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일주 트레킹(Annapurna Around Trekking)
1. 트레킹 기간 : 2005년 12월 27일 ~ 2006년 1월 18일 네팔 여행 중
트레킹기간은 2005년 12월 30일 ~ 1월 14일 (16일간)
2. 목적 : 안나푸르나 일주트레킹
고소체험
네팔 산악지역의 문화체험
3. 개요
안나푸르나 산군의 외곽을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로 안나푸르나 산군의 동쪽으로 흘러 내려가는 마르상디강변을 거슬러 올라가다 쏘롱-라를 넘고 반대편의 칼리간다키강을 따라 베니까지 내려오게 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아열대에서 온대, 한대로 변화하는 기후와 그에 따른 다양한 식생을 경험할 수 있으며, 특히 마르상디강 유역에서의 브라땅 이북과 칼리간다키계곡 쪽의 툭체 이북에 펼쳐지는 황량한 회색 빛 티벳 고원과 트레킹 도중 차례로 지나게 되는 딸, 피상, 브라가, 마낭, 카그베니, 마르파 같은 아름다운 마을들, 950m의 고도를 극복하며 4시간을 넘는 쏘롱-라 고개(5,416m), 그곳에서 바라보는 설산의 파노라마, 성스러운땅 묵티나트 등 여정 곳곳에 많은 매력이 숨어 있다.
4. 코스
1) 카투만두에서 베시사하르
베시사하라는 카투만두에서 180㎞ 떨어진 곳으로 아침 일찍(7시) 출발하면 버스로 약 7시 간 정도 소요. 전날 버스표를 예매하면 좌석을 확보할 수 있음.
2) 베시사하르에서 마낭 5~6일 소요
3) 마낭에서 고도 적응을 위한 1일 휴식
마낭은 피상피크, 안나푸르나 3, 강가푸르나, 출루동부에서 북부에 이르는 산들이 펼쳐진 아름다운 마을로 강사르 - 틸리초 베이스캠프 - 야크카르카 - 소롱페디로 연결할 수 있는 데 본인은 틸리초베이스캠프가 폐쇄되어 강사르까지 갔다 옮.
4) 마낭에서 묵티나트
5,416m의 소롱라를 넘어 3798m의 묵티나트로 내려가는 코스로 소롱페디에서 하루에 1,000m를 올라가고 다시 1,500m를 내려 가야한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에서 가장 고도가 높 은 곳으로 눈 덮인 히말라야의 파노라마가 펼쳐짐. 3일 소요.
5) 묵티나트에서 따또바니
칼리간다키강을 따라 황야에서 침엽수림 활엽수림으로 바뀌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끽하며 따또바니(온천)에서 그동안의 피로와 휴식을 온척욕으로 해소할수 있음. 3일 소요
6) 따또바니에서 갈레스와 1일 소요
7) 갈레스와에서 베니를 거쳐 카투만두
갈레스와에서 베니까지 트레킹이 끝나고, 베니에서 카투만두까지 버스로 11시간 소요.
5. 비용 : 1,600,000원 이내 (한화 931,200원과 US 600 $)
1$은 1037.74원(2005. 12. 26 현재), 1$은 70.89Rs(2005. 12. 29 현재)
6. 세부 일정
1일 인천 - 방콕 (아시아나항공)
2일 방콕 - 카투만두 (네팔항공)
3일 카투만두 : 현지 가이드 고용, 트레킹퍼밋신청(ACAP)
4일 카투만두 - 베시사하르 (버스)
5일 베시사하르 - 느가디 - 바훈단다
6일 바훈단다 - 자갓
7일 자갓 - 딸 - 다라파니
8일 다라파니 - 티망 - 차메
9일 차메 - 두쿨포카리 - 피상
10일 피상 -홍데 - 마낭
11일 마낭 - 강사르 - 마낭
12일 마낭 - 야크커르커 - 레다르
13일 레다르 - 쏘롱페디 - 쏘롱페디하이캠프
14일 쏘롱페디하이캠프 - 쏘롱라 - 묵티나트
15일 묵티나트 - 에클레바티 -좀솜
16일 좀솜 - 코체탄티 -가사
17일 가사 - 다나 - 따또바니
18일 따또바니 - 락쿠 - 갈레스와
19일 갈레스와 - 베니, 베니 - 카투만두(버스)
20일~ 21일 카투만두
22일 카투만두 - 홍콩(네팔항공)
23일 홍콩 - 인천(아시아나항공)
7. 지역별 고도 변화표(단위m)
12월 28일 카투만두 1,400
12월 30일 베시사하르 820
12월 31일 쿠디 800 느가디 920 바훈단다 1,300
01월 01일 시양제 1,130 자갓1,310
01월 02일 참제 1,430 딸 1,700 다라빠니 1,950
01월 03일 바가르찹 2,150 차메 2,710
01월 04일 피상 3,190
01월 05일 홍데 3,280 브라가3,450마낭3,550
01월 06일 강사르 3,650
01월 07일 군상 3,890 야크카르카 3,970 레다르 4,200
01월 08일 쏘롱페디 4,450 쏘롱페디하이캠프 4,800
01월 09일 쏘롱 라 5,416 묵티나트 3,798
01월 10일 에클레바티 2,780 좀솜 2,743
01월 11일 마르파 2,670 툭체 2,58 6칼로파니 2,520 가사 2,012
01월 12일 다나 1,440 따또바니 1,190
01월 13일 갈레스와 872
01월 14일 베니 817
8. 준비물
1) 항공권
갈 때 : 인천 → 방콕 → 카투만두
올 때 : 카투만두 → 홍콩 → 인천
2) 여행자보험(2005. 12. 27 ~2006. 01. 18)
3) 여권과 여권복사본(여권 분실시 필요), 여권사진5매(예비용)
4) 네팔비자 : 카투만두 트리부번 공항에 도착하여 발급
(여권, 입국카드, 비자신청서, 여권사진1매, 비자수수료 US 30$)
5) 신용카드 및 현금
US 600$과 원화 50,000원( 공항에서 집으로 올 때 교통비 포함)
6) 책 : 세계를 간다(네팔), Trekking in the NEPAL HIMALAYA(lonely planet)
소설책3권(니벨룽의 반지, 지상에 숟가락 하나, 이상문학상2003)
쪽성경(욥기, 시편)
7) 문구류 : 수첩, 볼펜3, 연필, 칼, 집게
8) 카메라 : Nikon FM2(렌즈는 24㎜), Digital(canon power shot A80)
9) 필름 : slide(kodak ektachrome 100 ) 11통
negative(kodak 100 36매) 1통
compact flash card (256M 2개, 128M 1개)
10) 건전지 : AAA( head lantern용)10개, AA(Digital 카메라용)20개
11) 세면도구 : 스포츠타월, 면손수건(목에 두를 수 있는), 치약, 칫솔, 비누, 빗
12) 약품류
종합비타민 - 25정 (매일 아침, 저녁 1정씩 하루에 2회 복용)
고소 - 다이아막스500㎎ 14정, 의사의 처방(실제 복용하지 않음)
종합 감기약 - 5일분, 의사의 처방 (실제 복용하지 않음)
한방 소화제 - 10알
진통제(타이레놀) - 10알(실제 복용하지 않음)
물파스 - 1병(실제 사용하지 않음)
1회용밴드 - 1통(실제 복용하지 않음)
립크림 - 수시 사용
로션 - 수시 사용
썬크림 - 에크로바티에서 좀솜 구간만 사용
사침 - 10개
13) 간식 : 초코?껸? 10개, 찰떡파이 10개, 양갱10개, 홍삼사탕 30개, 죽염
14) 의류
침낭(거위털 1750g)
등산화(고어텍스)
슬리퍼(플라스틱-현지구입)
배낭(65ℓ)- 가이드가 지고 다님
배낭(30~35ℓ)
스틱(티타늄 1쌍)
등산바지2 (겨울용, 봄가을용)
등산자켓4(스트레치, 파일, 원드블록, 방풍 및 생활방수)
우모복 상의(다운)
실내복(면바지, 면T, WOOL목T, 면내의)
등산용내의
속옷3벌(쿨맥스1, 면2)
양말5(등산용쿨맥스2, 면2, 모1)
수영복(따또바니의 노천온천에서 사용)
모자3(고어텍스겨울용, 여름용나일론, 털모자)
장갑(고어텍스, 면장갑)
15) 기타
head lantern 1개, 손전등1개, 보온병, 날진물통(500㎖), 발목아대, 선글라스, 고도계손목시계, 알람시계, 물 티슈(80매 1통), 화장지(여행용1, 두루마리1), 번호열쇠, 손톱깍기, 잡주머니3개, 비닐봉지3개, 비닐끈(빨래줄용), 바늘과 실
9. 경비 - 931,200원 + 593.3$
1) 한화 : 931,200원
왕복항공권(인천↔카투만두) 876,000원
여행자 보험( 2005. 12. 27~2006. 01.18) 19,300원
버시 원주→인천공항 12,100원
택시 (집→원주버스터미널) 3,000원
버스 인천공항→강남터미널 13,000원
강남터미널→원주 5,700원
택시 (원주고속터미널→집) 2,100원
2) US : 235$
비자발급비 (네팔공항) 30$
가이드비 10$×16일 = 160$
도착당일 픽업, 1일숙박, 아침식사(인터넷예약) 15$
전통네팔요리 10$ × 2인 = 20$
방콕에서 식비(방콕공항15시간체류) 10$
3) 네팔 Rs : 25,403(358.3$)
버스(카투만두→베시사하르) 2명×250=500루피
(베니→카투만두) 2명×300=600루피
택시 타멜→newbuspark 100루피
newbuspark→타멜 70루피
타멜→보전그리허 120루피
보전그리허→타멜 100루피
타멜→보다나트 200루피
보다나트→타멜 100루피
공항세 - 카투만두 투리부번공항 1,700루피
트레킹Permit(안나푸르나 어라운드) 2,000루피
전화요금 갈레스와에서 베니→카투만두버스 전화예약 20루피
인건비 - 가이드팁 3,000루피
숙식비 - 숙박비 1,850 루피
식비 및 간식, 음료수 10,018루피
전통네팔요리(보전그리허)팁 100루피
묵티나투에서 hat shower 50루피
고무슬리퍼 100루피
기부금 - 다라파니곰파 80루피
입장료 - 수염부나트 75루피
보다나트 100루피
다카사진(가이드)프린트 57매×15=855루피
postcard 19장×10루피(소) = 190루피
1장×20루피(대) = 20루피
air mail (차메우체국) 12장×25루피 = 300루피
책 The High Himalaya구입 2,880 루피
안나푸르나 지도 275 루피
10. 트레킹 기록
2005년 12월 27일. 맑음
원주 출발 11:00 - 인천공항 13:40 (공항버스)
인천 출발 17:40 - 방콕도착 21:40 (아시아나 항공)
한국시간 23시 40분에 방콕에 도착 transit Desk2 근처 의자를 차지하고 길게 눕는다. 앞으로 16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잠은 안 올 것이고 준비해온 바그너 원작의 니벨룽의 반지(류가미 지음)를 마저 읽는다. 새로운 영웅 지크프리트가 하겐의 음모에 빠져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배신하고 결국은 죽음을 맞게되고 절대권력과 부의 상징인 반지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소설이다. 2차대전 당시 독일과 싸우던 영국에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 맞서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낸 톨킨의 반지의 제왕 3부작이 궁금해진다. 한국에 돌아가면 비디오로 꼭 봐야겠다.
