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스크랩] 킬리만자로 트레킹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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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킬리만자로 트레킹
    이 세상 구석구석/킬로만자로 2012. 10. 27. 19:41












    킬리만자로 트레킹(kilimanjaro)

    1. 기간 : 2007년 1월 8일 ∼ 2007년 1월 21일 아프리카여행중
    킬리만자로 등반은 2007년 1월 12일 ∼ 1월 16일 (5일간)

    2. 목적 : 킬리만자로 등반과 고소체험, 아프리카 동부 산악지역의 문화체험

    3. 개요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의 <킬리만자로의 눈>에는

    "킬리만자로는 높이 1만 9,170피트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 최고봉이라고 한다. 서쪽 정상은 마사이어로 `누가이에 누가이(신의 집)'라 불리며, 그 서쪽 산 정상 바로 옆에는 바짝 말라 얼어붙은 표범의 시체가 한 구 뒹굴고 있다. 그 표범이 그 높은 곳까지 무엇을 찾아왔는지 지금까지 아무도 설명한 자가 없다."란 구절이 있다.

    조용필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중략----------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 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오승욱 감독의 <킬리만자로> 배경은 주문진이다. 동해와 태백산맥으로 둘러싸여 나아갈 수도 물러날 수도 없는 막다른 공간에서 악질 형사 박신양과 한물간 깡패 안성기가 만난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자신과 정면대결하기 위해 부딪치는 상징적인 공간인 주문진을 만년설로 덮여 보는 이들의 기를 꺾어 버리는 킬리만자로에 비유한 영화다.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표고 5895m로 적도 남위 3°에 위치하며 적도에서 남쪽으로 300km 정도 떨어진 탄자니아 북부에 위치한 세계 최대 급의 화산이다. 산 이름은 스와힐리어(語)로 ‘번쩍이는 산’이라는 뜻인데, 적도 부근에 위치하면서도 만년설(萬年雪)에 덮여 있어 백산(白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현무암질(玄武岩質)이며 주봉인 키보를 비롯하여 시라 ·마웬지 등 3개의 장대한 성층(成層) ·원추화산으로 구성되는데 기저(基底)에는 대규모의 순상화산(楯狀火山)이 존재한다.
    북서부에 있는 시라는 가장 오래된 봉우리로 침식이 현저하다.
    남동부에 있는 마웬지는 정상부에 큰 칼데라가 있다.
    중앙에 위치하는 키보는 가장 높은 봉우리로 만년설로 뒤덮여 있고 그 분출물이 시라의 대부분과 마웬지의 일부를 뒤덮고 있으며, 정상에는 지형적으로 새로운 분화구가 있다.
    기슭에서부터 산꼭대기까지의 등산은 종종 적도에서부터 극지로의 여행에 비유된다. 열대의 사바나로부터 빙하 지대까지 지구의 거의 모든 기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표고에 따른 기후 변화에 수반하여 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가 이루어져 있다. 표고 2300m 정도까지는 열대 우림, 2300∼3000m는 구름이 깔린 운무림(열대 산악림)이 펼쳐진다. 이들 삼림에는 푸른원숭이 외에 표범 등 여러 가지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해발고도 1,000m 이하의 산기슭은 불모지이나, 남서부 1,000∼2,000m 지대에서는 원주민이 커피 ·바나나 등을 재배하고 있다. 1889년 독일인 H.마이어가 처음으로 등정하였고,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높이의 산을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등반 표준 소요시간은 5일간이다.

    4. 출발전 준비
    1) 황열병 예방 접종 : - 국립의료원에서 출발 10일전에 미리 예약하고 접종
    - 접수비, 수입인지 21,000원
    - 황색 카드 발급(10년동안 유효)
    2) 말라리아 약 처방 : - 국립의료원에서 처방
    - 접수비, 말라리아약(말라론 18일분) 96,230원

    5. 코스 : 코카콜라 루트
    1) 마랑구 게이트 - 만다라 산장(2700m)
    아루샤에서 차로 2시간 가량 이동하여 킬리만자로의 남동쪽에 위치한 마랑구게이트에 도착 하여 팀의 가이드와 포터를 만나서 수속을 마치고 짐을 분배한 후 출발하여 3∼4시간 등반
    2) 만다라산장-호롬보산장(3720m)
    마웬지붕이 보이고 왼편으로 정상이 보이면서 1000m 고도를 높이며 5∼7시간 등반
    3) 호롬보산장-키보산장(4703m)
    최후의 샘터인 last water point를 지나 점차 길은 사막화되어 식물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 고, 붉은 색의 흙과 바위만 보면서 5∼6시간 등반
    4) 키보산장- 길만스(5685m)-우후루봉(5895m)-호롬보산장(3720m)
    한밤중(0시)에 출발하여 길만스봉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우후루봉 등정후 다시 호롬보산장 까지 하산, 10∼12시간 등반
    5) 호롬보산장(3720m)-마랑구게이트
    고산식물이 있는 초원, 열대우림, 만다라 산장을 지나 마랑구게이트에 도착하여 하산완료 6∼8시간 등반

    6. 세부일정
    1/08 인천/도하/나이로비(카타르항공):인천공항출발(22:35),상해거쳐, 도하도착(06:40),
    도하에서(09:30) 나이로비 출발
    1/09 나이로비(셔틀버스):나이로비 도착(14:50)
    1/10 나이로비/아루샤(셔틀버스):나이로비(07:30)출발, 아루샤 도착
    1/11 아루샤(도보):아루샤(1400m) 자유관광
    아루샤선언박물관-우후루기념비-초등학교-자연사박물관-마켓
    1/12 아루샤/마랑구게이트(셔틀버스)
    마랑구게이트1980m/만다라산장2700m(도보)
    1/13 만다라산장/호롬보산장3720m(도보)
    1/14 호롬보산장/키보산장4703m(도보)
    1/15 키보산장/우후루봉5895m/호롬보산장(도보)
    1/16 호롬보산장/마랑구게이트(도보)
    마랑구게이트/아루샤(셔틀버스)
    1/17 아루샤/옹고롱고로/마사이마을/만야라호수(4륜짚차):사파리
    1/18 만야라호수/아루샤(4륜짚차):만야라호수 주변 게임사파리 후 아루샤로 이동
    1/19 아루샤/나이로비(셔틀버스):아루샤에서 나이로비로 이동
    1/20 나이로비(도보):나이로비에서 오전 자유관광,
    국립공문서관-책방-시내일원
    나이로비/도하(카타르항공):나이로비(17:00)출발, 도하도착(22:00)
    1/21 도하/인천(카타르항공):도하(01:00)출발, 상해거처, 인천공항(19:35) 도착

