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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구간[저수재 -도솔봉 -죽령]우리의 아름다운 강산/백두대간 [완료] 2008. 1. 11. 11:00
제 20구간[저수재 - 도솔봉 - 죽령]
20004 . 04 . 25 04 : 30 출발
05 : 40 저수재출발
06 : 00 촉대봉
07 : 20 배재
07 : 50 1033봉
10 : 40 묘적령
11 : 00 묘적봉
11 : 40 도솔봉
12 : 30 삼형제봉
13 : 40 죽령
05 : 40 저수재의 새벽 찬바람
저수재에 도착하니 엄청나게 바람이 분다.
서 있기가 불편할 정도로 바람이 세다.
방풍 옷을 입으려다 숨이 차도록 산을 오르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참는다.
소백산 관광목장도, 휴게소에도 아직 불이 켜져 있지는 않고 완전히 암흑이다.
촉대봉을 오르면서 중간에 삼거리가 나오는데 “용두휴게공원 가는 길‘ 간판이 자주 보인다.
궁금했었는데 예천 쪽으로 내려가면 말티고개처럼 구부러진 길 중간에 휴게소가 있는데 그 집에서 설치를 한 모양이다.
05 : 57 분 촉대봉 정상 가까이 갔을 즈음 해가 떠오른다.
구름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 화려 해 보이지는 않는다.
조금 더 화려해 보였으면 기분도 탁 트일텐데 아쉽기 짝이 없다.
06 : 00 고만고만한 산들의 능선
촉대봉 정상에서 아침 햇살과 함께 오늘 아침을 맞이한다.
정상에 오르자마자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언제라도 기분이 좋다.
밤의 어둠이 가고 새로운 하루가 밝아 오는 기쁨 , 그것도 산 정상에서 맞이하는 햇살과 하루의 시작을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
인지 항상 감사 한다.
촉대봉(1081m), 투구봉(1080m), 시루봉(1110m)
고만고만한 산들을 넘어 가는데 언제 넘어 가는지 주의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투구봉을 지나면서 헬기장이 있고, 시루봉을 지나면서도 헬기장이 있다.
촉대봉을 지나면서 고비밭, 싸리밭 표지판이 있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고 잠깐 오르면 투구봉에 도착한다.
여기서 다시 20분 정도 가면 시루봉에 다다른다.
시루봉에서 왼쪽으로 남조리 마을이 보인다.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유황온천이 있어 예전에는 엄청나게 복작거렸고 두부집까지 덩달아 바빴었는데 지금은 한가한 모습이다.
시루봉에서 배재로 내려가는 길은 경상도 쪽은 잣나무가 엄청 심어져 있는 반면 충청도 쪽은 잡목만 무성하다.
아랫녁에서도 경상도와 전라도의 차별이 있더니만 여기서도 충청도와 경상도의 차별이 심하구먼
잣나무가 엄청나다.
누구인가 정성을 많이 들였을 법도 하다.
우리 신림에 있는 산에 심어져 있는 잣나무를 가꾸느라고 죽을 고생까지 다 해서 가꾸었건만 잣 열매는 누가 따서 가져 갔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한번도 잣 구경 한일은 없다.
봄에 보면 분명히 달려 있건만 여름이 지날 즈음이면 벌써 없어진다.
누구에게라도 하소연하면 청살모가 다 따서 먹었다고 하는데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 여기 심어져 있는 잣나무의 잣도 누군가 다 따서 가져 갈 것이다.
주인은 잣 구경도 못한 채 말이다.
07 : 20 배재의 매서운 바람
기온은 영하 4도까지 떨어져 있다.
바람 소리는 얼마나 요란스러운지 귀에서 매미 우는 소리 처럼 요동쳐 귀가 잘못 되지 않았나 생각 될 정도다.
바닥은 얼어서 서릿발이 서 있다.
이 곳은 아직 겨울을 벗어나기가 아쉬운가보다.
그러나 산의 푸르름은 시작되고 있다.
산이 살아 있는 것은 4월 말에서 10월 초순이 아닐까 한다.
10월 이후에는 벌써 나무가 옷을 벗는 낙엽의 계절로 보는 것이 맞다면 6개월 정도만 산은 살아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직 진달래는 피지 않았건만 그 중에 조금 핀 것조차도 바람에 다 떨어져 바닥에 뒹굴고 있다.
심지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꽃조차도 전부 바람에 찢어져 있다.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사람이 휘청거릴 정도다.
그래도 꿋꿋하게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가 부럽다.
하긴 나무는 바람이 부는대로 휘어질 줄 아니까.
