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22구간[고치령-선달산-도래기재]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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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구간[고치령-선달산-도래기재]
    우리의 아름다운 강산/백두대간 [완료] 2008. 1. 11. 11:10

     

    제  22구간 종주기 [고치령 -선달산 - 도래기재]

     

    2004 . 05. 09 04 : 00 단산면 좌석리

     

                 04 : 45 고치령

                 07 : 00 마구령

                 08 ; 15 늦목이재

                 10 : 25 선달산

                 12 : 30 박달령

                 13 : 25 옥돌봉

                 14 : 20 도래기재

     

     

    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쉬지 않고 퍼붓고 있다.

    오늘은 처량하게 비를 맞으며 산속 길을 걸어 갈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옆을 돌아보거나 산천 경치 구경할 필요도 없이, 아니 구경조차 못하고 그냥 무작정 앞으로 걸어가는 이외는 무슨 할일이 있을까.

    가시거리가 50m 정도만 되어도 좋으련만 그것도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으리

     

    좌석리에 도착하여 지난번 종주 후 예약해 놓았던 1톤 화물  트럭을 타고 고치령으로 향힌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엄청스럽다.

    만약 이런 트럭이 아니라면 4km를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데 약 1시간 30분 정도를 엉뚱한 데 소비할 것이다.

    그것도 비를 맞아가면서 시멘트 포장길을 등산화 신고 걷는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어두운 빗 속을 그것도 산 길을 걷는다고 생각해 보라. 

     

    새벽 단잠을 깨운 탓인지 트럭 기사가 차를 얼마나 험하게 모는지 현기증이 나고 길은 나빠서 덜컹거리는 충격이 사람을 들었다 놓는

    것을 반복한다.

    비는 얼굴을 사정없이 내려치지, 비 때문에 젖은 바닥에 덜썩 앉을 수도 없어 쪼그리고 앉았더니 발은 저려 오고, 일어서면 비바람과

    덜컹거림에 차에서 떨어질 것 같은 예감에 낭패감을 느낀다.

     

     

     

    04 ; 45 고치령의 산신각

     

    고치령에 서다. 대원 중의 하나가 산신각의 문을 연다.

    깊은 산중에서 겁도 없이 야밤에 그것도 산신각의 문을 왜 열까..

    아무 것도 없을 줄 알았더니 제단위에는 한 상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3근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 싱싱한 고기, 참외, 오렌지 같은 과일, 알사탕, 소주 등등 푸짐한 음식이다. 

    고기와 과일의 신선도로 보아서는 몇 시간 전에 고사를 지낸 것이 분명하다.

     

    고치는 고추의 사투리이고 아이를 못 낳는 여자가 이 곳에 와서 기도를 하면 득남을 한다고 하여 많은 여인네들이 이 고개를 오른다고

    한다.

    누구의 것인지 모르나 이미 다 끝난 일이니 소주를 따라 한 잔 마시고 비스켓을 안주로 삼고 알사탕을 입에 가득 채우니 무서움은 어

    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성황당에 자주 가서 고사를 지냈던 걸로 기억한다. 

    밤 늦은 시간에 자다가 말고 깨우면 일어나서 술 주전자를 들고 따라 가고는 하였다.

    죽어도 거기는 안 간다고 하면 술 주전자만 들고 따라 오라고 하면 술 주전자만 가져다 놓고는 그냥 되돌아서 뛰어 오고는 하였다.

    산 속의 무서움보다는 성황당이 훨씬 더 무서웠던 것 같다.

    이 성황당은 서낭이라고 어머니가 불렀던 것 같다.

     

     

     

    07 : 00 마구령 표지봉 위 돌탑

     

    고치령에서 마구령까지 별로 특징이 없는 길이다.

    비가 퍼붓는  탓에 가시거리는 30m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날씨가 흐린 탓에 해가 뜨는 시간도 훨씬 늦어져 아침 7시 마구령에 도착해서

    도 어두컴컴하다.

    산 속이라 더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가시거리가 짧다 보니까 자연 속도는 빨라진다.

    비를 머금은 나무들의 녹음이 점점 짙어져 가고 있는 것을 올적마다 느낀다.

     

    마구령에서 빗속에 쭈그리고 앉아 아침을 먹는다.

    빗물이 밥그릇 속으로 떨어져 빗물에 젖은 밥을 먹는다.

    그러다보니 아침 식사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어선다.

    누군가 푯말 위에 돌을 쌓아 놓았는데 기가 막히게 쌓아 놓았다.