    7. 비용
    1) 여행사 패키지 투어비 2790,000원
    2) 현지 비용 359 $(환율은 1$에 946.58 적용)
    - 케냐 비자비 50$, 탄자니아 비자비 50$)
    - 가이드, 포터, 요리사 팁 80$
    - 호텔 짐꾼 팁 3$
    - 마사이공연 팁 1$
    - 주방 사용료 12$
    - 마사이마을 방문비 10$(짚타 한 대 당 50$/5인)
    - 사파리 드라이버겸 가이드 팁 6$(1일15$×2일/5인)
    - 인솔자 팁 10$
    - 자유여행비130$
    (박물관8$+음식값36$+과일3$+생수11$+우편엽서10$+항공우표15$ +지도23$+터커여행책20$+음악CD10$+기부1$)

    8. 지역별 고도 변화표
    아루샤 1,400m - 마랑구게이트 1,980m - 만다라산장 2,700m - 호롬보산장 3,720m -
    키보산장 4,703m - 한스메이어 동굴 5,182m - 길만스봉 5,685m - 우후루봉 5,895m

    9. 준비물
    1) 항공권 : 여생사에서 준비
    2) 여행자보험 : 여행사에서(2007. 1. 08 ∼2007. 01. 21) 일괄적으로 가입
    3) 여권과 여권복사본(여권 분실시 필요), 여권사진5매(예비용)
    4) 케냐비자 : 케냐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하여 발급
    (여권, 입국카드, 비자신청서, 비자수수료 US 50$)
    5) 탄자니아비자 : 국경도시 나망가에서 발급(여권, 입국카드, 비자신청서, 비자수수료 50$)
    6) 신용카드 및 현금( US 500$, 40,000원)
    7) 책 : East Africa(lonely planet), 쪽성경(욥기, 시편)
    8) 문구류 : 수첩, 볼펜3, 연필, 칼, 집게
    9) 카메라
    - Nikon FM2(렌즈는 24㎜)
    - Digital(canon power shot A80)
    10) 필름
    - slide(kodak ektachrome 100 ) 10통
    - compact flash card (256M 2개, 128M 1개)
    11) 건전지
    - AAA( head lantern용)8개
    - AA(Digital 카메라용)16개
    12) 세면도구 : 스포츠타월, 면손수건(목에 두를 수 있는), 치약, 칫솔, 비누, 빗
    13) 약품류
    종합비타민(14정):1정/1회, 매일 아침
    고소-다이아막스500㎎(10정)(의사처방):1정/2회-키보산장에서 1정 복용
    말라리아약(18정)(의사처방):1정/1회, 매일 아침
    종합 감기약(3일분)(의사처방):1봉/3회
    한방 소화제(10환):1회 복용
    진통제-타이레놀(10정):키보산장에서 2정 복용
    물파스:수시 사용
    압박붕대:수시 사용
    1회용밴드1통)
    립크림 : 수시 사용
    썬크림 : 호롬보에서 마랑구게이트구간 1회 사용
    14) 간식
    - 초코?껸? 3개
    - 양갱 3개
    15) 선크림과 립크림
    16) 물병 : 보온병, 날진물통(500㎖)
    17) 기타
    head lantern 1개, 손전등1개, 발목아대, 무릎아대, 선글라스, 고도계손목시계, 알람시계,
    물 티슈, 화장지(여행용1, 두루마리1), 번호열쇠, 잡주머니3개, 비닐봉지3개, 비닐끈(빨래줄 용), 바늘과 실, 쌍안경(사파리용)
    18) 의류
    침낭 : 거위털 1750g
    등산화 : 고어텍스
    샌달 : 여름용
    카고백 65ℓ(커버포함)
    배낭 30ℓ∼35ℓ(배낭커버포함)
    스틱 1쌍
    등산바지 : 여름용1, 봄가을용1
    등산자켓 : 스트레치1, 파일1, 윈드블록1, 방풍 및 생활방수 자켓1
    등산용 쿨맥스 남방(긴소매)
    면남방(긴 소매)
    실내복 : 면바지1, 면 T(짧은 팔), 스웨터(모)
    내의 : 면 내의 한 벌(취침용), 고소 내의 한벌(등산용)
    속옷 : 면 2벌, 쿨맥스(등산용) 1벌
    양말 : 면(실내용) 2, 쿨맥스(등산용) 2, 모(취침용)1
    모자 : 고어텍스챙모자(여름용), 털모자, 방한모, 바라크라바, 마스크
    장갑 : 고어텍스, 방풍 파일 장갑, 면장갑

    10. 트레킹 기록

    2007년 1월 8일 ∼ 1월 9일. 맑음
    원주 출발 16:00 → 인천공항 18:30 (공항버스)
    인천 출발 22:35 → 상해경유, 도하 도착 06:40, 도하 출발 09:30 → 나이로비14:50