저 나무도 너무 뻣뻣하면 부러질 게 뻔한 이치인 걸
07 : 50 1033봉
늦게 도착했더니 전부 서서 식사를 하고 있다.
빵을 먹고 있는 사람, 떡을 먹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 사이로 비적거리고 걸어갔더니 먼지 난다고 난리다.
움직일 적마다 먼지가 일어난다.
그러나 나도 자리를 잡아야 하는 것을 어찌하리요. 잠깐만 참으쇼이
며칠 전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도 여기는 아직 부족한가보다.
겨울이 다 가고 2월 달에 준비한 보온 도시락에 담아 온 국을 두 끼에 나누어 먹는다.
떡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아서 죽으나 사나 밥만 먹어야 한다.
지난번에 권수가 시원한 맥주를 먹으면 갈증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니 오늘 아예 냉장고를 짊어지고 왔다.
그 시원한 맥주 먹겠다고 온갖 고생을 다 하는 것이 애처로워 보인다.
무거운 탓인지 비실비실한다.
이 곳을 벗어나면서 부터 왼쪽으로 꺽어서 도솔봉 방향으로 향한다.
북쪽으로 향하여 올라간다..
송전탑 밑을 지날 때는 전기에 감전되는 듯한 기분이다.
전선줄의 우는 소리에 소름이 끼친다.
여기서 바라보는 두솔봉은 그야말로 남성미가 넘친다.
금수산 정상의 모습과 비슷하다.
뱀재에는 엄청나게 큰 헬기장이 있다.
표지판은 페인트가 다 벗어져서 보이지도 않는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큰 헬기장이다.
헬기장에서 뛰다시피 해서 건너편 숲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전쟁 연습하는 것 같다.
10 : 40 묘적령
묘적령은 길을 조심 해야 한다.
밑에 선명한 길을 따라 가면 그 길은 고향리로 향하는 길이다.
묘적령 고개는 포장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양 쪽을 오르내리는 길이 아주 뚜렷하다.
예천군 상리면과 단양군 대강면을 잇는 도로인데 언젠가는 포장을 하지 않을까 한다.
이 곳을 지나면 영주시와 경계를 이룬다.
11 : 00 볼품 없는 묘적봉
저 멀리 보이는 도솔봉이 묘적봉이고 그 뒤에 도솔봉이 있는 줄 알았더니 바로 앞에 묘적봉이 나타난다.
묘적봉이라 생각했던 산이 도솔봉이다.
묘적봉 정상에는 동판을 새겨 시멘트로 붙여 놓았다.
이 조그만 동판으로는 아무래도 사진 찍기가 나쁘다.
만약 표지판이 없다면 묘적봉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알맞다.
묘적봉에서 본 도솔봉 방향
한마디로 산도 산 같지가 않은데 단양군 유명산 안내에는 묘적봉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로 선정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진짜로 정상은 볼품이 없다.
발밑으로 풍기가 보이고 비행기 활주로 뒤로 영주 시가지가 보인다.
이제부터 영주시와 친구가 되겠군.
묘적령부터 소백산 국립공원이라 그런지 119 구조대 표지석이 소북 이라 위치 표시가 되어 있다.
가장 남쪽에 있는데 왜 북이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표지판 사이의 거리가 아주 가까이 설치되어 있어 몇 m 간격인지 궁금하다.
1185봉을 오르는 계단이 무척 힘이 든다.
경사는 왜 그리도 급한지.
그러나 이 나무 계단조차 없으면 어쩌리, 미끄러지지 말라고 고무 바로 만든 깔판까지 깔아 놓았거늘 누구를 원망하리
이 도솔봉은 입장료도 받지 않는데 이렇게라도 설치를 해 놓은 것이 얼마나 고마운가.
이 계단조차 없으면 100m 직벽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것을 .....
1185봉을 오르니 아주 전망이 좋은 헬기장이 나타나고 죽령재와 소백산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도솔봉에서 보다 이 헬기장에서의 경치가 훨씬 보기 좋을 뿐 아니라 넓기도 훨씬 넓어 편하게 전망을 즐길 수 있다.
11 : 40 도솔봉
소백산 쪽 통신대와 천문대 쪽의 소백산의 능선이 길게 늘어져 있다.
죽령에서 통신대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길이 구불구불하게 뚜렷하게 보인다.
도솔봉에서 본 마루금과 죽령 방향
도솔봉에서 본 저수재 방향
죽령, 연화봉, 비로봉이 한눈에 보이고
바로 밑에는 묘적봉 3.1km 죽령 6km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서도 죽령까지 6km 면 2시간 이상을 줄기차게 가야 한다.
도솔봉에서도 정상 표지판은 동판을 묻어 놓았다.
