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쿠르트 파이페 저]를 읽고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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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쿠르트 파이페 저]를 읽고
    글/책을 읽고 난 후 2009. 11. 5. 11:48

     

    어느 누구든지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는 외국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그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 본 것은 "  걸었다 " 는 그 한마디 때문에 " 대체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걸었는가 " 하는 것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걷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나와 어떤 동질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암 수술을 한후 택한 것이 도보여행이지만 암 수술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 세상을 알기 위해서 한번 정도 이 파이페 처럼 걸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만약 암 환자들이 이 책을 읽어 보았다면 누구나 암 수술 후 도움도 별로 안되는 화학요법을 택하기 보다 저자처럼 걷는 것을 택할 것이다.

    모든 병은 자신이 만들고 또 그 병을 고치는 것도 자신만이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특히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훨씬 더 빨리 접근해 온다는 것, 남자들은 잔뜩 경계심을 품고 있지만 여자들은 그런 것 없이 와서 떠들고 , 도와주고, 먹을 것 갖다 주고, 마실 것 주면서 접근이 더 쉽다는 것...  이 세상은 나쁜 사람보다도 착한 사람이 99 % 는 되기 때문에 이 세상의 질서 유지가 된다는 것 ..  등등을 166 일동안 걸으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배우고, 스위스 사람은 스위스 사람 나름대로의 성격, 이태리 사람들은 이태리 사람 나름대로의 성격을 너무 잘 묘사 해 놓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까지 종주 산행을 하면서 나름대로는 역사의 기록물이라 생각했는데 저자처럼 자신이 지나면서 겪는 일을 쓰는 것이 훨씬 더 재미 있고 더 좋은 기록물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종주 산행을 하면서 내가 지금 이 시간, 내가 지나고 있는 이 길의 상황을 설명하여 놓으면 우리 후손들이 그 당시에는 그 곳이 어떠어떠 했는데 하고 참고할 수 있으리라는 어떤 사실들을 기록하는 그런 사고방식으로 산행을 하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런 기록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에 인연도 기록하는 것이 좋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대장암 수술 후 그 뒷처리를 위한 보조물 한 보따리 짊어지고 다니면서도 그 먼거리를 걸었는데 아무것도 없이 자신이 필요한 간단한 짐만 지고 가면서 힘들다는 소리를 이 이야기를 읽어보면 하지 못하리라.

     

    저자는 가끔 아내와 동생과 같이 여행을 하지만 혼자 걷는 것이 세상 사람들과 접촉하기에는 더 좋다고 이야기한다.

    혼자서 여행을 하면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아무 거리낌없이 만날 수 있지만 아내가 옆에 있으면 아내에 대한 배려 때문에 그렇 수 없다는 것... 그래서 혼자 여행하는 것이 더 좋다고...

    그러나 아내와 동행하는 여행길에서 사랑을 느끼고, 동질감을 느끼는 그 애틋함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손자와 이틀간 동행하면서 손자에 대한 사랑과 믿음 ..... 이런 모든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감나게 적어 놓았다.

     

    백두대간 종주를 할 때  비가 억수로 퍼붓고 있는데도 목표점을 향해 가야하는 나와 이 도보 여행꾼의 모습이  너무 닮아 있어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비가 와도, 누가 옆에서 뭐라 해도, 쉬었다 가라해도 오로지 목표 지점까지 가야하는 목표 때문에 쉬임없이 걸어가는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고는 한다.  

     

    우리는 여행 중에 이름도 모르는 지나는 사람이 찍어 준 사진이 기념이 되고, 나중에 보물이 되고 추억이 된다.

    이 도보 여행자도 사진을 보면 여러 사람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는 사진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처음보는 사람한테 부탁하여 사진을 찍었을 것이 분명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생면부지의 사람이 찍어 준 사진들이 우리 인생의 걸작품이 될 수도 있다.  

     

    도보여행자는 종착지 로마를 얼마 남겨 놓지 않았을 때 방송국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만약 방송국과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 책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건강을 위해, 삶의 연장을 위해, 이 삶의 마지막 희망을 위해 걸었던 그 길만이 파이페의 머리속에서의 추억만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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