    카타르 항공 J카운터에서 저녁 7:30분에 일행과 만나다. J산악회팀 7명, K산악회팀 4명 그리고 친구끼리 2명과 나를 포함하여 홀로 참여한 3명까지 인솔자 포함하여 모두 17명이다. check in을 하고 2006년 8월부터 한국인은 입출국카드가 생략되어 간편하게 출국장으로 나가 입국심사를 마치고 드디어 카타르항공에 탑승, 상해 푸동을 경유한다. 도하까지 가는 승객은 그대로 기내에 남아 인원 점검 후 청소를 하고 승무원도 교대한다. 약 1시간 여를 기다린 후 다시 도하를 향하여 이륙, 10시간의 긴 비행이다. 자야한다는 압박감에 오히려 잠은 안오고 눈을 감고 있다, 기내를 왔다갔다 적당한 장소에서 체조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눈을 붙이려 애쓰지만 허사... 앞좌석에 붙어있는 모니터를 보니 지금 비행기는 인도상공을 날고 있다. 10여 년 전 바라나시 기차역에서 만난 해맑은 소년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조드푸르에서 집으로 안내하여 팔찌를 선물하며 자파티를 구워준 인도인 가족들은 잘 있을까? 인도를 벗어난 비행기 따라 인도에 대한 상념도 떠나보내고, 1월 9일 새아침을 맞는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드디어 도하에서 내려 여기저기 기웃기웃 구경하고 걸어다니며 기내에서 쌓였던 피로를 푼다. 현지시간으로 시계를 맞추느라 -6시간 돌려놓는다. 나이로비로 가는 소형 비행기(1줄에 6좌석씩)에 올라 쪽성경을 읽으며 5시간을 간다. 드디어 22시간의 긴 비행 끝에 현지시간 14:50(한국시간 20:50)에 나이로비에 도착한다. 케냐비자를 50$에 발급 받고 입국 심사 후 짐을 찾아, 환전하고 밖으로 나오니 눈부신 햇살과 열대의 붉은 꽃 부에겐빌라가 아프리카의 입성을 환영한다. 피켓을 들고 검은 양복을 빼 입은 현지 안내인이 운전하는 미니버스를 타고 나이로비 시내로 들어선다.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좌측으로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에 기린무리가 뛰어가고, 방목된 소들의 평화로운 정경이 여기가 아프리카임을 실감나게 한다. 거대한 펩시콜라 광고판이 우뚝 서 있는 넓은 황야를 지나, 시가지가 가까와지며 교통체증으로 정차하는 차에 과일을 봉지봉지 담아 다가서는 행상인들, 고층건물이 빽빽이 들어서고, 넒은 우후루 공원 나무그늘아래 누워있는 사람들, 가족끼리 모여있는 한가로운 풍경이다. 나이로비의 상징인 쌍둥이 원통형 빌딩을 지나 우측으로 국회의사당을 지나며, 자동차로 가득찬 도로에는 매연도 넘치고, 갈수록 인파로 넘쳐나는 케냐의 수도, 미니버스를 타고 하교하는 감색 교복의 학생들, 그 화려한 빛깔의 의상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우리와 같은 서구화된 의상뿐이다. 영국령이었던 케냐는 운전석이 영국식으로 우측에 있다. 거리의 간판과 도로표지판도 모두 영어 일색이다. 20분만에 입구에 검문소가 있어 케냐 현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푼다.
    저녁은 나이로비에서 6㎞ 떨어진 외곽에 위치한 냐마초마(케냐식 불고기)로 유명한 식당에 미니버스를 대절하여 타고 갔다. 입구부터 출입을 통제하는 검문소가 있어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며, 안으로 들어가면 숲속에 정원이 꾸며진 넓은 건물이 나타난다. 야생고기를 종류별로 꼬치에 끼워 굽는 그릴이 장관이다. 그 많은 테이블에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나는데 거의가 서양인이다. 먼저 감자와 콩으로 만든 스프를 먹은 다음 샐러드가 나오고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먹는 각종 소스가 둥근 모양의 틀에 담겨져 있다. 흑빵 세덩어리가 나와 칼로 썰어서 버터를 발라먹으니 풍미가 좋다. 뜨거운 개인접시가 나오면 냐마초마가 본격적으로 서빙된다. 아프리카 소시지, 통감자, 닭, 돼지고기, 약간 비릿한 악어고기, 질긴 낙타고기, 다져서 둥글게 빚어 구운 타조고기 등등 손님이 그만할 때까지 무한정 마음껏 먹을 수 있다. J산악회팀에서 가져온 김치를 곁들이니 냐마초마의 비린내가 가셔진다. 유료인 물을 시키며 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임을 외친다. 1인당 2000케냐실링(약 30$)의 거금을 지불한다. 숙소로 돌아오니 밤 10시(한국시간은 새벽 4시)다. 긴 2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오늘은 잠을 잘 자야하는데....

    2007년 1월 10일 맑음
    나이로비 → 아루샤 : 280㎞, 6시간
    나이로비08:30 → 케냐국경11:44, 탄자니아국경12:00~13:56 → 아루샤16:30