도솔봉을 내려오다 편한 자리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하다.
도솔봉 정상 부근에서 만났던 등산객이 다시 내려 온다.
혼자서 죽령재에 차를 세워 놓고 도솔봉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서 죽령으로 가는 모양인데 금방 돌아서 나오는지 수저 몇 수저 뜨지도
않았는데 벌써 되돌아 온다.
별로 생각은 없지만 물에 말아서 억지로 구겨 넣는다.
배가 부르다. 더 먹으라 해도 먹지 못할 정도이다.
12 : 30 도솔봉에서 삼형제봉은 쉬운 구간이 아닌데
식후 3형제봉 쪽으로 향하다.
3형제봉을 지날 때까지 느낀 점은 이 도솔봉이 등반하기에 결코 편한 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3형제봉의 첫 봉우리에서부터 나무 계단을 타고 그 이 후 3형제봉이 끝나는 지점까지 돌도 많고 오르락내리락도 심하고 사람을 얼마
나 지치게 만드는지 모른다.
더군다나 식사를 억지로 배부르게 먹었더니 더 숨이 차고 더 힘이 든다.
묘적봉에서 도솔봉을 거쳐 3형제봉이 끝나는 지점까지 엄청나게 위험한 구간이고 사람을 아주 피곤하게 만드는 구간이니 일반인들이
등산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 같다.
무릎이 불편해지기 시작하고 1286봉을 지나면서 산죽이 장관을 이룬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이다.
계속하여 내리막이고 저 아래 죽령재는 보이건만 바로 도착할 것 같은데 한참을 내려가도 거리는 더 이상 좁혀지지 않는 느낌이다.
산을 다니면서 느끼는 점은 항상 마지막 내리막길이 가장 힘이 든다는 점이다.
내리막이 없이 그냥 끝나면 좋으련만 꼭 내리막이 있어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에 밀려오는 피로와 이제 저기 보이는 곳까지만 가면 된다는 안도감이 교차하면서 무릎에는 힘이 들어가면서 종아리와 허벅
지의 통증 때문에 걷기가 힘에 부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인생의 정점에서 얻은 권력과 부와 같은 것을 손에 쥐었을 때 이 모든 것을 버리고 내려선다면 얼마나 마음의 고통이 심할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물러날 때 물러 날 줄 모르고 실오라기 하나라도 끝까지 잡고 있으려 한다.
산을 오를 때 깔딱이 있다.
이 깔딱이 끝이 없이 이어질 줄 알지만 오래지 않아 걷기 쉬운 평지가 다가 온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힘이 들 때는 이 깔딱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적으로 얼마나 편할까
1286봉에서 죽령까지는 내리막길이고 안내표지판도 잘 되어 있고 그리 힘이 드는 길은 아니다.
중간에 내려오면서 종석이가 누군지 2001. 7월 경에 아마 이 백두대간 선상에서 운명을 달리 한 모양이다.
나이는 젊을까. 아니면 나이가 지긋할까.
궁금하고 같이 종주 했던 4명의 대원이 백두대간 선상에서 고인이 된 산우를 그리워하며 세워 놓은 기념비를 보면서 나 자신의 몸 상
태를 점검 해 본다.
성은 적혀 있지 않아 모르나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비석 뒤에 쌓아 놓은 돌무덤에 조심스럽게 돌을 하나 올려놓는다.
13 : 40 오늘은 너무 일찍 끝이 났는가보다
죽령 주막이 보인다.
그런데 빌어먹을 한일시멘트에서 입산금지 현수막을 붙여 놓았다.
그 밑으로 빠져 나가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데 막아 놓아서 무엇을 할꼬
영주 방향에서 올라 오는 옛 길 탐방로가 표시되어 있는데 길은 끊어졌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경상도 죽령 표지석
충청도 죽령 표지석
죽령 12 지신
오늘은 바람도 세고 또 지도상 10시간 거리를 식사시간 빼면 7시간 만에 종주를 해서인지 막판에는 고통 속에 보내야 했다.
종아리 근육이 터질 것 같아 걱정을 했고 무릎이 박살나지 않나 고심을 했다.
다음 구간부터는 내 식으로 가야 하겠다.
종주를 시작 한 후 처음으로 오후 3시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집에 왔더니 집은 텅텅 비어 있다. 아 이 허무함....
다음 주 빠른 시간 내에 어머니 퇴원도 시켜드려야 할 것이고 5월 달에는 4번이나 대간 종주를 한다는데 걱정이 앞선다.
다음날 일어나서 다리에 통증이 온다.
근육이 뭉친 모양이다.
지금까지 해 왔던 구간 중에 끝나고 다리가 아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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