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 쿰부 트레킹(Solu Khumbu Trekking)
1. 트레킹 기간 : 2005년 1월 4일 ∼ 2005년 2월 6일 네팔 여행 중
트레킹기간은 2005년 1월 5일 ∼ 1월 27일 (23일간)
2. 목적 : 칼라파타르, 고쿄 트레킹
고소체험
네팔 문화체험
3. 개요
솔루 쿰부산 일대는 에베레스트(네팔명으로는 서거르마타, 티베트명으로는 초모롱마)의 전망대 칼라파타르 ·고쿄까지 걷는 코스로 변화가 풍부한 역동적인 풍광이 펼쳐져 있다. 세계 최고봉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다는 매력과 독특한 산악 민족 세르파의 생활을 접해볼 수 있는 해발 3,000m 이상의 쿰부산 일대는 남체에서 히말라야까지 서거르마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에베레스트를 목표로 하는 등반대와 트레커들이 주로이용해서 에베레스트 가도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길을 따라가면 해발 5,000m를 넘는 베이스 캠프와 에베레스트를 정면에서 우러러보는 5,550m 칼라 파타르 언덕에 도착, 빙하와 암벽이 많은 황량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진다.
4. 코스
1) 지리에서 루클라
지리는 카투만두에서 190㎞ 떨어진 곳으로 아침 일찍 출발하면 버스로 약 9시간 정도 소요된다. 본인은 아침 10시 버스를 타서 지리까지 못 가고 도중에 숙박, 다음날 저녁에 도착하여 지리까지 이틀에 걸쳐갔다. 끈기와 체력이 필요한 곳이지만 낮에는 봄 날 같은 따뜻한 날씨로 산사람들의 순박한 마음과 생활을 접할 수 있고 루클라에서 출발하는 것과는 고소 부담이 적으며 트레커도 적으므로 다른 매력을 맛볼 수 있다. 다만 마오(공산주의자)의 출현이 빈번하다는 것이 가장 염려되는 점이다. 쩌우리커르커(루클라 근처)까지 6일 소요
2) 루클라에서 남체
2일 소요(카투만두에서 비행기를 이용하면 루클라가 출발 지점)
3) 남체에서 칼라파타르
에베레스트 전망대로 이름난 칼라파타르는 히말라야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코스로 딩보체를 거쳐 6일 소요
4) 칼라파타르에서 촐라패스 고쿄
로부체에서 5,530m의 초라 라를 넘어 고쿄로 내려가는 코스로 12월 말에서 1월말까지는 종라와 드라그나그의 숙소(로지)도 폐쇄된다. 도중에 한국인을 만나서 8시간 걸려 넘었고 길도 양호하다하였는데 본인이 넘을 때는 전일의 눈으로 빙퇴석에 눈이 많이 쌓여 내려가는 길이 미끄럽고 상당히 위험하였다. 2일 소요.
5) 고쿄에서 루클라
고쿄 피크에서 변화무쌍한 대자연 에베레스트의 산군을 만끽할 수 있다. 6일 소요
5. 비용 : 2,000,000원 이내 (한화 949,000원 + US 970 $)
6. 세부 일정
1) 1/4 인천-홍콩,홍콩-카투만두(09:20-12:10네팔항공, 16:35-19:35아시아나)
2) 1/5 카투만두-차리코트(10:00-17:35 버스) : 현지 가이드 고용
3) 1/6 차리코트-다마코시(08:35-09:35 버스), 다마코시-지리(13:35-16:35 버스)
4) 1/7 지리08:35 - 시발라야11:33 - 데오랄리16:20 : 트레킹 시작, 시발라야 중식
5) 1/8 데오랄리08:20 - 켄자12:10 - 세테16:50 : 켄자 중식
6) 1/9 세테09:10 - 럼주라 라12:20 - 준베시17:50 : 고얌 중식, 호주부부의 느린 걸음
7) 1/10 준베시08:40 - 링모11:48 - 마니딩마16:30 : 링모에서 탁신우라 가는 길을
잘 못 들어서 1시간 낭비, 탁신두라 중식
8) 1/11 마니딩마09:15 - 커리콜라11:50 - 수르키아18:15 : 녹으면서 내리는 눈
9) 1/12 수르키아09:15 - 쩌우리커르커10:48 - 팍딩12:58 : 팍딩에서 두드코시강
건너 마을 산책
10) 1/13 팍딩09:30 - 몬조11:48 - 남체 바자르14:00 : 몬조의 체크포스트에서
서거르마타 국립공원 입장료(1,000 Rs) 지불
11) 1/14 남체 바자르 : 고도 적응을 위한 휴식, 상보체언덕에서 에베레스트사이트 조망
12) 1/15 남체바자르08:05 - 텡보체12:00 - 팡보체13:15 : 아마다블람 6856m조망
13) 1/16 팡보체08:40 - 딩보체10:40 : 딩보체 뒤의 바위산(5,000m) 등반
14) 1/17 딩보체08:00 - 추쿵09:30 - 딩보체15:30 : 추쿵에서 계속 눈이 내려 추쿵리 포기
15) 1/18 딩보체09:25 - 토클라11:00 - 로부체12:49 : 눈이 흩날림
16) 1/19 로부체08:00 - 고락세프10:30 : 고락세프에서 차
고락세프11:00 - 칼라파타르12:19 - 고락세프13:30 : 고락세프에서 중식, 푸모리
등 에베레스트 주변 산군 조망
고락세프14:00 -로부체15:45
17) 1/20 로부체08:00 - 종라09:41-초 라 라13:00 - 드라그나그16:00
-고쿄 18:17 : 종라Lodge 드라그나그Lodge 폐쇄, 초라 라의 쌓인 눈으로 지체
18) 1/21 고쿄09:20 - 고쿄리11:00 - 고쿄12:40 : 에베레스트, 눕세, 로세, 머칼루
초라세, 타우세 조망
19) 1/22 고쿄08:40 - 드레12:54 - 남체 바자르17:15 : 전일 내린 눈으로 지체, 드레 중식
20) 1/23 남체 바자르10:00 - 조르살레11:08 - 몬조 11:22 - 팍딩13:10 : 계속 내리는
폭설로 지체
21) 1/24 팍딩 : 전일 휴식
22) 1/25 팍딩09:13 - 루클라11:13
23) 1/26 루클라 : 안개 구름으로 비행 취소
24) 1/27 루클라12:10 - 카투만두12:40 : 국내선 예티항공
25) 1/28 카투만두07:30 - 바이러허와 20:30 : 버스
26) 1/29 바이러호와 04:20 -룸비니 05:20 : 룸비니 관람 및 휴식
27) 1/30 룸비니13:55 - 무글링22:00 : 치트완 번다 예정으로 관광버스 무임 승차
28) 1/31 무글링23:00 - 컬링키02:55 관광버스, 컬링키03:00- 카투만두 타멜03:10 택시
29) 2/1 카투만두09:40 - 파턴10:00 - 카투만두13:00 : 파턴의 왕궁과 사원 관람
카투만두의 퍼슈파티나트 관람
30∼33) 2/2∼2/5 카투만두 : 2/1 공항폐쇄로 비행취소.
* 국왕이 2/1 내각해산 비상사태 선포. 전화 인터넷차단. 공항폐쇄.
