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봄의 교향곡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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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의 교향곡
    글/글쓰기 2011. 6. 21. 15:38

     

    봄 장마가 아주 지리하게 오늘도 계속 되고 있읍니다.

    오늘 하루도 저물어가는 모퉁이에 서서 오늘 하루를 돌이켜 보면서 자신이 걸어 온 발자취를 더듬어 봅니다.

    흐르는 선율을 타고 밤은 조금씩 더 짙은 나래를 펼쳐 갑니다.

    낮에 창문으로 내다 본 앞산의 신록이 생각이 납니다.

    며칠전만해도 별로 이렇게 선명한 신록은 보이지 않았는데 며칠 사이에 놀랄만한 변화가 일어났읍니다.

    엊그제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을텐데 그 세찬 빗속에서도 잎은 돋아났고 피어야 할 꽃은 피어 났읍니다.

    비가 내리는 것은 자연현상이고, 신록이 우거지는 것도 자연의 섭리임에 틀림없지만 부조화한 자연의 현상 속에서도 잠시의 휴식이나 태만이 없는 자연의 섭리는 엄숙한 느낌마져 듭니다.

    생명의 무한한 힘을 느낍니다.

    지진이나 초토화 된 땅에서도 철따라 풀은 돋아나고, 페허가 된 산골짜기의 샘에서도 물은 솟아난다는 누군가의 말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생명은 그렇게 끈덕진 것이고 생명을 피워 보려는 노력은 어떤 역경 속에서도 꺼지지 않읍니다.

    지루한 봄 장마 속에서도 모든 것이 활기차게 돋아나는 각자 단장하기에 바쁜 산

    생명의 신비함에 놀라고, 조용히 운명에 순응하면서도 잠시도 쉬지 않고 삶의 의욕을 배웁니다.

    꽃이 하나 피는데도 흙이 있어야 하고, 물이 있어야 하고, 태양이 있어야 하듯 신록이 산과 들을 물들게 해 주기까지는 각가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좋은 음악일수록 화음의 묘를 얻어야 하듯이 자연의 협조의 산물일 것입니다.

    우주는 그 자체가 흐르는 율동이고 화음이고 협조의 정수라 불러도 조금도 손색이 없읍니다.

    햇빛이 없다면 어떻게 잎이 생겨 날 수 있겠으며, 땅 속을 흐르는 물줄기가 없다면 제 아무리 예쁜 나무라 하더라도 어떻게 가지가 자랄 수 있겠읍니까.

    자연을 예술이고 예술 중에서도 언제나 화음을 기조로 하는 소리없는 교향곡입니다.

    우주를 주재하는 신비한 지휘자는 태양에, 샘물에, 하잘것 없는 길바닥의 풀잎 하나하나에도 생명을 불어 넣어 주고 있읍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줄기찬 봄비 속에서 어떻게 그토록 아름다운 신록을 만들고 꽃을 피우며 꽃동산을 만들 수 있겠읍니까.

    위대한 지휘자의 지휘봉 하나가 이 세상 모든 만물을 공존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도록 지휘하고 있읍니다.

    지금 온 산과 내와 들과 나무와 꽃들이 소생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읍니다.

    이것이야말로 봄이 베푸는 웅장한 교향곡이 아니겠읍니까.

    곤히 잠든 아기를 일깨우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촉촉히 내리는 봄의 지휘자가 당신의 가슴에도 소생과 사랑을 속삭이고 있읍니다.

     

                    1977 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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