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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개산-칠보산-시루봉-악휘봉우리의 아름다운 강산/전국의 유명 산 2008. 1. 26. 18:32
괴산군 보개산-칠보산-시루봉-악휘봉 종주기
2003. 7. 20
괴산 지역의 산이 아름답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던 터라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5개의 봉우리를 넘자면 얼마나 힘이 들까 하고 생각해 본다.
5시에 원주를 출발하여 6시 40분에 산행을 시작하다.
괴산군 연풍면을 지나 아주 좁은 길을 겨우 경운기 길밖에 되지 않는데 큰 버스를 끌고 들어 가는 것이 어째 조금 위험하다 싶다.
이런 길을 굳이 억지로 들어가야 하나 싶다.
버스가 옆으로 바퀴가 빠지지 않을까 아주 걱정이 된다.
왠 걸 와자자작 소리가 나더니 버스는 멈추고 내려서 보니 버스 뒤 바퀴 쪽이 그냥 일그러져 버렸다.
길 옆 풀에 덮혀 보이지 않는 바위에 바퀴 위쪽 덮개가 그냥 날아가 버렸다.
좁은 길로 가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였지 하는 생각에 기사한테 괜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개산 출발점이 이상하다.
예전에 길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단다.
과수원 안으로 들어가서 옆으로 빠지더니 숲 속으로 들어갔는데 길이라고는 흔적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앞 사람이 지나가니까 이 것이 길인가 싶지 사람이 다닌 흔적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아마 이 길은 올 들어서 우리가 처음 올라가고 또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사는 왜 그리 급하고 코가 땅에 닿는다.
나무는 쓰러져 있어 길을 막아 놓았는데 그 쓰러진 나무 위로 잡풀이 우거져 어디로 가야할지 흔적을 찾아 헤매야 한다.
중간 쯤 올라가니 어디서 올라오는 길인지 아주 선명한 길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초입을 잘못 잡은 것이 분명하다.
이제 길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길이 상당히 미끄럽고 경사도 심하고 숨도 차고 쉽지 않은 산이다.
보개산 정상에 올라서니 쌍곡계곡이 보이는데 계곡도 깊고 산도 많다.
산과 산속의 저 멀리 아늑한 곳에 길도 보이고 마을도 보이는 것을 보니 산이 높기는 높은가보다.
보개산에서 칠보산으로 향하는 길이 보기보다 멀다. 경사진 길이 어떤 곳은 낭떨어지기이다.
자일을 매달아서 내려가는 길을 만들어 진행하다.
칠보산
보개산에서 칠보산으로 향하는 능선에 50m 정도 내려가면 샘이 있는데 모두들 내려가서 물을 길어 온다.
집사람이 따라 오는 바람에 내려가지 못 했더니 벌써 물이 떨어져 간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건만 물이 떨어져 가니 걱정이 앞선다.
칠보산 정상을 넘어 시루봉으로 내려가는 길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늘어져 잇는 밧줄을 잡고
중간 쯤 내려오니 30명 정도 앉아서 쉴 수 있는 넙적바위가 있는데 여기서 식사를 하면서 바라보니 안내표지판이 눈에 들어오고 거북바위라고 화살표가 있는 대로 눈을 따라가니 진짜 거북이가 한 마리가 있다.
거북이가 머리를 빳빳이 들고 눈도 부리부리하게 뜨고 쳐다보고 있다.
또 그 옆에는 말안장이 있는 말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말안장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비적거렸으면 닳고 닳았다.
점심 식사 도중에 어디에서 올라오는지 수많은 등산객들이 올라 와 북적이기 시작한다.
조그만 어린애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엄청나다.
구두에, 운동화에 완전히 소풍 온 기분이다.
점심 식사한 바위에서 내려가는데 마지막에 서 있다보니 올라오는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지 않으니 도저히 내려 갈 수가 없다.
선두는 벌써 엄청나게 도망 갔을텐데 양보를 하지 않으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계속하여 오르막이면 오르는 사람이 우선이라지만 여기는 바위 하나 오르는데 길을 물고 늘어지니 환장 할 지경이다.
산악회에서 온 모양인데 폼은 영 아니다.
“이 팀들은 전문 산 꾼들 같아, 옷부터 전부 틀리구먼” 하는 한마디 소리를 듣는다.
너무 늦었다. 숨이 턱에 닿도록 따라 붙는다.
뒤에 오는 팀이 오지 않으니까 선두가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의 모습이 보이자 잽싸게 도망친다.
뒤에서 걸음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전화위복이다.
앞에 가던 팀들이 길을 잘못 들었다고 다시 올라온다.
이럴 때는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이제는 내가 맨 앞으로 바뀌었다.
능선을 타야 하거늘 골짜기로 쳐 박혔으니 얼마나 힘이 들까
시루봉
시루봉으로 향하는 능선에 멧돼지가 놀다 간 흔적이 있다.
방금 놀다 간 것 같다.
무엇을 파 먹으려 했는지 모르나 산 전체를 헤 뒤집어 놓았다.
최소한 20여마리 정도가 놀다 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멧돼지가 놀던 자리에서 시루봉까지 경사가 아주 급하다.
뒤에서 누가 외친다.
“아이구 ! 허파가 터질 것 같아”
나도 덩달아 숨이 찬다.
시루봉을 지나 악휘봉 가는 길이 이 구간은 군대에서도 해 보지 않은 유격훈련 구간이다.
군대에서도 유격훈련장에서 도망을 갔는데 여기서는 도망도 가지 못 하겠다.
왜냐 이것은 내 인생의 하나의 목표니까.