2005년 12월 28일
방콕 출발 13:50 - 카투만두 도착 16:00(로얄네팔 항공)
새벽녘에 추운 냉기가 몸에 스며 이리 저리 몸을 틀며 앉았다 일어났다, 여기저기 왔다갔다하다가 고단한 동남아시아인의 지친 모습들을 보면서 괜스리 마음이 심란하다. 10$을 환전하여 소시지와 토마토 얹은 수란 2개와 커피 그리고 과일로 늦은 아침을 대신한다. Boarding pass 받으러 Transit Desk2 네팔항공으로 와서 히말라야가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오른쪽 창가)를 부탁하니 사무원 여자가 인천에서 온 나를 확인하더니 대장금을 외치며, 한상궁을 좋아한다고 반긴다. 방콕에서 대장금 드라마가 인기라더니....매스미디어의 위력으로 한류열풍을 실감한다. 드디어 네팔항공에 탑승, 태국을 벗어나 누런 강줄기와 지류를 지나 푸른 산줄기가 뻗어가고 네팔에 가까워지면서 보이는 설산과 산위의 집들, 꼬불꼬불 산길, 그리고 계단식 밭들, 드디어 카투만두에 이륙, 두근거리는 가슴 안고 한국인 호텔 짱의 주인인 산적두목과 반가운 해후를 한다. 호텔 짱에 짐을 풀고 인터넷으로 2달 전에 미리 부탁한 가이드겸 포터를 만나 안나푸르나라운드에 대한 일정을 상의한다. 마낭에서 틸리초 호수를 다녀오기로 하고 30일 아침 6시 짱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마침 12월 초에 안나푸르나라운드를 한 아가씨를 만나 따끈한 정보를 얻고 타멜거리를 여기저기 한바퀴 돌아본다.
12월 29일 맑음
트레킹퍼밋신청(ACAP)-스와얌부나트, 보다나트관광
9시쯤 숙소를 나와 ACAP(안나푸르나 자연보호 지역 프로젝트)에 가서 서류를 작성하고 사진을 붙여 안나푸르나지역트레킹 퍼밋(Permit)을 발급 받았다(2,000루피). 안나푸르나지역 지도가 타멜 서점보다 싸길래 하나 구입(275루피). 타멜에서 2km 떨어져 있는 산 정상에 위치한 스와얌부 나트를 향하여 타멜초크, 체트러파티를 지나니 학교에 등교하는 꼬마들의 모습이 귀엽다. 가게 문을 열고 장사 준비하는 사람들, 오가는 사람들, 집앞에 나와 있는 사람들 모두 웃음 띤 그대로 변함 없는 거리이다. UNESCO에서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며 불교사원으로는 네팔에서 가장 오래된 스와얌부나트에는 원숭이가 많아 몽키템플이라고도 하는데 입구 왼쪽에 천막을 치고 자주색 가사를 걸친 티벳스님들의 독경소리가 드높다.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면서 불교와 관련된 기념품들을 파는 노점상들, 직접 수를 놓아 파는 사람들, 옴마니밧메홈(연꽃 속의 보석이여 영원하소서)을 돌에 조각하는 사람들, 구걸하는 사람들, 원숭이로 붐비는 계단을 거의 다 올라와 왼쪽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올라서면 불경이 적힌 오색 깃발 사이로 부처의 지혜의 눈이 번득인다. 매연으로 뿌연 카투만두 시내를 내려다보며 많고 많은 서원이 있는 인생은 고달픈 길임을.... 다시 오던 길로 내려와 타멜초크에서 택시를 타고 보다나트로 간다. 네팔에서 가장 큰 스투파(탑)가 있는 곳으로 티벳유민의 집단 거주지여서 티벳인들의 공예품을 파는 선물가게가 즐비하다. 티벳 승려들과 티벳 복장을 한 순례자들이 시계방향으로 옴마니밧메홈을 외우며 마니차(한 바퀴를 돌리면 경을 한 권 읽는 것과 똑같은 공은 쌓는다는 티벳불교의 성구)를 돌리면서 돌고 있다. 오체투지로 절을 올리는 티벳인들의 모습이 애달픈 것은 나라 잃은 설움때문일까...
근처 식당을 찾아 3층 테라스에 자리를 하니 수투파가 바로 코앞에 있는 듯하다. 사진을 찍고 야크모모(만두)와 밀크티로 점심을 먹는다. 오후가 되면서 관광객과 순례객이 점점 늘고있다. 다시 택시를 타고 타멜로 와서 안나푸르나라운드 엽서를 고르면서 가슴이 설레인다. 그림 속의 설산이 오라고 손짓한는 듯.....19장을 사서 숙소로 오다.
12월 30일 흐리고 맑음
카투만두 출발 07:05 - 베시사하르 도착 14:05(버스)
새벽 02시쯤에 깨다. 3시에 가이드가 지고 갈 큰 배낭(65ℓ)을 꾸리고 내가 짊어질 작은 배낭(30ℓ)에는 트레킹가이드책 2권과 소설책 1권, 수첩, 수동카메라, 디카, 윈드블록자켓 을 꾸린 후 안나푸르나 지도와 가이드 책을 보는데 6시쯤 되니 가이드가 왔다고 문을 두드린다. 택시에 올라 어두운 새벽길을 나선다. 컴컴한 뉴버스파크에는 출발을 기다리는 버스와 사람들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추위를 떨치고 있다. 행선지의 버스로 안내하는 꼬마를 따라 베시사르행의 차가운 버스에 올라 출발을 기다린다. 안내원이 베사르, 람중을 외치며 승객을 모으고 정류소는 물론 어디든 손을 드는 사람들은 죄다 태우며 카투만두를 벗어나 구불구불 U자꼴의 커브와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내리며 좁은 도로에서 마주오는 트럭과 버스를 절묘하게 피하며, 버스에서는 간드러진 노래가 나온다. 무심코 앞을 보니 비디오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내가 탄 버스는 비디오코치(VIDEO COACH)이다. 1년 새에 듣는 것에서 듣고 보는 문화로 바뀌었다. 흐린 날씨에 은근한 추위, 버스 창문이 조금씩 열려 들어오는 바람과 냉기가 뼈 속을 스민다. 발목과 팔목에 한냉 알러지가 스멀스멀 기어나와 긁으면 우둘두둘 붉은 반점이 툭툭 불어난다. 버스는 2시간을 달린 후 산길의 허름한 가게에 정차 아침(밀트 포리지)을 먹고, 가이드 펀잡은 아침은 안 먹는단다. 12시쯤 점심을 먹기 위해 제법 번화한 마을의 식당 앞에 선다. 카레냄새와 튀김냄새, 향신료가 속을 자극하여 점심은 건너뛴다. 외국인은 나 혼자라 네팔사람들의 좋은 구경거리가 된다. 다시 버스는 풀어 논 승객을 태우고 가는 중에 검문(현지젊은남자만)을 2번 거치고 드디어 베시사하르에 7시간만에 도착하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오니 따스한 햇살에 살 것 같다. 베시사하르는 도로를 따라 제법 큰 상가를 형성하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다. 유채꽃이 핀 천수답 사이로 하얀 설산(나중에 람중 히말임을 알다)이 보인다. 오렌지를 파는 할머니에게 5루피에 4개를 사고 사진을 찍는다. 돌아오는 길에 가이드 펀잡도 친구를 만나 맞은편에서 걸어오며 저녁 6시에 들어온단다. 안나푸르나라운드의 깃점이 되는 이 큰 마을에 트레커를 볼 수 없다니 참으로 이상하다. 숙소에 돌아와 찬물로 머리를 감으니 상쾌하다. 언제 다시 머리를 감을 수 있을지...식당으로 가서 달밧을 주문하는데 호텔주인남자가 한국말을 섞어가며 주문을 받는다. 한국에서 1995년에 1년간 일했다며 사장님이 좋은 분이였단다. 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한국에서 일했다는 네팔사람을 만날 때면 한국에 반감을 갖지 않았는지, 얼마나 고생했을지 은근히 겁이 난다. 밖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노래 소리를 따라가 보니 모닥불 주위에 동네 꼬마들이 모여서 손짓 몸짓 섞어가며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지금 읽고 있는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하나’와 너무나 흡사한 어린 시절이다. 625전후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이다.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오는데 밤하늘에 보석을 뿌린 듯 별이 빛난다.
