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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온갖 생물을 살게하는 사랑과 생명의 신이 계시다면 그 신의 마음을 닮은 인간의 마음은 곧 어머니의 마음이다.
안델센 동화의 슬픈 어머니의 이야기를 우리는 알고 있다.
잃어버린 아기의 행방을 찾기 위해 진주 보다도 아름다운 두 눈을 바치고, 검고 윤나는 머리카락을 백발과 바꾸고, 온 몸과 가슴을 가시덩쿨에 찔리며 죽은 아기의 넋이나마 만나보고자 소원하는 어머니의 정을..
세상에 절대적이라는 것은 없는지 모른다.
그러나 꼭 하나 있다면 그것은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 일 것이다.
음독한 아들의 생명을 구하려고 아들의 입을 빨아 독을 씻어내다 죽은 강원도 두메산골의 어머니.
아침 저녁 파도를 헤치고 나룻배를 저어 6년을 하루같이 학교에 실어 나르는 어느 섬마을의 어머니.
이들은 모두 자식의 죽음이 곧 자신의 죽음이며 자식의 괴로움이 곧 자신의 괴로움이었던 것이다.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엔 이성과 계산이 따르지 못한다.
두아들을 가진 제베대오의 여인처럼 그녀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그리스도를 만났을 때 이렇게 소청한다.
" 당신의 나라가 서면 저의 두 아들을 하나는 당신의 오른편에 하나는 당신의 왼편에 두세요 "
이 염치없이 욕심스런 어머니의 마음 또한 기실은 거짓없는 세상의 어머니들의 정임을 우리는 부인하지 못한다.
이렇듯 자식 앞에 눈이 없는 정은 먼 곳에 어린 것을 떠나 보내고는 더우면 땀 흘릴까 걱정하고, 추우면 감기들까 걱정하며 밤이면 혼자서 깜깜한 잿간을 불도 없이 찾아 갈것을 애처로워한다.
우악하신 할머님 곁에 엄마를 그리워하는 말 한마디 못하고 남 몰래 뒷안으로 돌아 가 혼자 훌쩍거릴 것을 생각하고는 가슴 아파한다.
흙장난, 물장난에 얼마나 손이 트고 피가 맺혔을까 걱정하면서 잠 못이루는 밤,
모정은 진실로 구비치는 여울같은 기도와 눈물과 아픔으로 범벅이 되는 것이다.
자식을 놓고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평생 갚을 길 없는 채무의 마음이다.
" 주고 주어도 준 것이 없는 아기에게 엄마는 슬픈 채무자 " 이다
진실로 모정은 그 무상의 희생, 댓가 없는 봉사, 끊임없는 염려와 겸손한 기도, 바다와 같은 자애로 범벅이 된 고단한 정이다.
자식은 어머니 앞에 머리가 희어도 항상 물가에 선 어린아이같이 위태롭고 조심스럽기만한 애물이다.
못 생긴 자식, 못 사는 자식일수록 더욱 더 마음이 아픈 것이 모정이다.
때가 오면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자식을 떠나 보내는 아픔 속에 견디는 것이 모정이다.
그리고는 새벽 바람 저녁 연기 속에 떠나 보낸 자식의 안부를 걱정하며 기다림에 지치는 것이 또한 모정이다.
실로 자식의 영광 앞에서는 몸둘바 없이 송구스럽고, 인생을 망치고 돌아 온 자식 앞에서는 또 자신의 부덕인 양 애타하며 자책하며 슬퍼하는 것이 모정이다.
기실 어머니 앞에 자식은 영원히 숙명적인 불효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시인 뮐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지금까지 행하여진 가장 훌륭한 싸움, 그것을 당신은 세계 역사 속에서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이 세상 어머니들에 의하여 행하여진 싸움이다 "
이 세상의 어머니들은 그들 자식을 위해 남 모르는 인내와 희생 고난과 노고를 물심양면으로 치러내는 것이다.
그 어떤 싸움과도 비길 수없는 정신과 육체의 피나는 싸움을 해내는 것이다.
참으로 이 세상의 역사에 그들에 의하여 행하여진 싸움보다 더 용감한 싸움은 없을 것이다.
1976년 9 월 5 일 일기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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