34) 2/6 카 투만두-상하이, 상하이-인천 (03:30-10:00 네팔항공,12:10-15:10 아시아나)
7. 지역별 고도 변화표(단위는 m)
1/7 지리1,955
시발라야1,770
데오랄리2,740
1/8 반다르2,190
켄자1,620
세테2,575
1/9 고옘3,280
람주라 고개3,530
준베시2,675
1/10 링모2,810
탁신두라3,071
마니딩마2,320
1/11 두드코시1,490
커리콜라2,070
수르키아2,310
1/12 쩌우리커르커2,530
팍딩2,780
1/13 몬조2,830
조르살레2,780
남체 바자르3,440
1/14 고소적응3,440
1/15 푼키텐가3,250
텡보체3,860
팡보체3,950
1/16 딩보체4,350
1/17 추쿵4,743
1/18 두사2,780
토클라3,440
로부체2,530
1/19 고락세프5,140
칼라파타르5,550
1/20 종라4,830
초라 라5,530
드라그나그4,700
고쿄4,750
1/21 고쿄리5,360
1/22 마체르모4,410
드레4,084
포르세 텐가3,680
몽라4,150
남체 바자르3,440
1/23 조르살레2,780
몬조2,830
팍딩2,610
1/24 가트2,492
1/25 루클라2,804
* 지역별 고도는 네팔에서 나온 지도마다, 여행책자마다 다름
8. 준비물
1) 항공권
갈 때 : 인천 → 홍콩 → 카투만두
올 때 : 카투만두 → 상하이 → 인천
2) 여행자보험(2005. 01. 04 ∼2005. 02. 02)
3) 여권과 여권복사본(여권 분실시 필요), 여권사진3매(예비용)
4) 네팔비자 : 카투만두 트리부번 공항에 도착하여 발급
(여권, 입국카드, 비자신청서, 여권사진1매, 비자수수료 US 30$)
5) 현금 : US 1,000$
원화 50,000원( 공항에서 집으로 올 때 교통비 포함)
6) 책 : 세계를 간다(네팔), 쪽성경(잠언과 시편), 일기장
7) 문구류 : 수첩, 계산기, 볼펜3, 형광펜, 칼, 집게
8) 카메라 : Nikon FM2(렌즈는 24㎜), Digital(canon power shot A80)
자동카메라(Olympus 38∼140㎜)
9) 필름 : slide(kodak ektachrome 100 ) 15통
negative(kodak 100 36매) 5통
compact flash card (256M 2개, 128M 1개)
10 건전지 : AAA( head lantern용)6개, AA(Digital 카메라용)15개
11) 세면도구 : 스포츠타월, 면손수건(목에 두를 수 있는), 치약, 칫솔, 비누, 빗
12) 약품류
종합비타민 30정(매일 아침 1정씩 복용)
칼슘 30정(매일 아침 1정씩 복용)
고소 - 다이아막스 500㎎ 20정(실제 복용하지 안음) -의사의 처방
종합감기약 5일분(실제 복용하지 안음) - 의사의 처방
한방소화제 10알(2회 복용)
진통제 타이레놀 10정(실제 복용하지 안음)
지사제10정(실제 복용하지 안음) - 의사의 처방
물파스(실제 사용하지 안음)
1 회용밴드 1통(실제 사용하지 안음)
립크림(수시 사용)
로션(수시 사용)
썬크림(로부체-고쿄-고쿄리-남체 구간만 사용)
13) 의류
침낭(거위털 1750g)
등산화(고어텍스)
슬리퍼(고무)
카고백(60ℓ)
배낭(30∼35ℓ)
스틱(티타늄 1쌍)
등산바지2 (겨울용, 봄가을용)
등산자켓4(스트레치, 파일, 원드블록, 방풍 및 생활방수)
우모복 상의(다운)
실내복(면바지, 면T, WOOL목T, 면내의)
등산용고소내의
속옷2벌(쿨맥스, 면)
양말5(등산용쿨맥스2, 면2, 모1)
모자3(고어텍스겨울용, 여름용나일론, 털모자)
장갑(고어텍스, 윈드스토퍼, 털장갑)
14. 간식 : 초코바 12개, 찰떡파이 30개, 양갱6개, 사탕 10개, 죽염
15. 기타
head lantern 2개, 보온병, 날진물통(500㎖), 무릎아대, 발목아대, 선글라스, 고도계손목시계, 알람시계, 물 티슈(80매), 화장지(여행용1, 두루마리1), 번호열쇠, 손톱깍기, 잡주머니5개, 비닐봉지3개, 비닐끈(빨래줄용)
16. 경비내역 : 한화 949,000원 + US 970 $
1) 한화 : 949.000원
항공권(인천-카투만두 왕복, 세금포함) 920,000원
보험(여행자보험30일) 29,000원
2) US $ :474 $
항공권 국내선 루클라-카투만두 편도 95 $
가이드 루클라-카투만두 편도 34 $
비자 발급비(공항에서 발급) 30 $
가이드 비 12 $ × 25일 = 300 $
도착당일숙식비(픽업, 1일숙박, 아침식사) 15 $
3) 네팔 Rs (루피) : 34,505 Rs → US 496$ ( US 1$ = 69.5 Rs)
버스비 카투만두 - 지리 200 Rs ×2명 = 400 Rs
카투만두 - 룸비니 500 Rs
택시비 공항 - 타멜 200 Rs
타멜 - newbuspark 80 Rs × 2회 =160 Rs
타멜 - 파탄 150 Rs
타멜 - 로얄네팔항공사 55 Rs×5회=275 Rs
공항세 트리부번국제공항 1,695 Rs
국내선 루클라 170 Rs
가이드팁 3,500 Rs
숙박비 2,150 Rs( 2/2∼2/6 네팔항공사가 부담)
식비 및 간식, 음료수 16,155 Rs
hot shower 2회 250 Rs
기부금 - 사원 및 기타 2,055 Rs
입장료 서거르마타 국립공원 1,000 Rs
룸비니마야사원 50 Rs
룸비니 박물과 50 Rs
마야사원 포토비 75 Rs
파탄 외국인입장료 200 Rs
파탄 골든템플 25Rs ×2명=50 Rs
카투만두 퍼슈파티나트 250 Rs
사진 현상료 40Rs ×4롤= 160 Rs
인화료 5Rs×4롤×36매= 720 Rs
사진엽서 15Rs×20장 + 20Rs×4장= 380 Rs
우표(air mail) 15Rs×16장=240 Rs
헌책 loney planet 히말라야트레킹 1,000 Rs
loney planet 부탄 1,200 Rs
loney planet 티벳 1,180 Rs
벨트색과 털장갑 290 Rs
*원주에서 인천공항 왕복 교통비는 제외함
17. 트레킹 기록
2005년 1월 4일 맑음
원주 출발 04:15 - 청량리 도착 06:10 (무궁화호 기차)
청량리 출발 06:30 - 인천공항 도착 08:30(공항버스)
인천 출발 09:20 - 홍콩도착 12:10 (아시아나 항공)
홍콩 출발 16:35 - 카투만두 도착 19:35(로얄네팔 항공)
카투만두 공항을 나서니 네팔 짱의 씩씩한 산적두목(닉네임)이 기다린다. 짱 호텔에 짐을 풀고 인터넷상으로 문의한 사항( 가이드, 루클라 비행기 예약, 지리행 버스편, 환전)을 점검하는데 지리 버스 예약이 안되어 여기저기 전화하느라 바쁘다. 환전도 해준다 하여 타멜 거리를 나가지 않고 정원의 모닥불가에서 뚱바(네팔의 민속주)를 마시고 일찍 자리에 들다.
1월 5일 맑음
카투만두 출발 10:00 - 차리코트 도착 17:35 ( 로컬버스)
앞으로 기약 없는 샤워를 하고 된장찌개를 깨끗이 비우다. 산적두목이 무엇에 씌웠나(본인 표현) 지리행 버스 예매도 안하고, 아침 10시 출발로 차리코트까지만 간단다. 여행사 소개로 온 가이드겸 포터( 실제로는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포터)와 첫인사. 이름은 비제 라마(Bijaya Lama) 25살이라는 데 고등학생같다. 가이드 비는 짱을 통해 25일치를 미리 지불하고, 일정은 지리 - 고쿄 - 촐라패스 - EBC - 루클라. 로지는 내가 정하기로 하다. 그런데 버스표를 구하러간 짱의 스텝은 10시가 되는데도 오지 안고 하는 수 없이 택시로 버스터미널에가서 표를 구하여 드디어 로컬 버스에 오르다. 현지인들의 고단하면서도 인정 넘치는 여유 있는 삶이 묻어나는 공간으로 통로에는 짐으로 가득 차고 지붕위에까지 사람들로 넘쳐난다. 카투만두 시내를 벗어나 산허리를 올라가니 양옆의 계단식 논과 밭, 저 너머의 우뚝 솟은 설산,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와 돌, 좁은 도로를 가고 오는 트럭과 버스들의 곡예 운전, 검문소에서 네팔리 젊은 남자들은 짐을 들고 모두 내려서 검문에 응하고, 정차하는 버스를 향해 달려오는 잡상인들의 양손에는 오렌지, 땅콩, 꼬마토마토를 담은 검은 봉지가 한가득, 햇볕에 나앉은 가족들, 머리감는 여자들, 모여있는 남정네들, 그 모습 그대로다. 드디어 오후 5시 35분에 번화한 차리코트에 도착하여 버스역 앞의 숙소에 짐을 풀다. 눈덮인 Mt. Gaurisankhar의 전망이 아름답다. 모모(만두)와 야채칼국수 레몬티로 저녁을 먹고 빛나는 별을 보며 숙소에 들어오니 정전. 그냥 잠들다.
1월 6일 맑음
차리코트 출발 08:35 - 다마코시 도착 09:35(로컬버스)
다마코시 출발 13:35 - 지리 도착 16:35(로컬버스)
새벽 01시 15분에 깨어 뒤척, 5시쯤 요가로 몸 풀고, 오믈렛과 야채수프로 아침을 맛나게 먹다. 마당에 나와 눈앞에 펼쳐진 Mt. Gaurisankhar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이 기분! 다시 로컬버스를 타고 1시간 후에 다마코시에 내려 12시의 버스를 기다린다. 2시간 25분의 시간이 있어 길 따라 걸어갔으면 하지만, 가이드 생각하며 여기저기 걸어본다. 강을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은 버스서는 곳만 번화하고 확자하다. 앞의 음식점에 앉아 여행책 보다 부엌을 기웃거리다, 오가는 사람 내다보며, 점심으로 시킨 달바트(네팔인의 일상음식)는 어찌 이리 맛없는지, 12시에 있다는 버스는 오지 않고, 다시 주변을 돌아다녀도 시간은 그대로, 하염없이 기다리던 버스에 13시 35분 승차하여 짐으로 가득 찬 통로를 비집고 들어가니 외국인이라고 자리를 양보한다. 가이드는 들어올 틈이 없어 버스 지붕 위로 올라갔다. 바쁜 가운데도 네팔리들의 검문은 꼬박꼬박 이뤄지고, 나도 한번 check in (국적 이름 나이 목적지 여권번호 등등), 드디어 16시 35분에 번화한 도시 지리를 이틀에 걸쳐 도착하여 숙소를 잡고 밖으로 나가 거리를 거닐다. 길을 따라 나있는 Lodge와 상점앞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EBC 가는 트레커들이 루클라에서 대부분 출발하고 최근들어 마오이스트(공산주의자)들의 출현이 잦아서 인지 트레커들이 눈에 뜨이지 안는다. 숙소로 들어와 저녁을 시키고 4층 부엌과 식당으로 올라가니 남자 셋이서 지지고 볶고, 그 중 가장 연장자인 듯한 남자는 트레킹 가이드로 몇 일 전에 카나다인 데리고 EBC 갔다 왔는데 그때 촐라패스의 로지는 Open이였단다. 나의 일정을 듣더니 EBC - 고쿄순으로 하는 것이 좋으며, 지리에서 루클라까지 마오의 출현이 잦으니 만나면 1000Rs 주고 반드시 영수증 받으라고 당부한다. 혹 학생이라하면 500Rs로 깍아주기도 한단다. 식당의 벽에는 행방불명된 아일랜드 청년을 찾는 사진이 붙어있다. 으스스한 기분, 9시경에 숙소로 들어와 욥기 1장을 보다. God bless me!