121월 31일 맑음
베시사하르(07:40)-쿠디(9:24)-불레불레(10:25)-느가디(11:50~12:55 점심)-바훈단다(15:53)
어제 묵은 호텔은 세금이 붙어 444루피(저녁식사, 아침식사. 방값)란다. 방값 150루피를 100으로 ?A아 달라고 하니 전부 400루피만 내라고 한다. 트레킹 출발치고 방값,음식값이 비산편이다. 7시 40분쯤 길을 나서니 햇빛이 찬란하다. 우리나라 봄 5월 중순같이 따스하다. 베시사하르에서 쿠디까지는 로칼버스가 운행되지만 걸어서간다. 논과 밭의 샛길을 지나서 그 후부터는 비포장도로위를 따라가는 것도 아침이라 상쾌하다. 눈앞에 람중 히말(6998m) 설산을 보면서 간다. 가이드 펀잡은 내일이면 40살이 되고 2살박이 아들이 하나있단다. 부모님은 베시사하르 부근의 마을에 사셨단다. 그래서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아는 사람도 많다. 왼쪽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위를 돌다리로 건너는데 앞에 오는 소년이 손을 잡아주면서 다 건네주더니 sweet? 귀엽다. 초코바 1개 주고 마르상디강을 오른쪽에 끼며 힘찬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좌우의 산사태로 흙더미 돌무더기가 흘러내리는 네팔의 산들은 나무가 점점 줄어들어 무슨 힘으로 그 존재를 견뎌낼지... 버스가 정차해 있는 쿠디에 도착하여 가게앞 의자에 배낭을 내려놓고 25분간 휴식을 한다. 마르상디강을 내려다보며 1시간쯤 걷다 예쁜 로지가 있는 마을 지나 흔들다리를 건너면 불레불레이다. 강을 좌에 끼고 우측에 산을 끼고 가는 데 여러 갈래의 마제스틱 폭포(60m)가 멋지다. 쿠디를 지나며 람중 히말은 왼쪽산에 가려 안보이고 또 다른 멋진 설산 히말출리(7,893m)와 느가디출리(7,835m)가 나타난다. 느가디에 들어서면서 이 멋진 설산도 사라지고 야산과 들판의 풍경이 평화롭다. 주인이 친절하고 달밧이 맛있다는 카말라 로지에서 배낭을 내리고 점심을 주문한다. 점심은 항상 네팔의 음식인 달밧(리필가능)으로 먹기로 한다. 트레킹 중에 점심을 주문하면 즉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비로소 쌀을 씻어 밥을 하고, 밭에 가서 야채를 뜯어 씻어서 조리하느라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오렌지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사이로, 빨래 줄에 타래실같이 길게 썰어 말리고 있는 버팔로(물소)를 헤치고 마을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다 다시 로지에 오면 점심이 준비되어있다. 가이드를 동반한 서양남자와 동양여자가 지나간다. 나 외의 트레커가 있다는 반가움, 누군가 이 길을 걷는 사람이 또 있다는 기쁨과 안도. 20분 식사, 10분 휴식 후에 출발이다. 느가디강의 서스펜션 다리 건너 산허리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람파타(1,150m) 마을 지나 오른쪽 산을 돌아 계속 오르막이라 펀잡의 어깨가 처지며 발걸음도 느려졌다. 오렌지 장사가 앉아있는 멋진 나무 쉼터에서 숨을 돌린다. 앞산 좌우모두 천수답이다. 짐을 진 당나귀가 지나가며 일으키는 뽀얀 흙먼지를 마시며 드디어 바훈단다 입구에 8시간만에 도착한다.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전망 좋은 로지에 숙소를 잡는다. 전후좌우가 다 천수답이다. 마르상디강의 힘찬 물소리, 동네 아이들 소리, 개짖는 소리, 우당탕탕 한바탕 뛰고가는 쥐들. 큰형과 같이 로지를 운영한다는 젊은이는 아랫마을 집으로 내려가고 이 넓은 2층의 로지에 나혼자 남겨져 한밤중에 화장실 갈 일을 걱정하면서 잠들다.
1월 1일 맑음
바운단다(07:40)-시양(10:17)-자곳(12:12)
아침에 계산을 하는데 엊저녁 보온병에 얻은 뜨거운 물 값 25루피가 포함되어있다. 당분간은 뜨거운 물도 아껴야겠다. 마을을 나서면서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앞서가는 당나귀 떼가 천천히 가면서 계속 먼지를 일으킨다. 20분쯤 계속 따라가다 앞질러간다. 좌우앞뒤의 천수답을 경작하며 산꼭대기에서 사는 네팔리들의 강인함에 고개 숙여진다. 마르상디강을 왼쪽에 끼고 다시 오르막, 우측의 산에서 내려온 물로 길은 젖어있다. 언덕위 릴리단다에서 휴식. 길에 나와 제기 차는 어린이들, 소나 양의 먹이인 넝쿨을 띠로 묶어 이마에 지고 오는 여인네를 지나치며, 긴 폭포와 오렌지가 있는 겔무판트에서 싱싱하고 달콤한 오렌지 4개(15루피)를 사서 먹다. 여기가 오렌지가 있는 마지막 마을이라하여 다시 한 봉지(이 오렌지는 쏘롱페디까지 요긴하게 먹음)를 산다. 완만한 내리막길로 마르상디강쪽으로 접근하여 긴 다리를 건너니 시양제, 마르상디강을 우측에 끼고 돌계단을 오르면 자갓에 이른다. 점심을 먹기위해 몽블랑 로지에 배낭을 내린다. 주인 여자가 달밧(밥, 달, 야채커리) 만드는 과정을 쫓아다니며 지켜본다. 부엌 옆 장작불 위 긴 항아리에서 무엇인가 끓고 있다. 발효시킨 탁주를 증류하는 과정으로 네팔의 전통술인 락시이다. 오늘이 마침 1월 1일이라 저녁에 새해를 축하할 겸 한잔 마시기로 한다. 식사 후 가이드 펀잡이 오늘 목적지 참제는 여기서 1시간 걸리니 오늘은 여기서 묵고 내일 바가르찹, 모레 차메까지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한다. OK. 숙소에 짐을 풀고 , 빨래하고, 머리감고, 자갓 여기저기를 둘러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나서는데 부엌에서 여주인 자매가 빵을 튀기고 있다. 쌀가루에 밀가루, 소다, 소금, 물을 섞어 뚝뚝 흐를 정도로 묽은 반죽을 하여 끓는 기름 위에 손으로 둘러치니 부드러운 링도우넛이 된다. 나중에 학교에서 돌아온 이 집 딸에게 빵 이름을 물으니 로티라고 한다. 산이 높아 벌써 길 위에는 산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참제 방향으로 올라가며 두리번두리번, 좌우에 좁게 붙어있는 집들과 길과 마당에 나와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좋은 구경거리가 된다. 오른쪽 넓은 마당에 한 가족이 모여서 실을 잣고 있다. “들어가도 되나요?” “OK, OK.” 일단 사람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앉아서 손짓 몸짓으로 이야기를 한다. 티벳에서 가져온 양털 뭉치를 빗질하는 남자, 그것을 오른손으로 꼬면서 길게 늘여 길쭉한 실패에 감는 할머니의 빠른 손동작, 둥그렇게 감은 뭉치로 카펫을 짠단다. 그런데 카펫 짜는 사람이 많아 돈도 많이 벌지 못한다며 자기를 한국으로 데려가달라는 넉살 좋은 청년의 말에 모두 호호하하 웃으니 사람들이 점점 많이 모여든다. “사진 찍어도 되나요?” “수고하는 할머니를 위해 담배 한가치를 사준다면” 그래면 보기만 하겠다고 하니, 농담이라며 찍으란다. 이리지리 사진을 찍은 후, 앞 가게에서 할머니를 위해 담배한갑을 10루피에 사서 드렸더니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문간에 서있는 옆집 아줌마의 목에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있어 크리스찬이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반가움에 서로 기뻐하며, 이 마을에는 10여명의 크리스찬이 토요일(네팔은 토요일이 공휴일)마다 가정에 모여 예배를 드린단다. 여행때 마다 가지고 다니는 쪽성경을 배낭에서 꺼내 펴 보이니 영어성경을 읽어달란다. 영어로 읽고, 한국어로 읽으면서, 힌두교가 국교이고 안나푸르나 산악지역에는 불교가 성행한 네팔에서 처음으로 크리스찬을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배낭의 먹을 것을 풀어서 꼬마들에게 나눠주고, 할머니의 실잣는 일을 내가 해보겠다고 하니 그 사이 할머니는 내가 드린 담배를 꺼내 피우신다. 흐뭇. 다시 자갓 방향으로 내려오니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이 축구하는 옆에서 내가 머문 숙소의 남자가 큰소리로 중계를 한다. 저녁에는 새해를 맞이하여 락시를 시켜 가이드와 한잔씩 마시다.
