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15구간[버리미기재 -장성봉 - 지름티재]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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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구간[버리미기재 -장성봉 - 지름티재]
    우리의 아름다운 강산/백두대간 [완료] 2008. 1. 11. 10:44

     

    제 15 구간 종주기[버리미기재 - 장성봉 - 구왕봉 - 지름티재]

     

     

    2004. 2,22 

     

      03 : 40 집에서 출발

      06 : 20 버리미기재 출발

      07 : 20 장성봉

      11 : 00 은티재

      11 : 20 주치봉

      12 : 00 구왕봉

      12 : 40 지름티재

      13 : 50 은티마을

     

    06 : 00 버리미기재는 문경 땅

     

    버스가 출발한지 2시간 정도 되었을 즈음 고개를 넘어 간다.

    이 고개 정상이 버리미기재가 아닌가 했더니 그냥 넘어 간다.

    전부 다 자고 있다.

    그냥 넘어 갔다가 또 다시 뒤로 돌아 오는 것은 아닌가 조바심을 가진다.

    그러나 문경 땅으로 완전히 넘어 갔다.

    조그만 다리를 넘어가면서 좌측으로 빠져서 넘어 간다.

    길도 길 같지 않은 조그만 길로 접어들었다.

    버리미기재에 도착했다.

    버리미기재가 충청도와 경상도의 경계에 있는 줄 알았더니 경상도 문경 땅에 있다.

     

    정상 부근에 먼저 와 있는 버스가 보인다.

    어디로 먼저 출발했는지 버스에는 이미 다 떠나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대체 어느 방향으로 몇 시간 짜리를 하길래 벌써 출발 했을까 궁금하다.

    경기도 어디에선가 온 차다.

    차에 적힌 전화번호가 031이니까

     

    어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쉬지 않고 내리고 있다.

    오랜만에 우의를 바지까지 입다.

    상의는 항상 산행 초반에 입었으니까 별다른 감흥은 못 느끼지만 바지를 입으니 감회가 새롭다.

    작년에는 억세게 비가 많이 오더니만 올해는 어쩔란지

    6시 20분  아직 주위는 깜깜하다.

    잔뜩 흐려진 날씨에 그 많던 별들조차 보이지 않는다.

     

    자연휴식년제 구간 늘재-악휘봉구간  위반시 벌금 20만원

    표지판이 앞을 가로 막는다.

    그래도 가야 한다.

    이런 것 저런 것 다 따지면 언제 이 많은 구간을 통과할거나. 표지판 옆을 슬그머니 빠져 올라가면서 오늘 하루 대간 길을 시작한다.

     

    07 : 20 장성봉의 봄이 오는 소리

     

    장성봉까지 지겨운 오르막이 시작된다. 

    1시간 동안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비만 오면 주위가 조금이라도 보일진데 안개까지 자욱하게 끼여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늘의 별도 없고 저 멀리 인가에 가로등만이 친구가 되는 것 같다.

     

    큰 바위가 미끄러질듯하다.

    기차바위 같다.

    앞 머리가 있고 그 뒤에 한대가 더 달려 있어 쏜살같이 내달리는 기차의 모습과 흡사하다.

    만약 바퀴가 있으면 저 아래까지 쏜살같이 달려 내려 갈 태세다.

     

    장성봉 정상에서 비를 맞아가며 아침 식사를 하다.

    비 맞은 몸이 오슬오슬해진다. 

     그래도 바람이 차지 않고 벌써 훈훈한 바람이 분다.

     

    아침 식사 후 오던 방향으로 직진했더니 길이 없어져 버렸다.

    여기서 밀말 표지판을 따라 직각으로 꺽어져야 한다.

    음지쪽에는 눈이 쌓여 있으면서도 푸근한 날씨 탓에 밟는 순간 질퍽거리는 물이 되어 오른다.

    쌓인 눈 밑에는 봄이 오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비가 와서 스며 들었을까!

