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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상에 아들과 내가 앉아서 아무런 말도 없이 식사를 한다.
들리는 소리는 수저 움직이는 소리와 국 떠 먹느라고 후루룩 거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 모습을 본 아내가 한마디 한다 .
"대화가 필요해"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할 이야기가 없다.
하루에 30분은 이야기 해야 한다지만 5분 도 정겹게 이야기 해 본적이 없다.
나 자신이 아들에게 말을 걸면 아들놈은 항상 툴툴거렸으니까.
내가 아들한테 하는 말이 훈계조가 아니었는지 곰곰히 생각도 해보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또 아직 세상살이에 익숙치 않은 나이니까 하고 생각해보지만 서운한 생각이 들때도 있다.
나 자신도 누구와도 다정스럽게 이야기 해 본적은 없으니까.
아들이라고 별 수 있으리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있었던 일이다.
학교를 다닐 때 조그만 산 하나를 넘어 다녀야 했다.
지금은 산을 전부 밀어서 그 자리에 학교가 들어 서 있지만 그 당시에는 나무는 없었지만 길은 외길이었다.
반대편에서 누가 오면 한쪽으로 비켜 서 있다가 가기를 기다렸다가 가야 하는 그런 좁은 길로 학교를 다녔다.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데 반대편에서 아버지가 오시는 것이었다.
아마 장 보러 가셨던 것 같다.
바로 앞에까지 왔는데도 "아버지 어디가세요" 하고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그것은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너 학교 갔다 오냐" 라고 한마디 말씀도 없었던 아버지였다.
그렇게 둘이는 아주 남남처럼 스쳐 지나갔다.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너무 큰 충격으로 남아 있다.
아마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중에 나는 내 자식에게 다정스럽게 다가가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건만 지금도 보면 내가 아버지를 똑같이 닮아가고 있다.
지금 아들과 이야기할 때 아들이 툴툴거리는 말이 많은 것을 보면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똑같이 대해서 말을 잃어버리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아들한테 말을 걸려면 이 말을 이렇게 해야 하나, 저렇게 해야 하나 하고 상당시간 생각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을 흘러갔고 이야기 할 기회는 놓쳐 버리고 만다.
그러니 밥상머리에 앉아서 떠들면 밥맛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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