1월 2일 맑음
자갓(07:20)-사타레(09:31)-딸(11:18~12:41점심)-카르테(14:42)-다라파니(15:30)
마르상디강을 우측으로 끼며 산비탈을 가로질러 오르내리면 우측 산 위에서 강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장관이다. 참제 지나 다리 건너 마르상디강을 좌측에 두고 언덕에 오르면 사타레에 이르고 8분 정도 더가면 우측 위에 파란하늘 배경으로 랄루파테가 더욱 붉게 보이고 오색 룽다가 펄럭이는 소롱라피크 호텔이 나온다. 홍차한잔 마시고, 계속 오르면 계곡의 폭도 좁아지고 마르상디강폭도 좁아져 급경사의 협곡이 끝나고 갑자기 전망이 트이면서 넓은 평지가 눈앞에 전개된다. 마르상디의 강폭이 넓어지면서 그 옆의 넓은 사구에 위치한 딸이다. 마을을 둘러싼 북쪽 산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강 연안을 따라 내려가 나무다리 건너 마을에 들어선다. 안나푸르나게스트하우스에서 달밧을 먹고 쉬고 있는데, 반가운 한국인 트레커가 들어선다. 일행 8명에 포터 5명 가이드1명이란다. 오늘 머물 다라파니에서 만나기로하고 먼저 일어선다. 대부분 목조건물로 지어진 마을을 지나 다리건너 마르상디강을 우측에 끼고 강변을 따라 한동안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길은 조금 완만해진다. 건축자재를 끈으로 묶어 머리로 지고 가는 고단한 짐꾼(꿀리)들의 행렬이 지나가고, 구름은 가는 방향으로 몰려가는 듯, 우측 산 위에 불을 놓아 풀을 태우는 연기도 바람 따라 날려가고, 뒤쪽에는 파란하늘에 새털구름이 아름답다. 코트로를 지나 다리건너 카르테마을 지나 강을 좌측에 끼고 간다. 다라파니입구가 나오고 마을 끝에 위치한 티베탄호텔에 여장을 푼다. 우측의 산에는 구름이 끼어 마나술루를 볼 수 없다. 이곳 다라빠니는 마나슬루어라운드 코스 중 내려오는 트렉으로 다라빠니에서 베시사하르까지이다.
젊은 안경낀 아가씨가 방을 안내하면서 1분 거리에 곰파(불교사원)가 있다고 안내한단다. 규모가 작은 곰파 내부를 둘러보고 아가씨 언니가 사는 집으로 가보기로 한다. 넓은 들판으로 올라가니 돌로 지은 집 한 채가 있고 그 앞에서 남자 어른이 바구니와 돗자리를 만드는 대나무를 길이로 쪼개어 두둘기고 있다. 나무를 한 짐 지고 오는 언니가 우리를 보더니 반기며 집안으로 들인다. 염소와 닭이 같이 공존하는 집의 안쪽에 부엌이 있고, 나무를 모아 기름을 붓고 불을 지펴 물을 끓여서 홍차를 대접해준다. 불가에 모인 꼬마 3명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주시한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원숭이가 있다고 가리키는데 나는 보지 못하고 아가씨는 옷가게에 들러서 동네사람들과 또 왕수다. 아가씨는 호텔에서 자칭 조리담당이라는데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지... 나중에 알고 보니 설거지 담당이다. 손님 안내를 핑게로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어쨌거나 아가씨 덕분에 구경한번 잘하였다. 숙소로 돌아와 짐 풀고 저녁 먹고, 방에는 전깃불이 안들어와 식당에서 레몬차를 마시며 내일 차메 우체국에서 부칠 그림엽서를 그리운 이들에게 쓰다.
1월 3일 맑음
다라빠니(07:30)-바가르찹(08:25)-다나구(09:00)-티망(11:00~12:30)-코토(15:00)-차메(15:40)
새벽 4시에 깨어 밖을 나가보니 별이 없고 구름이 잔뜩 끼었다. 6시에도 역시 마나슬루는 구름에 가려있다. 다라빠니를 출발하여 고도가 점점 높아져서인지 길 위는 살얼음이다. 1995년 대규모 산사태로 전체 마을의 3/4 정도가 돌무더기 아래로 묻혀버린 바가르찹을지나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길을 따라 다나구에 이르고 30분쯤 지나서 조그만 불교사원을 지난다. 불교신자인 펀잡이 큰 마니차를 돌리며 중얼중얼 기도를 한다. 마을 입구 중앙에 있는 마니차를 돌리며 옴마니밧메홈을 외며 왼편길로 간다. 숲이 우거진 오름길로 들어서 고도를 높여가며 아! 뒤돌아보니 구름이 걸쳐있는 마나슬루(8156m)가 솟아 있다. 11시쯤 거의 꼭대기 언덕에 이르고 마나슬루를 마음껏 조망할 수 있는 사방이 설산에 둘러싸여있는 티망이라는 넓은 구릉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배낭을 내린다. 노련한 가이드만이 티망이라는 길로 온다고 펀잡의 은근한 자기자랑이다. 접시 위에 밥과 야채커리가 같이 나온 달밧을 맛나게 먹으며 더 없이 아름다운 넓은 평원을 어슬렁거린다.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1시간 10분만에 탄촉의 첫집을 지나 계속 내려가면서 왼쪽에서 흐르는 작은 계곡의 다리를 건넌다. 오른쪽밑은 한없는 낭떠러지, 왼쪽 위에서는 산사태가 날것 같이 떨리는 가슴안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긴다. 탄촉마을에 들어서 산을 빙 돌라가니 저 앞에 거대한 안나푸르나2봉(7937m)이 우뚝 나타난다. 잠시 후 그 왼쪽에 트레킹 첫날에 만난 람중히말이 뾰족하게 얼굴을 내민다. 코토를 지나 곧이어 Check Post에서 Check in하고 트레킹 퍼밑에 사인을 받고 또다시 안나푸르나2를 쳐다보면서 가느라 목디스크 걸릴까 걱정하면서 즐겁게 가니 어느덧 차메에 이르러 또다시 총을 들고 서있는 군인들의 초소에서 Check in을 하고 차메마을로 들어선다. 마나슬루 뷰에 숙소를 정한시간이 15시 40분, 16시에 문을 닫을 우체국을 부리나케 찾아가 그림엽서를 부친다. 숙소로 들어와 짐을 풀고 있는데, 첫날 둘째날 스쳐지나간 서양남자 동양여자 트레거가 옆방에 들었다. 깊은 산속 마을은 해가지면 뼈속까지 춥다. 부엌 화덕 앞에서 불을 쬐는데 펀잡이 일몰 마나슬루를 보라며 외친다. 석양속의 붉은 마나슬루를 한동안 넋놓고 바라본다. 무어라 표현 해야할지...할 말을 잃는다. 안나푸르나보다 마나슬루가 오리려 가슴에 와 닿는다. 오늘 저녁 투숙객은 3명, 가이드 2명이니 식당에 석유곤로를 피워준다. 모두 식당에 모여서 통성명. 오스트리아남자 바니와 타이여자 와는 연인사이. 그리고 그들의 가이드는 인도인 어머니와 네팔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브라만계급으로 영어가 유창하다. 와는 허리가 아프고 춥다며 아예 바닥에 방석을 깔고 누워버렸다. 열대 나라에서 온 부드럽고 강인한 와의 손등에서 허리의 상응점을 찾아 눌러주니 아프단다. 그 지점을 바니에게 눌러주라 하니 "acupuncture?" 라고 묻는다. "ok". 이들은 내일 아침 10시에 출발이란다. 안나푸르나 지역 마을에서 그렇게 또 하루가 간다.
1월 4일 맑음
차메(07:35)-탈레구(08:11)-브라땅(09:20)-뚜꾸레포카리(11:54~13:23 점심)-피상(14:14)
아침공기가 상쾌하다. 좌측의 람중히말을 보면서 다리건너 마르상디강을 좌측에 끼고 간다. 탈레구 마을을 지나는데 집집마다 불을 부친 쥬니퍼가지를 향로에 담아 밖에 내놓고 있다. 길 양쪽의 소나무가 싱그럽다. 파란 하늘에 룽다가 펄럭이며 뒤쪽의 설 산이 아름다운 브라땅에 도착하여 커피 한 잔 마시며 햇살을 즐긴다. 3시간이 지난 후 작은 계곡 위의 다리를 건너 우측의 산을 오른다. 곳곳에 길을 가로막으며 쓰러져 있는 고목들을 넘어서 한참 오르면 오른쪽으로 거대한 벽과 같은 눈덮인 멋진 산줄기가 들어오고, 뒤돌아보면 람중히말이 뽐내고 있다. 꼭대기에는 지금은 철수했지만 시즌에 차를 파는 천막이 있다. 오렌지와 초코?껸摸? 먹으며 행복에 취해본다. 다시 평탄한 숲길을 지나 내리막길이다. 뚜꾸레포카리에서 점심을 먹기위해 배낭을 내린다. 앞의 로지에 한국인 단체가 도착하여 인사하러 간다. 딸에서 만났던 그 일행들이다. 쏘롱라를 넘어 따또바니에서 고레파니로 넘어간단다. 점심식사로 주문한 달밧에 이지역의 버섯이 들어간 커리가 나왔는데 맛이 좋다. 다시 내리막길로 앞쪽에는 소나무가 늘어선 광활한 평원이 나오며, 피상피크(6091m)가 삐죽이 손톱만큼 보인다. 길위에는 얼음이 얼어있고 그 위에 흑이 깔려있어 조심조심 걸어간다. 짙은 갈색의 산 사면에 가시가 있는 관목들이 낮게 흩어져 있는 전형적인 고원지대의 풍광이다. 소나무 사이로 피상마을이 보인다. 산비탈을 내려가서 작은 다리를 건너 피상 아랫마을에 숙소를 잡는다. 숙소에 배낭을 던져놓고, 카메라를 들고 마르상디강의 다리를 건너, 우측 산중턱을 따라 티벳식 가옥들이 계단식으로 전개된 피상 윗마을로간다. 마을에는 빈집이 많다. 겨울의 추위를 피해 아랫마을로 내려간다고 한다. 인적 없는 곰파에서 바람을 피해 출입문에 기대어 건너편의 안나푸르나2와 뒤쪽의 마나슬루를 원없이 바라본다. 다시 숙소에 오니 한국인 단체 트레커들이 왁자하다. 저녁에는 식당에 모여 장작불을 지핀 불가에서 그리운 모국어의 왕수다가 벌어졌다.
