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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우리의 아름다운 강산/전국의 유명 산 2008. 1. 26. 18:29
침한 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다.
짐을 부치는 수속을 받는 도중에 배낭 속에 들어 있는 버너가 지적되었다.
가지고는 못 탄단다.
수화물 맡기는 곳에 맡기고 오란다.
스프레이 파스도 안된다고 한다.
두개를 들고 수화물 맡기는 곳에 갔더니 저녁 10 시 이후에는 문을 닫으니 그 이전에 와야만 되찾아 갈 수 있다기에 그것도 포기했다.
한라산 등반기
2004. 02. 15 02 : 00 제천출발
05 : 00 김포도착
07 : 00 이륙
08 : 00 제주도착
09 : 00 성판악도착
10 : 30 사라악대피소
11 : 15 진달래대피소
12 : 30 백록담
13 : 30 왕관능
16 : 20 관음사
제천을 출발한 버스가 원주를 거쳐 김포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
공항에는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경비가 버스가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현관문을 열고 있다.
아직은 완전히 불을 켜지 않아 공항내는 어두침침하다.
배낭 속에 버너를 넣었더니 짐 검사에 걸렸다.
누구 것인지는 모르지만 스프레이 파스도 안된단다.
1층 수화물 보관소에 맡기고 오란다.
1층에 들고 가니 밤 10시 이후에는 자기네들도 문 닫고 집에 가니 찾아 갈 수 없으니 2층에 가서 다시 이야기 하란다.
하는 수 없이 스프레이파스는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고 버너는 속에 들어 있는 기름은 전부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지고 갈 수 있었다.
기름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환경 오염은 안되나..
기름은 따로 모아서 버려야지 쓰레기통에 다른 쓰레기와 같이 버렸다가 누군 담뱃불이라도 던지는 날에는 난리가 나지 않을까 싶다.
출구 앞에는 진달래가 아주 소담스럽게 피어 있고 앞에는 화가들 그림과 조각이 팔려고 하는 것인지 가격까지 붙어서 전시된 것도 있고 그냥 쌓아 놓은 것도 있다.
북한 작가들의 작품도 보인다.
07 :00 이륙
비행기에서 보는 일출이 장관이다.
금방 솟아 오른다.
밑으로 보이는 경치는 인간들의 고물고물 사는 모습들이 보인다.
지나가는 차들이 조그만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고 아직도 산에는 흰눈이
덮혀 있다.
08 : 00 제주도착
화물 찾는 곳에 나오는 짐들을 보니 골프채가 반은 되는 것 같고 중간중간에 약간 빈해 보이는 등산배낭이 보인다.
어떤 놈은 골프채 들고 희희낙락하고 어떤 놈은 등산 배낭매고 땀을 흘리나 싶다.
그러나 봐라. 골프 치는 놈보다 배낭매고 산으로 뛰는 놈이 더 건강하다.
배낭매고 나서니 ‘백두대간종주회’ 라고 쓴 종이를 들고 서 있는 기사 아저씨가 앞에 두사람 나오자 마자 데리고 바로 나간다.
뒤에 오는 사람은 오는지 안 오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냥 나가 버린다.
그런데도 뒤 따르는 사람은 용케도 잘 따라 온다.
버스에 타자마자 운전기사 화라도 난 것 같다.
얼마나 빨리 모는지. 앞에 얼쩡거리는 게 있으면 빵빵빵 난리도 아니고, 브레이크 없이 그냥 회전에 버리니 이리 저리 휩쓸려 다닌다.
09 : 00 성판악
성판악 도착 시간은 8시 55분.
기사가 급하기는 급했던 모양이다.
무슨 빌어 먹을 산이 9시가 넘으면 입장을 안 시키다냐.
산을 오르는 것도 전부 능력 차이가 있을텐데 말이다.
기사가 서두르지 않았으면 입장도 못할 뻔 했다.
산에 오르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을 줄 알았더니주변 길이 차로 꽉 차 있다.
승용차, 버스가 빈틈도 없이 차 있다.
아마 승용차는 제주도 사람들일 것이고 버스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입구에서부터 눈이 쌓여 있고 안 쪽을 보니 눈이 엄청나다.
