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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구간[지름티재 -희양산- 이화령]우리의 아름다운 강산/백두대간 [완료] 2008. 1. 11. 10:45
백두대간 제 16구간 종주기[지름티재- 이화령]
2004. 2.29
04 : 00 원주출발
05 : 30 은티마을
06 : 40 지름티재
07 : 50 희양산
08 : 00 성터
09 : 00 시루봉갈림길
09 : 40 이만봉
10 : 00 곰틀봉
12 : 20 백화산.
12 : 50 백화산 출발
14 : 50 이화령
05 : 30 은티마을
오늘 오전까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완전히 빗나간 것 같다.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새벽 일찍 찾아 온 손님들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내는지 개 짖는 소리가 자지러진다.
먼젓번에 내려올 때 질퍽거렸던 길이 의외로 단단하다.
이곳은 비가 오지 않았나보다.
지름티재까지 오르는 길이 편하다 해도 오르막은 오르막인 모양이다.
내려올 때는 40분 걸리더니 이번에 오를 때는 지름티재까지 1시간 5분이나 걸린다.
06 : 40 지름티재의 울타리
지름티재에 지저분하게 막아 놓은 나무 울타리를 옆으로 비껴 올라가면서 오늘의 대간 시작점을 찍다.
수도승들이 도를 닦기 위해서 조용함을 찾으려고 막아 놓은 나무 울타리가 정갈하지 못하고 너무 지저분하다.
하기 싫은 것 억지로 하느라고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어디 갔는지 오리무중인던 홍부장이 미리 올라 와서 나무 울타리를 사람이 들어 갈 정도로 전부 잘라 놓았다.
그렇게 안 해도 될 것을 대원들이 못 넘어 갈까봐 걱정이 지나쳤나 보다.
여하튼 조금만 자르지 말고 아예 전부 넘어뜨렸으면 훨씬 좋았을 것을
벌써 날이 밝아온다.
6시 40분,
해 뜨는 시간이 무척 빨라졌다.
조금 올라가면서 바위 틈새로 올라〈쨉?사타구니 사이로 무언가 살짝 걸린다.
밑을 쳐다보니 바위 하나가 불뚝 튀어 나와 있다.
손으로 잡기도 하고 발로 밟기도 하면서 올라선다.
뒤돌아 본다.
올라 와서 내려 본다.
완전히 여자의 그것 모습과 똑같다.
한번 더 만지면 어느 집 여자가 바람이 날까 두렵다.
만약 여기에 물이 흘러내리면 어떨까.
주흘산에 가면 여궁폭포가 있는데 거기에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천둥치는 소리처럼 커서 남정네들의 기를 죽이더니만 여기에 물을
부으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이후 째진 틈새 바위로 빠져 나가는 곳이 많다.
어떤 곳은 꽉 물고 놓아 주지도 않는다.
이러니 마을에 여자들이 바람이 나지. 여궁바위는 이렇게 큰데 마을에 만들어 놓은 남성은 팔뚝 정도 밖에 안 되는 크기이니 감당하기
에는 너무 힘이 부치지 않을까.
이런 여궁지대를 통과하고 나면 쉼터가 나오는데 구왕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위 절벽에 얼어 붙어있는 얼음줄기가 어떻게 생겨 났을까 궁금하다.
차라리 물이 흐르면 폭포나 있는가보다 하겠는데 그냥 얼음줄기만이 길게 매달려 있다.
이 곳에서 잠시 쉬고 희양산 까지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고 위험하다.
겨울이 아닌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심지어 무릎으로 바위를 찍어 버팀목으로 삼아야 하는 곳도 있다.
다리가 짧은 사람은 두 배로 힘이 들것이다.
07 : 50 희양산의 여궁바위
희양산 정상에 서니 저 아래 봉암사가 보인다.
아주 멀리 있어 여기서 소리를 질러도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 같은데 왜 입구를 막아 놓았을까
정상에서는 희양산의 바위절벽이 보이지는 않는다.
구왕봉에서 바라 본 희양산
희양산에서 바라 본 구왕봉
그러나 구왕봉은 보이는데 그 경치 또한 절정에 이른다.
새벽안개에 잠깐잠깐 나타나는 구왕봉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정상 쪽으로 가니 진짜 여궁 바위가 있다.
똑 같다.
지름티재 올라오면서 있는 것이 억세고 힘이 세고 터프하게 생겼다면 지금 정상에 있는 것은 굉장히 부드럽고 예쁘게 생겼다.
금수산에 있는 무암사 앞에 남근석이 있는데 얼마나 우람하고 힘차게 생겼는지 남자들이 보면 부러워하고 여자들이 보면 한번
안아보고 싶은 그런 바위다.
산을 내려 오면서 학현리에 가면 도랑에 여궁바위가 있는데 작고 예쁘게 생겼다.
큰 것은 큰 것끼리 어울릴만도 하건만 큰것과 작은 것이 조화를 이루는 모양이다.
