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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운학계곡에서글/주변의 일상이야기 2011. 8. 26. 15:17
올해도 어김없이 더위는 찾아 오고 많은 사람들은 냇가로, 바닷가로 찾아 들 것이다.
어제는 영월 운학계곡을 다녀 왔다.
비포장도로이고 워낙 외진 곳이라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을 했건만 사람들로 넘쳐 났다.
사실 놀러 간 것이 아니고 올뱅이를 잡으러 갔다.
비포장도로로 몇 십킬로를 가는데도 더군다나 휴가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서울, 경기 차가 대부분을 메운 채 계곡은 빽빽하기 이를데 없다.
우리나라의 어느 계곡보다 아름다운 계곡이다.
아직 비포장이기에 이 고장에 사는 사람 이외에는 모르기에 이 곳에 사는 사람들만이 올뱅이를 잡으며, 산천초목 구경을 하면서 맑은 계곡물에서 발을 담그며 쉴 수 있는 곳이다.
이 맑고 깨끗한 곳에 최근에 서울, 경기 차가 보이더니 바위에는 이끼가 끼고 쓰레기 휴지통이 생겼고 반면에 이 부근에 시골집들은 이들을 상대로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어 버렸다.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촌 사람의 인심도 다 날아가 버렸다.
우리처럼 촌놈들이야 몇 발자국만 나가면 산이고, 물이니 자연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만 서울 사람들이야 이런 하계휴가기간이 아니면 언제 이런 산천초목을 구경할 수 있을까.
때는 이때다 싶어 찾아 나선 산천 계곡 ... 뛰고 싶고,헤엄치고 싶고,자연을 벗 삼아 짙푸른 하늘을 보며 누워 잠도 자고 싶으리라.
편안하게 지내고 싶으면 먹는 것도 잔뜩 싸가지고 와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부족한 것 사러 여기 저기 찾아 다니디 않아도 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또 가장 경제적일 것이다.
다 먹고 난 후 쓰레기는 기념으로 버리고 가리라.
아주 커다란 쓰레기통은 누구를 위하여 만들어 놓은 것인가.
바로 서울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 분명할진데. 저 통도 다 못채우고 가면 저 쓰레기통도 쓸모 없어질 것을...
이 맑고 맑은 계곡물은 또 무엇인가.
서울에서 부터 묻혀 온 먼지를 이 물에 전부 씻어 내고 있다.
결국은 이 물은 서울서 자기네들이 먹을 물인데 자기들이 물을 더럽히고 있다.
서울 시민들이 먹는 물이건 말건, 아래 계곡에서 그 물로 밥을 지어 먹던 말건, 내 차에 지저분하게 묻어 있는 먼지를 닦아내기에 정신이 없다.
참 정신 나간 놈들이다.
그래도 우리 식구 네 식구 입장료, 어른 천이백원, 애들 600원 씩 지불을 했다.
입장료는 동네 사람들이 받으니까 할말은 없다만 아무리 시골이라도 그렇지 이 길은 왜 포장을 안하는거야.
포장만 되어 있으면 쌩쌩 달리면서 차 밑 바닥도 긇히지 않고 주변 경치도 여유있게 구경하겠지만 차 바닥 닿느 소리에 신경이 쓰여 길 쳐다 보기 바쁘다.
까만 선글라스 끼고 운전하는 여자 옆에 졸고 있는 듯한 남자는 넋이 나간 듯하고 운전하는 여자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콧노래가 흐른다.
그러더니 냇가에 차를 세우더니 차 세차를 한다.
핫팬티 차림에 허벅지는 굵어서 보기도 싫은 판에 앉았다 섰다 구부렸다 하며 세차를 하는데 지독히도 무식해 보인다.
이 인간들은 가지고 온 모든 것을 버리고 서울로 돌아 가리라.
돌아 가는 길에 길거리에 있는 원두막에서 설익은 옥수수나 철 지난 수박, 참외를 사 먹으면서 가리라.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히면 냉방도 안 되는 찜통 차 안에서한증막이 되어 땀을 흘리리라.
외지 사람들이 와서 한바탕 와서 난리를 치고 난 후의 모습을 보면 구역질이 나면서도 그 중에 혹시 아는 친지나
친구는 없을까 하고 바라는 이중 심리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1992 년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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