1월 7일 맑음
지리(08:20)-말리(10:00)-시발라야(11:33∼13:10 점심)-상바단다(14:10)-데오랄리(16:20)
와! 기다리던 트레킹 출발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로지를 나서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좌측의 산길로 계속 오른다. 멀리 지리 마을이 아득하고 우측 산위에 계단식 밭, 집들을 뒤로하고 언덕 위에 오르니 고도계가 2300을 가리킨다. 소나무가 있는 사잇길을 내려서니 말리, Low Secondary School을 지나고 어미 닭과 병아리, 한가로운 소, 밭을 일구는 농부, 유채꽃을 지나고 좌측 산봉우리의 계단식 밭, 그 뒤의 설산이 빼꼼히 보인다. 10시 30분쯤 휴식. 나의 카고백을 메고 가는 가이드가 어깨가 아프다고 한다. 큰 배낭을 가져왔더라면 좋았을 것을 인테넷에 문의 하니 카고백이 좋다하였지만 내가 보기에도 카고백의 끈이 어깨를 조일 것 같다. 루클라나 남체에서 큰 배낭을 빌려야할 것 같다. 잠시 휴식을 틈타 일본어 교재를 꺼내 공부하는 기특한 가이드다. 내리막길은 좌측 계곡물까지 이르러 좌측 다리 건너 킴티콜라 합수점을 지나 우측 다리 건너 시발라야 마을에 도착하여 점심으로 달바트를 먹는다. 요리를 나르는 예쁜 주인집 딸, 전통의상을 차려 입은 멋진 이웃 아줌마, 넉넉한 주인여자의 마음과 여유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면....식당을 나서서 이마에 끈으로 연결하여 잔뜩 짐을 진 짐꾼(꿀리)들과 앞서 거니 뒷서 거니 오르막길을 계속 오른다. 땀이 비 오듯 하여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고무호수로 연결한 곳에서 머리를 감고, 가이드 비제는 카고백으로 속도가 느리고 쉬는 사간이 점점 늘어나 쉬는 곳에서 네팔 민요 렛산비리리를 배운다. 데오랄리까지 비제가 앞으로 맨 그의 배낭을 내가 지고 가며 시간당 5Rs라니 우하하하 크게 웃는다.
드디어 마니석이 길게 늘어서 있는 입구가 나타나고 원형으로 마니석을 쌓아 놓은 멋진 전망의 데오랄리에 도착한다. 저 아랫마을 반다르는 내일로 미루고 여장을 푼다.
비제가 자기 배낭에 나의 짐을 넣어 가겠단다. 숙소에 들어와 가이드 배낭에 나의 짐을 넣고 제일 부피가 나가는 침낭을 밖으로 빼고 나머지는 사이드에 끈으로 묶으니 Good! 한숨 놓인다. 식당의 나무를 때는 난로에 양말과 수건을 빨아 말리고 저녁으로 감자모모를 먹다.
1월 8일 맑음
데오랄리(08:20)-반다르(08:40)-켄자(12:10∼14:10)-세테(16:50)
02시 15분경에 눈뜨다. 4시 30분쯤 딸랑딸랑 소가 지나가고, 옆방에는 카투만두에 사는 아들내외와 손자가 장난치는 정겨운 가족의 소리가 들린다. 밖으로 나와 마니석이 있는 데오랄리언덕 위에서 시원한 설산을 조망하다. 애플파이와 차이로 아침을 먹고 듬직하고 선한 주인내외의 인사를 받으며 로지를 나선다. 가이드가 자기 배낭에 나의 짐을 정리한 솜씨가 깨끗하다. 나의 마음도 한결 가볍다. 돌계단의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세르파의 마을인 반다르이다. 마을 어귀에는 초르텐이 두개 있는 데 그 중 하나는 카투만두의 보다나트 스투파를 축소한 듯 붓다의 지혜의 눈이 응시하고 있다. Tea Farmer Group이란 건물이 있어 주변을 보니 차나무를 군데군데 경작하고 있다. 2200m의 햇살 따스한 고원 지대라 차나무 재배가 가능하리라. 작은 계곡 두개 건너, 산허리 돌아서 짐꾼들을 만나고, 오렌지나무가 있는 급한 내리막길, 타라 콜라의 작은 마을 지나 리쿠 콜라의 시원한 본류와 만난다. 이 강의 서쪽을 따라 가며 처음으로 트레커와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호주인 3명과 가이드이다. 다리 건너 저 멀리 설산이 쪼끔 얼굴을 내민 켄자에 도착한다. 식당에 달바트를 주문하고 머리를 감는다. 주문을 하면 비로소 음식을 만들므로 점심식사 시간은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식당 맞은편 건물의 벽에는 "자유를 위해 투쟁하자. 마오는 영원히 산다"라는 낙서가 눈에 들어온다. 땀도 식고 바람도 불어 더욱 으스스하다. 생강차와 달바트를 맛나게 먹고, 가이드가 작은 가방(가이드 짐을 배낭 사이드에 꾸겨넣음)이 필요하다기에 아랫마을로 내려가 벨트쌕과 장갑을 구입하다. 세테로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 돌계단이다. 구름이 점점 몰려오고 도중에 랄루파테의 붉은 꽃이 반기고 가이드가 꽃을 따줄 것 같이 내려간다. 보는 것이 더 좋다 하였지만 기분 나쁘지 않다. 세테의 로지에 도착하니 낮에 만난 호주인들이 먼저 와서 반긴다. 전기도 없고, 화장실은 밖에, 잠금 장치도 없는 전형적인 농가이다. 식당의 화롯불가에 모여 트레킹이야기, 트레커 2명은 호주인 부부(호주여자는 피곤하여 방에서 쉬고), 1명은 러시안 용감한 여자로 카투만두의 사원과 더르바르광장을 입장료 없이 들어간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다. 그렇게 세테의 밤은 깊어간다.
1월 9일 흐림 드문드문 눈발 그리고 흐림
세테(09:10)-닥추(10:30)-람주라 라(12:20)-고옘(13: 20)-람주라 번장(16:00)-준베시(17:50)
잠을 못자다. 5시 30분에 말방울소리, 6시 30분에 일어나 요가를 하니 몸이 더워진다. 창밖의 산에는 구름으로 자욱하다. 밖으로 나오니 짐꾼들이 벌써 몰려간다. 4명의 트레커와 가이드 2명은 준베시를 향하여 계속 오르막 돌계단을 오른다. 좌우의 높은 산, 계단식 밭, 드문드문 집들, 트레킹길의 쉼터(짐을 놓기 좋게 쌓은 돌계단), 찻집, 그리고 천진난만한 아이들, 10시 25분 마니석을 지나니 곧 마을이 나오겠지. 5분 후에 닥추 마을지나 라니구라스의 숲속으로 들어선다. 산꼭대기는 눈으로 덮여있고, 길은 눈과 얼음으로 조심조심, 눈발이 흩날리고, 13시 20분 고옘마을 식당으로 들어간다. 장작불을 때는 화덕에 모여 모자와 장갑, 발을 말리고 호주여자는 지쳤는지 남자에게 기대고 등을 쓸어주며 키쓰하는 다정한 연인들을 식당의 꼬마들이 자기들끼리 손짓하며 힐끗힐끗 쳐다본다. 씩씩한 러시안 여자는 고향에서 찍은 사진을 돌린다. 달바트를 먹고 라니구라스 숲길을 또다시 오르며 하늘이 활짝 열리는 남체 바자르까지 가장 높은 지점인 3530m 람주라 번장에 도착하니 오색의 타르초가 펄럭인다. 고개 정상부터는 다시 가파른 내리막 길이다. 언제나 씩씩하게 내달리는 러시안은 300$ 갖고 2달 동안 네팔에 머문다는 짠순이다. 바람처럼 사라지나 쉼터에서는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 마니석이 나오고 왼쪽 산허리를 돌아돌아 내려가니 곰파와 초르텐이 많은 제법 큰 준베시에 도착하니 어둠이 몰려온다. 처음 들어간 로지는 다른 곳으로 가라하고, 문을 닫은 로지의 문을 세게 두두리니 현관에 불이 켜지며 문이 열린다. Hot shower에 속옷 양말도 빨고 이런 호강이.... 밖에는 눈이 내린다. 식당의 난롯불 가에 모여 앉아 통성명, 호주남자는 닥스, 여자는 민지로 상냥하고 사랑스러워 보호 본능이 저절로 일어난다. 그리고 씩씩한 러시안 줄리, 각자 시킨 저녁을 먹다. 부엌에 따뜻한 물 얻으러 들어가니 주인 내외가 감자 부치기를 막 먹으려한다. 강원도의 그리운 음식이 아닌가! 한조각 떼어 맛보고 내일 아침 메뉴로 즉석에서 주문하다. 호주 부부는 내일 늦게 일어나 근처 산에 올라가고, 줄리는 7시에 트레킹을 떠나고, 그러면 다시 각자의 길로 Good night! 눈이 제법 내린다.
1월 10일 맑음 흐림
준베시(08:40)-링모(11:48)-탁신두라(13:52)-마니딩마(16:30)
샤워까지 했는데도 잠은 오지 안고... 7시 30분 식당에 내려가니 줄리는 출발 완료. " Good luck to you." " Maybe see you later." 민지는 어제 밤에 기침을 하더니 not good. 닥스만 내려와 아침을 먹고 오늘 하루 쉰단다. 야크 치즈와 감자부치기로 아침을 먹고 비제와 길을 나서다. 어제 밤에 내린 눈으로 마을과 산이 눈부시다. 로지를 뒤로하고 다리 건너 왼쪽으로 올라올라 산허리를 따라 돌아간다. 저 멀리 설산이 아름답다. 앞에서 오는 할아버지와 손자, 귀여운 꼬마가 꽃을 꺾어 주네. 귀엽기도 해라! 볼에다 뽀뽀하고 갖고 있던 찰떡파이를 나눠주다. 화창한 햇살, 카투만두 - 루클라 간의 비행기는 수없이 하늘을 가른다. 살룽콜라를 따라 내려가 눔부르에서 흘러오는 링모콜라위의 다리 건너, 사과 과수원으로 유명산 링모(11:48)로 올라가, 초르텐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계속 좌측의 길 따라 1시간쯤 가는데 짐꾼들도 안보이고 눈으로 덮인 길위에는 발자국의 흔적이 없다. 지금쯤 산꼭대기 탁신두라에 도달해야 하는 데 우리가 가는 길은 계속 산허리를 돌아만 가는 것 같다. 비제가 길을 잃은 것 같다고 한다. 나는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하며 링모까지 다시 되돌아가자고 하여, 오던 길로 다시 내려간다. 비제는 미안하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 나는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내려오다가 좌측의 오르막길로 들어서니 드디어 산마루에 초르텐과 타르초가 펄럭이는 3071m 탁신두라에 13:52분에 도착하여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름 없는 찻집에서 누들숲을 먹고 몸을 녹이고 다시 출발하여 15시쯤 규모가 큰 곰파에 들르니 탱화가 아름답다. 승녀가 열쇠를 가져와 가운데의 부처님과 이층의 부처님을 알현하고 불교신자인 비제에게 기부하라고 50Rs를 건네주니 부처님께 다가가 절을 한다. 다시 마니딩마를 향하여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다 큰 계곡의 다리 건너 드디어 마니딩마에 도착하다.
