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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면서우리의 아름다운 강산/백두대간 [완료] 2008. 1. 11. 13:11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면서
지나고 나니 지난 일년여 동안 참으로 즐거운 날들이었습니다.우리가 살아오면서 하루 종일 눈이 오는 속을 걸어 본적이 있던가요.
또 하루 종일 빗속을 걸어 본 적이 있었던가요.
또 학교 다닐 때를 제외하고 그 이후 어느 누구와도 이렇게 오랜 시간 같이 있어 본 적이 있었던가요.
처음 시작하기 전에 막연한 두려움, 시간을 어떻게 내나 하는 걱정, 한편으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인생의 또 하나의 목표를 채워야 한다는 욕심 등등 모든 것이 교차했었죠.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이루어 낼 수 있는 이 긴 시간을 우리는 해내고 말았습니다.
우리 인생에 또 다른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또 있을까요.만들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요.
처음에 같이 시작했던 산우들과 끝까지 같이 갈 수 없었던 아쉬움도 있지만 우리는 너무도 많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휴전선에 막혀 더 나아갈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고 휴전선이 열리면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제 지난날의 모든 것을 접으려니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정령치에서 바라 본 지리산의 웅장함,
수정봉 오르기 전의 큰 소나무 6그루 밑의 아늑한 쉼터
덕유산을 아침에 지나면서 산에도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봉황산을 오르면서 갑자기 나타난 속리산의 별천지 같은 아름다움
조그만 돌로 빚어 놓은 듯한 속리산 천황봉에서 문장대까지
알프스 산을 연상시키는 대야산
연인끼리 손잡고 걸으면 사랑에 푹 빠질 것 같은 백화산에서 이화령까지
가장 아름다워 또 다시 가고픈 조령산에서 삼관문까지
목장 같은 소백산 능선
백두대간의 정상에 서 있는 것 같은 함백산 정상
푯대봉에서 처음으로 바라보이는 바다에 얼마나 즐거워하고
운무가 가득 찬 고적대의 모습에 반하고
파란봉의 급경사에 진땀을 다 빼고
대관령의 시원한 카페트를 깔아 놓은듯한 초원에 가슴을 열고
점봉산 정상에서 구름이 걷히면서 잠깐 보였던 대청봉의 모습에 환호하고희운각에서 잠잘 떄 바람소리가 바닷가에 누워 있는 것 같았고
황철봉을 지나면서 너덜지대에 아주 질려 버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파노라마처럼 한꺼번에 스쳐 갑니다.
평상시에는 조용한데 마이크만 잡으면 카리스마로 변하는 우리 서대장. 참 고생 많이 하셨구요.백두대간 두 번 종주한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몇 사람이나 될까요.
우리 민 총무.우리가 종주를 완주 할 수 있던 것은 민 총무의 많은 지원과 카페를 꾸며 주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한결 더 유대가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재무님
산행 힘들었지요. 힘이 들지만 끝까지 버텨 주는 것에 찬사를 보냅니다.
어떨 때 보면 산행 끝난 후 먹는 즐거움에 다니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 식사 끝나기도 전에 항상 가방 먼저 매고 어정거리는 관운장
영락없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는 김영길 선생님
항상 즐겁고 유머스러운 김승기
무거운 배낭 속에 먹을 것이 넘치는 장권수
땡삐같은 표순철
악바리 최정숙
끝까지 책임진다 안전부장홍성복
너무 가냘픈 체구로 너무나 잘 가는 것이 신비스럽기까지 한 봄비
이외 우리 22명의 산우들
종주를 하면서 백두대간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다가 석병산 오르기 전의 표지판을 보고서야 백두대간의 의미를 깨달았을 때 기쁨.
"백두대간은 물을 넘지않는다" 는 의미를 "물에 의해서 끊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이해가 빨랐을 것을 왜 "물을 넘지않는다" 는 의미로만 이해하면서 답답해 했는지요.
소백산 죽령까지 오면서 바로 아래 동네가 보이고 주변에는 더 높은 산들이 많건만 왜 내가 지나고 있는 이 능선을 백두대간이라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힘들었지요.
종주가 다 끝나면서 느낀 점은 대간 능선을 먼저 지나간 발자취를 더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간 줄기의 7부 능선이나 5부 능선을 따라 백두대간의 종주코스를 개발해 보는 것도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대간 줄기의 보존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는 산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말 합니다.이 말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냥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즐거움만 있는 산행에서는 산에서 인생을 배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10시간을 산행하고 마지막 산을 내려 올 때 2시간 가까이 되는 하산 길이 얼마나 고통을 주는지요.거기서 정상의 기쁨보다는 내려올 때의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상을 한고비 넘을 적마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온 산을 적시고 그들은 다시 하늘로 올라 구름이 되어 우리의 온 몸에 비를뿌려 주었습니다.
아직 눈이 채 녹지 않았는데 그 사이를 뚫고 나온 자그만 노란 꽃,
봄이 채 지나지도 않고 여름은 아직 초여름이건만 온갖 풀벌레의 활기찬 생명력.
일년 중에 잎을 피우는 것은 6개월밖에 되지 않는데도 삶에 집착에 온 몸을 태우는 자연의 섭리를 보면서 우리네 인생과 어쩌면 저렇게 같을까 느꼈습니다.
산 정상에 섰을 때 기쁨보다는 산을 다 내려 왔을 때 기쁨이 더 컸다면 억측일까요
오늘 백두대간 종주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 시원섭섭할지라도 또 다시 오랜 세월이 지나지 않아 그리워질 겁니다.백두대간 선상에서 불던 바람을, 야생화와 짐승소리, 새소리 그리고 능선들 이 모든 것이 또 다시 그리워지겠지요.
그 때가 되면 그 동안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산우들이 그리워지겠지요.
산이란 멀리서 보거나 가까이 다가가서 보거나 늘 그 자리에서 반겨줍니다.
온갖 새와 짐승들의 안식처이기도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도 푸근한 어머니의 모습도 보이고 다정한 친구의 모습으로도 다가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마음 든든한 친구를 산과 같은 친구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젠 모든 것이 추억 속의 그리움으로 남겠지요.모든 것은 과거 속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기록은 남아 있겠죠.
15개월 동안 그야말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우리 산우들 .......영원히 제 가슴 속에 간직하겠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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