고 내가 이야기 했는데 전부 너무 꿈지럭거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먼저 타게 됐네” 성질 급란 놈이
항상 먼저 당한다니깐“ 하고 궁시렁거린다.
총무는 뒤에 팀 인솔한다고 치고. 안전부장은 항상 꼴찌니까 그렇다고 치고 나머지 사람들 은 대체 뭐야 .
누가 뒤차에 탔는지는 모르지만 앞 차에는 누가 누가 탔는지 다 안다.
2. 먼저 도착한 팀 들 왜 오자마자 산신각 문을 먼저 열어 본다.
거 귀신 나올지도 모르는데 무섭지도 않나 거기를 왜 열어
관운장 왈 “ 어 여기 먹을 것 많네. 누가 고사 지냈나 봐”
이형규 “우리 한잔 먹고 봅시다.
그러더니 주욱 돌아가면서 한잔 씩 마신다.
안에 들여다보니 제상 위에 생고기가 3근이 될 것 같고, 참외, 오렌지, 과자, 비스켓, 사탕 해서 잔뜩 차려져 있다.
소주도 두병이 있다.
주일중 대원이 알사탕 하나를 큼지막한 것을 입에 문다.
나도 같이 하나를 입에 물었더니 얼마나 큰지 입안이 꽉 찬다.
과일은 먹을 생각도 않고 비스켓을 안주 삼아 소주를 거푸 마신다.
관운장 : 산신령님 감사합니다. 아주 잘 먹었습니다. 소주 세 번 먹을 적마다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를 연발한다
이형규 : 그래도 세잔은 해야 되는 거 아이가.
관운장 : 나는 세잔 먹었으니까 됐어.
기록부장 : 다음 팀들은 우리가 먼저 가서 비 쫄딱 맞으면서 발발 떨고 있는 줄 알겠지.
그 음식에 귀신 붙어 있는 줄도 모르고 전부 다 아주 천연덕스럽게 잘도 먹는다.
사탕이 봉지째 있다.
보니까 뜯어져 있긴 하지만 얼른 주머니에 넣었더니
주일중 : 어이 거 사탕 하나만 줘봐
하나씩 꺼내 인심쓰듯 퍼 돌린다.
나중에 이 사탕을 늦은목이재에서 쉴 때 하나씩 돌리면서 고치령 산신각에서 고사 지낸 사탕이라 했더니 최 정숙 대원 입으로 껍질을
찢다말고 기겁을 하고 다시 건네 준다.
뱀을 보고 놀라 기절하는 표정보다 더 떨떠름한 표정이다.
상호가 피식 웃는다. 산신각에서 주운 것이라 하더구먼
아마 서너시간 전에 고사를 지내지 않았을까 싶다.
밤 12시경 아무도 없는 깊은 산속에서 비는 저적거리고 오는데 무슨 지성을 드릴 일이 있어서 고사를 지냈는지 궁금하다.
서대장 왈 “ 다음 번에 태백산 천제단에서 우리도 한번 고사를 지내죠.
관우 형님께서 축문을 준비 해 주시죠”
관운장 : 뭐라고 내용을 준비하나.
주일중 : 뭐라고 하긴 뭐라고 마지막 남은 기간 편안하게 사고 없이 끝내달라고 하는 거지
권수야 다음 번 구간에 돼지머리 메고 갈 일 또 생겼다.
각오 단단히 해라!
내가 어릴 적에 일년에 한두번씩은 늦은 밤에 어머니를 따라 성황당에 갔던 기억이 난다.
내가 들고 따라 가는 것은 술주전자였다.
밤에 산골에서 그냥 걸어 가는 것도 무서운데 산속을 그것도 성황당을 가는 것이 무척 싫어 했다.
그래서 술주전자만 갔다 놓고는 걸음아 나 살려려라 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쳤던 기억들이 난다.
안 간다고 하면 그냥 주전자만 들고 따라 와서 갔다 놓고 가면 된다고 하기에 술주전를 갔다 놓고는 그냥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 것이다.
그렇게보면 바깥의 어둠보다도 성황당이 더 무서워었던 것은 사실이 아닐까
아마 고사 지내고 오실 때는 음식을 전부 내려 놓고 오셨길래 갈때만 들고 갈 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
지금도 성황당만 보면 그 생각이 난다.
예전에는 서낭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고 오늘 산신각의 고사 제물을 보면서 내가 어릴적의 어머니가 생각이 난다.
3. 언제 따라 왔는지
총무 : 오늘 발걸음이 무척 무거운 것 같습니다.
글쎄 이럴 때 뭐라고 답해야 하나.
하루 종일 60mm가 넘는 비가 온다고 하고 또 이 우비가 아주 성능이 좋다고 하길래 팬티만 입고 우비만 달랑 입고 아예 집에서부터
나섰다.