1월 5일 맑음
피상(07:15)-홍데(09:14~12:00 휴식 및 점심)-뭉지(13:12)-브라가(13:45)-마낭(14:10)
6시에 한국 그룹은 모두 깨어 준비하느라 부산하다. 7시에 홍차와 계란프라이를 먹고 먼저 출발한다. 좌우 설산 사이의 길을 간다. 가이드 펀잡의 할아버지는 70년 전 쌀을 지고 이길을 지나 마낭까지 가서 티벳사람들과 소금으로 바꾸는 장사를 하셨단다. 그때는 길이 없는 곳이 많았고 바위를 타고 산을 오르내리는 굉장히 위험한 길이였다고 한다. 마르상디강변의 둑을 우측에 끼고 걷다가 소나무가 우거진 완만한 숲길로 올라 언덕 정상에 서면, 우측으로 피상피크의 장관을 볼 수 있고 뒤로는 마나슬루도 보인다. 저 앞의 넓은 분지를 향해가면 좌측에서 안나푸르나3(7575m)의 위용이 서서히 드러난다. 수목한계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고원의 황량함은 더해가고, 가끔 길 아래 9월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 있어 미끄러지며, 건조한 흑길을 걸을 때마다 저벅저벅 먼지가 일어난다. 2시간만에 비행장이 있는 홍데에 도착하여 호텔겸 음식점에 들어가 홍차 한 잔을 마신다. 마낭까지 2시간이 걸리므로 여기서 놀다가 점심 먹고 가기로 한다. 카메라를 메고 마을을 돌아다닌다. 활주로를 따라 곧게 뻗은 길 양편에 돌로 쌓은 직사각형의 집들에는 지붕 꼭대기까지 장작이 가득가득 쌓여있다. 부엌에는 흙으로 만든 화덕에서 요리도 하고, 매서운 바람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도 한다. 밖에 나와 햇볕을 쪼이는 사람들과 “나마스떼” 인사를 나누며, 마을 입구 길 가운데 죽 늘어서 있는 마니차를 돌리며 사진을 찍는다. 한국구룹이 도착하니 이들을 보고 몰려와 손을 내미는 꼬마들에게 볼펜과 소세지를 나눠주니 어디선가 또 다른 꼬마들을 몰고 온다. 마낭에서 만나기로 하고 한국구룹이 앞서 떠난 후 달밧을 먹고, 책을 보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12시에 다시 길을 나서 10분 후에 Check Post를 거쳐 마르상디강을 건너 강을 좌측에 끼고 간다. 갈수록 나무는 사라지고 마치 캘리포니아 사막을 연상시킨다고 누군가 그랬단다. 길 오른쪽으로 낮은 땅에 기초를 잡고 판판한 지붕을 얹은 집들이 납작하게 엎드려 있는 뭉지를 지나고 30분 후에 좌측의 다리쪽으로 밀레라빠가 수행한 동굴로 가는 표지목이 서있다. 밀레라빠는 티벳불교를 개혁한 마르파의 제자로 고행수도를 통해 절대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성자로 우리 나라에도 그의 추종자들이 많다고 한다. 산모퉁이를 돌아 브라가에 이르고 20분을 더가서 차메 이북에서 규모가 제일 큰 마을인 마낭의 문으로 들어선다. 두근거리는 가슴 안고 호텔 밀집지역을 지나 가족이 살고있는 자그마한 로지에 짐을 푼다.
카메라를 메고 마을로 나선다. 돌집들 사이 미로처럼 연결된 좁은 골목길을 지나 마르상디강변에 이르니 웅장한 안나푸르나3, 곧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강가푸르나 글레이셔, 그 옆의 강가푸르나가 버티고 있고, 그 아래로 회색이 썩인 불투명한 강가푸르나 빙하호수가 있다. 멋진 향나무가 있는 전망대에서 마르상디강을 우러르며 히말라야연봉을 쳐다보니 꿈을 꾸는 듯하다. 숙소로 돌아와 화덕이 있는 부엌에서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하나’를 마저 본다. 주인여자는 작은 알감자를 쪄서 껍질을 벗기고 있다. 그래서 저녁 메뉴로는 삶은 감자를 으깨서 기름에 부치는 스위스 로티와 버섯수프를 시킨다. 화덕에서는 스튜 비슷한 것이 끓고 있다. 감자,야크고기에 커리를 넣은 것이란다. 그래서 버섯수프를 취소하고 감자 야크커리로 메뉴를 바꾼다. 주인여자와 펀잡과 같이 맛있는 저녁을 먹은 후 방으로 들어와 드디어 ‘지상에 숟가락하나’를 끝내다.
1월 6일 흐린 후 갬
마낭(08:16)-강사르(09:46~11:00)-마낭(12:10)
강사르에서 틸리초베이스캠프1박, 야크카르카, 소롱페디로 연결하면 멋진 틸리초호수를 구경할 수 있는데 틸리초베이스캠프가 폐쇄되어 강사르까지만 갔다 오기로 한다. 배낭을 꾸리지 않는 즐거움을 누리며 내복을 껴입고 강사르로 향한다. 마을의 중앙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마르상디강을 좌측에 끼며 그위의 안나푸르나3와 강가푸르나를 보면서 우측의 산허리를 돌아서 간다. 두줄기의 강이 하나의 거대한 마르상디강으로 합수된다. 왼쪽은 틸리초호수에서 오고, 오른쪽은 쏘롱페디에서 온단다. 오른쪽 강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우측 산으로 오른다. 9월의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조심조심 오른다. 좌측의 쏘롱피크가 손톱만큼 삐죽이 보인다. 언덕위의 돌로 쌓은 빈집은 성수기에 차를 파는 곳이란다. 마르상디강을 끼고 있은 왼쪽은 낭떠러지이고 오른쪽 위는 흙산으로 군데군데 돌덩이가 박혀있어 곧 무너져 내릴 것 같다. 1시간 30분만에 집집마다 높이 꽂혀있는, 세로방향의 긴 네모꼴의 하얀 깃발들이 세차게 부는 바람 속에 펄럭이는 강사르에 도착하여, 문앞에 노인이 서있는 호텔겸 식당으로 들어간다. 가족들은 추위를 피해 아랫마을에 내려가 있고 티벳 전통복장에 서양인의 모자를 쓴 노인만 이 커다란 집을 지키고 있다. 일층은 가축의 축사로, 이층은 생활공간으로, 3층은 객실로, 지붕의 전망대로 올라가려면 밟고 올라 가야하는 통나무 속을 파서 만든 사다리가 인상적이다. 지붕위에 올라가 로지가 닫혀 갈 수 없는 틸리초호수 방향을 우러르며 눈덮인 틸리초피크(7134m)가 마치 커다란 백곰이 웅크리고 있는 듯하다. 부엌으로 내려와 차를 마시고 다시 마낭으로 향한다. 마치 어려운 문제를 반쯤 푼 듯 시원섭섭하다. 마낭 숙소의 여주인은 나와 나이가 같은 미인으로 친절하고 따뜻하다. 집의 구조를 살펴보면 1층은 소나 양의 축사로, 이층은 부엌과 식당 안방이 있고 3층은 객실로 되어있다. 부엌의 그릇은 윤이 나게 깨끗이 닦여져 잘 정돈되어 있고, 안방은 한쪽에 화덕이 있고 그 끝에 부모님의 사진과 불교 관련 용품이 진열되어있으며 창 쪽으로 침상이 있고 천장에는 나무를 걸쳐놓아 거기에 야크고기와 뼈를 말리고 있다. 창고에 가니 곡식을 담은 자루와 감자자루 등이 즐비하다. 사진을 찍으며 흥미 있어 하니 주인여자가 여기보다 더 좋은 곳으로 안내하겠다하여 따라 나선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사셨던 집으로 양이 있는 1층 계단을 올라가 방 끝으로 가서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쪽 벽면에는 부처님의 그림이 다른 벽면에는 부모인의 영정사진이 모셔져있다. 의식에 쓰이는 북과 큰 마니차 그리고 향로들이 있는 제단이다. 나중에 펀잡에게 들으미 불교신자의 집에는 이런 것들이 모셔져 있단다. 펀잡의 집에도 물론 있단다. 돌아오는 길에 마을의 템플에 들러 마니차를 돌리고 숙소로 와서 여주인이 음식만드는 것을 지켜보고 참견하며 같이 셀프사진을 찍다. 해가 지며 기온이 급강하하여 내복에 목티를 껴입고 침낭속에 들어가도 추운냉기가 감돈다.
