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포크레인으로 행복을 퍼 담는 꿈을...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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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크레인으로 행복을 퍼 담는 꿈을...
    글/글쓰기 2011. 8. 25. 17:22

     

    이제부터는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기로 하자.

    이제부터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열심히 되씹으며 의식적으로라도 행복하다고 외치자.

    행복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막연히 알고 있는 그저 그런 행복의 의미만이라도 의식하면서 살자

    류마티스 관절염, 지오그렌 증후군, 전신성홍반성낭창과 같은 이 세가지 병을 한꺼번에 앓으면서도 그저 웃음이 떠날 줄 모르는 아주머니처럼 고통은 잊어버리도록 하자.

    뼈 마디 마디 관절마다 쑤시고 아프고 다리 종아리는 아파서 걷지를 못하고 눈은 건조하여 불편하기 이를데 없다

    하면서도 고통의 표정은 하나도 없는 아주머니처럼 남이 보기에 행복한 것처럼 보이도록 노력하자.

    내가 아무리 고통스럽고 피곤하다 할지라도 그 고통스럽고 피곤한 표정을 남에게 보이지 말고 행복스럽고 아늑해 보이는 표정을 약국에 들르는 모든 사람들한테 전달하자.

    생리통이 있는 듯 아랫배를 움켜 쥐고 " 생리대 주세요 ' 했을 때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 우리 약국에는 생리대 없는데요. 슈퍼에 가시죠 ' 하며 얼마나 고소해 했던가.

    약국에서 생리대 파는 것처럼 웃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아가씨건, 남의 여편네건 간에 포장까지 해 주고 그것도 모자라 꼭 시커먼 비닐봉투에 넣어 주어야 하는 그런 봉사정신이 나에게는 없어 도저히 생리대는 취급할 수가 없었다.

    여약사라면 몰라도 남약사라면 생리대 파는 것은 슈퍼에 맡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 것까지 취급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사람이 쪼그라들고 째째해진다.

    그렇게함으로서 어떤 면에서 표준소매가 가격질서에 약간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 그러다 보면 행복해지고파 하는 이 마음에도 기쁨이 감돌지 않을까.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자리는 모든 고통 받는 사람들 한 가운데 있다.

    고통이 없고 아프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내 앞에 서겠는가.

    그 사람들 속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돈이고,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돈과 교환하는 약뿐인가.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듯이 고통 받는 사람에게 약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약과 더불어 나의 행복을 같이 나누어 주어야겠다.

    ' 왜 이 집 약값이 이렇게 비싸요 ' 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내 몸이나 잘 간수해 보려고 이것 저것 찾아 다니며 좋은 것만 골라 먹는 족속들이다.

    모든 것이 부족해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 부족한 것이 있어도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고 불편함으로 감수하는 그런 사람이 되자.

    내가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그런 현손 아니 현손까지 가지 않더라도 손자의 얼굴도 , 이름도 모를 수 있겠지만 이런 후손들을 위해 많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아귀다툼을 하면서 돈을 버는지 모르겠다.

    " 돈요, 돈 뭐하러 버느냐구요 , 그것도 모릅니까. 그 돈을 벌때 까지 과정이 너무 스릴이 넘치고 재미가 있어서 버는 것 아닙니까. 결과가 너무 좋아서 벌리면 행운이고 망치면 또 더 큰 고생을 하면서 벌고, 버는 과정에 운이라도 곁들인다면 얼마나 사는 것이 수월합니까 , 돈이란 벌기가 힘들지 쓸데는 얼마나 재미 있는지 이 양반은 모르는구먼"

    하고 빈정대던 사람들

    ' 돈 그거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닙니까. "

    " 지구 종말이 얼마 안 남았는데 뭐 할려고 벌어요, 하늘나라에다 가져다 쌓아요 "

    요즈음은 돈에 대한 생각도 가지각색이다.

    여하튼 돈이 어느 정도는 필요한 모양이니까 조금은 내 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만 벌자.

    그래야 나처럼 못난 팔불출에 행복감이 더 가해지지 않을까.

    오늘도 갖가지 질병에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속에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모자라는 머리와 작은 손과 얼마 안되는 약만을 가지고 질병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질병으로 부터 해방시켜 준다는 것은 분명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약국에 하루도 빠집없이 찾아 와도 아주 꼬락서니조차 보기 싫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년에 한 두번 들러도 반가운 사람이 있다. 

    어느 경우든지 똑같은 표정으로 대하도록 하자

    나하고는 궁합이 안맞는 사람이라할지라도 내가 그 사람들한테 맞추어야지 그 사람들 보고 나한테 맞추라고 할 수 는 없지 않는가.

    약국을 개업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하루는 어떤 젊은이가 오더니 이 약국 약 하루치 지어 갔는데 한봉 먹고 딱 떨어져 두 봉 그대로 남아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고난 다음 그 처방을 보고 자랑스럽게 보관해 두었다.

    몇년이 지난 지금 그 처방을 다시 쳐다 보면 이 약을 먹고 어떻게 살았는가 싶을 지경으로 약의 함량은 엄청나게 높았다.

    이것이야말로 무식의 소치이며 앞으로는 이와같은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든 아픈 사람들을 내가 아픈 것처럼 서으이껏 대해야겠다.

    건너편 구멍가게 앞에 원비, 까스활명수 박스가 보인다.

    " 이 약국은 구멍가게하고 가격이 어떻게 똑같아요. 조금 싸야지 ' 하던 못된 아주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한심스러운 사람들.

    약국끼리 경쟁이 아니라 이제는 구멍가게하고도 가격 싸움을 해야하는 이 처량함을 어디에다 하소연할까.

    그래도 구멍가게에 약을 공급하는 그런 족속들은 약국 문을 닫으면서 우와 ! 이 많은 돈 돈돈,.....

    돈을 세지도 않고 지갑에 넣으면서 온갖 포만감에 젛어 있는 것을...

    구역질 나는 녀석들

    여태껏 있었던 일을 잊어 버리고 내년부터는 행복해지기로 하자

    행복도 어거지로 만들면 만들어지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오늘 밤은 아주 푹 자도록 하자.

    내년에는 행복을 포크레인으로 푹푹 퍼 담는 꿈을 꾸도록 하자.

     

                            1990년 12 월 3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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