아이젠을 차야하나 어쩌나 걱정했더니 뭐 이런데서 아이젠을 차냐고 주선배가 나무란다.
자존심은 있어서 그냥 오르기로 한다.
9시 넘으면 못 올라가게 잡을까봐 그냥 올라간다.
눈이 서그럭거린다.
눈이 방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여 생긴 모양 같다.
지금 시작하여 올라가는 사람도 있는데 벌써 내려오는 사람은 무슨 능력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오르는 길은 평탄하다.
산책길을 걷는 기분이다.
언덕배기라도 있어야 숨이라도 찰텐데. 그냥 밋밋하다.
주변 경치 구경하다 한 쪽발이 눈밭에 푸욱 빠졌다.
빌어먹을. 무릎을 넘어 허벅까지 빠진다. 허리 부러지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지금 밟고 지나가는 길이 사람들이 밟아서 딱딱해져서 그렇지 빠지면 무릎 위까지 차오르는 높이까지 눈이 쌓여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10 : 30 사라악대피소
지붕위의 눈을 쥐가 파먹었다.
누군가 싸악 쓸어 놓았다.
지금 쌓여 있는 높이가 50cm는 족히 넘어 보인다.
계속 오르면서 보이는 것은 없다.
오직 숲만 보일 뿐이다.
여름 같으면 나뭇잎이라도 있어서 무슨 나무인가 구경이라도 하건만 앙상한 모습만 남아 있으니 볼 것이 없다.
뒤를 돌아보아도, 옆을 보아도, 앞을 보아도 오로지 숲 밖에 없다.
입구에서는 열대 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나무들이 큰 나무 아래 살고 있더니 그것도 어느 순간에 없어져 버렸다.
11 : 15 진달래휴게소
앞이 갑작스럽게 훤해지더니 정상이 보인다.
광장 같은 것이 나타난다.
구상나무가 엄청나게 많다.
심은지 얼마 안 되는지 내 키 정도도 되지 않는다.
하긴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산다니까 몇 십년 되었는지도 모르지.
지리산을 지나면서 촛대봉에 올라섰을 때 그 기분이다.
세석산장 쪽을 바라보면서 확 트이는 기분,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 였던 그 기분과 똑 같다.
한라산 정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찍고 뒤돌아보니 진달래대피소가 보인다.
대피소 앞에 도착하니 컵라면 먹느라고 모두 다 정신이 없다.
아마 대피소에서 컵라면을 파나 보다.
대피소 부근에 있는 화장실 앞에 서 있는 줄이 길다.
아마 눈이 많이 쌓여 있는 바람에 볼일 보기가 쉽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길이 가파르다.
처음으로 가파른 길을 만난 것 같다.
뒤돌아보니 제주도의 반쪽이 보이는 것 같다.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먼젓번에 왔을때가 겨울이였는데 추운 겨울에 찬바람 맞아가면서 저 성산일출봉을 올라가는데 고생했던 기억이 새롭다.
여기서 쳐다보니 한개의 봉우리조차 되지 않는 것인 것을 ....
그리고 제주의 벌판이 아주 넓다.
한라산 정상에서 침을 뱉으면 바다에 바로 떨어지는 줄 알았더니만 들판이 저렇게 넓은 줄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들판에 흰 장소가 무엇인가 했더니 나중에 내려서 보니까 그것은 비닐하우스였다.
12 : 30 정상
정상 바람부는 곳에서 아침 식사를 하니 괴롭기 짝이 없다.
산의 소실을 막기 위해서인지 모래주머니를 쌓아 놓았는데 그 속의 모래가 날려 밥그릇 속으로 날라 든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백록담. 바람이 워낙 세서 1분도 못 서 있을 지경이지만 사진에서만 보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고마울 뿐이다.
겨울바다를 여자들이 좋다고 떠들지만 막상 가서 바닷가에 서 있으라면 5분도 못 서 있으면서 겨울바다를 찾는 여자들과 다를 바 없다.
그토록 힘들여 올라 왔건만 1분도 서 있기가 힘이 든 것을....