1월 7일 흐린 후 맑음
마낭(08:23)-군상(09:57)-야크카르카(12:14)-레다르(13:10)
새벽 3시에 깨어 전깃불도 안 들어오고 그냥 눈감고 있는다. 야크카르카까지 4시간 거리이므로 8~9시 사이에 출발하기로 하여 침낭 안에서 따뜻하고 달콤한 아침 시간을 즐긴다. 7시에 배낭을 메고 부엌에 나오니 주인여자의 고운 미소가 환하다. 밀크티와 계란프라이 야크치즈를 먹고 마낭을 나선다. 마르상디강을 따라 우측의 산허리를 올라가며 옴마니밧메홈을 외우며 초르텐을 돌고 있는 마을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을 뒤로하고 오르막을 올라서니 남쪽으로 마르상디강변의 연기나는 마낭마을의 전경이 아름답다. 쏘롱페디에서 흘러오는 쟈르상콜라를 내려보며 계곡 맞은편에 어제 갔던 강사르로 가는 길이 보인다. 완만한 오르막을 천천히 걸어간다. 군상에서 차 한잔 마시고 있는데 한국구룹이 도착한다. 오늘 야크카르카까지 간다고 한다. 군상에서도 강가푸르나와 안나푸르나3의 위용을 바로 눈앞에서 즐길 수 있다. 북쪽으로 향하면서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간다. 어디를 둘러봐도 나무 하나 없는 황량한 산길에 납작 업드려 있는 가시나무를 뜯어먹는 산양이라도 있어서 안심이다. 우측 산에서 흐르는 물이 길 위에 빙판을 만들어 군데군데 돌아가고, 다리건너 야크커르커에 12시 14분에 도착하였다. 숙소에 짐을 풀려는 데 펀잡이 레다르의 달밧이 더 맛있다며 레다르까지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한다. 물론 OK이다. 다시 배낭을 메고 경사가 심하지 않은 오름길을 서서히 가는데 배가 비어서인지 고도가 높아져서 인지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군데군데 바위가 있고 작년 딩보체 산위에서 보던 이끼가 붙어있다. 드디어 언덕 위에 로지가 보인다. 다리건너 첫 로지를 지나 내려와서 레다르 숙소에 짐을 푼다. 방에는 전깃줄은 있지만 전구는 없고 창가에 토막난 양초만 몇 개 있다. 부엌에서 가스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 지역이 나무 하나 없는 황량한 곳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오늘 저녁 트레커가 나 혼자라면 무지 추운 밤을 보낼텐데....달밧을 먹고 카메라를 메고 주변을 돌아보러 나선다. 도저히 추워서 그냥 있을 수가 없다. 숙소의 오른쪽에 있는 산 능선을 오른다. 큰 바위까지만 가기로 했는데 오르다 보니 산꼭대기까지 얼마 안 되는 것 같고, 야크도 있고 출루웨스트(6220m)도 더 잘 보일 듯 하고, 아직도 16시밖에 안되었기에 go! 눈앞에 잡힐 듯한 언덕은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 무겁고 숨차다. 고도계가 4520m를 가리키는 꼭대기에 서니 사방이 장관이다. 출루웨스트, 강가푸르나, 그위의 설원들, 내일 가는 방향으로 우뚝 선 갈색의 산! 산! 산! 벅차오르는 감동을 안고 좋은 날씨, 좋은 조망, 좋은 건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흡족한 마음 안고 내려오는데 저만큼 가이드 펀잡이 나를 찾아 오르고 있다. 미안!!! 숙소에 오니 반가운 한국그룹 8명, 오스트리안 바니와 여자친구 2명, 나, 가이드와 포터 합쳐 모두 19명이 북적댄다. 덕분에 식당 테이블아래 석유버너를 켜서 따뜻한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밤하늘엔 보석같은 별들이 얼어붙은 추위에 더욱 빛나고 있고....
1월 8일 맑음
레다르(08:50)-쏘롱페디(10:55)-쏘롱페디하이켐프(12:25)
파란하늘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계곡을 좌측에 끼며 산허리를 돌아간다. 펀잡이 가리키는 blue sheep을 보고, 다 돌아가면 또 다른 산굽이가 나타나며 두 갈래 길, 아래쪽 길로 들어서 계곡바닥까지 내려가 나무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계곡을 끼면서 다시 올라간다. 오르막길은 한발한발이 천근이다. 천천히 또박또박 걸으며 언덕 위의 룽다가 펄럭이는 찻집에 이른다. 마낭이 집인 부부가 매일 여기까지 와서 카라멜, 껌, 사탕, 초코??, 비스킷, 차를 팔고 있다. 차 한잔이 50루피다. 양쪽 산 위에서 떨어진 흙과 돌 더미들, 가는 길에 혹 돌이 굴러내릴까봐 조마조마. 드디어 쏘롱페디에 도착. 양갱, 귤, 사탕으로 기운을 얻고 이제는 완전히 오르막이다. 40분쯤 올라서 한번 쉬고, 한걸음 한걸음에 힘을 주어 깊은 호흡을 하면서 눈 쌓인 길을 천천히 천천히 오른다. 드디어 쏘롱라하이캠프에 도착하여 빨랫줄에 침낭을 널어 말리고, 등산화도 햇볕에 내놓고, 300루피의 달밧을 먹는다. 1시간 후에 바니와 와가 도착하고, 3시간 후에 한국팀이 도착한다. 바니 일행과 앞산에 갔다가 다시 뒤쪽의 산에 오른다. 돌탑이 드문드문있고 꼭대기에는 룽다가 펄럭인다. 바람이 너무 세차다. 강가푸르나, 출루웨스트, 쏘롱피크까지 굽어보며 내일 넘어갈 쏘롱라 지그재그의 길을 바라보면서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신께 기원한다. 눈이 얼어붙은 내리막길은 설설기어서 내려온다. 찬바람을 너무 많이 쐬어서인지 머리가 아프다. 내일은 새벽에 출발하므로 저녁을 든든히 먹어두어야 하기에 야채볶음밥을 의무적으로 몽땅 비워서 인지 속도 거북하다. 숙소로 돌아와 침낭속에 들어가도 계속 욱신욱신 죄여온다. 일어나 손과 발을 사침으로 따고 뒤 목을 양손으로 풀어준다. 4500m의 고지에 있는 이곳은 밤이 되면 매우 추운데도 전혀 난방이 되지 않으므로 껴입을 수 있는 모든 옷을 입고 여분의 이불을 침낭 위에 덮고 잠을 청하나 정신은 더욱 맑아진다. 한동안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고, 시계를 보니 22시다. 밖으로 나가니 별이 쏟아진다.
1월 9일 맑음
쏘롱페디캠프(04:50)-쏘롱라(07:30~08:00)-묵티나트사원(11:47)-묵티나트(12:04)
새벽녘에 깜빡 잠들어 펀잡의 문두드리는 소리에 깨니 4시이다. 다행히 두통은 없어지고 준비하여 식당으로 나오니 쏘롱라를 넘을 준비로 부산하다. 1000여m을 올라가서 다시 1600여m를 내려와야 한다. 엊저녁에 미리 신청한 뜨거운물과 삶은 달걀 4개를 챙기고 밀크티와 오트밀죽으로 아침을 먹는다. 내의에 스트레치복, 파일복을 덧입고 귀를 덮는 모자, 고어 장갑, 헤드랜턴을 끼고 제일 먼저 숙소를 나선다. 왼쪽의 산등성이를 오르는 길부터 눈에 덮여 미끄러워 엉금엉금 가는데, 크램펀은 신지 않아도 될 듯하다. 헤드랜턴을 의지하며 앞만 보고 올라가다 지그재그로 간다. 저 아래 깜박이는 랜턴행렬은 한국팀이다. 바람이 너무 매서워 손과 발이 시리다. 첫 폴대를 지나 찻집에 오니 문이 잠겼다. 옆의 축사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닥에 소똥과 볏짚들이 널려있다. 이런저런 사정 볼 것 없이 손을 비벼 녹여 윈드자켓을 꺼내 입는데 그 사이에 또 손이 시려 계속 무릎사이에 넣고 비벼댄다.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마시니 정신이 좀 들것 같다. 원기를 회복하여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왼쪽 시계줄 사이로 바람이 들어가 손목이 얼얼하고, 볼과 발도 시린, 정신 없이 추운 아침이다. 펀잡은 노련한 가이드답게 길을 잘 찾아 군데군데 깃점이 되는 폴대를 잘 찾아간다. 날이 점점 밝아져 주위가 온통 새하얀 눈 천지이다. 넓은 평원에 이르니 히말라야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일출로 뒤쪽의 산은 붉은 기운이 감돌고, 우측 산에는 위에부터 강한 햇살이 비쳐 선명하고 좌측의 쏘롱 피크의 눈덮인 꼭대기 위에 햇살이 눈부시다. 설원을 간다. 드디어 오색 룽다가 펄럭이는 5416m의 쏘롱라에 도착한다. 야호! 렛산 삐리리!! 남쪽의 안나푸르나3(7575m), 강가푸르나(7454m), 카퉁캉(6484m), 좌측의 쏘롱피크(6481m)를 우러르다 손이시려 빈집인 찻집에 들어와 손을 녹이고, 다시 나와서 사진을 찍고, 다시 들어와 삶은 계란과 찰떡파이 뜨거운 물을 마시고, 다시 나와서 happy day! lucky day!!를 외치며 30분을 보낸다.
