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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를 보고글/주변의 일상이야기 2011. 7. 1. 14:22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를 보고
동쪽으로 날아가네
서쪽으로 날아가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가 버렸네
유명한 인디언 동요에서 제목을 따온 캔디시의 소설을 영화한 한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는 모처럼 대할 수 있었던 현대 영화세계의 정수인 것 같다.
물결처럼 흐르는 풍자와 해학 번쩍이는 메타워와 알레고리, 오소독스한 영상기법 속에 질긴 명주실같이 받치고 있는 현대 감각과 강렬한 메세지. 압축된 시적인 언어와 패러독스로 연결되는 이 한편의 위대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가장 먼저 격렬하게 밀려드는 감흥은 과연 나는 어디로 날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영화는 끈질기게 우리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사회의 거울 안으로 끌어 들인다.
저기 지나가는 사람이 체스윅 같기도 하고, 빌리 같기도 하고, 하딩 같기도 하고.... 그만큼 이 작품은 인간들에게 잠시 많은 것을 되돌아 보게 한다.
당신의 모습이 바로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 간 새 " 그리고 그 음울한 둥지 안에서 이 시간에도 허우적 거리는 그런 병든 초상이다.
날개가 꺾인채로 낯선 도시의 한 복판에서 퍼덕이는 한마리의 뻐꾸기
조직사회에서 획일화 되어가는 당신들의 초상
저기 웃고 있는 사람, 울고 있는 사람, 떠들고 있는 사람 당신들의 모습이 " 뻐꾸기 둥지 " 속에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조금도 어렵거나 무겁지가 않다.
시종 재미 있고 배꼽을 잡게 한다.
그러나 보고나면 그게 아니다.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나의 이야기요. 당신들의 이야기며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현실 그 자체이다.
조직사회와 체제와 그리고 권위를 상징하는 수간호원 레쉬드 아래서 서서히 기계화 되어가는 환자들
하루종일 귀머거리 행세를 하는 인디안
한없이 말을 더듬고 툭하면 울음이 터져 나와 말을 못하는 젊은 늙은이
손이 적은 것 때문에 열등의식이 생겨 버린 신사
간질병에 걸린 사나이
mother complex 에 걸린 선량한 청년 등...
이런 환자들의 실상을 통해 병든 아메리카를 그리고 휴머니즘이 말살되어 가고 있는 현대사회를 고발하는 그런 영화다
원작자 캔디시가 그의 나이 21 세때 캘리포니아 중에 있는 어느 한 정신병원에서 야간조수로 일하면서 직접 체험한 이야기를 토대로 한 이 작품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였다고 한다.
질서와 조직사회를 상징하는 수간호원
파티 이후 성공적일 수 있는 정신병동의 탈출을 앞두고 한 명의 가치없는 인간 빌리 때문에 탈출을 스스로 포기하고 죽음을 자초하는 백머피의 연기는 퍽 감동적이다.
끝내 조직사회의 체제 속에서 식물인간이 되고마는 주인공
그리고 이를 보다 못한 동료 인디안 추장에 의해
안락사 당하고마는 마지막 장면
이제까지 불가능의 벽으로 인식 되었던 정신병동의 쇠창살을 깨어 부수고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가 버리는 인디안 추장의 의지.
그것이 바로 백머피의 이상이며 작자의 메세지일 것이다.
1977 년 10 월 2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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