1월 11일 맑은 후에 흐리고 눈
마니딩마(09:15)-두드코시(10:05)-주빙(10:30)-카리콜라(11:50)-붑사(13:05)-파양(16:08):수르키아(18:15)
로지 좌측의 눈 덮인 산! 저 멀리 우뚝 솟은 멋진 설산!! 아침에 일어나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왼쪽 길을 계곡 쪽으로 내려가 1490m의 두드코시에서 티벳 국경 근처에서 흘러 내려오는 두드코시강의 흔들다리 건너 맞은편으로 올라가니 주빙마을이다. 아침햇살이 눈부신 산사면을 따라 비스듬히 전개되는 마을 주변에는 계단식으로 된 들판에 녹색의 보리와 노란 유채꽃이 아름답고 집의 대문이나 다리난간에 금잔화 장식이 인상적이다. 11시 09분에 이름 없는 식당에서 차와 라면과자로 숨을 돌리고 언덕에 오르니 카리콜라 마을이 보인다. 마니석을 오른쪽에 끼고 걸어가 마을로 내려가니 바자르에는 그릇이 잔뜩 진열되어있다. 다시 다리를 건너 비탈길을 올라서니 왼쪽에는 타르초가 펄럭이고 붑사에 도착한다. 눈발이 날리고 길에는 눈이 녹지만 그대로 쌓이는 숲은 정결하고 아름답다. 마니석 지나 10분쯤 올라가니 멋진 바위에 타르초가 걸려있다. 계곡의 다리를 여러 개 건너 완만한 오르막 파양에 도착한다. 허름한 식당에서 차와 라면과자로 허기를 면한 후 평탄한 길을 오르락 내리락, 날은 어두워오고 이제는 내리는 눈이 쌓이며 길은 미끄럽다. 저 아래 수르키아 계곡이 보여 한숨 돌리며 언뜻 언뜻 구름이 지나가면서 드러나는 산군들의 거대함에 놀라며 산등성이를 내려와 두드코시의 지류를 계속 내려가니 드디어 수르키아에 도착한다. 첫 번째 로지에 짐을 풀며 늦은 저녁 달바트를 가장 맛나게 먹는다. 특히 달이 최고이다. 론리플래닛에도 소개된 집이라고 메뉴판에 써붙였는데, 깨끗한 세면실이 맘에 든다. 나무로 마감된 운치 있는 방에 들 어오니 계곡의 물소리가 어찌나 큰지, 밤하늘의 별들은 너무나 가까이에서 반짝이고 있어 잡힐 듯 하다. 긴 하루였다
1월 12일 흐림
수르키아()(:15)-쩌우리커르커(10:48)-타다코시(11:04)-가트(11:38)-팍딩(12:58)
어제는 9시간 정도 걸어서 피곤하여 잠을 잘 잘 것 같았는데 야속하게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밤하늘의 별들은 어찌 그리 빛나던지 안경을 쓰고 보니 더욱 선명하게 잡힐 듯하다. 9시 15분에 로지를 나서니 파란하늘에 좌우의 설산이 우뚝하다. 물소리 따라 다리를 건너 산허리를 돌아간다. 세르파의 고장이 가까워선가 불교의 마니석과 타르초가 유독 눈에 많이 띈다. 쩌우리커르커에 이르러 큰 바위 마니월에 새겨진 "옴마니밧메홈"의 파란 글씨가 선명하다. 초불룽에서 루클라에서 올라오는 트레커를 오랜만에 만나다. 언덕위의 가트에는 타르초가 펄럭이고 좌우의 설산을 배경으로 하는 찻집은 쉬어가기 그만이다. 블랙티를 마시며 노닥노닥 1시간을 보내고, 다시 오르고 내리면서 산허리를 돌아가니 드디어 팍딩에 도착한다. 로지에 짐을 풀고 달바트를 먹은 후 다시 나와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남체 방향으로 강을 건너 좌측 길로 올라서니 산꼭대기에 마니석과 초르텐이 있는 마을이 있다. 무거운 짐을 머리에 지고 팍딩으로 가는 모녀와 인사하고 다시 내려와 로지에 들르니 비제는 부엌에서 불을 끼고 있다. 다시 나와 수르키아 방향으로 내려가 긴긴 한나절을 걷는다. 그냥 로지에 있으면 춥기밖에 더 할까...
1월 13일 맑은 후 흐림
팍당(09:30)-톡톡(10:00)-추모아(11:04)-몬조(11:48)-조르살레(12:00)-남체 바자르(14:00)
지난밤에 비교적 잘 잤다. 그야말로 좋은 아침이다. 9시 30분에 로지를 나선다. 싸늘한 공기 그러나 햇빛에 나서면 금방 더워진다. 좌측 다리 건너 우측 길로 올라간다. 몬조의 체크 포스트에서 사무원이 아침식사 중이라 한참을 기다린 후 트레킹퍼밋 1000Rs를 지불하고 증명서를 받았다. 49세의 사무원이 나의 여권을 보더니 대단하다며 젊어 보인다 하니 빈말이라도 기분 좋다. 12시에 조르살레에 도착하여 강을 따라 계속 올라가니 세르파의 마을이 가까워서인가 색색의 많은 타르초가 화려하게 장식된 큰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면서 고도가 점점 높아지며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 천천히 천천히를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좌우의 설산, 앞뒤의 설산을 응시한다. 빙하가 녹은 물이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힘차다. 드디어 언덕에 올라서니 남체의 흰색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쉼이 필요한 입구에서 오렌지 장사에게 오렌지를 사서 나눠먹으며 3440m의 남체마을 입성을 자축한다.
남체호텔에 여장을 풀고 항상 그렇듯이 점심으로 달바트를 시켰는데 가장 비싼 250Rs이나 맛은 야채가 골고루 들어가고 그럴 듯 하다. 오후에 여기저기 둘러보고 엽서를 사서 그리운이들을 떠올리다. 점점 밤의 추위에 적응이 되는지 침낭 속이 따뜻해진다. 내일은 6시에 상보체 언덕에 가기로 하다.
1월 14일 맑음
상보체언덕
4시에 눈뜨다. 5시 30분에 준비하고 기다려도 6시까지 비제는 오지 않다. 밖으로 나가도 사람들은 없고 드디어 한사람을 만나 에베레스트뷰 호텔을 물어 언덕으로 올라가니 한이 없다. 다시 내려와 지나가는 남자에게 길을 물으니 반대편 쪽으로 일러주어 곰파 지나 또 한없이 가니 가도가도 오르막이다. 포기하고 숙소에 오니 7시 10분쯤 비제가 피곤한 눈으로 미안하다며 앞장선다. 첫 번째 사람이 가르쳐준 길로 로지들을 지나 어느덧 남체 언덕 꼭대기에 올라서니 우와 사방이 설산이다. 계속 앞으로 상보체 호텔을 지나니 저만큼 우측에 아마다블람이 우뚝 멋지게 솟아 있다. 그 왼쪽에는 사진에서 본 에베레스트와 로체가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황홀경이다. 3720m의 상보체 언덕에서 보면 사방이 설산으로 쿰부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그래서 여기까지 짧게나마 트레킹을 오는구나! 마치 안나푸르나의 푼힐과 같은 전망이다. 되돌아 올 때는 두 번째 남자가 가르쳐준 곰파를 거쳐서 내려오다. 와! 신나는 아침이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우체국에 가서 그리운 이들에게 엽서를 띄우다. 보고싶은 마음도 함께. 오랜만에 샤워도 하고, 호텔 방에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즐기면서 오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침낭에 들어가 포근함도 즐기면서 책을 읽는다. 오후가 되면서 구름이 몰려오고 남체 마을도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저녁 무렵 장이서는 남체 입구의 언덕으로 간다. 당근 양파 토마토가 가득 담긴 바구니들, 각종 곡물 자루들, 국수 달걀 과자류, 없는 것이 없다. 그 중에서도 싱싱한 당근은 깨물면 단맛이 줄줄 흐를 것 같다. 남체 입구의 오렌지 장사도 있네. 더 싼 가격으로 오렌지를 사서 호텔에 들어와 맛나게 먹다. 비제는 고쿄에서 EBC로 가는 것이 더 수월하다하여, 아무래도 가이드의 말을 듣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촐라 패스를 넘을 경우와 그렇지 못할 경우를 생각해보면서 내일은 드레까지 가기로 결정하다. 필요없는 짐은 카고백에 넣어 남체호텔에 맡기기로 하다.
