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어머니 오늘은 어떠신지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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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 오늘은 어떠신지
    가족이야기/어머니와 아버지 2007. 12. 7. 10:30
     

    오늘은 어떠신지


       어머니!

       고향의 흙내음을 가득 담은 초여름의 바람이 연일 계속해서 불어오고 있습니다.

       제 코 속을 시큰하게 하는 바람속에서 저는 어머님이 손수 끓여 주시던 구수한 쑥국 냄새를  맡았답니다. 

    이 세상에서 어머님만이 끓일수 있는 그 쑥국의 냄새를 말입니다.

       어머니!

       전번부터 편찮으시다구요!  

    그것이 빨리 완쾌되기를 주님께 간절히 빕니다.

       어머님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 불편하신 몸에도  불구하고 요새도 계속 장사를 하고 계시는지요

       어머니!

       오늘은 어머님의 생신이지요.

    제가 옆에서 따뜻한 물 한컵이라도 따라드리지 못해 그 죄스런   마음 금할길이 없습니다. 

    서신으로나마 물 한컵을 올리면서 생신을 축하드려도 되겠지요?

       저는 어머님 덕분에 너무나 편안히 잘 있습니다.

         항상 자식을 위해 기도하고 계실 어머님이 생각이 납니다.

        “ 저는 자식들이 모두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또한 장관이 되는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오직 항상 아래를 보고 성실하게 살도록만 해 주십시오. 그래서 이 세상에 조그만 보탬이 될 수 있는 인간이 되게 해 주십시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죽어도 편안히 눈을 감을 것 같습니다“ 라고 기도 하셨지요.

       어머니!

       저도 이제는 대학사회라는 조그만 조직체 속에서 표면적으로는 제 나름대로 틀을 짜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적잖이 실망해서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무관심 속에서 나날을  보내다시피 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생각했던 대학과 실제료 들어 와서 느낀 대학의 판이성 때문만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짙은 패배감에 쌓인 후배들의 운초리가 더 크게 저를 실망만시켰습니다.

       그리고 시커멓게 공해로운 부산의 하늘을 닮아 거무튀튀하게 찌들은 부산의 참새들, 그들  때문이기도 하지요. 

    정말 어떤때는 당장이라도 대학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시간이 감에 따라 생활이 익숙해짐에 따라 아무 문제도 안되었습니다.

       어머니!

       과연 대학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그것에 어떤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며, 지성의 광장이며, 민족의 고민과 아픔을 나타내는 곳일까요? 

    정말 이러한 것들이 대학의 사명이요,   이념이라면 현재의 대학들은 이것에 충실하고 있을까요?

       어머니!

       저는 아직도 제가 떠나오던 그 날을 잊을수 없답니다.

    저를 배웅하기 위해 동구 밖 어귀까지  따라 나오신 어머님께서 제게 하신 “ 말 없는 가운데 실천하도록 힘쓰고, 비록 거세고 험한 세파에 휩쓸리는 한이 있더라도 너의 주관을 잃지 말며 언제 어디서 네 목숨이 끊어지더라도 아무런 한이 없을 만큼 생명의 준비를 해 다오“ 라는 말씀을 아직도 저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 하고 제가 대답을 해서야 비로서 안심하신 듯 돌아서시는 어머님의 등은 어느 새 굽어 계셨습니다.

       어머니!

       지금은 모든 만물이 고요히 잠들어 있습니다.

    이때만 되면 “어머님 곁을 떠나기 싫은 것을 억지로 떠난 나 자신이 굉장히 바보였구나“ 하는 생각이 나곤 합니다.

       오늘도 온갖 하루의 일에 시달리다가 밤 11시 반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 왔습니다.

       온몸이 나른해져 그대로 잠자리에 눕고 말지만 앞으로의 삶을 개척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었구 나 하는 뿌듯한 심정도 마음 한구석에 하나하나 정리해 봅니다.

       어머니!

       지금쯤은 보리도 다 여물어 수화할때도 되었고, 감자도 결실이 다 되어 캘때가 되었지요.

    방학 이 되면 빨리 집으로 달려가 하얗게 분이 나는 감자를 마음껏 먹고 싶습니다.

       감자, 옥수수, 고구마 이 많은 것들을 마음껏 먹고만 싶습니다.

       어머니!

       이 편지를 받으셨을때는 어머님의 생신이 지났겠지만

        어머니!

       그날은 푹 쉬셨는지요.

    마음은 편안 하셨는지요.

    며칠 후면 아버님의 생신도 돌아 오지요.

       그때는 아버님도 편히 쉬도록 하시고 그리고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해 드리세요.

       멀리서나마 아버님과 어머님의 생신을 축하드리며 또 만수무강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럼 내내 家內平安하기를

               어머님의 사랑스런 아들로부터


                1976년 부산대 약대 “드래프트” 지에 실린글임


        이때까지도 이 아들은 어머니, 아버지의 생일 날짜를 잘 몰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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