탐라계곡 쪽으로 뻥 뚫려 있다.
그러니 물이 고여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탐라계곡 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장관이다.
정상에서 내려서는가 싶으면 탐라계곡의 웅장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북쪽 방향이라 그런지 눈이 엄청나게 쌓여 있고 둘은 절대 못 지나간다.
만약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교차 된다면 무지무지한 시간이 소비될 것이 뻔하다.
눈이 깊은 곳은 2m는 되는 것 같고 잘못 걸리면 사타구니 중간에까지 눈이 퍽퍽 친다.
그러니 순철이 형이 째진데 또 째진다고 여자들 조심하고 난리치니, 여자들은 고추푸대 터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시끄럽다.
좌우간 눈이 깊다. 그러나 재미 있다.
전부 다 재미 있어 한다. 어른이고 애들이고 눈 속은 즐거운 모양이다.
13 : 30 왕관능
건너편에 보이는 탐라계곡의 모습과 정상 부근의 모습이 서부 영화에서 보는 장면처럼 장관이다.
누가 올라 가서 썰매를 탔는지 스키는 탔는지 멋있는 자국을 남겨 놓았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까마귀가 떼거리로 나타나서 정신 없이 우는데 혼을 빼 놓는다.
보이라는 노루는 안 보이고 까마귀만 보이는지.....
용진각대피소까지 내려 가는 길이 완전히 급경사이고 미끄럽다.
14 : 00 용진각대피소
대피소 앞에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눈을 파 내고 집을 만들어 놓았는데 신기한지 한번씩 들어 가 본다.
눈이 많으니 저 짓거리도 하는구나 싶다.
대피소를 지나면서 산과 산사이로 보이는 제주 시내가 아름답다.
앞에는 눈에 싸여 있고 멀리 보이는 제주시내는 봄 기운이 머무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간에 내려 오다 적십자 대피소를 지나면서 줄이 길다.
절벽을 만난 모양이다.
그런데 막상 다다르니 별로 험하지 않은 길은 헤매고 있다.
그냥 내려갈 수 있는 길은 2분이면 지날 수 있는 길을 20분이나 소비해 버렸다.
지루한 길을 계속 내려오다 보니 뻥 뚫린 곳이 나타나길래 내려다 보니 못 같은데 그런 곳이 곳곳에 보인다.
아마 용암이 흘러 내리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것 같다.
내가 살아 오면서 처음으로 가장 오랜시간을 눈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관음사에 도착할 즈음에는 눈이 많이 녹아 질퍽거렸다. 덕분에 신은 씻을 필요 없이 깨끗해진다.
정상 부근을 빼 놓고는 상당히 지루한 구간이다.
16 : 20 관음사
그리 크지 않은 주차장에는 버스만 보인다.
아마 전문적으로 산에 온 사람들만이 이용하는가보다.
장장 7시간 20분 동안 눈 속에서 헤매다 빠져 나오니 무엇인가 하나를 이루어 놓은 것 같은 기분이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전화 벨이 울린다.
앞 집에 사는 강기영이 부친이 돌아 가셨단다.
내가 임종을 지키려나, 아들도 아닌 내가 왜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는지 원
어쩐지 출발할 때 빨간 옷을 입었다가 기분이 이상해서 다시 벗어 놓을 때부터 이상했었다니까
표를 물리고 내일 첫 청주 비행기로 다시 예약하다.
권수가 술 취해서도 돌아다니면서 일처리하느라 고생하다.
서귀포 옆 마을 표선면에 가서 상가집에 들러 예를 차리다.
‘지금 문상을 받습니까?.
“ 그냥 절을 한번만 하세요”
고인에 절을 한번만 했다.
차려 주는 음식이 팥죽이다.
입관하기 전까지는 팥죽을 먹어야 한단다.
입관하기 전까지는 살아 있는 사람이니까 한번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요즈음처럼 바쁜 세상에 왔다가는 가는 세상에 준비도 안된 터에 문상가면서 입관도 하기전에 절을 두 번 꾸벅꾸벅 k하는 것은 예가 아닌 것 같다.
팥죽을 먹는 것은 귀신을 쫓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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