눈 덮인 길을 내려가는 길은 완만하게 시작하다 가팔라지면서 잘 못 디디면 저 아래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위험한 길이다. 미끄러지지 않으려, 눈속에 빠지지 않으려 가느라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1시간 15분 내려와 폴대가 서있는 곳에서 드디어 휴식을 하는데 한국팀의 포터 2명이 미끄러운 내리막을 큰짐을 짊어지고 잘도 내려온다. 자갈이 깔려있거나 눈이 덮여있는 내리막은 미끄럽기는 매한가지다. 드디어 묵티나트가 보이는 언덕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또한 번의 휴식을 취하고 산허리를 돌아가니 첫 로지가 나타나며 다울라기리가 나타난다. 눈길에서 흙과 자갈길로 바뀌며 다리건너 넓은 벌판을 지나 불교와 힌두교의 성지인 묵티나트의 사원 뒤로 7시간 15분만에 도착한다. 마을 끝에 다울라기리가 멋진 조망을 가진 숙소에 짐을 풀고 늦은 점심, 뜨거운 물 샤워, 빨래를 하고 또 다시 묵티나트의 사원으로 카메라를 들고나선다. 따스한 햇살아래에서 직물을 짜는 여인들, 티벳 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노점상을 지나, Check Post에서 신고를 하고, 사원방향으로 가다 내려오는 한국팀을 만나고 묵티나트사원에서 바니와 와를 만났는데 한국팀보다 1시간 늦게 출발했는데 먼저 내려왔다고 자랑이다.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를 즐긴다. 차분한 고원의 성지는 뒤편으로 히말라야의 설산에 둘러싸여 있고 저 앞으로는 다울라기리가 우뚝 솟아 있는 고요하고 매력적인 우리나라 5월 중순 같이 햇살이 따사롭다.
1월 10일 맑음
묵티나트(09:00)-자르코트(09:19)-카그베니갈림길(10:30)-에클로바티(11:20~12:40)-좀솜(14:40)
너무나 따사로운 햇빛. 자르코트지나 나무 한 그루 없는 갈색의 불모지. 황량한 고원너머에 설산이 솟아 있다. 카그베니 갈림길을 지나서 왼쪽 좀솜 방향으로 들어선다. 산허리를 돌아 내리막길. 넓은 칼리간다키강줄기가 보이고 갈수록 태양은 뜨거워진다. 강 위쪽으로 카그베니가 보이고 아래쪽으로 보이는 에클로바티에 점심을 먹기위해 2시간 20분만에 도착한다. 내복도 벗고, 덧옷도 하나 벗으니 상쾌하다. 선크림도 처음으로 바른다. 포카라에서 묵티나트까지만 갔다온 네덜란드여자 2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잠시 후 바니와 와도 도착하고, 한국팀도 도착한다. 1시간 20분 후에 좀솜을 향하여 나선다. 넓은 강변 칼리간다키 강을 따라 강을 우측에 끼고 강바닥으로 내려선다. 드라마틱한 황야의 풍경이 계속 이어지며 앞쪽으로 닐기리 사우스(6839m)가 나타나고 다울라기리는 어느 틈에 사라졌다. 11시부터 마르파에서 불어오는 마르파의 모래바람도 잠잠하다. 얼마나 운 좋은 날인가? 맞은편에서 오는 짐 실은 나귀 떼들, 말 타고 오는 사람들, 트레커들은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세월에, 강물에, 바람에 휩쓸려 강변의 돌들은 반들반들 둥글둥글하다. 무늬가 있는 작은 돌을 집어들어 펀잡에게 보여주니 부처의 지혜의 눈이라 이름 붙여준다. 1시간 30분만에 좀솜에 들어서 다리건너 군부대에서 내국인 검문을 하고, Check Post에서는 트레킹퍼밑 검사를 하고 인적사항을 기록한다. 좀솜도 많이 변하여 길 양옆으로 번듯한 호텔이 많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면 여행자들이 많은가 보다. 시간절약을 위해 좀솜-포카라간에 운행되는 비행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마을 끝에 닐기리의 전망이 좋은 새로 지은 호텔에 화장실이 딸린 방에 짐을 풀고 가격을 물으니 450루피라 깜짝 놀라니 펀잡은 손님도 없으니 내일 아침 계산(200루피로 계산함)할 때 깍으란다. 다시 숙소를 나와 우체국을 찾아 그림엽서를 부치고 오는 길에 바니 일행과 Check Post에서 만난다. 마르파까지 간다고 한다. 나도 마르파까지 가고 싶었는데 펀잡이 먼길이라 하여 여기서 접는다. 숙소에 들어와 식당으로 갔더니 네팔리 청년이 책을 읽고 있다. 이름은 산딥, 나이는 22세, 집은 미국, 미국의 대학에 다니는 중이며 네팔은 세 번째 방문, 네팔다음에 인도 이태리를 거쳐 미국으로 돌아 갈거란다. 안나푸르나 지도를 보니 좀솜에서 틸리초호수까지의 트렉이 있다. 못가본 틸리초호수에 대한 미련이 깊이 남아있다.
1월 11일 맑음
좀솜(07:50)-마르파입구(08:50)-툭체(10:26)-코체탄티(12:40~14:00 점심)-칼로파니(14:33)
-레테(14:58)-가사(17:03)
산딥과 함께 동행한다. 우측의 산허리를 가다가 좌측의 칼리간다키강변으로 내려선다. 다시 우측의 길로 들어서고, 오토바이와 개조한 트렉터, 지프도 지나가고, 트레킹 길에 그동안 못보던 차들이 지나간다. 문명의 길로 들어 선걸까... 햇살이 오르면서 좌측의 닐기리도 함께 간다. 나무를 한짐하여 이마에 끈으로 연결하여 지고 가는 어린이, 가스통을 양옆에 지고 가는 나귀들, 생명있는 것들은 모두 고단한 짐을 지고 간다. 어느덧 사과의 마을 마르파 입구에 들어선다. 마르파 마을을 거치지 않고 밭 중심으로 나있는 빠른 길로 간다. 좌우의 밭은 푸르스름한 기운이 보이고 밭 가운데는 흰 돌이 한 개 또는 세 개가 세워져있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펀잡은 짐승이 못들어오게 막는 것이라 하고, 나는 어떤 주술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사과나무는 잎들이 모두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지만 왠지 모르게 달콤한 사과향기가 나는 것 같다. 산에도 푸른 나무가 들어서고 길가에도 주니퍼가 보인다. 산딥은 젊은이 답게 성큼성큼 앞으로 간다. 마르파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툭체에 도착한다. 교역으로 번성했던 마을이라 멋진 고급주택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고 길바닥에는 넓은 판석이 깔려있다. 로지에 들러 사과주스를 시켜먹고 사과도 산다. 향긋한 사과향이 달콤하고 싱그럽다. 툭체를 지나며 왼쪽 칼리간다키강바닥으로 간다. 건기라 강물은 한쪽으로 흐르고 넓은 강바닥은 길이 된다. 몬순 때는 물이 불어 강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코방, 라르중을 거쳐가게 된다. 우측의 다울라기리가 멋지게 다가온다. 다울라기리 글레이셔의 눈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한고비 또 돌아가니 다울라기리 우측으로 툭체피크(6920m)도 보인다. 강변의 좌측으로는 닐기리가 계속 따라온다. 강바닥에 있는 허름한 집에서는 차도 판다. 우기가 되면 물이 불어 없어지는 집이란다. 강바닥의 길이 끝나고 좌측으로 올라서니 나무들이 시원하게 쭉쭉 뻗어있는 산허리길이다. 우측의 강폭도 좁아져 물살이 세진다. 다시 강으로 내려서며 쏘롱라를 넘어 앞서간 다리가 긴 씩씩한 홀랜드 남녀를 만나고, 코체탄티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는다. 에클로바티에서 만난 홀랜드 여자들도 이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서 다리 건너 강을 좌측에 끼고 가면서 드디어 안나푸르나1(8091m)의 웅장한 모습이 드러난다. 그옆에 안나푸르나 사우스(7219m), 좌측으로 닐기리, 뒤에는 다울라기리와 툭체피크까지 푸른하늘에 히말라야연봉이 둘러싸고 있는 전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한 칼로파니에 도착한 것이다. 한국팀은 오늘 여기서 묵는다고 미리 와서 쉬고있는 포터들이 일러준다. 펀잡은 발목이 아픈 듯, 판석이 깔린 길과 돌계단을 오르내리니 나의 발목도 시큰거린다. 20여분 거리의 레테의 Check Post에서 트레킹 퍼밑을 검사하고 도장 받고 다시 출발이다. 레테를 지나 다시 강폭은 좁아지며 높은 산허리를 끼고 간다. 우측 산에서 무너져 내린 흙과 돌덩이들, 강건너 좌측의 산에서도 무너져 내린 흙더미들, 우기가 지나면 또 길은 어찌 변할지...맞은 편 다리위를 건너오는 나귀떼를 기다리느라 레테콜라 위의 다리 위에서 잠시 휴식.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양떼를 피해 휴식. 어느덧 산허리를 돌아 가사에 도착하니 산딥이 먼저 도착해 있다.
