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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눈이라도 퍼 부을 듯 잔뜩 흐린 날
건너편에는 지난번에 지나 왔던 산줄기를
그리다 만듯하다.
뒤로 광덕산이 버티고
앞에는 시루봉, 연대봉, 운대봉이 한 줄기를 이루고,
옆에는 뾰족한 강천산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저 줄기를 지나 용추봉까지 기나긴 시간을 올라 간 것 같은데
어느새 저 산 건너편에 다시 와 선다.
건너편에 있을 때는 추월산이 잘 보이더니
이 자리에 서니 강천산이 잘 보인다.
푸른 물결 일렁이는 담양호 사이에 두고
강천산과 추월산은 경쟁하듯 물속에서 키를 재고
추월산 성벽 같은 암릉에 지기 싫어
강천산은 성벽을 둘렀구나
추월산 능선에 눈이 내리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할 때 보리암에
피어오르는 연기는 바위 사이를 지나
추월산 정상 바위 위에 걸려 있는
보름 달 앞에 춤을 추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