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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톤의 초원 결혼기념일이 일요일이어서 여행이나 갈까 하고 한달 전부터 소란을 피웠는데 무슨 날벼락인지 눈이 억수로 퍼붓는 바람에 꼼짝도 못하고 집에 갇혀 버렸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누워 빈둥거리는데 둘째 딸이 영화 표를 우리 앞에 내민다. 지난주에 우리 내외는 새로 생긴 극장이 어떻..
2004. 11. 22 01 : 10 분 숨이 막힌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응급조치로 심장을 압박하지만 회복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인 것 같은데 후다닥거리며 의사 몇이서 달려온다. 심장 맛사지를 한다. 그러나 이미 멎어 버린 심장의 움직임을 되돌릴 수는 없는 모양이다. 맛사지를 할 적..
서울은 공포스러워 이른 아침에 걸려 온 전화에 하루 종일 긴장이 속에서 보낸다. 여동생 시아버지가 돌아 가셨다는데 그 상가가 서울이라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서울을 어떻게 가나” 부터 차를 끌고 가야 하는지 아니면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요한 것..
술 취한 하루 모두 다 취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잊고 그냥 마냥 취했다. 산에서 마지막 내려 올 때는 비가 폭우로 퍼 붓더니 이제 그것조차도 힘에 겨운가 넓고 넓은 물을 바라보며 마시는 술에도 취하는가 발을 물에 담그고 마시면 덜 취하려나 그러나 모두가 취했다. 노래방의 술잔이 깨지고 무대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고 아버지! 아버지는 참으로 위대 하셨습니다. 오늘 제가 이 영화를 보고 한없이 울었습니다. 80년대 초 이산가족찾기 방송할 때도 남의 일이니까 관심 밖이었고 온 나라가 눈물바다였을 때도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던 내가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흘리..
섣달 그믐날의 잡념 이제부터는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기로 하자. 이제부터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열심히 되씹으 며 의식적으로라도 행복하다고 외치자. 행복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막연히 알고 있는 그저 그런 행복의 의미만이라도 의식하며 살자. 류마치스 관절염, 지오그렌 증후군, ..
산사에서 하루 ----청도 운문사에서--- 고요하게 들려오는 목탁소리에 마음이 어우러진다. 어디를 가더라도 마음 하나 편히 앉아 쉴곳 없는 도시생활과는 달리 온갖 벌레들이 여기저기 윙윙거리며 날고 매미 우는 소리, 새들의 노래 소리가 서로간의 마음이 맞아 합창이라도 하는 양 교향곡이라도 연주..
사랑하는 부부사이처럼 TV에서 한 젊은 주부가 외친다. “ 남자란 이상한 존재예요. 너무 관심을 가지면 도망치려고 아우성이고 너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워하는 여자냐고 투덜거려요. 그래서 적당히 이것저것 눈치껏 해야 가정 살림 살이가 편해지는 것 같아요“ 아주 현명한 여자다. 어찌 이런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