    여하튼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10 : 10 악휘봉삼거리

     

    여기서 악휘봉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중간에 전망바위가 있지만 안개 때문에 바로 앞에도 보이지 않으니 올라서며 기분만 느낀다.

    어느새 악휘봉 갈림길까지 왔다.

    작년 7월에 왔을 때도 비가 억수로 퍼부어 비를 쫄딱 다  맞았는데 오늘도 역시 빗속을 헤매고 있구나.

    악휘봉까지 다녀올까 했지만 잔뜩 흐린 날씨에 코앞도 분간하지 못할 지경인데 가보면 무엇을 볼 수 있을꼬

    잠시 쉬고 나서 진행하니 몇 달 전에 왔던 길이건만 전혀 새로운 길이다.

    그래도 기억이 나는 것은 쉬운 길이 아니라 험한 구간은 기억이 난다.

    집사람 다칠까봐 노심초사 하면서 걸었던 자리, 그리고 한여름에 물이 부족하여 흐르던 물을 떠먹던 그 자리가 기억이 새롭다.

    백두대간 길을 2번 진행하다.

    여기서 은티재까지 가는 길은 암릉이 많다. 

    비가 많이 온 탓에 미끄럽기까지 하다.

    구름 사이로 잠깐 잠깐 보이는 마분봉의 거무튀튀한 모습이 날씨가 좋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해 본다.

    진행하는 도중에 오른쪽 끝으로 멋있는 봉우리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맨 끝이 새벽에 지나 온 장성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맞을 것 같다.

    암릉 정상 끝 부근에 몇 달 전만해도 은티마을이 보이는 길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어디로 가야할지 한참을 헤매었었는데 지금은 그쪽

    길은 보이지도 않는 것을 보면 이 산속에서 인간의 발길이 닿는 것도 시한이 있는 모양이다.

    은티재까지 암릉구간인데 길이 험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더 미끄럽다.

     

    11 : 00 은티재의 엄나무

     

    은티재에 도착하니 천년은 되었음직한 엄나무에 금줄을 두르고 누가 서낭을 모시나보다.

    사용하다 남은 술병과 촛대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희양산과 그 주변에 입산을 금지한다는 표시도 어지럽게 줄을 쳐 놓았다.

    은티재에서 주치봉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비까지 와서 미끄럽기 한이 없고 길이 아닌 낙엽을 밟으며 오르는 것이 훨씬 편하다.

     

     

    11 : 20 주치봉

     

    주치봉에서 내리막을 타고 내려서면 은티마을로 가는 길이 여기서도 나온다. 

    여기서부터 구왕봉까지 급한 길은 아니지만 계속하여 오르막이다. 

    가는 중간 중간에 넓은 바위가 앉아 놀기에는 안성맞춤인 바위가 많이 보인다.

    어떤 곳은 30-40명이 앉아도 될 정도로 넓다.

     

    계속하여 내리는 비로 옷이 엉망이다.

    다른 사람보다도 내 바지가 훨씬 더 더럽혀져 있다.

    내가 발걸음이 조금 특이한 모양이다.

     

     

    12 : 00 구왕봉

     

    구왕봉 정상에 올랐으나 모든 것은 암흑이다.

    구왕봉에서 지름티재까지는 위험구간이 많다.

    앉아서 내려오거나 바위를 잡고 기다시피하는 구간이 많다.

    뚱뚱한 사람은 아예 갈 생각을 마라.

     바위 틈새로 빠지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닐게다.

    지름티재 거의 다 내려 와서 희양산의 붉은 바위가 모습을 들어낸다. 웅장하다.

    비 때문에 오늘 구간을 여기서 마무리 하기로 한다.

     

     

    12 : 40 지름티재

     

    지름티재에서 희양산 올라가는 길을 나무를 잘라 아주 지저분하게 막아 놓았다.

    봉암사 스님들 공부하는데 방해가 되니 올라가지 말라는 문구를 수없이 붙여 놓았다.