    도로옆에 위치한 호텔건물은 밤새 찻소리로 요란하여 뒤척이다 새벽4시에 일어났다. 더 이상 잠은 안오고 시편을 읽으며 병석에 누워 계신 어머니와 킬리만자로의 무사 등정을 위한 기도를 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호텔에 붙은 상점에서 킬리만자로산이 있는 그림엽서를 사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엽서를 쓴다. 8시 30분에 미니버스에 올라 탄자니아를 향하여 출발한다. 나이로비시내를 벗어나니 넓은 지형선 초원을 사이에 두고 버스는 달린다. 야생동물이 나타날 것 같은 끝없는 사바나 초원 위에 붉은 옷을 펄럭이며 소를 몰고 가는 목동, 긴 막대기를 짚으며 느릿느릿 걸어가는 아프리카 최후의 전사 마사이족들이다. 문명을 거부한 채 동아프리카 오지에 흩어져 사는 마사이족은 어림잡아 약 180만명으로 지금도 소똥과 진흙으로 집을 짓고, 소피와 소젖을 주식으로 삼지만 아프리카 오지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마사이족들도 문명의 유혹에 자유롭지 않은 모양이다. 가도가도 끝없는 초원을 3시간쯤 달려가니 좌측에 구름이 몰려있는 킬리만자로(5895m)가 드디어 모습을 나타낸다. 가까이 갈수록 이 넓은 아프리카 초원 위에 우뚝 솟은 눈덮인 산이 신기하다. 11시 44분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도시인 나망가에 도착하자 목각인형과 목걸이 팔찌를 파는 마사이족 노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흥정을 걸어온다. No, No, 거절해도 계속 달라붙어 차츰차츰 가격을 내리는 귀여운 할머니! 그래도 No, No, 외면하니 그냥 선물이라며 팔찌하나를 안기고 가버린다. 노파를 불러세워 200실링을 주고 사진도 찍으니 50실링 더 달란다. 단호하게 No! 출국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기다리고 섰다가 활짝 웃는 할머니, Good bye 포옹하며 버스에 올라 탄자니아 입국사무실로 이동한다. 여권과 50$ 그리고 황열병 접종카드를 내고 한없이 기다린다. 2시간만에 수속이 끝나 드디어 바리케이드가 열리며 탄자니아로 들어선다. 롱기도산(2629m)이 멋지게 다가온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는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손을 흔들고,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네도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메루산(4566m)도 모습을 드러낸다. 점심때가 훨씬 지나 일행들이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자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마을도 보이지 않고 끝없는 아프리카의 초원이 계속된다. 각자의 가방에서 초코렛을 꺼내어 나눠 먹으며 허기를 달랜다. 드디어 마을이 나타나며 주유도 하고 운전기사가 잘 안다는 현지인이 이용하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나무가 타고있는 사각틀위에서 냐마초마가 익어가는 냄새, 특히 소시지가 먹음직스럽다. 바나나도 숯불 위에서 익히고 있다. 세계적으로 약 500여종의 바나나가 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100만명 이상의 인구가 바나나를 찌거나 굽거나 튀겨 주식으로 삶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과일로 먹는 바나나와는 품종이 다르다고 한다.
    현지식으로 우리의 밥에 해당하는 우갈리와 소시지를 주문한다. 우갈리는 옥수수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익힌 후 오랫동안 저어준단다. 백설기같은 하얀 덩어리가 맛은 밋밋한 것이 음치차(비듬나물)를 푹 익힌 채소를 곁들여야 제 맛이 난다. 탄자니아돈을 환전하지 않아 2$을 지불하고 다시 차에 올라 잠시 후 탄자니아에서 물자가 가장 풍족한 도시의 하나인 아루샤에 도착한다. 케냐에서 나망가를 거쳐 들어오는 물품으로 번창하는 마켓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빈곤국이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 또한 세렝게티 국립공원, 응고롱고로 자연보호구역, 메루산, 킬리만자로로 가는 입구가 되는 도시로 잘 정비된 일류호텔과 국제회의장 등이 있다고 한다. 혼자 다니지 말고 밤 8시 이후에는 절대 나가지 말라고 운전기사가 당부한다. 호텔 앞에 내리니 천에 염색을 한 바틱 한 뭉치를 들은 장사꾼들이 몰려든다. 킬리만자로산과 아프리카 동물을 배경으로 한 그림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끈질기게 흥정을 해오나 긴 여독으로 쉬고 싶은 우리들은 다음에 보자며 호텔로 들어간다. 짐을 풀어 대충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니 일행 몇 명이 나와있다. 같이 근처의 시장을 둘러본다. 아루샤의 사람들은 다 여기에 모인 듯 많은 사람들에 압도당한다. 낡은 타이어로 만들 샌들이나 슬리퍼가 기발하다. 망고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파는 시장 골목, 칼로 껍질을 벗겨 맛보라고 건네주는 선한 눈빛, 금새 주변에는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사람들이 에워싸고 동작 하나하나를 주시한다. 일행 중 한 명이 파인애플을 사서 인파를 빠져나온다. 어두워지며 가게문도 닫기 시작하여 일행은 호텔로 돌아가고 나는 메루산이 잘 보이는 우후루 기념비를 지나 한적한 마을로 들어선다. 길가에서 나무에 불을 지펴 옥수수를 구워 팔고 있다. 아! 탄자니아돈이 있으면 사먹을 텐데, 석양의 메루산을 바라보다 호텔로 들어와 여정을 정리한다.

    2007년 1월 11일 맑음
    아루샤선언박물관 → 초등학교 → 은행에서 환전 → 자연사박물관 → 마켓 → 인디언식당

    새벽 4시 닭우는 소리에 잠이 깨어 뒤척이는데 5시쯤 근처에 있는 이슬람사원에서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기도소리가 너무 우렁차 자리에서 일어나다. 오늘은 아루샤에서 머물며 자유여행으로 아침식사만 호텔에서 제공되고 점심 저녁은 각자 해결이다. 급한대로 호텔에서 10$을 10,000실링으로 환전한다. 박물관을 가기로 한 일행들을 로비에서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혼자서 움직인다. 우후루기념비 근처에 있는 식민지 시대의 탄자니아 역사를 정리하여 전시한 아루샤선언 박물관(2,000실링)을 먼저 들른후 모콩고로 로드를 따라 가다 거리에 인접한 초등학교로 들어가 선생님인 듯 한 분에게 둘러봐도 된다는 허락을 얻어 교내 여기저기를 다닌다. 아직 수업은 시작되지 않았는지 많은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정원에서 풀을 뽑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어린 꼬마들이 내 뒤를 따라다니며 교실을 안내해준다. 머리에 흰색 두건을 쓴 여자아이는 이슬람교도라 한다. 어수선하지만 활기찬 학교를 뒤로하고 은행에 들러 100$를 환전한다. 10$이나 20$지페의 환전은 1$당 1,000실링이지만 100$지페를 환전하면 1$당 1,260실링으로 계산하여 준다. 자연사 박물관(입장료 2200실링)에는 탄자니아 주변의 동식물이 그림으로 정리되어 전시되어있다.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여성, 베로니카를 복도에서 만나 머리를 하나하나 정성들여 찝어 땋은 모습이 신기하여 사진을 찍고 친구와 함께 있는 사진도 찍어준다. 사진을 인화하여 보내주겠다고 주소를 물으니 박물관 주소를 적어준다. 다시 거리로 나서는데 한낮의 햇살이 뜨겁다. 이곳 아루샤는 메루산 산록에 자리잡은 1400m 고원도시로 킬리만자로커피의 본고장이다. 여행책자에 소개된 킬리만자로커피를 맛있게 끓여준다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으로 샐러드와 마늘빵을 시키고 신맛이 많이 나는 커피를 마신다. 리필도 부탁하여 마시고, 커피빈 1봉지를 8000실링에 주고 산다. 커피맛을 보니 커피농장에 가고 싶어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모른다고 하는데 한 청년이 잘 안다며 걸어서 갈 수 있다는데 미심쩍지만 따라나서니 아니나다를까 커피빈을 파는 상점이다. 그래도 성의를 생각하여 1봉지 사는데 좀 전에 산 것보다 커피콩 품질은 떨어지지만 5000실링을 주고 구입한다. 호텔로 들어와 잠시 더위를 식히고 어제 저녁에 갔던 시장으로 나선다. 과일가게를 들어서니 여기저기 상인들의 호객이 펼쳐진다. 깎아주는 망고를 맛보고 큰 것 2개를 사니 작은 망고 몇 개를 더 넣어주며 덤으로 작은 과일도 주는 인심이 풍요롭다.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멸치, 건조한 생선을 가지런히 포개어 파는 어시장은 짠내와 비릿함이 진동한다. 거리에 펼쳐놓은 일상용품들은 마치 우리나라의 시골장날을 연상케한다. 저녁은 여행책자에 소개된 인디언 식당에 가서 탄두리치킨과 밥으로 해결하고, 저녁 8시에 바비투어 담당자, 트레킹 총 책임자(캡틴)와 트레킹에 관한 미팅을 하였다. 우리 일행 17명과 함께 가이드, 포터, 쿡 등 현지인 40명이 보조를 하여 모두 57명의 대부대가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게 된단다. 이들은 우리의 카고백과 식사를 위한 음식물과 물, 조리를 위한 가스와 조리기구를 운반하고 산장에 먼저 도착하면 식사 준비를 한단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첫날 만다라 산장까지는 다 함께 보조를 맞춰가고, 그 이후부터는 개인차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두와 중간 후미 파트로 나뉘게 된단다. 대열 중간 중간에 보조 가이드가 서고 후미는 캡틴인 루루가 맡는다. 루루는 천천히 천천히를 뜻하는 뽈레뽈레를 강조한다. 우리 모두 무사히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힘차게 파이팅을 외친다.