집에서 나와 산을 탄지 2시간 정도 까지는 아주 좋았다.
집에서 나오면서 우산 가지고 가라고 하는데도 “필요 없어 우비를 입었는데 걱정도 팔자여 !‘ 하면서 좋았고 버스 기다리는 동안 바깥
에 비 맞으면서도 우산 필요 없어 좋았다.
버스가 좌석리에 도착해서 다른 사람 우비 입을 시간에 시간 쫓길 일 .없으니 좋으니 이 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산을 오른지 2시간 정도 지나니 이 우비가 슬금슬금 내려 가더니 우비의 사타구니 부위가 무릎에 걸친다.
이 지경이 되다보니 앞에 돌이라도 오를라치면 한 손으로 우비 바지를 한쪽을 치켜 올리고 오르고 나면 스틱에 걸린 바지자락이 타져서
또 찍찍이 잠그기 바쁘다.
배낭 속에 바지를 꺼내 입으면 더 불편해 질거라는 생각에 참고 참고 가자.
점심 먹을 때 즈음에는 이 빌어먹을 우비 때문에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중에 다른 사람 따라가다가 고생하느니 천천히 가자 하는 심정으로 일어섰다.
서대장 : 왜 거기 우비에 작크는 안 잠그고 있어
김찬호 : 작크가 어디 있는데요
표순철 : 야 ! 너는 남 옷 입는 것 보지도 않았냐
하면서 우비 바지단을 보니 작크가 있고 또 찍찍이도 따로 있는 것 아닌가.
이 빌어먹을 찍찍이가 자꾸 타져서 찍찍이 불량품을 달아 놓았다고 욕을 욕을 바가지로 퍼부었는데 작크가 또 있다니 오호 애재라
오늘 찍찍이 잠그느라고 열 번도 더 고생을 했는데도 작크는 안 보였단 말인가.
“우와 무식이 죄이도다”
이춘우 : 바지가 많이 지저분하네요.
김찬호 : 걷는 게 시원찮아 그렇습니다.
걷는 게 시원찮긴 지금 죽을 지경이구먼 ........옥돌봉을 지나서는 한발짝도 떼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바지자락 겉어 올리는 걱정할때가 아니라 사타구니 작살나서 걷기 힘들어지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을
얼마나 큰 상채기를 냈길래 이토록 걷기조차 불편할까
옥돌봉에서 도래기재 내려오면서 나무 숲의 긴 터널의 즐거움이 없었다면 기절 할 뻔 했다.
4. 옥돌봉을 지나 조금 내려 왔는데 뒤에서 부른다.
관운장 : 김약사 . 옥돌봉 표지석에 사탕 두개 올려 놓고 왔나.
김찬호 : 두개 올려 놓았는데요.
관운장 : 봉지도 버렸나
김찬호 : 나란히 놓고 왔죠
관운장 : 서대장이 봉지 주워 오잖아.
아니 그것 주워 오면 안되는데. 내가 옥돌봉 표지석 앞에서 고민고민하다가 올려 놓고 왔는데 주워 오다니 말이 되는가.
신선각에서 주머니에 넣었던 사탕 봉지가 옥돌봉 표지석 앞에서면서 고민이 시작 되었다.
이 귀신이 먹던 음식을 내가 자기고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고민을 5분 정도 했다.
에이 마지막 봉우리인데 산신령께 돌려 주고 가야지 하는 생각에
사탕 두개 나란히, 가지고 갈 때 봉지에 담아 가라고 봉지도 그 옆에 정성스럽게 놓아 두고
“이제 저 간섭하지 마세요. 이걸로 저를 잊어 주세요” 했는데 그 봉지는 들고 오다니 그냥 봉지가 아니라 산신령의 혼이 든 봉지인데 이
제는 망했구나
그건 그렇고 관운장이 나보다 엄청 앞서 갔는데 왜 이제 오지
나중에 보니까 .옥돌봉 오기 전에 주실령 내려가는 길로 1km 정도 내려 갔단다.
한참을 가다 보니 아닌 것 같더라나.
그런데 같이 내려 탔던 대원들 전부 밑에 남고 관운장만 다시 원위치하여 길을 확인하여
“어이 다시 이리 올라 와.” 하니까 꼼짝 않던 몇 몇 대원들이 다시 올라 와서 옥돌봉으로 향했다나.
한살이라도 젊은 사람들이 빨리빨리 움직여서 조금 더 연세 드신 분들 편하게 해 드릴 생각은 안하고 가만히 서서 눈치만 봅니까. 아예 같
이 움직이던가.
상호가 거기 있었으면 알아서 척척 잘 한텐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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