1월 15일 흐리고 바람
남체바자르(08:05)-사나사(09:44)-푼키텐가(10:20)-텡보체(12:00)-데보체(12:21)-밀링고(12:30)-팡보체(13:15)
어제 아침 상보체 언덕 오르던 길로 가다가 우측 산허리로 돌아가다. 아침에는 춥더니 햇빛아래 걸으니 몸이 풀린다. 저 앞에 아마다블람 에베레스트가 한눈에 들어온다. 타르초가 바람에 휘날리는 초르텐에서 잠시 휴식하며 걷다가 반대방향에서 내려오는 한국 남을 트레킹길에서 처음 만나 반갑게 인사하다. EBC - 촐라패스 - 고쿄를 다녀오는 길이라며 촐라패스 넘는데 8시간 걸렸고 로지는 폐쇄됐지만 길은 괜찮다고 한다. 반대로 넘은 그의 친구는 11시간 걸렸다며 EBC - 촐라패스 - 고쿄로 가는 것이 더 수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우리 가이드에게 이 사실을 영어로 확실하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을 하니 전해들은 비제는 계속 고쿄 - EBC라며 우긴다. 지리의 로지에서 만났던 가이드에게 들은 바도 있어 내가 EBC - 촐라패스 - 고쿄로 가겠다고 하니 비제도 하는 수 없는지 그렇게 하란다. 아! 하나님이 도우사 원하는 코스로 가게되니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 고마운 한국 남과 헤어져 다시 앞으로 가는 데 비제는 기분이 상했는지 아무 말이 없다. 그렇다고 화났냐고 묻고 싶지도 않고 저러다 풀리겠지 하면서 라니구라스 숲길을 지나니 고쿄, EBC, 남체의 세 갈래길 이정표가 나온다. 당연히 EBC방향으로 우측으로 가니 장신구를 파는 노점이 늘어선 작은 티베탄 바자르 사나사를 지나고 여러 명의 포터들이 배낭을 몇 개씩 지고 올라오는 그 뒤로 중년의 한국남자들이 올라온다. 오늘은 한국인을 만나는 날인가 보다. 나와 가이드의 짐을 보더니 짐이 왜 이렇게 적으냐고 묻는다. 한국인 그룹은 쿡을 데리고 먹을 것을 다 해서 먹고 다녀서인지 상대적으로 짐이 많다. 잠시 후 또 지친 표정의 한국남자 하나와 포터가 내려온다. 로부체에서 배탈이 나서 아무것도 못 먹고 내려오는 중이란다. 얼마나 가슴이 아플지... 우측 계곡으로 내려가 다리 건너면 3250m의 푼키텐가. 이곳부터는 계속 오르막이다. 12시쯤 쿰부지역에서 제일 큰 곰파가 있는 탕보체에 도착하니 모래바람이 몰려와 빨리 언덕을 내려서 데보체를 지나 사원을 좌측으로 끼고 가니 마니석들이 죽 나온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은 계곡 물을 좌측으로 끼면서 가다 계곡을 향해 내려가 다리 건너 산허리를 계속 올라가는 오르막길이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숨도 차오르고 무릎에도 힘이 빠질 무렵 언덕에 올라서니 저 앞에 팡보체 마을이 보인다. 아마다블람이 웅장하게 솟은 주변 산은 고도가 높아선지 나무가 별로 없고 군데군데 흙과 돌이 무너져 내린 아슬아슬한 곳이 많다. 돌이 많아서인지 집과 집, 밭과 밭의 경계는 돌담이다. 마르파가 연상되지만 마르파는 평야고 팡보체는 주변이 황량한 산에 둘러싸인 집집마다 룽다가 바람에 나부낀다. 구름까지 잔뜩 끼여 무척 으스스한 기분이다. 로지에 짐을 풀고 늦은 점심으로 달바트를 먹고 세수하고 침낭속으로 들어간다. 구름 바람 먼지로 가장 추운 날이다. 잠시 후 바깥이 왁자지껄 외국인 트레커들이 들어왔다. 오늘은 단체 트레커들이 들어왔으니 난로를 지피겠지. 식당으로 가니 벌써 난로가 뜨끈하다. 호주인 5명으로 칼라파타르에서 팡보체까지 긴 여정이였단다. 모두들 기침을 해대며 코를 팡팡 풀며 감기에 들려있다. 내일은 남체에 가서 hot shower를 한다며 좋아들 한다. 이들의 빠른 영어에 언제쯤 끼일 수 있을까?
1월 16일 흐리고 바람
팡보체(08:40)-소마레(09:23)-오르쇼(09:40)-딩보체(10:40)
계산에 처음으로 뜨거운 물 값이 20Rs 포함되다. 호주 구룹의 가이드가 촐라 패스를 넘는 다니까 크럼펀이 없으면 끈으로 감고가야 한다며 어디선가 끈을 구해 가지고 와서 준다. 추쿵리에 가면 아일랜드피크가 너무 아름답다고, 작년에 안나푸르나 갔다왔다고 하니까 푼힐에서 보이는 안나푸르나의 산줄기를 줄줄이 순서대로 쭉 읊어준다. 어쨌든 관심을 보여주니 싫지는 안다. 비제는 어제 밤 가이드와 포터들과 같이 어울렸는 데 식사는 안하고 술을 어찌나 많이 먹는지 덩달아 저녁을 못 먹었단다. 쯧쯧. 8시 40분에 로지를 나서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바람까지 싸늘하여 고개 숙이고 말없이 땅만 보며 가다. 소마레와 오르쇼도 지나고 9시 50분쯤 좌측으로 페리체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직진하여 딩보체 방향으로 간다. 고도가 높아 질 수록 산에 나무가 없고 우측 계곡을 끼고 가는데 군데군데 산사태로 돌더미가 길가에 와그르르, 계곡에도 쌓여있다. 황량한 길이다. 앞쪽은 설산이라 오늘은 아름답다기 보다는 기기 괴괴한 느낌이다. 우측 다리 건너 오르막에서 다시 내리막길로 내려서니 2시간만에 벌써 딩보체에 도착이다. 비제의 친구가 쿡으로 있는 로지에 짐을 풀다. 그동안 고기를 못 먹어 마침 오늘 날 잡아서 점심으로 고기를 넣은 달바트, 저녁에는 야크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주변의 둘러보고 오면 12시부터 달바트 만드는 것을 보기로 하다. 로지를 나서 딩보체 입구의 풀밭 산등성이를 오르니 초르텐이 두 개 나오고 계속 오르면 돌멩이를 쌓아올린 탑이 여러 개 나온다. 저 돌멩이를 올린 사람의 소원은 무엇 이였을까? 이뤄졌을까? 주변에 우뚝 솟은 산들의 경관이 아름답다. 마침 나무를 주우러 온 마을 청년에게 주변 산들의 이름을 물으니 또부체, 로체, 아일랜드피크, 초블루라 일러준다. 12시가 되어가 달바트 만드는 것을 보아야 하므로 아쉬움을 접고 로지로 내려가니 쿡은 준비를 다하고 기다리고 있다. 식당에 걸어놓은 요리사 자격증은 카투만두에서 9개월간 배운 후 얻었다고 한다.
< Dal Bhat with yarkmeat >
① 물을 끓여 스파이스 잎을 넣은 후 야크고기를 넣어 끓여서 익으면 꺼내어 잘게 썬다.
② 기름에 마늘과 양념을 넣고 볶다가 잘게 썬 양파와 토마토를 넣고 야크고기도 넣어 볶은 후 고기 국물을 넣고 마살라를 넣어 끓인다.
③ 압력솥에 쌀을 넣어 밥을 짓는다.
④ 접시에 밥을 담고 curry를 공기에 담고 미리 준비한 달도 공기에 담는다.
야크 고기가 부드러운 것이 스파이스덕에 냄새도 없고 오랜만에 먹는고기라 맛있다. 나는 부엌에 있는 식탁에서 의자에 앉아 먹고, 쿡과 비제 그리고 Owner의 모친과 여동생은 화덕앞에 앉아 손으로 비벼서 먹는다.
점심식사 후 오전에 오르다만 산에 다시 오른다. 이번에는 딩보체 마을로 쭉 들어가 로부체와 추쿵의 갈림길에서 좌측의 로부체가는 길로 들어서서 산등성이를 오른다. 초르텐을 지나고 룽다가 펄럭이는 사이로 주변의 조망이 너무나 좋다. 꼭대기가 5,000m라는데 보기보다 오르는 것이 숨차고 무릎에 힘이 점점 빠진다. 내려오는 두 여자는 호주인으로 내일 로부체로 간단다. 서로서로 Good luck!을 외친다. 머칼루도 보인다는데 아는 것은 아마다블람뿐, 아일랜드 피크는 추측만 할 뿐이다. 가파는 오르막길을 내려올 것을 생각하니 머리도 아픈 것 같고, 그래도 꼭대기까지 가려 한발한발 띠면서 하나, 둘, 셋...백까지 세면서 천을 다 세었는 데 고도계를 보니 4,900까지 올라왔다. 아! 마지막 100m가 이렇게 힘들구나! 16시가다 되어가고, 구름은 몰려와 어두워지는 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가기로 마음먹는다. 바윗돌의 이끼가 아름답다. 내리막길은 조심조심, 초르텐 근처에서 서성대는 야크를 피해 우회하며 로지에 도착하니 17시 30분이다. 가이드 비제가 걱정되어 찾으러 나갔다고 쿡이 전하여 다시 나가려니 no problem 이라며 그냥 있으란다. 잠시 후 비제가 돌아오고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낮에 미리 주문한 야크 스테이크를 먹는다. 연하고 부드럽다.
로지의 주인은 카투만두에 있고 비제의 친구가 요리하고 관리하며, 주인의 어머니되는 노인네가 같이 운영한다. 티벳에서 넘어온 이 강인한 노인네는 자상하고 친절하다. 저녁 식사 후 난로가에서 네팔의 전통 술인 락시를 데워 홀짝홀짝 마시는 데 추운 날씨에 좋다며 나에게도 권하신다. 내일의 추쿵리를 기대하며 방으로 가다.