은티리에 있는 인조남근석을 학현리로 옮기고 무암사에 있는 남근석은 은티리로 옮기면 조화를 이룰 것 같다.
출산율이 줄어드는 이 시대에 정부 당국자들이 정책적으로 이런 것도 시도해 봄이 어떨지..
모두 다 한번 쳐다보고는 씨익 웃는다.
총각도 웃는다.
총각이 봐도 뭐가 보이는지 원
올라오는 사람마다 한번씩 만져 보면 산 전체가 흥분되어 동네 처녀, 여자들 전부 바람나게 생겼으니 마을에서 노심초사하는 것도 이해
할만 하다.
은티마을에서 볼 때 뒤에 산 전체가 여자의 엉덩이 모습이라 하던데 하늘에서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희양산을 보고 유흥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는 "북한산 인수봉과 진안 마이산을 합쳐 놓은 것 같다"
라고 했는데 글쎄 아무리 보아도 나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절에서도 그렇지 산에 들어 갈 사람이 안 들어 갈 것도 아니고 “산에는 가되 정진 중이니 소리는 지르지 말고 또 이러이러하게 생긴 거기는
만지지 말라고 가르쳐 주어서 중생을 구제할 생각은 안하고 무조건 지저분하게 막아 놓았으니 떼거지로 욕을 들어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08 : 00 성터
희양산에서 시루봉을 향하는 중간에 성터가 있다.
은티재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다.
여기에도 절에서 막아 놓았다.
아주 어설프게 막아 놓았다.
꼭 돼지우리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성이 쌓인 쪽으로는 울타리를 만들지 않고 있다.
울타리를 만드는 정성이 없다.
아주 정성을 드려 만들었으면 지나는 사람들이 망가뜨리려 해도 감히 건드리지 못할텐데 이렇게 정성이 없이 만들어 놓았으니 망가
지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은티마을에서 올라온 사람들 잡아 가두려고 만들어 놓은 형태다.
거기에 잡히지 않으려는 듯 희양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옆으로 빠져 나가는 길을 만들어 비껴 나갔다.
그러나 인간의 재주가 어떠한가.
인간의 재주가 엉터리로 만들어 놓은 것조차 망가뜨리지 못할 줄 아는지..
산 속에서만 살아서 인간들이 얼마나 영리하고 교묘한지 모르는구먼
왜 이 자리에 성을 쌓았을까.
어느 시기에 무엇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성을 쌓았는지 궁금하다.
큰 벽돌 같은 바위가 없어서인지 칼날같은 시루떡 같은 돌로 성을 쌓았다.
고구려의 장군총 묘에 사용된 그런 모습이다.
아주 오랜 예전에도 튼튼하게 성을 쌓아 놓았거늘 요즈음처럼 문명이 발달한 시대에 나무 조각 주워다 이렇게 밖에 못하는지 궁금하다.
그야말로 원시시대를 살아가는 중들인 모양이다.
09 : 00 시루봉갈림길
시루봉 가까이 가면 아주 아늑하고 포근한 지역이 나온다.
산이 깊지만 않으면 집을 짓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아궁이를 만들어 놓고 고기를 구어 먹을 흔적이 있다.
바람 한점 없는 아늑한 곳이다.
여기 시루봉에서부터 시작하여 이화령까지 한바퀴까지 돌아 저 건너편 산까지 가면 된다.
산 능선이 희얀하게 생겼다.
가운데 푹 빠진 곳은 충주시 연풍면이다.
그냥 시루봉에서 이화령까지 직선으로 연결 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자연의 오묘함에 감탄한다.
시루봉 가는 길에는 방금 만들어 놓은 헬기장이 있다.
근래에 사고가 난 적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항상 무슨 일이 터져야 준비를 하니까!
용바위 가기 전에 틈새 진 바위가 있는데 바위 꼭대기에 이끼가 끼어 있는데 아주 큰 이끼가 끼어 있다.
무슨 이끼인지 모르나 좌우간 엄청 크다.
누군가 부처손이라 한다.
용바위에 올라 등을 타고 앉으니 이만봉을 지나 이화령휴게소까지 힘 안들이고 갈 수 있겠구나. 했더니 몇발짝 옮기지 않아서 마당
바위가 나타나니 즐겁게 놀다 가자꾸나,
그런데 빌어먹을 마당바위가 5명만 앉아도 넘쳐흐를 정도니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난장이가 지었는 모양이다.
09 : 40 이만봉
이만봉에 오르니 표지석에 990m 라 적혀 있는데 10m만 더 크지. 아깝다.
직지사 뒤 황악산은 외우기 좋게 1111m더니만 어찌하여 10m가 모자라는지. 하지만 모든 게 제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을 어쩌리.
이만봉에서 981봉까지는 별 특징 없는 길이다.
10 : 00 곰틀봉
곰틀봉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강릉에서 왔다는 작자가 한다는 말이 이화령에서 여기까지 3시간 만에 왔다고 떠벌인다.
오늘은 쉬면서 가도 1시쯤이면 도착할거라는 확신을 가진다.
