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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부슬부슬
텔레비전에서는 하루 종일도 모자라 내일까지
폭우와 천둥, 번개까지 난리를 친다고 겁을 주어
오늘은 꼼짝 않고 있어야 하는 가보다.
11시 뉴스를 보고 있는데 모든 구름은 경상도로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아! 이런 행운이
죽령에서 큰 길을 따라 연화봉을 가는데
경상도 쪽은 꺼먼 구름 속에 있고
충청도 쪽은 너무 맑은 날씨
능선을 따라 반은 구름 속에
또 반은 햇빛 속에 있으니
걸어가고 있는 내 몸도 반은 햇빛이요
반은 구름이라!
구절초에 앉아 쉬고 있는 잠자리
패랭이꽃에 기어 다니는 개미도
조팝나무 볼품없는 꽃을 뒤지는 벌들
물봉선의 나팔소리에 줄달음 치네
햇볕은 따스하나 바람은 벌써 서늘하니
이제 여름과 가을이 서로 지지 않으려
시샘하는 듯 하고
멀리 구름 속에 보이는 월악영봉은 문필봉이고
부드러운 여자 몸놀림의 금수산 끝자락에는
말의 울부짖음이 요란하고
도솔봉의 3형제는 나를 안으려고 달려들고
그 뒤로 제천의 큰 산인 대미산과 문수봉이
아래로 보이는 도시들!
풍기, 영주 멀리 안동까지
대강, 단양, 매포를 거쳐 제천까지
한 눈에 들어오니 그 얼마나 좋은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조금만 올라가도
가장 높이 보이는 산,
가장 길게 보이는 산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중심이 되는 산
오르기도 편하고
조망도 너무 좋은 산
비로봉처럼 바람도 없는 산
나는 그래서 연화봉이 좋다
2006, 08, 27 연화봉에서
12시 집에서 출발하여 연화봉을 지나
희방사까지 산행 후