1월 17일 흐리고 눈 내린 후 맑음
딩보체(08:00)-추쿵(09:30∼12:30)-딩보체(15:30)
어제밤 잠을 잘 못 잤는 데 아침이 개운한 것은 공기가 맑아서인가? 잠을 잤는 데 인식을 못하는 것인가? 6시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7시에 부엌으로 가서 팬케이크 만드는 것을 보다. 팬에 밀가루 반죽을 부을 때 메밀 부치기를 하듯이 얇게 펴서 굽는다. 아침을 먹는 동안 쿡은 우리가 점심에 먹으려고 주문한 샌드위치를 부지런히 만든다. 8시에 로지를 출발, 카메라 배낭은 비제가 메고 나는 스틱만 잡고 간다. 좌우의 장대한 봉우리 사이의 임자콜라를 우측으로 끼고 간다. 바로 앞의 산들은 나무가 없고 사태가 나서 돌멩이 돌덩이 바위가 쌓이고 흙이 무너져 내린 황량한 산이다. 하천 옆은 빙퇴석이 많아서 좀솜 가도의 카그베니가 연상된다. 날씨는 잔뜩 흐려있는데 바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1시간 30분만에 추쿵(4743)에 도착하여 로지에서 불을 쬐고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인다. 바람도 서서히 불면서 떡가루 같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며 땅위에 쌓이고 있다. 눈은 좀처럼 그치지 안으니 추쿵리는 어떡하나... 2시간을 기다려도 눈은 계속 내린다. 아예 달바트를 시켜서 먹는다. 여기는 고도가 높아서 야채도 쌀도 재배가 안되어 아랫마을에서 사 온단다. 그래선지 달바트에는 커리(야채)가 없고 달만 있다. 12시 30분쯤 드디어 추쿵리는 포기하고 딩보체를 향해 내려간다. 눈보라가 얼굴을 때린다. 어느 정도 내려가니 눈이 그치고 금새 파한 하늘이 조금씩 보이며 구름은 바삐 계속 몰려갔다 몰려온다. 비제가 왔던 길과 또 다른 길이 있는 데 선택하란다. 그래서 다른 길을 선택, 우측 산허리로 올라가 산등성이를 타고 가니 거대한 로체남벽과 아일랜드 피크(6189m) 아마다블람이 보였다. 설산에 파란하늘이라! 넓은 평원 같은 곳에 주저 않아 주위의 풍경과 설산을 즐기며 사진 찍고 얼마를 내려가니 검고 윤기 있는 긴 털을 자랑하는 야크가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려 추쿵리를 포기하게 하셨구나! 쉬염쉬염 내려가 마을에 다다르니 저 멀리 로지에 트레커들이 왁자하다. 호주인 그룹 10여명이 들어왔다. 내 이름을 말하니, 저마다 자기 이름을 대는데 가장 나이든 "멜"과 유일한 여자 "칼라"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잠시후 호주인 4명이 들어오고 또 잠시후 독일인 3명이 들어왔다. 트레커만 모두 18명이다. 10명의 호주인 그룹의 가이드는 아버지가 한국에서 일한단다. 동남아 노무자에 대한 차별이 심한지라 괜스리 가슴이 드끔한다. 고산지대라 나무 구하기가 어려운지 트레커로 가득찬 식당 난로의 연료는 야크똥으로 활활 잘 타고 있다.
1월 18일 눈 바람 구름 안개
딩보체(09:25)-두사(10:13)-토클라(11:00)-세르파의 묘(12:00)-로부체(12:49)
여러 가지 꿈도 꾸면서, 여러 사람들이 숙식하니 잠도 덩달아 잘 잔다. 10인 호주인 그룹은 아침식사 메뉴도 다양하고 화려하여 나머지 트레커의 부러움을 산다. 밖에는 눈보라가 몰아치니, 정이 넘치는 로지의 노인네는 나의 빰을 쓰다듬으며 걱정을 하신다. 운차 운차( no problem)라며 네팔어로 대답하니 크게 좋아라 웃으시는 귀여운 할머니시다. 10인의 그룹과 로부체를 향해 길을 나선다. 산과 산사이의 길, 돌이 많은 길을 죽 올라가서 50분쯤 가니 돌로 쌓은 울타리에 돌집이 나오는 데 사람은 없다. 지도에 있는 두사가 아닐지, 내리막 오르막 산등성이를 돌아서 토클라에 11시에 도착하여 로지에서 밀크 티로 추위를 가신다. 바닥사이의 틈으로 아까운 10루피가 빠지다. 에잇 이런 실수를! 조금 후 여성 트레커2명이 terrible이라며 머리카락이 하얗게 얼어서 들어온다. 다시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세차다. 쿰부 빙하 끝자락의 모렌을 힘겹게 오르고 오르니 초르텐이 산마루에 서있고 룽다가 펄럭인다. 에베레스트 등반에서 목숨을 잃은 세르파들의 묘지라고 한다. 영원한 휴식을 취하며 평안히 잠드소서! 양쪽 기슭의 구름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설산, 여기쯤에서 앞쪽으로 푸모리가 보인다는 데 구름만 오갈 뿐이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돌덩이들이 왜 이리 많은가! 비제가 좌측을 가르키며 촐라 패스란다. 우리가 과연 저 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구름사이로 드러나는 설산은 놉세가 아닐까? 고도가 점점 높아서인가 숨이 가쁘다. 오늘의 목적지 로부체에 드디어 3시간 24분만에 도착하니 식당에는 반가운 난로에 나무가 활활 타고 있다. 거울을 보니 하얀 눈을 맞으며 하얀 길을 걸어선가 선크림도 바르지 안아 고동색이 되어버린 지친 얼굴이 거기 있다. 점심으로 주문한 달바트는 야채는 조금, 밥은 그런 대로 끈기가 있어 맛있다. 야채커리를 더달라니 없단다. 이 높은(4910) 산중에 야채 값이 얼마나 비싼데 .... 10인의 호주 그룹은 아직도 도착을 안했고, 밖은 계속 구름과 안개와 눈이 오락가락한다. 15시쯤 한국인 그룹 5명이 칼라파타르에서 내려온다며 거의 초죽음 상태로 들이닥친다. 눈과 모래바람이 대단했다며 내일 꼭 내복입고 가라고 당부하며, 이제는 필요없다며 칼로리바(먹자마자 에너지화 되는 젤리 스타일) 4개와 곶감3개를 주고 가신다. 고마워라! 지난 15일 푼키텐가에서 만난 한국남자와 일행이시란다. 19시쯤 밖을 나가니 하얀 놉세 위에 별이 빛난다. 지난해의 영진쌤과 며칠전에 다녀간 태연쌤의 발자국도 로부체 어딘가에 있겠지! 혼자 간다고 혼자가 아니지, 나를 있게한 모든 것들과 함께 하니까...
1월 19일 맑음 그러나 오후에는 구름과 안개가 오락가락
로부체(08:00)-고락셉(10:30∼11:00)-카라파타르(12:19)-고락셉(13:30∼14:00)-로부체(15:45)
새벽녘 머리맡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초긴장 상태, 6시쯤 짐 정리를 하는 데 로션, 물티슈, 물컵의 물, 날진 물통의 물이 꽁꽁 얼었다. 아하, 이것들이 어는 소리였구나. 최고의 추운 밤 이였다. 그래도 아침이 오면 또 다른 세계를 향하여 앞으로 돌격!
오늘은 설레는 날, 특별한 날이다. 에베레스트를 가장 가까이에서 대면하는 날이다. 간밤의 눈보라가 바람 한 점 없이 맑다. 앞의 놉체가 훤하다. 비제가 7시쯤 문을 두드린다. 오늘 날씨가 좋아 고락셉-칼라파타르-로부체로 진행하잔다. 빨리 아침식사를 하고 8시에 길을 나선다. 위쪽 로지에 투숙한 호주인 10명도 출발이다. 아! 어찌 이리도 날씨가 화창한가!!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설산은 하얗다 못하여 푸르기까지하다. 하나님의 축복!!! 한발짝 한발짝 내딛을 때마다 숨이 가쁘다.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콧물은 수없이 줄줄 흐르고, 고소가 올까 걱정 되어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이 마음 속의 짐이 되어, 천천히 천천히 오르막을 오른다. 쿰부 빙하와 합류하는 창그리 빙하로 접어들고 집채만한 바위와 빙퇴석 사이를 지나며 푸모리(7165)가 점점 크게 닦아온다. 앞의 까만 바위돌로 이루어진 칼라파타르(5550)가 보이고 그 밑의 흰 모래 바닥으로 이뤄진 고락셉(5150)에 2시간 30분만에 도착한다. 첫 번째 로지에 짐을 내리고 차이를 주문하여 마신다. 잠시 후 호주팀 도착, 호주팀 가이드가 "감사합니다"로 아는 체를 하여 "안녕하세요"로 고쳐준다. 푹 퍼져 있는 호주팀을 뒤로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칼라파타르를 향하여, 로지를 내려서 큰 원형의 모래밭을 지나고 산기슭을 돌아 올라간다. 로지에서 볼 때는 바로 올라가면 될 것 같았는데, 산기슭을 돌아가면 까만 봉우리가 또 나오고 또 올라가면 아직도 까마득하다. 고락셉까지 갔지만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돌아가야 했다는 트레커들의 눈물겨운 경험담을 떠올리며 하나, 둘 , 셋... 속으로 숫자를 세며 400m의 고도차를 극복해야 하므로 천천히 올라간다. 고도계는 5,500을 가리키는 데 까만 바윗돌이 쌓여있는 마지막 꼭대기가 고비이다. 주변의 산에 눈 돌리지 않고 땅만 보며 간다. 드디어 초르텐이 나오고, 드문드문 쌓은 돌탑과 넓적한 돌을 세운 입석을 지나 칼라파타르 꼭대기에 올라섰다. 제일 먼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를 찾아 응시한다. 바로 앞에는 푸모리, 우측으로 가면서 에베레스트, 초오유, 아마다블람까지 사방을 빙 둘러 너무나 시원하고 멋지다. 그 사이 구름은 수없이 움직이고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는 구름에 걸려있다. 비제는 아침을 걸러서 배고프단다. 검은 바위에 걸터앉아 어제 한국인이 준 칼로리바와 초코바를 먹으며 산의 정취에 흠뻑 취해본다. 바람이조금씩 거세지고 있어 내려가서 점심 먹고 EBC 가자고 하니, 지금 여기서 가자고 심술이다. 칼라파타르를 내려서 돌아돌아 가니 빙하, 그레이셔가 보인다. 그 곳이 EBC라며 가리킨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는 데 거기까지 3시간은 걸린다고, 그러면 왕복 6시간이다. 그래서 고락셉으로 다시 내려와 점심(야채 국수와 차 2잔 값이 235Rs로 너무 비쌈)을 먹고 2시쯤 로부체를 향하여 출발. 내려오는 길은 바람을 맞으며 가야하기 때문에 윈드블럭자켓과 고어텍스 겨울모자를 꼭꼭 쓰고 간다. 그래도 맞바람이 너무 세차다.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며 걷는 데 머리가 띵하다. 빙퇴석을 지나고 산허리를 돌아서 이제쯤 로부체가 나올 만 한데 오르고 내리고 1시간 45분만에 어제의 로지에 도착이다. 식당에 난로가 있어 모두 여기 모여 카드놀이에 열중이다. 나도 계속 죽 치고 책보고 노닥노닥, 더운 물 한 컵 얻어 마시며 난로를 끼고 있다. 물이 꽁꽁 어는 방에 들어가기가 몸서리 쳐진다. 얼굴이 많이 타서 따갑다. 내일은 로지가 폐쇄된 촐라패스를 넘으려면 힘들고 먼길이 되겠다.
