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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줄기 따라
섬진강 줄기 따라 오르는 산길
아래를 내려다보면 섬진강의 맑은 물이
안개 속에서 흐르고
강 속에 쪽빛처럼 비추인 산
섬진강 건너는 기차는
빗속을 가는 것이 힘이 부치는지
기적소리조차 희미하네
깊은 산 속을 넘나드는 천황재
천황의 은덕은 어디까지인지
배가 고파 밥풀 두 개를 물고
죽었다는 며느리 밥풀 꽃은
온 산을 뒤덮어
무슨 한이 그리 많은지
뻥튀기 된 버섯은
잔뜩 부풀려 있다가
수명이 다하면
아주 힘없이 풀어지고
그 탱탱하던 몸매는 어디로 갔을까
주위에는 조그만 이름 모를 꽃들만
온 몸을 불사르고 있다.
벌초를 하지 않았다면
묘지가 있는 줄도 모를
봉분 없는 묘지에는
술병만 뒹굴고
없어진 봉분에 한 맺힌 후손이
술을 어디에다 부었을까
외망마을에서부터
강과 같이 한 산행길이
불암산에서 하동 시내와 섬진강을 보여주고
좆비산을 지나 매봉을 가파르게 올라
매봉에서 섬진강과 헤어지기 아쉬운 듯
높이 높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