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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12 월 5 일 맑음. 일요일글/생활 속의 신앙 2011. 6. 7. 17:48
오랫만에 찾아 본 성당
전에 볼수 없이 미사를 보러 나온 사람들로 성당 안은 빈틈없이 꽉 찼다.
신부님이 비뀌었을 줄 알았더니만 그대로 루까 신부님이었다.
신부님이 바뀌기를 빌었는데 안 바뀌다니
조용한 분위기
사람은 이렇게 많이 늘었는데도 너무나 조용한 분위기다.
미사가 시작된다.
너무 형식에 치우치고 있는 것 같은 카톨릭 교회
1 시간 10분 동안 계속되는 미사에는 앉았다., 일어섰다. 꿇었다 하는 것이 몇번씩이나 반복되고 뜻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저 ' 사제와 함께 " " 주를 향하여 " 등등
주의 기도로 부터 영성체 송에 이르기까지 달달 외어대기만 하는 사람들,
나도 그 중에 속하겠지만...
강론이 시작된다.
강론 중에 이런 말씀을 하신다.
평생을 거지 생활을 하며 통나무 속에서 지낸 철학자 디오게네스.
그 디오게네스는 " 나에게 햇빛을 달라 " 라고 말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디오게네스가 하루는 하도 배가 고파서 무엇을 좀 얻어 먹으려고 온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모든 사람들이 그를 본체 만체 전부 지나쳐 버린다.
어느 공장에 이르러 공장 주인에게 적선을 청한다.
공장 주인은 주머니 속을 만지작,만지작 거리기만 했지 돈을 전혀 꺼내려고 안한다.
그 주인은 주머니 속에 잔뜩 들어 있는 것 중에서 아마 가장 작은 돈을 찾으려고 주머니 속에서 손을 한참동안 헤매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니 주기가 싫어서 돈을 꺼내지도 않았는지 모른다.
시간만 질질 끌고 있는 것에 화가 난 디오게네스는 불쑥
" 줄려면 빨리 주시오. 내가 당신에게 달라는 것은 조의금을 달라는 것이 아니오. 내가 달라는 것은 지금 당장 배가 고프니 무엇을 좀 먹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것이오 " 하고 말하자
그 공장 주인은 깜짝 놀라 주머니 속의 돈을 잡히는데로 건네 주었다.
그렇다.
누구나 필요할 때 나에게 청하면 거기에 즉시 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어느 목사님이 볼일이 있어 하루는 다방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한쪽 귀퉁이에 앉아 있는 한쌍의 남녀 , 둘이는 무엇인가 서로 정답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는 목사님
속삭이고 있는 그 남녀는 목사님이 몸 담고 있는 교회의 신자들이었다.
그 목사님이 거기에 끼여 뭔가 이야기 해 보고 싶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 노인이 끼여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 가만히 바라 보고만 있었다.
갑작스럽게 얼굴이 찌그러 들어 고민에 잔뜩 쌓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난 있는 것 같기도 한 남녀
잠시 후 그 목사님은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갔다.
그런데 이 어인일인가.
그 다음날 신문에는 다방에 앉아 고민에 싸여 있던 그 남녀가 자살을 했다는 것이 실려 있는 것을 목사님은 후회하기 시작했다.
왜 내가 고민에 싸여 있는 그 남녀들의 고민을 끼어 들어 해결해 주지 못했냐구.
아무리 후회해 보았자 다 쓸데 없는 일
이것은 무슨 일이든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늘 결혼식에서 일이다.
청년회 정기총회를 마치고 한참 노닥거리고 있는데 수녀님이 오시더니만
" 성당의 종은 울렸고 신부는 입장하려는데 성가를 부를 사람이 없으니 어떻해 " 하고 종종 거리셔서 모두들 올라갔다.
성가를 불러댄다.
기분이 좋다.
그런데 뭐가 영 이상하다.
가장 행복하다는 결혼식이 그렇게 뒷맛이 씁쓸할 수가.
신부 입장 했는데도 한참 있다가 들어오는 신부도 그렇고, 예식 도중에 어리둥절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신부
식이 끝나고 신랑신부 퇴장에서 마땅히 서로 팔짱을 끼고 나가야 하건만 팔짱도 끼지 않은 채 그냥 걸어 나가다 후다닥 하고 먼저 뛰어 내려가는 신랑. 아무튼 박력은 있어 좋다만 박력도 써 먹을데가 따로 있지 신성한 결혼식에서 저런 식으로 써서야 되겠는가.
평생고락을 같이 할 신부한테 첫날부터 섭섭하게 대하면 누가 좋아 할까.
또 여자는 결혼식날 웨딩 마치가 울리고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데 무턱대고 행동하는 그 신랑이 얄밉기만하다.
나이는 많이 들어 32 ~ 3 세 정도 된 것 같은데 .... 몇살이나 됐는지 내가 알아서 무엇하겠냐만 너무 늙었다.
여자에게 있어서 평생동안 진심으로 우는 때가 두 번 있다고 하는데 한번은 결혼식이 끝나고 첫날 밤을 지낼때인데 그동안 지켜오던 순결을 잃어 버린 것에 대한 애닮음으로 운다고 한다.
심하면 남자에 대한 증오심도 싹틀 수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어서 눈물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고통과 아픔은 결혼식하는 그날부터 시작되리라.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하지 않아도 후회한다고 한다.
결혼식이 끝나고 퇴장할 때 다소곳이 신랑한테 기대는 것은 이것이 내가 당신한테 의지하겠다는 것을 미리 알려 주는 것이 아닌가
두번째 진심으로 우는 때는 첫 아기 낳고란다.
첫 아기를 낳고 보면 이제부터는 또 아기에게 시달려야 하는가. 하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가 되면 남편은 아내에게 조용히 금심을 덜어 줄 수 있는 위로의 말을 해야 한다나.
글쎄 모를 일이다.
결혼이라는 것을 해 보아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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