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어머니의 생신[78번 째]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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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의 생신[78번 째]
    가족이야기/어머니와 아버지 2010. 7. 17. 18:15

     

    지난 해 어머니의 생신은 동생들을 어머니가 못 오게 하여 우리 내외가 모시고 간단하게 차려 드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것이 무척 서운 하셨는가보다.

    이번에는 두 달전부터 생일을 해야 된단다. 

    아예 다짐을 한다.

    지난해 아무도 오지 않은 것이 말은 안 해도 얼마나 서운 했으면 저러실까 싶기도 하다.

    말은 그렇게 해도 모두 다 와서 이럴 때 올 줄 알았던 자식들이 오지 않아 못내 서운하고, 오면  얼굴이라도 한번 더  볼 수 있을텐데 그러지 못해 서운함을 넘어서 괘씸하기 까지한 모양이다.

    이번에 저녁 늦게까지 오는 자식들을 전부 본 후에 주무신다.

    멀리서 딸들이 가지고 온 옷, 신발을 한번씩 입어보고, 신어 보고는 " 나는 이런 것 안 어울려" 한다.

    입은 옷을 내가 보아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아무리 이름 있는 회사 제품이라 하더라도 노인들 체형에 맞는 제품이라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입는 환하고, 예쁜 옷을 사 가지고 와서 입으라고 하니 맞을리 있겠는가. 

    그래도 놓아 두면 우리 애들이 사 온 것이라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실 것이다.

    언젠가 TV  를 보다 보니까 노인들을 위한, 노인들 체형에 맞는 옷을 파는 곳이 있다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곳에서 사면 훨씬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든다.

    속으로는 그 선물이 좋으면서 겉으로 " 뭘 이런 걸 사오냐 " 하신다.

    우리 민족 특유의 말버릇이니까.

    나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선물을 준 적이 없다.

    어머니에게도, 같이 살고 있는 아내에게도....  

    큰 것을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주 작은 것도 선물이라면 좋아할텐데도 여자들이 좋아하는 가게 앞에 갔다가도 여자들만 있는 통에 들어 가지 못하고 바깥에 서서 쳐다보다가 그냥 발길을 되돌린 적은 몇 번 있다.

    몇번인가 아내는 "선물보다는 돈"

    그래서 돈으로 몇 번 준 적은 있는데 그것도 최근에 일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젊었을 때 참 멋없이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생들이 사다 준 선물을 보고 좋아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매달 드리는 생활비 이외에 왜 가까이서 보면서 그 흔한 선물 하나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렇다면 앞으로 내가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자신이 없다.

    지금까지 식사를 하러 가던가.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을 하던가, 하는 것은 아내의 몫이었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아내를 시켜서 자초지종을 알아보라던가. "식사 하러 가시겠냐"  아내를 시켜서고확인한 것 뿐이다.

    아내가 시어머니와 관계가 좋았으니 망정이지 서로 쳐다보지도 않을 그런 사이였다면 중간에서 내 입장은 어떠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만약 내가 어머니에게 선물을 하고 싶으면 내 혼자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의 힘을 빌려야 할 것이고, 또 아내의 눈치를 살펴야 할 것이다.

     

    생일 날 점심을 드신 후 사위들을 전부 데리고 밭으로 가신다.

    감자 캐러 가신다고 하지만 어제까지 비가 무척 왔는데 밭에 어떻게 들어 가겠다고 감자를 캐러 가신다고 하실까.

    실은 이틀 전에 캔 감자를 한 박스씩 딸들을 주기 위해서 사위들을 감자 캐러 가자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어제 밭에 갔더니 일주일에 감자 캔 자리에 벌써 들깨가 심어져 있고, 파를 옮겨 심어 놓았다.

    참 부지런도 하시다.

    지금은 걷는 것조차 불편한데도 밭 일을 하시는 것이 안쓰럽다.

    안 움직이면 더 망가질 것이고,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

    얼마를 사시던 건강하게만 사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만 머리 속에 꽉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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