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실향민 :: 제천 감초당

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실향민
    글/주변의 일상이야기 2007. 9. 24. 16:17
     

    실향민


    내일이면 추석입니다.

    모두들 마음이 들떠 있습니다.

    전부 각자의 고향으로 가기에 바쁘고, 시골에 사는 부모들은 객지에 나가 살고 있는 자식들이 언제나 오나 하고 기다립니다.

    그런데 오늘 60이 넘어 보이는 건장한 노인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엉엉 울고 있습니다.

    흐느끼면 하는 말이

    “ 우리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지금쯤 아마 돌아가셨을 거예요.

    우리 집은 평안북도 태천입니다. 

    저는 1,4 후퇴 때 혼자 내려 왔어요.

    여기 와서 구두 닦이부터 시작해서 안 해 본 것이 없어요.

    지금 돈 벌만큼 벌었지요.

    하지만 어머니가 보고 싶어 미치겠다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 부모님 산소 벌초하러 가는 것 보면 미칠 것 같아요.

    지금 이 나라를 지금 김일성이가 다스리던, 김정일이가 다스리던, 노무현이가 다스리던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이념의 문제 아닙니까. ”

    그 절규가 너무 애처로웠습니다. 

    바쁘다고 부모님 산소를 남에게 부탁하는 사람,

    또 형제들이 많아서 고향에 사는 형제들에게만 부모님 산소의 벌초를 맡기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울부짖음이겠지요.

    우리가 산에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자손이 잘 되면 부모의 산소 관리가 잘 되어 있지만 자식이 살기 힘들고 바쁘면 조상의 산소가 엉망이라는 사실입니다. 

    최소한 일 년에 산소에 두 번만 들려도 산소가 남이 보기에도 조기 좋아 보일텐데 말입니다.

    일년에 한 번 벌초를 한 산소에 가 보면 잡풀이 항상 가득합니다.

    산소는 최소한 6월 초에 한번 잡풀을 제거하고 추석 전에 한번 더 벌초를 한다면 아주 깨끗한 산소가 될 것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행복합니다.

    우리 가정 누구 하나 아픈 사람도 없고, 헤어진 사람도 없습니다.

    이제 하루 이틀 사이에 각자 볼일 을 보러 나가 있던 아들, 딸들이 돌아오겠지요.

    그 누구처럼 만날 수 없어 그리워하거나, 누구인가 병상에 누워있어 그 아픔을 같이 할 사람도 없으니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요

                     2007, 09, 23

    ' > 주변의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실한 삶  (0) 2007.12.07
    아니벌써  (0) 2007.12.07
    이름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됩니다.  (0) 2007.11.14
    미치고 팔딱 뛴 하루  (0) 2006.12.04
    노인과 오토바이  (0) 2006.09.13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