1월 12일 맑음
가사(08:00)-콥체파니(09:27)-룹세차하라(10:01)-다나(11:22~12:20 점심)-따또파니(13:40)
아침 일찍 길을 나서면 공기도 상쾌하고 산이 높아 그늘진 길을 오래 가니 또한 좋다. 칼리간다키강을 좌에 끼고 간다. 23분 후에 군인의 검문, 외국인은 인적사항을 본인이 적고 내국인은 휴대 물건, 신분증 검사가 철저하게 이뤄진다. 꿀리(짐꾼)의 짐을 일일이 다 헤쳐보고, 나귀의 등짐도 긴 철사로 일일이 다 찔러보고, 이래저래 혼나는 것은 서민인 것 같다. 저 앞의 긴 서스펜션 다리에 나귀가 건너오는 중이라 기다렸다 건넌다. 칼리간다키강을 우에 끼며 간다. 계속되는 내리막 돌계단은 콥체파니를 지나서도 계속된다. 강건너 높은산의 마을과 천수답이 경이롭다. 또 다시 다리 건너 잠시후면 시원한 폭포가 보인다. 룹세차하라의 찻집앞에서 굉장한 물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긴 폭포를 구경하고, 툭체에서 산 사과를 먹는다.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마오이스트(공산주의자)의 출현이 걱정되는데 펀잡은 만약 만나면 500루피만 주라고 한다. 돌담 위에 피어있는 작은 붉은 꽃과 랄루파테, 부에겐빌라 그리고 오렌지가 탐스럽게 열린 아름다운 마을 다나에 도착한다. 1970년대까지는 티벳과의 교역 중심지로 번창했으나, 좀솜에 비행장이 생기면서 지금은 쇠락한 마을이란다. 다나의 끝에 있는 음식 맛이 좋다는 캐빈 게스트하우스에서 점심으로 먹은 달밧은 과연 맛이있다. 정원에는 오렌지나무도 있고 안나푸르나사우스의 조망도 멋지다. 바니 일행도 들어오고 뒤이어 미국인 부부, 그리고 호주에서 온 3명의 트레커도 들이 닦치니 순식간에 국제적인 무대가 되었다. 먼저 일어나 다시 길을 나선다. 좌측에 새롭게 나타난 설산은 바라하시카르(7647m)로 그 뒤쪽으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가 있단다. 수없이 만나는 나귀떼는 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며 간다. 드디어 따또파니에 도착하여 홀랜드 남녀를 만나 랄루파테와 오렌지가 있는 정원이 있는 다울라기리 로지에 숙소를 정한다. 옆방에 들어있는 홀랜드 남자는 방문 앞의햇빛 속에서 책을 읽고 있다. 잠시 쉬었다가 수영복을 안에 입고 겉옷을 걸치고 정원을 통하여 칼리간다키강변에 있는 노천 온천으로 가니 아무도 없다. 20루피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수영복만 입은 채로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서 그동안 트레킹에서 쌓인 피로를 온천욕으로 푼다. 잠시 후에 옆방에 투숙한 홀랜드 남녀가 입장하고, 이어서 오스트리아인 바니와 타이여자 와, 미국인 부부가 입장한다. 따또파니에 머무는 트레커는 여기에서 다 만난다. 서양인들은 뜨겁다고 호들갑이다. 나는 좋기만 하구만.... 숙소로 돌아오니 한국팀이 막 도착하였다.
저녁은 특별메뉴로 티베탄스테이크를 먹은 후 한국구룹과 맥주파티를 하였다.
1월 13일 맑음
따또파니(08:00)-티프리앙(10:35)-베그콜라(11:20)-라쿠(12:20~13:45 점심)-갈레스와(14:52)
나만 베니로 내려가고 나머지 트레커는 모두 고레파니를 거쳐 푼힐로 간단다. 그동안 정들었던 트레커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Good luck to you."
칼리간다키강을 좌측에 끼며 언덕을 오르고 다리를 건넌다. 고레파니 갈림길에서 홀랜드인은 좌측 고레파니쪽으로 가고 나는 우측 베니 방향으로 간다. 돌계단을 오르내리고 랄루파테 사루비아 등의 붉은 꽃이 강렬한 마을을 지나면서 강폭이 좁아지고 물소리는 더욱 힘차고 빨라진다. 티프리앙 마을에 들어서며 길은 대로로 변하여 지프가 다닌다. 여기서부터 베니까지 사람과 짐을 지프가 실어나르면서 자욱한 먼지를 일으킨다. 좌우의 산들은 온통 초록색에다 노랑꽃 붉은꽃, 보라꽃의 향연이다. 우리나라의 산과 비슷하다. 라쿠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있는데, 홀랜드 여자 2명과 가이드와 포터가 들어온다. 이들도 오늘 갈레스와에서 머문단다. 먼저 일어나 길을 나서는데 지프차 당나귀가 지날 때마다 먼지를 일으키고, 햇빛은 정면으로 비추고 거기에 모래바람까지 일어나 모자를 잔뜩 눌러쓰고 긴 수건으로 마스크를 하며 간다. 저 앞 언덕 위에 마을이 보인다. 우측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제법 큰 계곡 위의 다리를 건너니 갈레스와이다. 숙소를 잡고 펀잡이 내일 베니에서 카투만두까지 갈 버스를 전화로 예약한다. 곧이어 홀랜드 여자들도 숙소에 들어선다. 카메라를 메고 주변을 둘러보러 나간다. 힌두사원을 둘러본 후,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힌두교 신자들이 모여 앉아 마달(북과 비슷)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초롱초롱한 맑은 눈들이 모두 나를 주시하며 환하게 활짝 웃는다. 디카사진을 찍어 보여주니 모두 신기한 듯 본인의 모습을 보며 좋아한다. 할머니의 담배를 사가지고 가는 똘망한 소녀를 만나, 소녀의 집으로 같이 가서 집 구경도 하고, 홍차도 마신다. 다시 숙소로 와서 홀랜드여자 둘과 같이 저녁을 먹는데 맞은편 산 위에서 둥그런 보름달이 떠오른다. 이들은 내일 포카라로 가고 나는 카투만두로 간다.
1월 14일 맑음
도보 버스
갈레스와(06:16) - 베니(06:54) 베니(07:15) - 카투만두(18:15)
랜턴을 켜고 길을 나선다. 갈레스와 거리에는 집집마다 앞마당을 쓸고, 물을 긷고, 몇몇 상점은 벌써 문을 열고 장사 준비를 한다. 부지런하고 깨끗한 사람들. 칼리간다키강을 좌측으로 끼면서 간다. 서서히 밝아오며 어느덧 마을이 보이고 택시들이 여러 대 기다리며 포카라라고 외친다. 베니의 시장을 지나 다리건너 버스 터미널에 가니 차장이 행선지 카투만두를 외친다. 버스에 오르니 펀잡이 운이 좋다며 카투만두행은 오늘 이것 하나란다. 버스는 곧 출발하여 사람이 서 있는 곳마다 모두 서서 태운다. 차비는 1인당 300루피.
비포장도로를 덜컹덜컹, 좁은 도로를 곡예운전을 하며 작은 계곡물도 건넌다. 창문이 잘 안맞아 밀리며 바람이 계속 들어온다. 좌석도 버스 문 바로 앞에 있어 아예 문을 거의 열고 가는 탓에 통바람이 와장창창 먼지도 풀풀풀 들어온다. 1시간쯤 가니 아스팔트 도로가 나타나며 진동은 덜하지만 그 대신 속력이 붙으며 급정거가 심하여 안심할 수가 없다. 군 검문소가 나타나면 네팔리 남자들은 모두 짐을 가지고 내려 검문을 받고 버스 안에 총을 멘 군인이 올라와서 짐 검사를 한다. 10시쯤 차 마시기 위해, 다시 2시간을 더가서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 앞에 선다. 달밧을 먹고, 오렌지도 사는데 여기서 사는 것이 카투만두보다 휠씬 싸고 싱싱하단다. 16시 40분쯤 차를 마시기 위해 선다. 카투만두로 가까이 갈수록 군인들의 검문이 잦아진다.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건물들이 나타나며 , 거리에 사람들도 많아진다. 드디어 카투만두에 11시간만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Jjang 호텔에 도착한다. 성실한 가이드 펀잡과 내일 저녁 약속을 하고 그동안 수고한 팁을 건네준다.
1월 15일 맑음. 카투만두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가이드 펀잡의 인물사진만을 선택하여 1장에 15루피씩 프린트하고
필그림에 가서 책과 화보집을 실컷 구경하다 The high himalaya를 2880루피에 사니 마음이 뿌듯하다. 저녁에 펀잡과 만나 탄두리치킨과 맥주를 마시고 펀잡의 사진을 보면서 트레킹을 마무리한다. 어제 마오이스트들이 경찰관 11명을 사살하였다는 펀잡의 말. 그래서 그렇게 검문이 많았나....
1월 16일 맑음.카투만두
갈레스와숙소에 같이 머물던 홀랜드 여자들을 타멜거리에서 또 만나니 어찌나 반가운지 셋다 호들갑을 떤다. 타멜거리를 돌아다니는 데 마오의 습격으로 요소요소에 무장한 군인들이 배치되여 경비가 삼엄하다. 또 다시 필그림으로 가서 화보집을 구경하다. 저녁에는 전통무용공연을 보면서 네팔의 전통요리를 먹다.
1월 17일 ~ 1월 18일 맑음
카투만두 출발 13:20 - 홍콩 도착 19:30(로얄네팔 항공)
홍콩 출발 00:30 - 인천 도착 04:45(아시아나 항공)
10시 40분에 출발인 네팔 항공은 오늘도 제시간에 출발을 못한다. 점심때가 되어 도시락 하나씩 나눠주고, 무작정 기다릴 때는 단편소설책이 시간 죽이기에 제일 좋다.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하여 이륙하니, 휴! 안도의 한숨. 네팔이여 안녕!!!
출처 : 원주백두대간산악협회(백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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