타의에 의해서 하는 일과 자의에 의해서 하는 일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난다.
절벽 위에 바위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고 그 바위에 밧줄이 매여져 있는데 40m 정도를 타고 내려가야 하거늘 40여명이 순서대로 하나하나 순서대로 내려가야 할 모양이다.
30여명이 한꺼번에 매달렸다가는 바위가 통째로 굴러 떨어질 것이 뻔하다.
40m 정도의 직벽 바위를 집사람이 그 줄을 잡고 내려가면서 당기면서 가야 하거늘 밀면서 내려가니까 자꾸 위로 기어 올라간다.
누군가 그런다. 저 바위 굴러 떨어진다고, 매달리지 말라고 누가 실험해 보았냐고
바위가 굴러 떨어져 죽으면 누가 책임지냐. 충
청북도에서 책임지냐. 괴산군수가 책임지냐 고 허튼 소리를 하는 통에 절벽에 서서도 한바탕 웃음이 나온다.
그 절벽을 줄을 잡고 공포 속에 내려오니 비가 부슬부슬 온다.
악휘봉
비가 오는 속을 가파른 절벽을 또 오른다.
아주 나쁘다.
바위가 부서져 잔 모래가 얼마나 많이 깔려 있는지 무지하게 미끄럽다.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면 낙상하기 꼭 알맞다.
등산객들이 많아서 공포감이 없이 웃으며 진행하지 만약 한두명이 왔다면 공포 속에 진행해야 하는 구간이다.
악휘봉 정상에 오르자 비가 그치고 주변이 너무 맑게 보인다.
멀리 희양산이 보이는데 하나의 큰 바위로 이루어져 장관을 이룬다.
멀리 은티마을이 보이고 오늘은 저 은티마을까지라는 말에 이제는 다 왔구나 안도 한다.
악휘봉 표지석에서 멋지게 포즈를 잡아 본다.
비가 많이 오고 시간이 많이 지체 되어 마분봉은 등반을 포기 한다.
이제 백두대간 선상으로 빠져 은티마을로 향한다.
백두대간 선상을 지나면서 보이는 마분봉의 경관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집사람이 따라 온 탓에 아주 힘이 들어 한다.
마분봉의 능선을 타고 은티마을로 향하면 경치야 좋겠지만 오르내리막을 계속 오르내릴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생각해 본다.
백두대간선상을 타다.
마분봉으로 향하는 게곡으로 내려서는데 뒤에 가는 서대장이 “왜 그리로 가느냐” “능선을 타고 가면 얼마나 편한데 비 오는 뒤 끝에 게곡으로 간다고 나무란다.
뒤에 남은 몇 명이 다시 뒤로 되돌아 미끄러운 길을 힘들게 백두대간 선상까지 되돌아 왔다.
이제부터 은티재까지 백두대간 선상으로 가야 한다.
길이 멀다,
물은 전부 떨어져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
중간에 도랑물이 졸졸졸 흐른다.
아! 구세주여
물을 받아 벌컥벌컥 마신다.
물이 이렇게 소중한 줄 누가 알았으리요.
마지막 능선에 왔을 때 길이 두 갈래로 나타난다.
황당했다.
바로 앞으로 가면 은티마을이 바로 보이고 오른쪽으로 직각으로 꺽으면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이건만 엉뚱한 길로 빠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리본은 오른쪽 길에 집중적으로 매달려 있다.
왼쪽 길이 사람이 별로 안 다니는 길 같으니까 오른 쪽 길을 택하자 진짜 무식하게 선택했다.
만약 아니면 날은 어두워지고 조난 신고 당할 일이다.
내려가는 도중에 스틱 자국은 보이는데 자꾸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소리를 질러도 대답이 없다.
한참을 부리나케 내려가니 갑자기 길이 넓어지는데 숲 속이라 그런지 갑자기 깜깜해진다.
다시 한번 소리를 질러 본다.
어이어이...........
밑에서 반응이 온다.
“다 왔어요. 빨리 따라 왔네요”
후유 이제야 살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서대장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지
물이 많은 계곡을 따라 은티마을까지
여기서부터는 계속하여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진행하니 조금 편하고 마음이 훨씬 편하다.
아주 힘이 든 산행이었다.
집 사람을 앞에 세우고 그 발걸음에 발 맞추어야지, 짐까지 내가 전부 짊어져야지. 죽을 것 같다고 찡찡대지 나중에는 내 무릎까지 시큰거린다.
숲을 빠져 나오니 과수원이 나타나고 논둑을 지나 밭고랑 사이를 빠져 나가니 동네가 나타난다.
이렇게 기쁠 수가
은티마을
마을 어귀에 막걸리를 손두부 안주해서 계곡을 타고 온 대원들이 먼저 마시고 있다.
생으로 고생했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다.
옷을 갈아입고 막걸리 한잔을 들이키니 그 맛이 일품이다.
손두부도 무척 맛이 있다.
뒤돌아보니
돌을 쌓아 놓고 빙 둘러 쇠줄을 쳐 놓아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게 해 놓았는데 그 쇠줄도 스테인레스다.
이 동네 산이 꼭 여자의 그것 같이 생겨서 음기가 워낙 강하여 이 동네 남자들이 힘을 쓰지 못하여 남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하여 고추 모양의 돌을 세워 놓고 이 동네에서는 이 자리를 아주 신성시한다고 한다.
악휘봉 내려오면서 보이는 촛대바위도 고추바위라 한단다.
그런 내력의 고추바위를 집에 가져 갔으면 좋겠다고 떠드는 작자가 있었으니 자연의 이치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다.
오늘의 산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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