나중에 끝까지 가서 확인해보니 이 시간에는 뛰지 않는 이상 힘이 들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이화령에 도착한 후에 알았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희양산의 절벽이 붉은 바탕에 검은 줄이 가 있다.
누가 엿을 고다가 붙여 놓았나. 아니면 시커면 때 국물을 정상에서 빨았나.
11 : 30 평전치에서 본 백화산의 상고대
평전치에 도착하니 표지판에 백화산 50분이라 되어 있다.
여기서 저기까지 30분이면 되지 바로 코앞인데 무슨 빌어먹을 50분이여 하면서 부지런히 발을 옮긴다.
드디어 정상을 밟으려는 찰나에 먼저 올라간 김승기 왈
“백화산 저쪽으로 옮겼어”
올라서 보니 정상은 건너편에 가 있었다.
아! 여기서 느끼는 실망감
백화산의 상고대가 너무 멋지다.
산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데 어찌 저런 상고대가 필 수 있을까.
날씨가 추워서일까. 아니면 비가 온 후 얼어 붙어서일까
에라 모르겠다. 여기서 쉬어서 가자.
백화산을 앞에 두고 퍼질러 앉았다.
비스켓을 꺼내 나누어 주니 전부 고개를 젓는다.
모두들 과자 부스러기는 안 먹는다.
덕분에 나 혼자 즐긴다.
과자를 먹으면 물을 먹어야 한다나.
순철이 형이 조용히 부른다. 갔더니 조그만 양갱을 준다.
그런데 도저히 까 먹을 수가 없다.
영양갱처럼 찢어서 먹게 만들지 얼마나 단단하게 묶었는지 어디로 까서 먹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헤매니
“너는 주는 것도 못 먹냐” 핀잔을 준다.
군대생활을 할 때 축구시합이 있었다.
골문을 향해 뻥 잘 찼는데 공은 하늘로 날아갔다.
이것을 본 똥싸계 왈
“저런 개새끼! 저건 나중에 뚫린 구멍도 못 뚫을 새끼라고 욕을 해댄다”
모든 욕은 군대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아주 치욕적인 욕이었다.
지금 애가 대학 다니고 있는데 말이다.
12 : 20 백화산에는 가는 겨울과 오는 봄이 교차하고
백화산을 오르면서 나무를 건드리니 나무에 붙어 있는 눈이 쌀 쪼갠 것처럼 떨어진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니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 따뜻해 보인다.
백화산 좌측 마루금
백화산 가운데 계곡
백화산 우측 마루금
이젠 봄이 오는 것 같은데 아직 이 산의 나무들은 하얀 눈꽃이 피어 있을까.
정상 헬기장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데도 별로 추운 줄 모르겠다.
다음 구간부터는 겨울옷을 벗어도 될 것 같다.
이제 오던 길을 되돌아 건너편으로 내달리기만 하면 된다.
문경 쪽에서 올라 온 한 떼의 경상도 사람들의 목소리가 산을 흔들어 놓고 대장인듯한 사람이 정상에 모두 모아 놓고 저기는 포암산
이고 그 뒤에 월악산. 이쪽은 희양산이고 설명을 하는데 산에 도통한 사람인 것 같은데 대부분 같이 온 사람들은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오로지 헬기장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 식사만이 유일한 즐거움인 것 같다.
“어디서 오셨었어요”
“울산서 왔습니다”
“우와! 엄청 빨리 왔네요”
“무신 소린교. 6시에 출발 했슴더. 3시간 반이나 걸렸다 아님니껴”
길이 좋아서 모든 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슬그머니 자리를 비껴 준다.
12 : 50 백화산에서 이화령까지는 데이트코스
백화산을 지나고 황악산에서 이화령까지는 무지무지하게 좋은 산책 코스다.
처음에는 도토리나무가 울창 숲 속을 걷다가. 낙엽송 숲 속을 걷다가, 소나무 숲 속을 걷기도 하는데 이 숲 속의 길이 임도라서 그런
지 넓고 걷기도 편하고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이니 누구든지 한번 이용해 보기 바란다.
둘이서 손잡고 걸으면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을지니 한번 포옴을 잡으시라.
이화령 부근에 길이 가파르고 국도로 내려서기 전에 시멘트 계단이 피곤한 다리를 더 힘이 들게 만든다.
14 : 50 이화령
조령산 입구에 노인 한분이 산불조심 완장을 차고 서서 방금 도착한 등반대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입구에서 못 잡은 것은 원통해 하는 모습이다.
어르신 9시반에 나와 가지고는 그 사람들 절대 못 잡아요. 새벽에 잠도 안자고 올라가는 사람을 잠 다 자고 무슨 수로 잡겠습니까.
하루 일당 2만원 받고 우리 잡을 생각은 마세요.
이화령은 관광차 오는 사람들만 오가고 산 밑으로 터널이 있어 오가는 사람들은 터널을 통과한다.
이화령에서 본 중부고속도로
이렇게 오늘의 한 구간도 무사히 마침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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