    2007년 1월 12일 맑음, 흐림, 비, 맑음
    아루샤 출발08:06→마랑구게이트10:56/입산신고/짐 배분→마랑구게이트 출발11:46
    →휴식12:15→점심식사13:14-40→만다라산장 도착 15:20

    오늘부터 킬리만자로 트레킹이 시작된다. 가슴이 설레어 잠을 설치는데 새벽녁 닭우는 소리, 5시에 우렁찬 이슬람 기도소리에 잠을 깬다. 오른쪽 손목의 인대가 늘어났는지 손목을 돌릴 수 없다. 압박붕대로 감아 손목을 보호한다. 트레킹에 필요한 짐은 모두 카고백에 가져가고 필요없는 짐은 따로 꾸려 호텔에 맡긴다. 토스트와 삶은 달걀로 아침식사를 한 후 소형 미니버스 위에 짐을 싣고 출발이다. 아루샤 시내를 벗어나니 좌우에 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좌우에 바나나 농장, 그리고 옥수수, 해바라기 벌판이다. 커피 농장도 지나고 드디어 좌측에 모습을 드러낸 눈덮인 킬리만자로다. 모시를 지나 마랑구 게이트를 향한 미니버스는 서서히 힘겹게 올라가 10시 56분에 도착하여 짐을 풀어놓는다. 입산 신고를 하고 휴식을 취한 후 도시락과 생수 하나씩을 각자의 배낭에 넣고 트레킹 출발이다. 고도가 높아서 인지 공기가 신선하다. 좌우의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완만한 오르막길은 소풍 나온 기분이다. 덩굴식물이 나뭇가지에 늘어져 있고, 이끼를 한겹 두른 하늘을 찌를 듯 한 울창한 원시림으로 직사광선이 비치지 못하여 더욱 편안한 길이다. 예쁜 새소리에 계곡물 소리도 시원하다. 등산로는 화산재로 덮이고 나무로 구획 정리하여 산길의 침식을 막게 보호한 것을 보면서 등산인구가 늘어나 등로가 많이 침식되어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산이 몸살을 앓고있는 안타가운 현실을 생각해본다. 휴식을 취하며 선두와 후미의 간격을 줄여본다. 우리의 짐을 자루에 넣어 끈으로 묶어서 머리에 이고, 양손에는 부식을 들고가는 포터들의 고단한 삶, 그래도 포터들의 수입이 탄자니아에서는 그나마 괜찮다는데 위안을 얻으며 우리의 길을 간다. kisambioni 라는 곳에서 우측의 계곡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니 점심 먹는 장소로 식탁과 의자 여러 개가 놓여있다. 도시락은 빵과 크래커 바나나, 오렌지쥬스이다. 대부분의 일행들은 입맛이 없다지만 앞일을 생각하여 꾸역꾸역 먹어둔다. 남은 쓰레기는 모두 각자 배낭속에 넣어가면 산장에서 포터들이 수거하여 간단다. 뒤에 온 일행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다시 출발이다. 우측에 비교적 큰 폭포수가 눈에 들어온다. 빗방울이 떨어지며 점점 커진다. 카메라는 배낭에 넣고 배낭커버를 씌운다. 일행들은 우비까지 챙겨 입지만 그냥 맞고 간다. 오르막이 급해지며 전망이 탁트인 곳에 만다라 산장이 있다. 식당이 있는 2층 숙소를 배정 받아 짐을 풀고, 젖은 옷을 걸어 말리며, 짐을 정리하는 데 아래층에 따뜻한 차가 준비되어 있단다. 먼저 온 포터들과 쿡이 물을 끓여 준비한 것이다. 킬리만자로의 커피와 차로 몸을 녹인 후 875m 떨어진 마운디 분화구에 가려 나서는데 캡틴이 다같이 가자고 한다.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추며 무지개가 떠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른다. 비온 뒤의 숲은 신선하고, 청초한 야생화의 향연장이다. 설악산의 에델바이스같은 노란꽃은 “엘리크레시아”란다. 보라색의 솔체꽃도 자태를 뽐내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무를 얼기설기 휘감은 거미줄같은 이끼가 피어있다. 넓은 분화구가 나타나고 좌측에는 마웬지봉이 구름에 덮여 보이질 않는다. 우측으로는 무지개가 보인다. 분화구를 가로질러 한바퀴 돌아오니 제주도의 윗새오름과 같은 기분이다. 산의 푸르름을 마음껏 느끼며 내려오니 저녁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옥수수 수프에 토스트 그리고 야채소스를 얹은 스파게티를 맛나게 감사하게 먹고, 식사를 준비한 손길에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 금강석을 뿌린 듯 무수한 별이 빛나는 만다라산장에서 첫날 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2007년 1월13일 맑음
    만다라산장 출발07:50→점심 11:09-36→호롬보산장13:06