    어떻게 작은 나무 토막위에 큰돌을 무너지지 않게 겹겹이 쌓았을까 궁금해진다.

     

    이 마구령의 길이 넓어 포장만 하면 차들이 쉽게 넘어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이곳은 경상도와 강원도를 가르는 길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영주시 부석면을 지나며 마구령은 임곡리와 남대리를 잇는 도로이다.

     

     

     

    08 : 15 소백산 국립공원의 경계 늦은목이재

     

    아직까지도 산불감시기간이라 입구에는 입산금지 현수막을 넘어 빗속을 행군한다.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미친놈들이라 할까, 아니면 빨치산이라 할까 생각만 해도 우습다.

    총만 쥐어 주면 어느 훈련 된 빨치산 보다도 빠르고 용맹할 것이다. 라고 생각해 본다.

    빗속을 걷는다는 것이 불편하다는 면도 있지만 시야가 안보이니까 구경거리가 없어지고 그러다보니 혼자만의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꼭 군대서 100km 행군하는 기분이다.

     

    갈곶산 정상에는 갈곶산 정상 표지는 없고 봉황산 갈림길이라는 표지만 있다.

    마구령 5km 표지판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직각으로 꺽으면 봉황산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가면 늦은목이재에 다다른다. 

    남쪽으로 향하여 봉황산을 거쳐 부석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부석사는 봉황의 품안에 있어 수백 년이 흐르도록 영원무궁한 모양이다.

    이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종의 도량이다.

     

    갈곶산에서 내리막을 1km 정도 걸으면 늦은목이재에 도착한다.

    소백산 국립공원의 경계가 여기까지이다.

    또 다시 국립공원에서 만들어 놓은 입산금지, 산불금지 현수막을 넘어 늦은목이재에 도착한다.

     

    표지판은 비로봉 25km, 선달산 1.0km , 마구령 5,0km 로 나타내고 있다.

    소백산 국립공원내에는 약 1km 정도 마다 구간 표시가 되어 있는 것 같다.

    km 수는 맞는지 모르지만 너무 친절하게 구간 표시가 자주 되어 있다.

     

    여기는 영주시 부석면과 몰야면의 경계이다.

    완전히 경상도 지역만 통과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구간인 고치령 오기전에 헬기장에서부터 선달산 정상까지는 경상도 땅만 지난다.

     

    소백산 상월봉에서 늦목이재까지는 뛰어 가라해도 걸어 갈 수 있을 정도로 평탄한 길이다.

    편하게 가라고 보너스 구간 같다.

     

     

     

    10 : 25 선달산

     

    늦은목이재에서 선달산을 오르는 구간은 쉬지 않고 급경사이고 , 한숨을 몰아 쉴 공간조차 없는듯하다.

    1시간을 넘게 거친 호흡으로 박자를 맞추어 가면 강원도 첫 시작점인 선달산 정상에 오르게 된다.

     

     

     

     

     

     

    급경사가 심한 탓인지 1km 밖에 안 되는 거리가 무척 길다.

    퍼붓는 빗속에서 미끄럽기는 얼마나 미끄러운지 어떤 곳은 한발 떼고 뒤로 세발짝 미끄러진다.

    1km 면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을 쉬지 않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막을 타야 한다.

    거기다가 물 먹은 나무뿌리를 밟으면 얼음판보다 더 미끄럽다.

    하늘이 뚫린 듯 비는 내리고 무엇이 그리도 슬픈지 새들의 울음소리조차  구슬프기만 하다.

    선달산 정상에 섰을 때 비바람이 몰아치고 허리 아래가 끊어질 듯하다.

    오늘 아주 큰 실수를 했다.

    하루 종일 60mm 가 넘는 비가 계속 내린다기에 집에서부터 아예 우비 차림으로 나왔다.

    팬티 차림으로 그 위에 우비를 그냥 걸쳐 입었다.

    집에서 우산 가지고 가라는데도 “필요없어 우비 입었는데 뭘” 아주 자신만만하게 집을 나섰다.

     

    버스 기다릴 때도 좋았다.

    바깥에 그냥 서 있어도 비 맞을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이 얼마나 좋은가.

    종주를 시작하고 2시간이 지난 후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비의 사타구니 부위가 자꾸 내려 가 무릎 부위에 걸친다.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

    바위라도 앞에 가로 막으면 왼손으로 바지자락을 잡아 올리고 올라가는 순간 오른쪽 스틱은 우비의 무릎 아래의 찍찍이를 풀러 놓는다.

