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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휴가 나온 아들가족이야기/아들 2009. 9. 22. 19:20
군대 간 아들이 첫 휴가를 나왔다.
아직 계급은 이등병.
군기가 잔뜩 들고 모든 것에 졸아 있는 모습이다.
5 개월 정도 지났으면 안정을 찾을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니다.
휴가 나온 날부터 부대에서는 하루에 한 번씩 전화가 온다.
휴가 나간 놈 감시를 하는 것인지.
귀대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인지.
아니면 부대 안에서 무슨 문제가 있어서인지
왜 그리 전화를 할까.
집에 오자마자 하는 일이라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에만 빠져 있다.
어지간하면 친구라도 만나러 나가면 좋으련만 그런 친구도 없는지....
그래도 제 엄마는 아들이 안쓰러워 못 견디는 모습이다.
부대에서 고참이 못 살게 굴었던 모양이다.
뒤에 따라 가면서 장전된 총의 방아쇠를 달그락 달그락 만지작거렸다는 너의 이야기에 나 자신이 심한 충격을 받았다.
“나중에 고참이 되면 후임들 편하게 해 줄거야” 라는 너의 말에
“그래야 네가 아무 탈 없이 재대할 수 있다” 하면서도 속으로는 아들 때린 놈을 가서 죽도록 패주고 싶은 마음이 인다.
내가 군에서 제대한지 30년이 넘었지만 그 당시를 생각하면 그 빌어먹을 자식 지금 만나도 죽여버리고 싶은 놈이 아직 있으니까.
이런 남하고 원수 질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약 전쟁이 나면 그런 자식은 적군의 총에 죽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먼저 총 맞을 것이다.
그러니 후임들 때리고 이런 짓은 하지마라.
며칠 전 집에 올 때는 얼마나 마음이 들뜨고 날아갈 듯 했겠지만 오늘 귀대하는 너는 아직 초조감을 다시 머리에 잔뜩 이고 있더구나.
다음번 휴가 나올 때는 안정감을 찾을까.
부대 복귀하여 이제 근무해야 한다는 쫓기듯이 하는 너의 전화에 졸병의 설움을 아닐까 고 생각했다.
네가 무사히 제대하여 집에 오기를 네 엄마나, 아빠는 가슴 졸이며 기다린다는 것을 알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참고 기다려라.
지금 이 시간에도 국방부 시계는 가고 있으니까.
2009. 0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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