    새벽녘에 잠이 깨어 이리뒤척 저리뒤척. 5시에 일어나 짐정리. 6시30분에 1층식당으로 내려가니 아직 식사준비중. table setting이 끝난 후 식탁에 앉으면 좋으련만 한국인의 부지런함이란...토스트에 땅콩잼과 파인애플잼을 바르고 달걀프라이를 곁들인다. 아보카도 2조각으로 입맛을 정리하고 킬리만자로티를 마신다. 7시50분에 도시락과 물 2병을 배낭에 넣고 산장을 나서 호롬보로 향한다. 찬란한 햇빛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이슬먹은 야생화의 환영을 받을며 숲길로 들어선다.20분 정도 오르니 오른쪽에 희끗한 바위산 마웬지봉(5149m)이 다가온다. 20분 정도 더 올라가면 넓은 초원지대가 나타나며 우측에는 마웬지봉, 좌측에는 눈덮인 킬리만자로(5895m)가 우뚝 솟아있다. 구름이 빠르게 이동하며 꼭대기를 덮어버린다. 머리 어깨 양쪽 손에 잔뜩 짐을 지고 가는 포터들이 앞질러가도록 길을 내주며 잠보라고 인사하면 “뽈레 뽈레(천천히 천천히)”라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어느덧 대열은 선두 중간 후미그룹으로 나누어진다. 나무는 점점 작아지며 고원에 피는 노란색의 엘리크레시아가 지천이다. 길은 붉은 흙과 작은 화산재로 덮여 발에 닿는 감촉이 좋다. 사방이 탁트인 전망과 뒤에서 햇빛을 받으며 적당한 바람도 불어 즐거운 길이다. 킬리만자로를 등정하고 내려오는 트레커들의 발걸음은 가볍고 명랑하다. 오름길 경사가 서서히 높아지며 안개가 몰려오고 뒤돌아보면 넓은 초원지대에도 구름이 몰려간다. 11시 9분쯤 언덕 위에 올라서니 식탁과 의자가 놓여있는 점심식사 장소이다. 안개가 몰려와 겉옷을 입고 도시락을 먹는다. 버터 바른 식빵과 작고 퍽퍽한 머핀, 삶은 달걀, 반조각의 오렌지를 모두 먹어둔다. 중간그룹이 도착하고 우리는 다시 짐을 정리하여 출발한다. 몰려오는 추위에 기다릴 수가 없다. 이제는 수목한계선에 이르러 바위와 작은 관목, 뽀쪽뽀족한 잎들이 많다. 완만한 산등성이를 돌아가면 계곡물위에 놓인 나무다리를 몇 개 건너고 파인애플과 같이 생긴 로벨리아가 드문드문 보인다. 또다시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돌아 고도를 높여 가면 계곡 위에 넓은 잎의 시네시오가 우뚝 솟아 멋들어진다. 구름이 몰려와 안개 속을 지나고 빗방울이 후두두둑 떨어진다. 드디어 언덕 위에 올라서면 오른쪽 위에 삼각형의 호롬보산장이 보인다. 먼저 도착한 포터들의 짐이 산장 앞에 쌓여 있다. 문을 열고 식당안으로 들어가니 먼저 도착한 서양인들이 차를 마시고 있다. 우리팀의 인원이 제일 많아 가장 넓은 공간인 식당 위층이 우리의 숙소이다.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젖은 옷을 널어 말린다. 다시 식당으로 내려와 따뜻한 차를 마시니 한기가 가신다.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어지고 1시간 후 후미가 도착한다. 이 빗속에 식사를 준비하는 쿡들은 얼마나 번잡할까? 호롬보산장은 올라가는 사람들과 내려오는 사람들이 모두 머무는 숙소라 사람들로 붐빈다. 식당의 좌석은 모두 꽉 차서 저녁식사도 먼저 이용한 그룹이 빠져야 자리를 잡을수 있다. 식당 위층에 있는 우리의 숙소에서는 식당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그대로 올라온다. 비가 그치고 산장의 창문을 통하여 햇살이 눈부시게 들어온다.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오니 우측에 마웬지봉이 좌측에는 오늘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얀 킬리만자로가 빛난다. 스프, 자파티, 밥, 닭튀김의 푸짐한 늦은 저녁상에 일행들이 가져온 김치로 풍성한 만찬을 즐긴 후, 다시 밖으로 나오니 쏟아질 듯 많은 별들이 빛난다. 발 아래에는 모시의 불빛이 아른거린다. 숙소로 돌아오니 일행중의 한 분이 오늘 오면서 포터에게 아리랑을 가르쳤다면서 포터 2명이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노래와 아리랑 공연이 시작된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미국인도 함께하여 흥겨운 아프리카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춘다. 이어서 일행 중 한 분이 노랫말을 재미있게 개사한 노래를 불러 우리 모두 박수치며 웃음바다가 된다. 한국인의 흥을 여기서도 마음껏 발산해본다.
    오늘 저녁은 잘 잘 수 있을까?
    남자들의 코고는 소리가 일찍부터 들려온다.

    2007년 1월 14일 맑다 흐리다 비 온 후 개었다 비왔다 개임
    호롬보산장 출발 07:58 →last water point 09:38 →점심 11:53 →키보산장 13:03

