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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마스크와 코로나글/약국정담 2020. 7. 12. 12:26
약 4 개월 전 마스크 판매가 약국에서만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시중에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정부에서 관리하기가 편한 약국
에다 판매를 맡긴 것이다.
1 인당 일주일 두장씩
1 월 중순 경 음력설이 바로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루는 중국 여자가 오더니 약국에 있는 마스크를 한꺼번에 싹 쓸어 갔다.
약국에는 마스크가 250 장정도 있었는데 한 사람이 다 가지고 가도 "세상에 이런 날도 있네" 하고 기쁨에 겨
워 바로 또 마스크를 250 장을 주문하여 바로 가져다 놓았다.
다음 날 다른 중국 여자가 오더니 그 250 장을 다 가져간다기에
뭐에 쓰려고 이렇게 많이 가져가는데요? 하고 물었더니 중국으로 보낸다 고 이야기한다.
언니가 충칭에 사는데 모든 것이 마비되었다고...
그 언니한테 보낸다고...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조차 못했는데 명절이 지나자 중국 무한 바이러스 이야기
가 뉴스 때마다 나오는 것을 보고 중국에 무슨 사달이 났구나 싶었다.
그런데 명절이 끝나자마자 마스크는 구경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마스크를 찾았지만 내 입에서는 " 없어요 " 이 말을 앵무새처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 마스크 없어요 " 이 소리는 5 월 말까지 계속되었다.
몸서리 처 지도록 나불거려야 했던 " 마스크 없어요"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이 소리를 엄청난 욕을 들어 먹으면서 " 마스크 없어요 " 하는 소리를 어떨
때는 죄스럽게, 어떨 때는 성질난 소리로, 어떨 때는 짜증스럽게 외쳐야만 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어 이런 스트레를 받아야 하는가!
빌어먹을 인간들이, 아무런 생각도 없는 공무원들이, 자기네들 잠시 편하자고 남 죽는 줄 모르고 약도 아닌 것을
약사들에 맡겨 놓고 이 고생을 시켜야 하는지..
공무원이란 인간들은 말로만 내뱉으면 모든 인간들이 다 제 말대로 따라 하는 줄 아는 족속들이니까.
시간이 흐르면 흐르면 공무원들의 위세는 점점 세지고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그 패악질은 점점 강해지고 있으
니까.
윈도가 나오기 전에는 그야말로 초코파이 광고처럼 " 정 " 으로 살았다.
공무원과 국민, 국민과 국민 모두가 정으로 살았다.
민원이 있으면 안 되는 일도 같이 어울려 술 한잔 먹고 부탁하면 되던 그런 시절,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젊은 사람들은 그게 뭐 정이냐? 부패지! 할지 모른다.
맞는 이야기일지 모르나 인간관계에서 뭐 특별한 한 일이 있나. 아주 작은 사소한 일로 다투는 것이 거의 대부분
아닐까?
정으로 살던 그 시절이 그립다
지금은 물질적인 풍요는 누릴지 모르지만 예전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은 없어진 지 꽤 오래다.
윈도우가 나오면서 모든 것은 틀에 박힌 세상으로 변해 버렸고 IMF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자기 살 길 바빠서 옆
을 잠시라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지는 그런 세상으로 변했다.
우리 약국에서 여 약국까지 거리는 가장 가까이 있는 약국이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다.
차를 타면 5 분이면 가겠지만
신흥 Bedtown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 주변에 약국이 없다.
아파트 5천 세대 정도면 약국이 2 _ 3 개 될 텐데
아직 의원도 없고 약국도 없는 지역에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약국에서 마스크 판매가 시작되고 아침 8 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약국 앞에 먼저 기다기고 있던 초등
학교 형제들.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정신없이 뛰어노니까 밖으로 내쫓을 핑곗거리로 마스크 먼저 사 오라고 내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아침 일찍 자리를 지켰던 그 꼬마 친구들 덕분에 다음에 오는 사람들이 덩달아 아침 일찍 줄을 서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그 꼬마들 때문에 문 열고 " 마스크 있어요? " 할 때 나는 " 마스크 없어요 " 그 대답
을 하는 수고로움을 덜었다.
대신 그 꼬마들이 " 우리 마스크 살려고 줄 서 있어요 " 하면 모두들 그 뒤로 줄을 섰으니까.
그 친구들이 얼마나 고마운가.
마스크는 12 시가 다 되어야 오는데 왜 아침 일찍부터 와서 줄을 서 있는지...
" 12 시 넘어서 오세요" 해도 막무가내로 사람들은 추운데 줄을 서야 했고, 나는 괜히 엄청난 미안함을 느껴야
했고, 한편으로는 " 이 빌어먹을 마스크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고 불평불만을 쏟아내야 했다.
할머니들은 늦게 와서도 줄을 설 생각은 않고 다리 아프다는 핑계로 약국 안에 들어와 의자에 앉아 남은 바쁜데
일도 못하게 자꾸 말을 시키고, 간섭하고, 불평하고 정말 짜증스러워 죽는 줄 알았다.
마스크가 오고 2개씩 다시 포장하고 그러고 나면 한 시간
점심시간도 없이 마스크를 나누어주고, 다 끝남과 동시에 부리나케 문을 잠그고 점심 먹으러 도망을 갔다.
괜히 약국에 있으면 마스크 때문에 더 시달리니 " 오늘 마스크 품절 " 문 앞에 부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
뺐다.
" 마스크 품절 "이라고 큼지막하게 문 앞에 붙여 놓았건만 굳이 약국 안까지 들어와 " 마스크 있어요 / " 하고 묻
는 젊은이에 " 거기 앞에 써 놓은 것 안 보여요? " 하고 짜증을 냈던 젊은이에게 미안하고....
나이 많은 사람이 그랬으면 이해를 하고 넘어갔을 텐데 젊은 사람들이 그러는데 너무 화가 나서 짜증을 냈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를 드리고 싶다.
약사 짱 박아 놓은 마스크 좀 줘 봐!
없는데요!
그러지 말고 내놔!
없어요 이간 말 그대로 공적마스크예요. 내 것이 아니고 정부 것이지요.
정부에서 해야 하는 일을 그냥 대신해 줄 뿐이에요.
제발 힘들게 하지 말고 우리 짜증스럽게 좀 하지 마세요.
마스크 사러 온 사람들은 왜 그리 급한지 모르겠다.
약 사러 온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 와 신분증 내밀고는 " 마스크 "
아파서 온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파서 온 사람들한테 순서를 양보하세요?
처음 마스크 배부를 시작하고 15 일만에 몸무게가 3kg 줄었다.
그게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더니 요즈음 일주일 사이에 1kg 이 회복되었다.
마스크가 끝나니까 순식간에 회복되는 이 회복력이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 젊은 축에 속하는 가보다.
앞으로 소형 마스크 가격은 오를 것이다.
그동안 공적마스크 성인 마스크 생산하느라 소형을 생산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소형이 생산 원가가 비싸게 치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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