     

    정신 나간 놈들!

    모든 것이 인간사를 떠나서 존재 할 수가 없거늘. 너희들은 어찌하여 인간사를 떠나서 도를 닦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너희들이 인간들을 구제한다는 놈들이 인간들과 등져서 무슨 정진을 하겠다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게나.

    인간 속에 살면서 모든 삼라만상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인간 구제한다는 놈들이 인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막아 놓고 구석진 곳에 앉아서 책을 볼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똑 바른 중이 되고 큰 스님이 되고 싶으면 당장 인간과의 벽을 허물어라!

    너희들처럼 해서 중이 될 것 같으면 나는 12번 도 더 중이 되었다.

    그런 식의 정진은 나도 내 방에 쳐 박혀 충분히 할 수 있다.

     

     

    13 : 50 악휘봉,마분봉,주치봉,구왕봉 희양산 모두 은티마을을 감싸고 돌아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된다.

    은티마을까지는 길에 물이 많다.

    음의 기운이 강한 동네라서 그런 모양이다.

    양의 기운이 강하다면 모든 것이 바짝 말라 있을텐데 이 곳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물이 넘쳐 흐른다.

    항상 컴컴하고 음습한  곳에서 물은 생기는 법이니까.

    그래서인지 동네 어귀에 남자 성기 모양을 돌을 주워다가 나무 밑에 만들어 놓고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놓고 그 주위에는 금줄을 쳐

    놓았다.

    남자들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은티마을 가까이 오니 폭음 소리가 많이 들린다.

    지축이 흔들릴 정도다.

    건너편에 광산이 있다.

    그 광산에서 좋은 산을 전부 망가뜨리고 있다.

    빌어 먹을 놈들! 

    만약 네 놈들이 백두대간의 선상에 있었으면 벌써 문을 닫았다.

    고속도로 공사하면서 거기서 들리는 폭음 소리인줄 알았더니 광산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터질 정도로 아프다.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후손들에 망가진 조국산천을 물려 주려고 하는가!

    은티마을 동네 어귀에 두부와 막걸리 파는 아주머니가 촌구석에 있으면서도 장사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두부 다 떨어졌으니 도토리묵 먹으라고 욱박지르고, 막걸리가 오래 되어 쉰네가 나는데도 이게 정상이라고 빡빡 우긴다.

    그 와중에도 미안한 표정이 하나도 없이 살랑살랑 웃으면서 전부 받아 넘기는 게 예사 솜씨가 아니다.

    두부 한모와 막걸리 한잔에 오늘 하루의 종주를 끝낸다

     

     

     

     

     

     

     

     

     

        ******  봉암사  *******

     

    경북 문경의 봉암사,

    1년에 딱 한번 석가탄신일에만 산문을 연다는 꿈속의 절집, 비밀의 사찰이다.

    조계종 산하 2,800개의 절 중에서 유일하게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 청정도량이다. 

    신라 헌강왕 5년[879년] 지증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봉암사는 백두대간의 단전에 해당하는 거대한 바위산인 희양산 자락에 그 터를 잡고 있다.

     

    봉암사는 현대불교가 지금의 틀을 갖추게 된 시발점이기도 하다. 

    해방 전후 일제하에 만신창이가 된 한국 불교의 자체 정화를 위해 1947년 중견스님들이 모여 오직 부처의 법대로 살아보자고 결사를 단행한 곳이다. 

    그때 모였던 분들이 청담, 성철, 서암, 월산, 자운 스님 등이었다.

     

    그리고 1982년부터 서암스님의 주도로 옛 구산선문의 참선도량의 전통을 부활해 오직 스님들이 정진할 수 있도록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했고 지금까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전국 딱 하나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는 도량을 만들기 위해 수행자들이 지팡이, 곡괭이를 들고 죽기살기로 산문을 막고 지켜온 결과이다.

     

    가보고 싶으면 문경 시청의 도움을 받으면 들어 갈 수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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