    지난밤 잠을 못자 고소가 온 것이 아닌가 의심 그러나 아침식사가 맛나고 기분도 상쾌하여 괜한 걱정이 아닌지 어쨌든 천천히 천천히 가기로 한다. 도시락을 챙겨 200m 정도 오르다가 물을 받지 않아서 뒤에 오는 CJ(포터)에게 말하니 잽싸게 뛰어내려가 물 3병(1500ml)을 가져다 준다. 마웬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한국에서 인화하여 붙여주기로 한다. 일행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급한 오르막을 오르니 에버레스팅 군락이 나온다. 2시간 뒤에 물이 흐르는 last water point가 나온다. 포터들은 여기서 물을 마시며 손을 닦는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생수 500ml 병을 다 비우고 숨을 고른다. 후미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 다시 길을 나선다. 붉은 빛의 흙과 굵은 돌맹이들, 허허벌판위에 풀 한포기 없는 사막지대이다. 구름이 빠르게 이동하며 흐렸다, 빗방울이 떨어지다, 개었다를 반복한다. 길은 완만한 평지같은데도 발걸음이 무겁다. 일행들은 저만큼 앞서가고 호흡을 조절하며 천천히 걷는다. 저 앞의 바위 위에 커다란 까마귀가 앉아 지켜보고 있다. 흙먼지가 일면서 고개를 돌리고 지나온 길을 바라보니 아득하다. 드디어 키보 산장이 저 앞산 중턱에 걸쳐있는 것이 보인다. 의자가 있는 쉼터에 먼저온 일행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다. 도시락을 펼쳐 빵과 물을 의무적으로 먹고 닭다리는 포터에게 준다. 입맛이 없는 것을 보니 고소가 오는 징조이다. 먼저 온 일행들은 일어서고, 한 참을 앉아있다 일어선다. 완만한 오름길이 시작되며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지고 숨도 차며 무언가 한 짐을 지고 오르는 듯 한걸음 한걸음마다 머리가 아픈 지 어지러운지 종잡을수 없다. 더욱 천천히 걸으며 바위 위에 걸터앉는 횟수도 늘어간다.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드디어 키보산장이 앞에 있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10분 정도 앉아 있다 산장으로 들어선다. 배정된 숙소의 이층침대에 짐을 올리고 옷을 갈아입고 침낭속에 눕는다. 머리가 어지러운 것이 4703m 키보 산장에서 고소증세가 최고조에 달하며 내일 정상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준비해간 고소약 다이아막스를 한알 먹으며 눈을 붙이려 하는 데 바로 고소약의 효과가 나타나며 화장실을 2시간 동안 5차례 들락거린다. 일행들도 저마다 고소에 시달리고 있다. J산악회팀의 보급대장이 타이레놀을 먹어보라하여 1알 먹고 잠깐 잠이들었다 일어나니 어지러운 증세가 사라지고 머리도 맑다. 저녁을 일찍 먹는둥 마는둥, 오늘밤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모두들 잠은 않오는 듯 이리저리 뒤척이다 아예 밖으로 나가서 별을 보는 사람들,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내일 무사히 전원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며 그렇게 밤을 보낸다. 밤 11시에 일어나 J산악회팀이 가져온 누룽지를 끓여서 나눠 먹는다. 구수하고 부드러운 누룽지 덕분에 정상에 오른 것은 아닐까? 포터들이 준비한 비스킷은 모두 손도 안댄다. 준비해간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고 생수(500ml) 4병과 행동식으로는 초콜렛바 3개와 양갱 3개도 챙겨서 배낭에 담는다. 등산내의를 입고 그 위에 가을용 등산바지, 면양말위에 등산용양말을 신고 상의로는 겨울용 스트레치위에 얇은 파일을 껴입고 윈드블록 자켓을 입는다. 머리에는 헤드랜턴으로 앞길을 비추며, 고어텍스 장갑을 끼고 스틱 한 쌍을 힘차게 잡으며, 준비완료이다.

    2007년 1월 15일 맑음
    키보산장 출발 00:08 →인디언 POINT 01:50→한스메이어 동굴 02:55→자마이카 바위 04:50→길만스봉 5:48→우후루봉 07:20→길만스봉 → 키보산장 10:25
    키보산장 출발 14:00→last water point 15:39→호롬보산장 16:50

    맨앞에 가이드와 J산악회팀, K산악회팀, 그리고 나, 친구2분, 투어가이드, 여자분, 제일 어린 막내, 그리고 중간 중간에 현지가이드 10명이 끼어있다. 산장 마당에서 인원점검이 끝나고 대열을 정한 후 출발이다. 깜깜한 밤에 각자 밝힌 랜턴 불빛만 천천히 움직인다. 요 며칠 내린 눈으로 출발부터 눈으로 덮인 사면길을 천천히 천천히 올라간다. 영하의 싸늘한 밤 기온이 영혼을 맑게 하는 듯 어제 걱정하던 고소증세는 사라지고 머리도 맑다. 가끔씩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앞사람의 발자국만 따라 오를 뿐이다. 앞서가는 가이드가 고소를 막기 위해 물 먹는 시간(water break)을 외치면 배낭에서 물을 꺼내 물을 먹는다. 인디언 포인트라는 곳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바위에 기대 숨을 돌린다. 후미가 도착하지 않았지만 체온이 내려가므로 그대로 다시 출발한다. 갈수록 눈도 많고 경사도도 심하여 자칫 옆으로 미끄러질까 한발한발 조심조심 내딛는다. 보조 가이드들이 옆으로 붙으면서 세심하게 보살핀다. 스와힐리어로 서로서로 신나는 구호를 앞뒤로 주고받으며 우리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한스메이어 동굴을 지나 내 뒤에 오던 여자분이 추위를 호소하더니 뒤처지기 시작하면서 보이질 않는다. J산악회팀들도 대열이 흐트러지며 몇 명이 뒤처진다. K산악회의 한분도 뒤처지고 또 한분은 졸음을 호소하며 쉴 때 마다 앉은자리에서 깜빡깜빡 졸고 있다. 정신차리라고 크게 외쳐 깨우며 간다. 현지가이드 뒤를 따라 통역을 하던 J산악회팀의 이선생님도 화를 벌컥내며 뒤로 처진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자기 자신 통제가 안되어 횡설수설하는 것도 고소 증세 중의 하나라고 한다. 자메이카 록을 지나 바위도 많아지고, 길도 험해지는 급오름길의 연속이다. 앞장선 가이드가 길만스포인트가 얼마 안남았다는 말에 새 힘이 솟는 듯 하다. 동녘 하늘이 오렌지 빛으로 밝아오며 아주 멋진 일출의 장관이 시작된다. 눈앞에 펼쳐진 운해의 바다위에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은 환희이며 희망이다. 키보봉 분화구의 가장자리에 있는 길만스봉에 도착하니 바람이 매섭다. 사진은 내려올 때 찍기로 하고 그대로 정상을 향해 간다. 눈 덮인 커다란 분화구를 우측으로 끼며 깍아지른 하얀 능선길을 조심조심 간다. 앞서가던 K산악회의 여자분이 스틱을 하나 놓쳐 우측 분화구로 스르르 미끄러져내려가는 모양을 보며 우리 모두는 가슴을 쓸어 내린다. 능선 길을 휘돌아 정상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좌측에는 빙하가 가로로 켜켜이 싸여 푸른빛을 띠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앞으로 20년 후에는 킬리만자로의 빙하를 볼 수 없다고 하는데, 요사이 내린 눈으로 온 사방이 설경의 극치를 이룬 이곳이 과연 없어질는지.... 드디어 킬리만자로의 최고봉 우후루봉에 섰다. 아프리카의 최고봉을 오른 기쁨을 일행들과 함께 나눈다. 현지인 가이드와 포옹하며 고마움을 전하고, 도와준 가이드와 포터 쿡 40명의 덕분이며, 집에서 후원해준 언니 오빠, 그리고 격려해준 지인들, 무엇보다 아프리카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혜이다!!! 셔터를 누르는 손이 얼얼하고 감각이 없어 손을 비비고 품에 넣고 난리를 치면서도 크레이터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은 훈풍이 된다. 얼음기둥과 하얀 대 설원으로 덮여있는 적도에 있는 킬리만자로 등정은 환희와 감격이다. 같이 오른 6명이 발걸음을 돌려 내려가다 뒤에 오는 5명을 만나 격려해주고 아쉬움을 남긴다. 길만스봉을 거쳐 내려오는 길은 어두울 땐 느끼지 못했는데 경사도가 40-50도로 심하고 거의 내려와서는 화산재가 심하여 미끄러지기 쉬운 길이다. 햇빛은 쨍쨍 하지만 정상 등정의 기쁨을 안고 천천히 음미하며 내려오는 길 앞쪽에는 마웬지봉이 버티고 환영해준다. 10시 25분에 키보산장에 도착하니 중간에 되돌아섰던 6명이 고소로 고생했던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후미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데 그 중 1명이 다리가 풀려서 내리막길에 앞으로 넘어지면서 눈 주위가 긁히고,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부상자를 싣는 운송수단인 바퀴 달린 수레에 실려, 보조가이드 1인과 함께 마랑구게이트까지 가서 모시로 이동하여 병원에 가기로 한다. 늦은 점심을 먹고 호롬보산장으로 14시에 출발한다. 올라올때는 가장 힘든 구간이였는 데, 내려갈때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호롬보산장에 2시간 50분 만에 도착한다. 길고도 꿈같은 하루였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죽은 듯이 잠자다.

