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약사들의 직업만족도 :: 제천 감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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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사들의 직업만족도
    글/약국정담 2012. 5. 29. 15:46

     

     

    얼마 전 발표 된 직업의 만족도에서 400여 직종 중 약사들은 161 위를 차지 하였다.

    반 정도 안에 들어 있으니 그래도 좋은 편일 것이라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는 인기도 좋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었는데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약사들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이렇게 떨어진 것은 의약분업 이후이다.

    의약분업은 약사들에게서 약을 빼앗아 가 버렸다.  

    의약분업이 시작되고 처방전에 아주 작은 회사의 아스피린이 처방 되어 있어서 그 약을 내가 가지고 있을리도 만무하고 해서 의사한테 전화를 걸어서 " 바이엘 아스피린" 을 대체하면 안되겠느냐" 고 물었더니 " 안된다" 고 딱 잘라 말했다. 

    너무 기가막혀 말도 안 나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의약분업이라는 것이 약은 약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약을 의사에게 넘겨 주는 법이었다.

    의약분업 시작하기 전에 의사들이 반발이 심하니까 의약분업은 해야 되겠고 해서 의사들이 요구하는 대로 약의 선택권까지 의사들이 가지고 간 것이다.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까지 딱 명시할 수있도록 말이다. 

    그 이후 나는 처방전에 쓰인 약을 대체하기 위해서 의사한테 전화를 걸어 본 적이 없다.

    의사들이 처방을 내 준대로 그냥 포장해 주기만 한다.

    여기에 이의를 달기는 무척 힘들다. 

    단 그 약에 대해서만 이 약은 무슨 약이다 라고 설명을 해준다.  그 이상은 의사들에 대한 월권행위다.  

    처방전에 대해 물어 볼려고 전화하면  병원의 카운터에 있는 아가씨들이 묻고 답한다.

    그러다 보니 처방전이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한번에 3 정씩 먹는 약인데 1 정으로 처방 났을 때 확인하여 3 정으로 조제를 하여 주었는데 병원에서는 고쳐 놓지 않아서 1 ~ 2 년 지나고 난 후 심사평가원에서 확인 요청이 올때는 정말 황당하다.

    아는 사람이 서울의 대형병원에 갔다가 와서는 " 약 좀 지어 놔 " 하고 처방전을 휙 던지고 간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약을 약 지어 줄수도 없고, 지어 주자니 나에게는 엄청난 손해를 안기니 한마디로 계륵이다.

    한달치 조제료 7 천여원은 받는데 환자한테 받아야 할 약값이 이십만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 돈이나마

    현찰로 주면 좋겠는데 카드로 주니 수수료 6천원 제하면 나에게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초창기에는 약을 작은 단위의 포장이나마 구해서 조제를 해 주었는데 재고로 남아 가지고 있다가 유효기간이 지나 내버리는 약들이 너무 많으니 그 손해가 얼마인가.

    그래서 나중에는 도매상 직원에게 알약의 수를 알려 주고 다른 약국에서 사다가 지어 주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것도 힘들게 되었다. 도매상 직원한테 그 약을 사다 달리고 부탁을 할 때는 정말 굽신거리며 부탁을 해야 한다.

    그 약을 사다가 준다고 해서 도매상 직원이 실적이 잡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 직원은  약국에 잘 보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간 낭비하면서 일을 해 주고 있는데 앞으로 그런 일을 할때는 확인서까지 받아 놓으라 하니 그 귀찮은 일을 어떻게 시키겠는가.

    결국 다른 병원에서 가지고 온 처방전은 거의 무조건 돌려 보낼 수 밖에 없다.

    아주 잘 아는 사이라 할지라도 그 병원 밑에 다시가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 처럼 하루 20건 내외의 처방전을 받는 약국에서 약은  지어 주면 나쁜 약을 지어 주고 대형 약국에서 약을 지으면 그것이 진짜인 줄 안다.

    주변에 있는 의원의 처방은 내가 대부분 가지고 있기에 처방대로  약을 지어 준다. 

    어떨때는  환자가 어쩌다 똑같은 처방전을 들고  대형약국에 가서 약을 지었는데 내가 준 것하고 생김새가 차이가 나자 나한테 와서 따진다.

    그 약을 보니 대형약국에서 대체를 한 것이었다.

    대체는 대형약국에서 오히려 많이 한다.

    작은 약국은 안다고 해서 처방전 놓고 갈 경우 어쩔 수 없이 내가 안 지어 주는 것보다는 지어 주는 것이 저 사람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 다른 어떤 경우보다 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설 때 하는 수 없이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약사들 스스로 환자와 일대 일로 상담하고 투약을 하고 또 병이 낫는 것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텐데 남이 내 준 처방전 그대로 짓고, 내어 주고, 자신의 의견은 이야기 할 기회조차 상실한 상태에서 무슨 약 사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겠는가.

    환자와 무슨 이야기를 하면 환자는 의사한테 가서 이야기하고 그러면 의사는 환자한테 " 의사가 더 잘 알어, 약사가  더 잘 알어 " 이러면서 구박을 하니 약사들이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의약분업 되기 전에는 돈은 못 벌어도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 아니다.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싶다.

    나도 이제 약국을 한지 내년이면 30년을 맞는다.

    약국을 계속해야 될지 , 그만두어야 할지 틈만 나면 고민을 한다.

    약국에 나와도 재미가 없다.

    일본식으로 약국 체인스토어는 어떨까도 생각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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