1월 20일 맑음
로부체(08:00)-종라(09:41)-촐라라(13:00)-빙퇴석바닥(14:00)-초르텐(15:00)
-닥낙(16:00)-고쿄(18:17)
점심 및 간식으로 비스켓2, 라면2, 초코바2, 찰떡파이6, 더운물400㎖를 준비하여 로지가 폐쇄된 촐라패스를 넘으려한다. 두렵고 떨리는 출발이다. 햇빛은 찬란하고 하늘은 푸르러 조금 안심이 된다. 비제가 포터들에게 열심히 길을 묻고, 지난 1월 15일에 만난 한국남이 8시간이면 된다는 말과 하나님이 지키시리라는 믿음과 배짱으로 간다. 8시쯤 로부체를 출발하여 빙하의 계곡 물길을 따라가다 산허리를 돌아가니 언덕 위에 초르텐이 서있다. 지금까지 햇빛을 받고 왔지만 여기서부터는 90도 꺾어 햇빛을 뒤로하여 가니 기분도 좋다. 그동안 눈(1월 17일 ,18일)이 내렸지만 다행히 선답자가 있어 발자국만 따라 가니 얼마나 고마운가! 9시 41분쯤 언덕 위의 종라로지를 지나니 앞서가는 사람2명이 있어 인사를 하는 데 이 부근 사람인가보다. 좌측의 촐라체에 오늘 아침 한국남자 2명 올라갔단다. 와! 반가워라. "Good korean"을 크게 외치다 다시 "안녕하세요"라고 더 크게 외쳐본다. 그러나 반응이 없다. 다시 빙하의 바닥, 돌멩이가 무수히 많은 길을 지나 산허리를 돌아서니 전후좌우가 온통 우뚝 솟은 아름다운 설산이다. 빠른 속도로 구름이 몰려갔다 몰려오고, 어느덧 저 앞의 산이 촐라라(5330)인가보다 커다란 빙퇴석에 눈이 쌓이고 녹아서 위험하다. 올라가고 올라가도 또 다른 봉우리가 또 있다. 12시쯤 위에서 두사람이 "Hellow!" 우와 반가워라. 가까이 다가가니 네팔여자 둘이 내려오고 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둘은 촐라체를 등반하는 한국사람의 연락책 이였단다. 여기서 고쿄가지 걸리는 시간은 7시간이란다. 지금까지 4시간을 힘겹게 왔는데, 기운이 쭉 빠진다. 그러나 어쩌리요 무조건 가다 보면 오늘 안으로 고쿄에 닿겠지. 빙퇴석을 오르다가 넘어져서 우측 팔목과 다리가 깨지고, 다시 눈길을 내려가니 우측에는 빙하가 펼쳐진다. 경사도가 높아 스텝을 작게 해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잘 못 헛디뎌 미끄러지면 저 아래의 빙하 속으로....? 그래서 팡보체에서 만났던 호주 5인의 가이드가 등산화를 끈으로 칭칭 감고 가라고 하였구나. 그러나 어쩌리요 그가 건네준 끈을 버렸으니...
아찔한 순간순간, 다리가 후들후들, 아래는 내려다 보지말고 앞만 보고 가자. 어느 정도 오르니 양옆의 설산 사이로 대 설원의 오르막이 펼쳐진다. 저 앞에는 구름이 오가고, 안개에 휩싸이며, 바람이 불면서 바닥의 눈이 날리고, 위험한 순간이지만 너무나 아름답다. 스틱으로 먼저 찔러보고 오르막 설원을 간다. 오늘의 운을 신께 맡긴다. 앞쪽 위에는 파란하늘이 다. 바로 산악영화 속의 한 장면이다. 비제도 겁나는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간다. 13시쯤 촐라 라(5330) 꼭대기에 이르고 내리막길은 빙퇴석 돌밭이다. 눈이 쌓여 있어 미끄럽고 위험하다. 다리가 풀려 가끔씩 넘어지며, 드디어 앞으로 고꾸라져 바위에 얼굴이 긁히며 선글라스의 다리가 똑 부러졌다. 휴! 이만하길 다행이지, 한 숨 돌리며 비제는 라면과 과자로, 나는 찰떡파이와 초코바로 요기를 하고 바닥까지 내려오니 14시이다. 빙퇴석을 넘어넘어 저 앞의 언덕으로 가야한다. 초르텐이 하늘 끝에서 눈부시다. 오르막길도 빙퇴석이다. 3시쯤 언덕에 올라 지나온 길을 바라보면 아찔하고, 주변 설산의 아름다움에 한 숨 짓고, 아직도 갈길이 멀어 걱정이다. 언덕에서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계곡을 끼고 간다. 군데군데 계곡 물이 얼어붙어 좌우로 발걸음을 옮긴다. 16시쯤 드디어 닥낙의 닫혀있는 로지를 지나 룽다가 바람에 펄럭이는 언덕 위의 초르텐에 서니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나무하나 없는 돌산을 오르락내리락, 얼어붙은 데다 눈이 덮여 하얀 빙하호를 지나고 또 다시 오르내리기를 몇 번인가, 길을 모르면 초르텐만 따라가면 된다. 먼 먼 길을 돌아 돌아서 빙하호를 좌로 끼고 간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주변이 눈이라 그래도 희미하게 발걸음은 보인다. 저 앞의 바위에 고쿄로지 이정표가 그려져 있다. 드디어 불빛이 보이고 개 짖는 소리가 반갑다. 18시 17분에 고쿄에 도착하니 10시간 17분만이다. 눈길에 등산화가 푹푹 빠져 안까지 다 젖었다. 지금생각하면 너무나 아름다운 길이였는데 오느라고 바빠서 제대로 풍경을 즐기지 못 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트레킹이였다.
1월 21일 맑은 후 흐림
고쿄(09:20)- 고쿄리(11:00∼12:00)-고쿄(12:40)
새벽녘에 잠이 깨어 창밖을 보니 별이 초롱초롱, 늦으막히 일어나 여유를 즐기다. 로지앞의 커다란 빙하호수인 두드포카리의 돌다리를 건너 앞의 산으로 오른다. 흙과 이끼로 덮여있는 먼지 나는 산길을 오르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다. 숨차면서 이제는 배까지 울렁거리는 오르막에서 잠시 하얀 눈에 덮여 있는 얼어붙은 두드포카리 호수를 내려다보고 앞의 설산의 파노라마를 감상한다. 트레킹도 이제는 막바지이다. 다시 오르고 오를수록 군데군데 돌탑의 숫자는 많아지고, 하나 하나 정성스레 돌을 올려놓은 사람들의 수많은 염원을 생각해본다. 인산사 이루어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빌어야 할 것들이 많은 우리의 고단한 삶들!
나의 소원은 무엇인가? 무엇을 빌어 볼까?
고쿄피크를 향하면서 느릿 느릿 끝나가는 트레킹의 아쉬움을 접어본다. 올라갈수록 경사도는 급해지고 어느 것도 쉬운 것은 없으며, 산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오르는 것은 고행이다. 고쿄피크만 가면 되므로 물병을 가져오지 않은 가벼운 마음을 반성하며 언제나 준비하는 마음, 경외하는 마음, 겸손한 마음으로 자연을 대해야함을 가슴 깊이 새긴다.
드디어 꼭대기의 초르텐사이로 룽다가 펄럭이며 고교리(5360)에 도착한다. 좌측부터 칸춘(6089), 에베레스트(8850), 눕세(7879), 로세(8516), 그사이에 작게 삐죽이 솟은 마칼루(8463), 그리고 초라세(6440), 그옆의 타우세(6542), 가장 오른쪽 끝의 아마다블람(6856)까지 우뚝 솟아 압도한다. 파란 하늘에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세계의 거봉을 한 눈에 바라본다. 히말라야의 전망은 이곳 고쿄피크(5360)가 칼라파타르(5550)보다 더 좋은 것 같다. 1시간 정도 머물다 내려오는데는 40분 정도 걸렸다.