    2007년 1월 16일 맑음
    호롬보산장 출발 8:00→만다라산장 10:52~13:05 →kisambioni 13:42~14:00→마랑구게이트15:00~16:00→아루샤 18:30

    그동안 우리를 도와준 가이드와 포터 쿡등 40명의 팁을 여행인솔자가 캡틴인 루루와 의논한 결과 가이드는 하루에 15$, 포터는 6$, 조리사는 10$로 계산하여 1인당 최소 80$, 최고 100$ 이란다. 특히 15일 키보산장을 출발하여 정상을 오르고 내려올 때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따로 고마움을 표시하였기에 80$씩 내기로 한다. 호롬보산장 출발에 앞서 우리를 도와준 가이드와 포터, 쿡과 함께 57명( 우리팀 17명 + 아프리카 현지인 40명)이 기념촬영을 한다. 보조가이드들은 우리와 함께 산행하였기에 얼굴을 익혔지만 포터는 무거운 짐을 지고 늘 앞서갔기에 처음으로 보는 얼굴들이 많다. 오늘은 해를 받으며 가기에 썬크림을 바르고 마스크도 하고 간다. 한 구비 내려서니 좌측으로 올라올 때보다 더욱 하얀 마웬지봉이 정답다. 안녕! 마웬지봉, 사진을 박고 빠른 발걸음으로 만다라 산장에 3시간만에 도착하여 후미를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쿡과 포터들이 준비한 감자국이 특히 구수하고 맛있다. 마음에 부담이 없어서일까? 왜 이런 것을 지금에야 해주냐며 모두들 2그릇씩 먹는다. 그런데 점심 메뉴는 달랑 감자국 하나이다. 차와 커피도 없다. 이상하다. 점심 메뉴는 원래 계획에 없었던 것이란다. 서비스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시간상으로 점심이 빠질 수 있을까? 다시 마랑구 게이트를 향하여 부지런한 발걸음을 옮긴다. 혼자 올라오는 한국인 청년을 만난다. 모시에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김에 1주일 먼저 도착하여 킬리만자로를 등정한단다. 타이레놀을 구하기에 일행 중에 한분이 내주신다. 얼마쯤 가다가 처음으로 일본인 그룹을 만난다. 같은 동양인이라 서로 반가이 인사한다. 드디어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하여 입구의 매점에서 킬리만자로 지도를 사니 마음이 뿌듯하다. 항상 후미에 오던 여행가이드와 막내는 도중에 투어차를 얻어타고 왔단다. 여행가이드와 캡틴인 루루는 등정서를 발급 받고 있다.
    길만스봉 등정자 는 녹색, 정상인 우후루봉 등정자는 금색라인으로 등정자 이름, 정복한 높이, 등정 고유번호, 캡틴가이드인 루루의 사인, 관리사무소장 사인 등 개인별로 발급하기에 시간이 걸린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4박 5일 동안 같이 했던 가이드 포터 요리사와 인사를 하고 승합차에 올라, 16시에 마랑구게이트를 출발한다. 도중에 모시 시장에 과일을 사기위해 차에서 내리니 장사꾼들이 구름같이 몰려든다. 망고를 파는 아주머니에게 가격을 묻는데 무조건 비닐 봉지에 한가득 담고, 오렌지도 한 가득 담아서 2000실링이란다. 머리에 수건을 멋지게 두르고 울긋불긋한 치마가 맘에 들어 사진도 찍으니 포즈를 잡아준다. 아루샤에 도착하여 먼저 묵었던 호텔에 여장을 푼다. 저녁은 J산악회에서 가져온 쌀을 호텔 주방에 부탁하여 끓인 밥과 김치와 깻잎 통조림, 김, 모시 시장에서 산 망고와 파인애플로 오랜만에 푸짐하고 얼큰하게 먹어본다. 여행가이드가 나누어준 킬리만자로 등정서를 받으며 또 한번 킬리만자로 등정의 기쁨을 나눈다.
    출처 : 원주백두대간산악협회(백산회)
    글쓴이 : 산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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