    그러면 펄럭거려 걸을 수가 없으니 다시 찍찍이를 잠그기를 열 번은 반복했다.

    불편한 것도 있지만 더 힘든 것은 보온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우중 산행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바람이 불면 찬바람이 에이는 듯하다 는 점이다.

    경상남북도. 충청북도를 거쳐 마지막으로 강원도에 들어섰다. 

    이것도 잠시인 듯하다.

    박달령을 지나면 다시 경상도 만의 땅으로 들어선다.

    선달산 정상 부근에는 억새들이 많이 보인다.

    산이 높은 탓인지 정상 부근의 산들은 아직 잎조차 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비는 폭우로 쏟아지고 있다.

    이번 구간에는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으니 나중에 다시 한번 와야 될 모양이다.

     

     

     

    12 : 30 박달령과 고치령은 분위기가 비슷

     

     여기 분위기가 고치령 분위기와 비슷하다.

     포장이 안 되어 있는 도로와 똑 같은 위치에 들어서 있는 산신각이 지금 고치령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박달령에는 아주 큰 헬기장도 있고 이동식 간이화장실도 있어 야영하기에는 안성맞춤이 아닌가 한다.

    물이 어디 있는지 확인이 안 되어서 그렇지 야영하기에는 아주 딱 좋은 장소이다.

    누가 그런다. 저 북쪽 100m 정도 내려가면 샘이 있다구.

    박달령에서 옥돌봉에 이르는 오르막이 늦은목이재에서 선달산을 오르는 것과 똑같이 힘들다.

    경사도가 상당히 급하다.

    옥돌봉 정상 가까이 가면 주실령으로 향하는 길과 옥돌봉으로 향하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까딱 잘못하면 주실령으로 빠지는 수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길 표시가 아주 어지러워 대체 분간하기 힘들 정도이다.

    봉화산악회에서 곳곳에 표지판을 만들어 놓았지만 누가 들고 이리저리 옮겨 놓았는지 제대로 믿기 힘들다.

     

     

     

     

     

     

     

     

    박달령 산신각

     

     

    13 : 25 옥돌봉의 철쭉나무 굴

     

    옥돌봉 정상에서 조망이 무척 아름답다는데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없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북동 쪽으로 구룡산, 남쪽으로 주실령, 남서쪽으로 죽령에 이르는 구간이 무척 아름답다는 그것을 볼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제는 우비가 흘러내리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타구니 부위를 작살내고 있는 것이 더 괴롭다.

    얼마나 큰 상채기를 났는지 걷기조차 불편하다.

    종주 중에  배낭 속의 바지를 다시 꺼내 입으려다 우비의 아랫도리가 너무 지저분하여서 바지를 입을 기분은 아니어서 그냥 참고 왔

    더니 이 모양이 되어 버렸다.

    옥돌봉에서 도래기재 내려오는 길에 도래기재 부근에 오면 철쭉나무숲으로 이루어진 자연 터널이 있는데 그 속을 통과하는 기분이

    한마디로 째진다.

    아마 겨울에 오면 그 기분을 못 느낄 것이고 여름에는 더욱 진하게 느낄 것이다.

     

     

    14 : 20 도래기재

     

    도래기재는 경상도 땅이지만 영월군 하동면과 봉화군 춘양면을 잇는 도로이다. 

    하동 쪽으로 버스로 진행하면서 구불구불한 길에 놀랐다.

    이토록 무지막지하게 구불구불한 길을 겨울에 엄청나게 눈이 많이 쌓였을 때 넘은 생각을 하면 소름이 끼친다.

    몇 년전에 1월 1일 해돋이 구경 갔다가 돌아 오는 길에 차가 하도 막혀서 돌아 온다고 돌아 온 것이 이 길로 들어 선적이 있다.

    길에는 눈이 많이 쌓여 통행하기 아주 곤란 할 정도였는데 조심조심하여 넘은 적이 있다.

    지금 이 길은 다시 가면서  겨울에 눈 쌓인 이 길을 어떻게 갔는지 신기하기조차 하다.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싶다.

    아카시아 꽃이 벌써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깊은 산 속에는 아카시아 꽃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민가에 가까이 오니 아카시아 꽃이 정말 많다.

    벌써 초여름이 다가온 느낌이다.

    산 속의 기온과 동네가 가까운 곳의 기온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까.

    벌써 입하가 지냈으니까.  오늘의 종주를 끝내면서 다음에 다시 시작할 구간을 상상해 본다.

     

    다음에도 비가 오려나. 비가 오지 않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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