1월 22일 밤새 눈이 내리고 맑은 후 흐림
고쿄(08:40)-마체르모(11:18)-드레(12:54)-포르체 텐가(14:36)-몽라(15:28)
-칸주마(16:09)-남체 바자르(17:15)
밤새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다. 아침까지 눈이 내리더니 8시쯤 그치고 해가 반짝 난다. 눈부신 아침이다. 선글라스는 다리가 부러졌는데, 눈 때문에 눈이 걱정이다. 고쿄 리조트 주인은 따로 있고 운영하는 매니저는 비제의 친구인데 선하고 부지런하다. 고쿄까지 오는 사람은 칼라파타르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데 이 겨울 이 높은 고도의 추위와 싸우며 어찌 운영이 될른지... 우리가 가는 길을 앞장서서 쓸고있는 친절이 황송하다. 햇살이 눈부셔서 오늘 설맹이 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하면서 길을 나선다. 등산화가 눈에 쑥쑥 빠지며, 스틱은 쑥쑥 들어간다. 오던 길로 빙하호수를 우측으로 끼고 가는데 눈에 덮여 길은 없어졌지만 비제는 잘도 찾아간다. 마치 온 세상에 하얀 담요를 덮어놓은 듯 빙퇴석이 올록볼록 아름답다. 저 앞의 설산은 파란하늘 배경으로 구름이 휘감고 돌아가고 넓은 설원을 헤쳐갈 때 마치 촐라패스의 넓은 설원을 가는 것 같다. 제 2의 촐라패스라 명명하니 비제도 동감한다. 어디선가 사람소리가 나는데 우측 빙하호수에 떠있는 오리 떼의 소리이다. 계속 호수를 끼고 가다 우측 다리 건너 산허리를 끼고 간다. 여기가 마체르모와 닥낙의 갈림길이다. 산허리의 좁은 길은 눈으로 덮여 미끄럽고 아슬아슬하며 좌측의 한길 낭떠러지 두드코시를 끼고 있어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하고 긴장해야한다. 중간중간 우측 산기슭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물에 눈이 녹아 미끄러운 데 돌덩이는 왜 이리도 많은고? 왼손으로 스틱을 두 개 집고 오른손으로 산기슭의 바위를 짚으며 엉금엉금 기어간다. 눈이 얼만큼 쌓였는지 가늠할 수 없어 비제에게 스틱하나 내미니 위험한지 사용하면서 간다. 게다가 장갑은 촐라 패스 넘을 때 잃어 버려 나의 고어텍스 속장갑을 빼어주니 계속 사양하다 간신히 착용한다. 고쿄에서는 내려가는 길이라 룰루랄라 안심이었는 데 눈이라는 복병이 기다릴 줄이야 ... 40분쯤 가니 저 언덕 위에 초르텐이 서 있다. 그러면 근처에 마을이 있다는 것인데, 저 앞의 마을로 가니 모두 빈집이다. 여기가 어느 동네인지 야크 커르커(돌로 쌓아서 만든 방목 오두막)가 모여 있는 것을 보니 팡가라고 가늠할 뿐이다. 이 후부터는 내리막길로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간다. 좌우의 산줄기 중 우측으로 붙어서 올라갔다 내려가니 마체르모로 눈 덮인 마을이 조용하다. 저앞에 한 그룹의 트레커들이 힘겹게 오고 있다. 뒤따라오는 포터들의 짐은 대나무 바구니에 잔뜩 넣어 끈으로 연결하여 이마에 메고 온다. 두드코시를 좌측으로 끼고 산허리를 돌아 눈 덮인 랄리구라스 숲이 나오면서 내려가니 드레이다. 식당에서 라라누들숲을 시켰는데 1시간이나 걸린다. 두드코시를 좌측에서 우측으로 끼고 가며 강 가까이의 포트체 텐가를 지나서 이 후 몽라까지는 계속 50여분을 올라간다. 초르텐이 있는 꼭대기에서 마을 사람들이 썰매를 타며 즐거워한다. 해발 4150m이라 바람이 강하다. 눈덮인 내리막 숲길을 여유있게 바라보며 눈에 덮인 라니구라스의 환상적인 자태에 감탄하다. 잠시 더 진행하면 고쿄와 EBC의 갈림길이 나오고, 칸주마에서 고쿄 로지에서 일하는 청년을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이 멀리 남체까지 장을 보러 오다니...계속 굽이굽이 산허리를 돌아간다. 여기 어디쯤에서 한국 남을 만나 EBC-고쿄로 일정을 바꾸게 되었지. 고마운 사람. 언덕 위에 올 때 쉬었던 초르텐과 타우초가 펄럭인다. 남체 바자르에 가까이 온 것이다. 사람이 많이 다닌 내리막길은 눈이 얼어붙어 반들반들하다. 한쪽 구석으로 돌담을 짚으며 엉금엉금 기어간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쉽게 가는 길이 없다. 드디어 남체에 입성하니 고락셉에서 만난 호주그룹을 또 만난다. 반가운 사람들이다. 내일 좋은 날씨면 타메로, 나쁜 날씨면 팍딩으로 가기로 함.
1월 23일 계속 무섭게 내리는 눈
남체 바자르(10:00)-조르살레(11:08)-몬조(11:22)-팍당(13:10)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날린다. 어제도 많이 쌓였는데 그 위를 떡가루 같은 눈이 또 덮는다.
배낭커버를 촐라패스 넘을 때 잃어버려 남체의 상가에서 200Rs에 구입하다. 내리막 돌계단은 부담스럽다. 비제는 자신감에 넘쳐 잘도 간다. 등산화에 스틱에 장갑에 모자까지 모든 장비를 확실히 갖춘 나는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가슴 조이며 네발로 내려가는 데도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체면이 말이 아니다. 소나무에 눈이 얹혀 환상적인 동화의 나라로 온 것 같다. 우측의 계곡은 더욱 힘차게 흘러간다. 긴 다리를 지나서 강을 따라 나 있는 언덕을 내려간다. 온 세상은 하얀데 흘러가는 계곡 물만 시퍼렇다. 바람을 동반한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비제의 겉옷은 이미 다 젖어 추울텐데도 저만큼 먼저 내려가 기다리며 "How are you?"라고 웃으며 꼬박꼬박 묻는다. 몬조의 검문소 문은 굳게 닫혀 고요하다. 저 만큼 앞서가던 소녀를 따라잡으며 이후부터 팍딩까지 비제와 좋은 말동무를 하며 즐겁게 간다. 젊은 남녀는 싱그럽다. 내가 미끄러지면 잠시후 그녀가 미끄러지며 깔깔대면서 간다. 눈길을 헤치며 등산화가 푹푹 빠지고 눈보라가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며 내리막길을 긴장해서 가느라 기다리는 팍딩은 보이질 않고, 산허리를 돌아 다리를 건너 계곡을 지나도 비슷한 마을만 나올 뿐이다.
드디어 긴다리를 건너가니 팍딩이다. 예의 묵었던 로지에 짐을 풀고 바로 부엌의 불가로 가서 몸을 녹인다. 가족이 운영하는 이 로지는 따뜻하고 정겹다. 남은 찰떡파이를 모두 풀어서 나눠주고, 난로불을 피운 식당에 배낭과 젖은 겉옷, 모자, 수건, 장갑을 말린다. 무섭게 내리던 눈도 그치고 스르르 녹기시작한다.
1월 24일 맑음
팍딩에서 휴식
오랜만에 푹 잘 잤다. 트레킹이 끝나가기도 하고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내려온 것이며 그리고 지금 묵고 있는 로지의 가족적인 분위기 영향이 큰 것 같다. 밤에 화장실을 3번 간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얼마나 안정이 된 것인가.
오늘은 혼자 주변을 돌아보고 비제는 자유시간을 즐기게 한다.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남체 방향으로 가는데 어제 내린 눈으로 마을 꼬마들은 내리막길에서 설매를 타느라 분주하다. 곰파를 찾아가는데 마침 맞은 편에서 오는 여자에게 물으니 모른단다. 자기도 외국인이라며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는다. 우리 모두 한국임을 서로 확인하고 왕수다...
그녀는 촐라체 아래에서 베이스 캠프를 설치하고 일행은 촐라체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등반을 하였단다. 아니 그러면 우리가 촐라패스 지날 때 한국남자 2명이 촐라체를 등반중이라던 바로 그 일행이 아닌가? 촐라패스 넘을 때 만났던 네팔인이 우리 얘기를 했던 모양, 우리를 못 넘게 말리지 그랬냐고 했다던가, 혹 바위 위의 초코렛과 과자 사탕 담배를 못 봤냐고한다, 그들 일행 중 2명이 고쿄에서 촐라패스를 넘어서 만나기로 했는데 행방불명이 되어 비상식량을 놓아두었단다(나중에 만났단다). 어쨌든 그 날 한국인이 좌측 산에 올랐다는 말을 듣고 내가 얼마나 반가워하며 안녕하세요를 크게 외쳤던가! 바로 그 사람을 만난 것이다. 몇 명은 부상으로 먼저 카투만두에 가고 뒤에는 한국남자와 포터 3명이 내려오고 있단다. 만난 김에 차 한잔하자며 옆의 식당으로 들어가서 티벳차를 마신다. 그 날 못 보았던 인연이 여기서 맺어지다니 만약 그 날 만났다면 우리를 못 가게 했을 것이다. 후후후. 그들은 루클라로 내려가는 길이라 작별을 하고, 나는 다시 남체 방향의 다리를 건너서 계곡 옆에 눈이 쌓여 하얀 담요를 덮어놓은 듯한 돌멩이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하루를 보낸다.
1월 25일 흐림
팍딩(09:13)-가트(09:37)-초블룽(10:34)-루클라(11:13)
몸이란 너무 신기하다. 화장실 걱정이 없어지니 저절로 소변량이 늘어나며 횟수도 증가한다. 그리도 무섭도록 내린 눈이 밤새도록 녹아 내리느라 똑똑 거리더니 길 위에 눈이 질벅질벅 흘러내리면서 벌써 아이스크림 녹듯 녹았다. 로지를 나서 계곡을 우측에 끼고 산허리를 돌아 오르내린다. 초르텐을 지나 가트의 visiter 센터를 지나고 초블룽에 이르니 지리와의 갈림길이 나온다. 산허리의 오르막길을 오르고 그사이의 계곡물은 시퍼렇게 흘러간다. 2시간만에 루클라에 도착한다. 날씨는 흐려서 오늘 카투만두행 비행기는 결항이란다. 내일은 제발 화창한 날이기를...
1월 26일 맑은 후 흐림
6시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동편하늘에 붉은 구름이 둥실. 와 맑은 하늘이다. 루클라 비행장에는 비행기가 하나도 없다. 카투만두에서 와야하는지? 8시 30분쯤 비행장으로 가서 기다린다. 비행기가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고 그사이에 헬기도 들어오고 나가는 데 내가 타고 갈 예티 항공만 소식이 없다. 11시가 되어도 예티는 무소식 2시간 30여분을 서있었더니 추위가 뼈속으로 스민다. 오늘 비행은 끝났단다. 다시 로지로 들어와 점심을 먹고 곰파와 초등학교를 방문하다.
1월 27일 맑음
공항에 나와 한없이 기다리는데 드디어 맨 마지막 비행기에 탑승하다. 에베레스트를 볼 수 있다는 오른쪽 좌석에 자리를 잡는다. 후! 정말 이제야 가는구나! 금방 그리워할 에베레스트야 잘 있거라. 산을 깍아 만든 계단식 밭들, 거기에 오밀조밀 모여 사는 네파리들, 산사이로 흐르는 강물, 저멀리 히말라야의 산줄기는 얼마나 장엄한가. 인간은 얼마나 작고 허무한 존재인가. 그런 험준한 곳에서도 살아가는 인간은 또 얼마나 위대한가. 드디어 트리부번 공항을 나서니 매연과 먼지 사람의 도시 카투만두에 입성하다.
출처 : 원주백두대간산악협회(백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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